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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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가 참 동화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예쁘다란 말이 우선 떠오르게 한다.

제목인 피시볼, 그 안에 사는 물고기 이름은 이언이다.

지금 이 시각, 이언은 자신이 살고 있던 27층  아파트 '세빌 온 록시'에서 떨어져 지상으로 하강하는 중이다.

왜 이언이 떨어져야만 했는지에 대한 상황은 이 책의 총 54장에 가서야 상황이 설명이 되지만 이언이 고공 낙하하면서 떨어지는 시간은 단 4초에 불과하다.

 

 

 

한 상자 안에 감춰둔 비밀들, 바로  이언들이 하강하면서 보는 그 시간에 만나는 세빌 온 록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이언의 생각과 함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행동에 옮긴 이언은 자유를 항한 갈망에 있었다.

같이 어항 속에 사는 달팽이를 때때로 괴롭혀도 자신이 보는 하늘,  물고기 특유의 물 감촉에 의한 수평에 의지한 채 유유히 물속을 배회하지만 이언의 주인인 바람둥이 코너를 비롯해서 그와 사귄 지 삼 개월째에 접어든 케이티의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 이별, 그녀를 비로소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엔 이별통보를 받는 코너의 사연, 아파트 관리인인 히메네스의 외로움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 여장남자를 하는 가스의 인생 이야기와 삶에 대한 생각, 직업으로 익명의 상대와 전화를 해주는 은둔형의 여자 클레어, 곧 출산에 임박해 아이가 나오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도움을 청하는 파뉴니아 딜라일라, 시간여행을 하면서 기억을 잃기 때문에 홈스쿨링을 하게 된 허먼까지....

 

 

 

이언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단 몇 초간의 시간에도 같은 상자 안에 각기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모두가 '관계'란 것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언뜻 전혀 상관없이 각자의 생활에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저마다 사연들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모두 외롭고 허전하고, 소외에 깃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언이 바라 본 그들의 관계는 짧은 순간이지만 관계를 맺는다.

아이 출산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맺게 되는 두 여인과 허먼의 관계, 그리고 허먼의 할아버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체감하는 일, 자신의 감춰진 비밀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앞에서 드러내 보이면서 또 다른 교류를 시작하는 사람들, 자신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을 느꼈던 코너가 다시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들은 현대인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감성들이 아닌가 싶다.

 

 

 

서로에 대해 모르고 살다시피 하는 성냥갑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이언은 자신의 자유를 찾아 낙하하지만 또다시 우연이 겹치면서 물통 속에 새로운 삶에 안착하게 되는 , 인생의 앞 날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삶에 대한 철학과 관계란 맺음을 통해 아주 짧은 순간 속에서 모든 인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재미있고, 유머 있게, 그리고 뭉클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생각이라곤 단 몇 초에 불과한 이언이라는 물고기가 바라 본 세상은?

글쎄, 아마도 살만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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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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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스타강사란 말이 있다.

요즘의 인강을 들을 때면 어느 분야의 강사들이 더 잘 강의를 하는지에 대해서 소문들이 무성하듯이 역사에 관한 한 이 분야에서 스타강사라면 '설민석'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분야라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 기존의 강사들 이미지보다는 발 빠르게 현재의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어떻게 해야 훨씬 지루하지 않고 흥미를 갖고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참고를 많이 했다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역사란 과목을 훨씬 가깝게 느낄 수가 있게 한 분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 일부 연예인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무지에 대해 말들이 많이 오고 갔다.

댓글들을 보면 한국사람이 한국 역사에 대해 모른다는 질타도 있고, 연예인들이 재밌게 그 프로그램을 돋보이기 위해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  이것저것 모두 제쳐두고라도 한국 사람이 한국사에 대해 모른다는 인식에는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는 글들까지.....

 

그러고 보면 내 학창 시절의 역사 시간을 그야말로 암기 위주의 시간이었단 생각이 든다.

단군할아버지부터 시작되는 역사는 일제시대와 근대 이후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탄생과 오늘날까지의 삶의 역사와 같이 이루어진 만큼 무조건 왕들의 순서와 그 시대의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다시 접해보니 무척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편집된 점이 눈에 띈다.

 

대한민국 이전의 가장 최 근접한 왕조 체계인 '조선'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500년 역사에 대한 역사적인 과정은 인강에서  보는 듯한 구어체의 표현이 그대로 글로써 나타냈기에 훨씬 친근감이 있다.

 

조선이 건국되기까지의 과정 안에서의 이성계란 인물의 주위에 정도전이란 우수한 인재의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단 사실부터(특히 드라마 '정도전'을 많이 생각나게 한다.) 각 왕들의 시대에 발생했던 많은 사화와 당쟁, 임진왜란과 마지막 임금인 순종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책이기에 조선의 총 역사적인 넓고도 세밀한 부분들까지 쉽게 쉽게 머리에 쏙 들어오게 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란 질문들을 많이 하고 그에 대한 답들을 많이 접해왔지만 역사란 역시 승자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선실록이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공부하는 '조선왕조'에 대해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밖에 볼 수없다는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의 뒤안길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접하고 그것을 토대로 현재의 시선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기틀을 잡아나가야 할 지에 대한 보다 폭넓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역사는 필히 배워야 하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해 준다.

 

'왕'이란 금수저의 신분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자손 번영에도 참여를 해야 하며(그 결과 많은 후궁들을 거느리지만 말이다.) 당쟁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어떤 정책들을 썼는지, 위대한 성군의 자격 조건을 무엇이며 어떤 역사적인 일들을 완수하며 죽었는지에 대한 당 시대의 흐름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보통의 국민들이라도 나라의 발전에는 어떠한 제도가 좋은 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자신은 좋은 품성과 인격을 갖추었어도 시대의 흐름과 주위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역사적인 평가에서 좋은 성군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없었단 사실, 권력이란 힘 앞에서 아버지와 아들 간이라도 어쩔 수 없는 피비린내는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 시대 속의 상황들은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책은 이러한 과정들 외에도 왕의 인물도라든가, 그 시대의 배경 속에 이루어진 갖가지 사건들, 책 뒤편에는 총정리 식의 간단하면서도 확실하게 머리에 새겨 넣을 수 있는 요점 정리식의 차트를 보여줌으로써  막연히 무조건 달달 외웠던 암기에서 왜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졌고 어떤 결과물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돕기 위한 설명들과 재밌는 그림들이 들어 있기에 누구나 막연히 생각해왔던 '조선'이란 나라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수능시험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말 때문에 외면시당했던 역사과목이 드디어 필수과목으로 결정이 된 데에는 두말 할 것 없이 대 찬성이다.

내가 있는 이 자리의 토대는 내 나라가 있음으로 인해서 생긴 자리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나라의 국민이란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비단 이것이 어느 특정 연예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우리 실생활 여러 부분에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조선이란 나라를 제대로 돌아보기 위한 첫 발걸음이란 취지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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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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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에세이에 안에 철학적인 면과 소설의 구성이 결합된 알랭 드 보통의 글들은 몰입이 쉽게 되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첫 작품집을 대한 이후에 꾸준히 그의 출간 책들을 접할 때면 왠지 꼭 읽어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그 분위기는 무엇인지....

 

그가 무려 21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다룬 책을 통해서 이번에도 여실히 그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결혼---

며칠 전 방송에서 어떤 패널이 우스개 소리로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한 배우자와 50여 년 이상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 법적으로라도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느냐?

비록 웃고자 하는 멘트 성의 말일지라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태동하고 정착이란 의미로 안주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제도화된 안정적인 장치의 하나로서 생각이 된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렇다면 동화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란 결과물인 '결혼'을 한  이후에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요?라는 물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결혼'이란 의미는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의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도박이란 말에 역시 알랭 드 보통답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커플의 결혼 생활을 통해서 보이는 결혼의 과정과 결혼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는 이 책은 소위 말하는 두 눈에 콩까지가 껴서 죽고 못 살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안다고, 필요하다고 느낄 때 결혼하는 과정과 두 사람 간의 친밀한 섹스를 넘어 아이를 낳고 각자가 짊어진 엄마와 아빠라는 명칭에 부합되는 생활에 치이다 서서히 서로에 대해 바라보는 관심의 무 심경한 눈길, 섹스조차도 이젠 부담스럽다가도 거부당했을 때의 자존심 상하기, 그러다 외도와 둘 사이 간의 폭발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말로써 상처를 주는 일들의 정도가 깊어지는 모습을 통해 결혼의 생활을 되새겨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어떤 특정 계층의 생활상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지난한 과정들 들여다보는 듯한 상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하긴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영상과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복한 결과만을 보았고 읽어왔기에 이렇게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작고 소심한 일(이케아에서 컵을 사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경향 탓에 다투는 일)에서부터 직장에 관한 한 걱정, 아이들의 교육문제, 그리고 뭣보다 가정 안에서 점점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성인들의 본질적인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불만, 이것들이 왜 배우자에게 향하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통해 결혼을 하면 더욱 행복한 일들만 가득할 것이란 기대는 현실에서는 영원할 수는 없다는 낭만주의적 연애에 대한 일침을 놓는 글들이 솔직하게 그려진다.

 

 

 

노년에 이른 부부들의 인터뷰를 보면 상대방을 고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란 말을 종종 듣는다.

내 기준에 맞춘 상대방의 어긋나는 행위들을 사랑이란 감정이란 마음으로 우러나와 가르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서로의 모자란 점을 보완해나가는 삶, 그것이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는 사례들이 이 책에서도 보이는 바, 어떤 결혼의 생활방식이 옳고 그르다고는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서로의 이상과 가치관의 성향을 점점 알아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 착오와 오해, 불신, 싸움을 겪으면서 행복한 결혼으로 이르는 생활은 라비의 경우처럼 결혼 16년 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혼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이유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결혼만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까지 행복한 생활로 접어드는 절차가 아닌 결혼의 시작은 한 사람이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주고, 이해를 하며 서로의 관심을 가지고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 시작이란 점, 더 나아가 사랑에 대한 열정만이 아닌 결혼에도 기술이 필요하단  저자가 쓴 이 책은  모두가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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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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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우연히도 읽게 된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한 사람의 보통의 일생을 다룬 책이지만 정말로 가슴에 와 닿은 감동, 먹먹한 가슴 울림 속에 너도나도 인생을 관통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가 작품 세계는 그만의 필치를 통해서 다른 문학과는 다른 선호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에 새겨놓았다.

 

이번에 신간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읽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보통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살을 덧붙이고 가상의 인물들이 약간씩 섞여서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치적인 정적들, 초대 황제로서 자리에 등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을 소재로 삼는다면 얼마든지 이야기의 창작성은 무한대일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흔치 않게 서간문과 구어체로만 쓰인 작품이다.

 

 

 

저자 자신이 발표 당시 가장 큰 영광을 얻었던 생전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척 차분한 분위기 속에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표현해내는 글의 내용을 통해 아우구스투스 라 불린 자, 초대 황제인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의 생애에 관한 전반적인 인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크게 3부로  그려진 책의 내용인 첫 1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자신의 조카이자 아우구스투스의 어머니인 아티아에게 쓰는 편지에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용을 시작으로 카이사르가 암살당했단 소식을 접한 옥타비아누스의 모습을 그의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나 수많은 인물들이 서로 바라 본 사실들을 엮은 서간체 형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득문득 옥타비아누스의 행동이나 말들이 언뜻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옥타비아누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카이사를 죽인 암살범들을 처리하는 과정과 악티움 해전에서의 안토니우스와의 싸움, 그리고 원로원에서 인정하는 지위를 승낙하고 누리기까지의 일들이 두서없이 한 사람의 시선을 쫓아서 내용을 훏는 것과 동시에 곧이어 다른 사람들이 바라 본 당시의 정세와 옥타비아누스의 행동들이 보인다.

 

2부에서는 옥타비아누스의 딸인 율리아의 일기 형식을 통해서 그녀와 그녀 자신의 결혼생활, 그리고 아버지인 아우구스투스로부터 간통이란 죄목으로 로마에서 추방당하기까지의 일들이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는 식으로 엮여 있다.

 자신을 작은 로마 라 부르며 비록 엄마와는 이혼을 하고 리비아란 여인과 재혼을 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여인으로서의 의무감, 책임감을 결코 거부할 수 없었던 율리아의 망나니 같던 생활들이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한 인간으로서의 정치와 권력에 갇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서의 누릴 온갖 탐욕에 깃들었던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는, 그러면서 끝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한다는 통고를 받는 당시의 심정들이 보인다.

 

3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동안 1. 2부에서 등장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와 함께 76세란 노구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겪었던 인생을 관통하는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는 형식의 편지 형식이 보인다. 

 

초대 황제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내세운 법에 따라 딸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방을 해야 했던, 한 사람의 아픈 심정을 드러낸 글들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한 권력자의 모습 속에 간직된 외로움과 로마란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행해왔던 모든 일들의 정책이 자신의 뜻대로 후계자 계획에 차질을 빚는 일들까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라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과 동시에 단 하나의 혈육인 딸의 배신과 그릇된 행동이라도 아버지의 입장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살릴 수밖에 없었던 회한의 사적인 가장으로서의 고민들이 쓸쓸한 모습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히 겪는  친구와의 이별, 배신과 피가 낭자한 정치계의 세계 속에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차후 로마 제국에 대한 걱정을 쉼 없이 했었던 그의  인생을 엿볼 수가 있었으며,  그도 역시 우리네와 별다른 바 없었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같은 고민과 행복, 불행, 그리고 노구를 이끌고 머지않아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를 통해 많은 감동을 안겨 준다.

 

저자가 그리는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투영은 어떤 거대한 산으로도 비쳐 그릴 수도 있었겠으나 이것을 배제한 채 그린,  아우구스투스란 명칭도 떼어놓고 본다면 결국 그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이란 동질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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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요리책 - MWA 선정 세계 최고 미스터리 작가들의
케이트 화이트 엮음, 김연우 옮김 / 라의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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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정말 속된 말로 죽인다.!!!!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요리는 요리인데 무엇이 들어가는 음식이길래 과격한 단어인 죽이는~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일까?

한 수를 월등히 뛰어넘은 정말 요란한 죽이는 요리책-

하긴 요즘 방송에는 너도나도 요리에 관한 한 다양한 연령층에 어울릴만한 소재의 발굴과 더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가게 만드는 영상미가 압권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로 생각한다면 오, 마이 갓! , 헐, 어머나! 를 연발하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그것도 추리, 스릴 소설에나 나오는 내용들 속에 들어 있는 음식에 관한 레시피와 함께 사진이 들어 있고 더군다나 작가가 직접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어떤 설정 하에 이런 음식을 만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상황을 곁들인 요리 설명, 자신이 직접 가족을 위해, 또는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한 레시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정식으로 차려진 코스를 연상케 하는 책의 구성은 참여한 작가의 쟁쟁한 이름과 함께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같은 뜻을 품고 있더라도 '참여한 유력 용의자들' 이란 말을 붙인다면 훨씬 독자들의 입장에선 당시 읽었던 책을 연상시키는 이중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센스를 가미한 책이기에 차례를 훑어보는 것부터, 일단은  스릴이고 추리고, 저 멀리 내 주위에 놓고 실질적으론 눈이 저절로 책으로 빠져들게 한다.

 

브랙퍼스트, 애피타이저, 수프와 샐러드, 앙트레, 사이드 디쉬, 드링크로 순서를 잡되 그 안에서는 이 방면에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라면 반가워할 사람들의 명단이 쭈욱 자리를 잡고 어서 오라고 연신 손짓을 한다.

 

 

 

 

어때요? 내가 쓴 소설 속에 이런 음식은 이렇게 만들고 사실, 난  이러한 배경 속에 등장인물이 이런 심정으로 만들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음식의 표현을 했답니다.~ 뭐 이런 식의 호객행위라면 당연히 독자들로서는 발길이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추리와 스릴이 주는 묘미는 심리전, 육체적인 부딪침 속에 여러 가지 상황에 맞게 독자들을 흥분시키는 묘미, 특히 죽음에 이르는 원인이 음식과 연결이 되어 독성으로 같이 발전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짧은 유익한 제공의 단서들에 대한 안내는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들로서는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장르로써 자리를 잡은  점에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미스터리작가협회 MWA가 음식과 살인의 연계성을 고려해서 책을 발간했다는 점이 부러움을 산다.

 

음식이 주된 인간의 에너지원이고 보면 스릴이나 추리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고조된 갈등이나 긴장, 그 안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매개체로서 음식의 역할은 작은 소품 일지 모르나 배경의 커다란 그림 안에서는 그 역할이 작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는 것이 좋을까? 아니, 이 기회에 한번 천천히 따라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주요 음식 소재와 요리 법을 읽고 있노라면 배경이 되는 타국의 음식의 근원, 더 나아가 근원에다 플러스가 가미된 현지의 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또 다른 음식의 향연을 눈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어깨를 움츠리고 손과 발에 땀이 뒤섞인 긴박한 느낌 속에 아침식사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하드보일드식, 아니면 그냥 전 날에 폭음을 했기에 아침을 거르고 산뜻하게 샐러드와 간단한 커피만으로 해결을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파스타, 손 조차도 까딱하기 싫다면 리 차일드가 권하는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한 잔의 여유만으로 하루를 즐길까?

 

 

 

 

 

 

 

 

 

어쩜 이 모든 정식 코스를 제대로 한 번 마음을 크게 먹고 제대로 먹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스릴, 추리 모두 좋아하는 독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떤 코스로 정하셨는지요?

 

죽이는 요리책이란 제목이 갖는 이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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