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월든 - 정여울이 직접 걷고, 느끼고, 만난 소로의 지혜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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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보며

가장 깊이 다가왔던 문장은 “나는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는 소로의 고백이었습니다.


정여울 작가는 이 한 문장을 통해 ‘삶의 본질로 돌아가는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매일 ‘해야 할 일’의 무게에 눌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칩니다.


이 책은 그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첫 걸음이 ‘내 마음의 월든’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정여울 작가가 정의한 ‘월든 존(Walden Zone)’은 사회적 시선과 감정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내면의 공간입니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었듯,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월든 존’이 어디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카페 한켠, 새벽의 산책길, 아무도 없는 지하철 좌석에서도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나만의 월든이 아닐까 싶었어요.


작가는 고독을 ‘소외’가 아닌 ‘창조의 원천’으로 해석하며, 진정한 거리는 배제가 아니라 연결을 위한 여백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을 읽을 때, 혼자 있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던 제 마음이 서서히 풀어졌습니다. 혼자 있는 용기,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사유의 힘이야말로 가장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정여울 작가는 ‘산책’을 ‘존재의 철학’으로 풀어냅니다.


소로에게 산책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는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그 안에서 늘 새로운 길을 발견했습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다른 의미를 읽어내는 일, 그것이 바로 깨어 있는 삶의 연습이었죠. 정여울 작가는 이 산책의 정신을 현대인의 삶에 그대로 옮겨옵니다.


일상의 바쁨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는 그 순간,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점심시간에 근처 공원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짧은 10분이 하루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걸으며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자연의 빛과 바람이 내면의 먼지를 털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이런 일상의 ‘작은 실천’이야말로 월든에 다가가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간결함’의 철학을 통해 불필요한 욕망과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로가 “뼈에 가까운 삶이 가장 달콤하다”고 했듯, 덜어냄은 결핍이 아니라 자유로 향하는 문입니다. 삶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소유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내 내면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깊은 결단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정여울 작가의 해석이 철학적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소로의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면서, 직접 ‘삶의 전환점’을 발견하도록 돕습니다.


고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고독을 외로움이나 결핍으로 오해하지만, 작가는 ‘붐비는 고독’이라 표현합니다.


자연 속에서 물소리, 새소리, 바람의 결을 느끼는 순간, 혼자가 아니라 우주와 연결된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을 읽으며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안심된다고 믿었지만, 실은 그 연결이 피로의 원인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더 사랑하기 위해, 더 많은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문장은 관계에 지친 모든 현대인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이자 경고처럼 다가왔습니다.


진정한 관계는 가까움이 아니라 ‘적절한 거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와 존중이라는 것도요. 정여울 작가는 소로의 고독을 단절이 아니라 성장의 조건으로 재해석하면서, 각자가 자신만의 고요 속에서 깨어나기를 권유합니다.


그 메시지는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제 내면의 중심을 잡아주는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제 일상에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실천한 것은 ‘감정노동 줄이기’였습니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애쓰던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고, ‘오늘은 나에게 집중하는 날’이라 선언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사소해 보였지만, 그 하루의 여백이 내면의 온도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월든식 산책’을 시도했습니다.


목적 없는 걷기,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눈앞의 풍경에만 몰입하는 시간. 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정여울 작가는 “단순하게, 더욱 단순하게”라는 소로의 말을 반복해 상기시키며, 그것이 결핍이 아니라 회복의 언어임을 강조합니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나 소비, 끝없는 비교에서 벗어나니 가벼워졌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지금 이 평온이 나의 월든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스며들었습니다.


마무리

지금 이 순간에도 내면이 복잡하고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불빛처럼 다가오는 책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을 정여울 작가의 언어로 새롭게 읽다 보면, 잊고 살았던 ‘느림의 지혜’를 되찾게 됩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놓아야 평온해지는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완벽하게 살기 위해 애쓰지 않게 되었고, 대신 나다운 삶을 위해 조금 더 용기 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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