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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서양철학사 - 탈레스부터 보드리야르까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
강영계 지음 / 해냄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보며
“철학함의 씨앗은 의심과 경탄에 있다”
저자는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행위 그 자체라고 말합니다. 흔히 ‘정답의 학문’으로 오해하지만, ‘질문의 학문’이에요.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하고, 플라톤이 이데아를 이야기한 것도 세계를 향한 ‘왜’의 탐구였다는 것을 저자는 친절히 풀어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대화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나는 이 선택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질 때,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저자가 강조한 “완전성과 절대성의 철은 아늑한 감옥이다”라는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권력이나 필로소피에 봉사하는 순간, 그 본질을 잃게 된다는 경고처럼 들렸어요. 플라톤의 이데아, 기독교의 절대신, 근대의 이성 중심주의 등은 모두 한때 인류가 절대적 기준으로 믿었던 사유의 틀입니다.
그 틀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보다, 묶어두는 힘이 되기도 했죠.
강영계 교수는 이러한 ‘아늑한 감옥’을 비판하면서, 그 틀을 깨는 용기를 요구합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나 역시 내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지 않은가?’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옳고 그름을 단정 짓고 싶은 욕망, 그것들이 스스로 만든 감옥이었음을 깨달았어요.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필로소피부터 현대의 해체주의, 응용윤리학까지를 아우르면서, 어떻게 시대의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무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지혜여야 한다.”
삶과 분리된 학문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적 실천’이라는 점이었어요.
저자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가 왜 현대 필로소피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과거의 필로소피가 ‘하나의 진리’를 향해 달려갔다면, 현대의 필로소피는 ‘여러 개의 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 변화는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플라톤에서 헤겔로 이어지는 거대 담론의 필로소피가 근대 이후 점차 해체되고, 보드리야르와 푸코, 데리다 같은 사상가들이 등장하며 ‘다양성의 필로소피’가 시대의 언어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완전성과 절대성’을 추구했던 과거 필로소피를 향해 “그것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하는 구조였다”는 저자의 비판은,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단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조직 문화, 효율만을 숭배하는 산업 구조, SNS에서조차 통일된 의견만을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또 다른 감옥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저자는 대안으로 ‘21세기 응용윤리학’을 제시합니다. 생명윤리, 환경윤리, 직업윤리 같은 새로운 필로소피의 영역이 등장한 이유는, 기술과 효율 중심의 세상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가치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더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저의 일상에서도 이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성과만으로 평가받을 때, 친구와의 관계에서 ‘옳음’보다 ‘배려’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을 때, 이미 내 삶 한가운데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자는 머리로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유’로 제시합니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갈지를 묻는 실천의 철학서로 다가옵니다.
마음에 남은 부분은 저자의 ‘홍익인간’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한국적인 가치가 등장한다는 것이 의외였지만, 그 연결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저자는 “필로소피의 핵심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을 위한 지혜’여야 하며,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성의 훈련이 아니라 ‘삶의 윤리적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냉정한 분석이나 논리의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그 뿌리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지식의 깊이가 아니라 마음의 넓이로 완성되는 학문이었습니다.
마무리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결론으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예요.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사유부터 현대의 해체주의, 21세기 응용윤리학까지를 관통하며,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지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필로소피가 오늘의 나를 성찰하는 방법임을 배웠습니다. ‘왜 일하는가’, ‘무엇이 옳은가’, ‘어떤 삶이 나에게 진정한 의미를 주는가’
이런 질문들이 필로소피의 첫걸음이자, 가장 실천적인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