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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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을 크게 뜨고 봐도 헌 책방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간간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던 신촌의 모 책방이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특히 이 책 속에서 나오는 배경에 대한 애착이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전기를 쓰는 마거릿 리.

그녀는 아버지의 헌책방에서 일하며 책을 벗 삼아 오로지 책에 묻혀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책에 대한 애정이 크다.

어느 날 발신자는 '금세기의 디킨스'로 불리는 유명 작가 비다 윈터란 이름으로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내용인즉슨, 평생 거짓 인터뷰로 일관해온 그녀가 진실을 말하겠다고, 왜 하필이면 자신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을까 하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비타 윈터의 저택을 찾아간 마거릿은 18세기 영국 시골 마을 앤젤필드 가(家)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대저택이 폐허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쌍둥이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의 작품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이고 여러 나라에 번역이 되는 초일류 작가임이 분명한데도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다가 지은 「열세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에서  열두 가지의 이야기만 들어 있을 뿐 열세 번째 이야기가 빠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마거릿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만남을 수락한 것이었다. 

즉  그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해서, 혹시 그녀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의 진실이란 것이 바로 열세 번째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정말로 그녀의 숨겨진 인생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 독자들은 읽어나가면서 마거릿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분위기는 폐허가 된 대저택의 이야기를 필두로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엄마의 방치와 선생의 지도 아래 서로가 분리되어 살아가는 쌍둥이에 대한 인생 이야기들은 책 속에 나오는 유명 작품들의 분위기와 워낙 비슷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읽으면서도 유명 작품을 연상하면서 비교해보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별다른 커다란 사건의 진전 없는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폭풍의 언덕이나 제인 에어.. 고전의 제목만 들어도 당시 읽었던 기억과 감동들, 그리고 비다나 마거릿이 간직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전개는 또 다른 읽는 감동 흡입을 이루게 만든다.

 

 

책방은 한때 너무도 사랑받았지만 더 이상은 아무도 찾지 않는 책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다. -p25

 

오래된 책의 고유의 냄새조차도 이제는 맡기 어려운 시대,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소중한 책들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이 이 책은 이 이야기의 내용과 함께 다시 한번 책장을 둘러보게 만드는 시간을 만들게 했다.

 

과연 비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소설가 특유의 발단, 전개, 결말에 충실한 허구의 이야기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으로 내려지겠지만 이 모든 것을 뒤로하더라도 모처럼 고색창연한 책들의 속에 파묻혀 지치도록 책을 읽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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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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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제목을 봐서도 알겠지만 시체 부검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송나라의 실존 인물이자  1247년 간행된 5권짜리 법의학 전서인 '세원집록'을 집대성한 송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3세기 송나라-

송나라의 수도 린안에서 펭 판관의 조수로 일하면서 신임을 얻던 그는 할아버지 죽음을 맞아 온 가족이 예를 지키고자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고 형 '루'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고향인 푸젠으로 돌아오면서 곧 린안으로 돌아가 미처 마치지 못했던 학업을 완수하고 꿈에 그리던 시체 검안과 범죄의 진상을 다루기 위해 각오를 다지지만 아버지가 몸담고 있었던 관리직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알게 되고 형 '루'가 살인혐의로, 그것도 자신이 밝힌 증거를 통해서  끌려가면서 그의 꿈은 영영 멀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집마저 화마에 휩싸이면서 간신히 자신과 셋째 여동생만 살아남자 그는 병에 찌든 동생을 살리기 위해 린안으로 향하게 된다.

린안으로 모험을 건 탈출을 견디며 점쟁이 '슈'와 함께 시체 매장 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부유한 집안의 시체 매장을 통해서 자신이 배운 학문을 마법사처럼 읊조리며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남은 가족들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까지 하게 되는데, 병들고 어린 동생을 살리기 위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담보로 해야만 했던 자의 인생의 흐름이 책 중반부까지 이어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밍'교수의 만남은 그를 유심히 보던 그에게 발탁이 되고 꿈에 그리던 공부를 다시 하게 되면서 그의 진가는 발휘를 하게 된다.

 

황궁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토대로 그가 펼치는 인생역정과 온갖 고난 속에 그가 자신을 변호하고 살인의 주범은 누구인지에 대해 시체를 통해 검안하는 그의  행동은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

 

우선 이 책은 일본, 중국, 한국에 있는  '세원집록'의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동양인이 아닌 스페인 공과대학 교수가 썼다는 점에서 의외성을 지닌다.

자신의 나라 사람도 아닌 지리상으로도 멀리 떨어진 중국의 실존인물에 대한 관심도가 이렇게 좋은 역사소설로써 탄생이 됐다는데서 독자들은 서양인이 바라 본 동양의 역사, 그것도 그 당시 유교가 중심을 잡고 있었던 시대였으며 죽은 망자에게도 혼이 있기에 시체 부검을 한다는 것 자체에 염두를 두지 않았던 당시 세태의 시선을 무시하고 오로지 죽은 자의 몸에 나타난 상처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통증(선천성 무통증: 저자의 상상력)을 못 느끼는 송자란 인물이 동생을 살리기 위해 위험한 일들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현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일시에 무너뜨린 공직자로서의 아버지 죄를 온몸에 담고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향해 나갔던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송자의 험난한 일대기들은 저자의 꼼꼼한 조사와 상상에 기대어 펼쳐진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동료의 모략과 믿었던 사람의 실체와 배신, 그러면서도 역사 속에 힘없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와 자신이 관철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변호하는 장면은 지금의 시체 부검을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일조를 하는 이런 병리학적인 부분들이 송자란 인물이 엮은 책으로 하여금 빛은 보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그가 실천했던 죽은 자들의 억울함을 푸는 과정들은 지금의 발달된 기술의 원초적인 근본을 제공했다는 점, 백정과 다름없었던 당시의 대접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과학적인 수사방법을 동원해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송자의 활약이 책의 두께가 56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장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서로 실타래처럼 서서히 풀리는 종반부의 범인의 실체, 과연 그는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지, 감옥에서 자신의 증명을 통해 황제로부터 풀려날 수 있을지.....

 

반전의 묘미와 함께 시체 검안 부분을 다룬 부분들은 재미와 상식도 함께 느끼게 해 주는 책이기에 책을 덮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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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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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말이란 것은 그 국민들이 사용하고 어떻게 발전이 되는가에 따라서 지속 여부와 함께 다양한 언어의 체계는 물론이고 더없이 소중한 자산임을 깨달을 수가 있다.

제목을 언뜻 봐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다시 후속 편이 나온 줄(^^?) 착각하기도 했지만 우리말의 소중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 포켓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 손에 쥐고 쉽게, 어디서든 펼치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졌단 점이다.

 

대개 이런 책들의 내용들은 일반 책 크기로도 손색이 없을 듯도 하지만 이런 크기로 출판했단 자체도 좋게 여겨질 만큼 아주 다양한 단어와 이와 비슷한 단어들 간의 비교를 통해 일상적으로 흔히들 문장 속에 포함되어 내뱉는 말의 정확한 어휘와 뜻을 이번에 다시 한번 제대로 알아가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전이라고 해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도가 들어있지만 한 단어 안에 품고 있었던 과거와 현재의 변화된 흐름 속에 어떻게 이 단어의 뜻을 알고 사용하면서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편찬 부분들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사용해왔던 우리말의 실체에 대해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한다.

 

사람, 동식물, 가성, 자연현상... 그 밖에 실 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도량형, 법률 약속, 규정, 지리, 지형, 24절기의 해당되는 자세한 계절의 구분 기준, 시간, 시각의 차이....

 

 

 

 

 

 

책 속에 파묻히다 보면 어느새 일반 책들처럼 재미와 함께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다가오게 설명한 부분들을 통해 온갖 부분에 해당되는 단어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주변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을 갖게 하는 책으로서, 저자의 앞부분 들어가기에 들어있는 내용들을 되새기면서 읽어가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을 더욱 기억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한자권에 속한 나라인 만큼 9장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한자어> 차트는 단어 끝자 하나가 틀림으로써 어떻게 달라지고 이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 부분들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한문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기회에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말과 한자권의 다양한 정보를 접함으로써 보다 원활하고 자신의 뜻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은 우리말 어휘를 더 바르고 정확하게 정의한 사전이다. 아울러 우리말 어휘에 생명과 힘을 부여한 성과물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시리즈’와 함께 우리말을 가다듬고, 키우고, 늘리고, 또렷하게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 중에서-

 

 

토정비결의 저자로서 창작활동을 하면서 느꼈을 실제의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단어 알기와 상용하기에 중점을 둔 책인 만큼 우리들이 실제 생활에 체감하면서 접했을 단어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기에 가볍게 소지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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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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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의 우리들은 반면교사로서의 지침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많은 왕조들이 생성되고 쇠퇴기를 거치면서 지속하는 기간이 짦았거나 길었던 통치를 통해서 과감히 취할 점은 취하되 현재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일들이지만 우리나라, 특히 지금의 현대사회가 있기 바로 전의 왕조인 '조선'이란 나라를 통해서 알아가는 비판과 고수해야 할 점들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찬란한 많은 유산을 남긴 왕조였지만 달이 차면 기울듯이 역시 조선왕조 또한 세태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쇠망한 그 원인을 다룬 책인만큼 , 요즘의 시국이 그다지 평탄치 못한 점이 있어서일까?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된 책이다.

 

저자는 30여년간 노동부에서 근무하면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왜, 무엇이 조선을 망하게 했을까에 대한 접근 방식을 통해 오늘 날 우리들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는 사뭇 고찰적인 생각을 하게함과 동시에 무엇이 가장 옳바른 정치의 길인지를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저자는 '제도'란 부분에 입각해서 글을 다뤘다.

 

 

실패한 요인을 살펴보자면 많은 부분들을 세세하게 구분할 수도 있었지만 저자의 말처럼 '제도'가 주는 중요성에 비춰어 볼 때 이 책은 이 점에 근접해서 다뤘고, 그 '제도'안에서 벌어졌던 안타까운 정책들과 위정자들의 권력고수들을 통해 여전히 안타까움을 던지게 한다.

 

고려 멸망 후에 건설된 조선이란 나라의 이념이 이성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성리학자였던 정도전과 그 무리들에 의해서 건국이 되었고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이 '성리학'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활용하고 이용하는데서 오는 차이들은 조선이 유독 두 나라와는 상반된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들려준다.

 

조선은 태동부터가 중국의 조공국가로서 출발을 했다지만 중국이 성리학을 받아들이되 현실적인 사회간접자본에 역성을 두고 집중 활용, 일본의 경우엔 쇄국 정책을 펼쳤어도 일부 지역에 한해서 외국 문물을 접함으로써 보다 빠른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여건이었던 반면 조선에는 이러한 상반된 행정들을 고수했기에 퇴화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들을 들려준다.

 

 

 

 

일례로 서양의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견 시기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금속활자개발을 갖추고 있었음데도 종이에 대한 국가의 독점권과 원할하지 못했던 계급층의 유동을 이용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문제, 초기의 계급간의 유동이 원활했던 것들이 중기를 거치면서 양반제도, 사농공상으로 구분되어지고 노비제도의 혁신적인 제도를 반대했던 기득권자로서의 양반들의 세력을 넘지 못했던 중앙 왕권의 한계 때문에 조선사회를 취약하게 만들었단 사실들이, 읽으면서 여전히 답습되다시피한 오늘날의 모습들을 비추는 것아 안타까움을 지니게 한다.

 

피로인으로서 납치되 갔던 한국인들이 대부분 고국행을 거절한 사유 또한 나라의 제도적인 한계와 우대정책이 실패한 결과로써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점, 관료사회라 지칭된 조선의 관료주의로써의 등용문제와 교육의 불균형, 같은 학문을 받아들이더라도 우리의 실정에 맞는 법을 수용해야함을 무시한 채, 근본적인 원리만 내세우다 폐쇄적인 정책으로 변질되버린 조선의 '제도'의 한계를 통해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할 지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오늘도 여전히 광화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계획이라고 하는데, 국가가 해야할 일들은 무엇이며, 위정자들은 문제점이 발생 될 때마다 어떤 행동을 통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대표해 나라를 이끌 것인지, 저자가 말하는 조선의 제도에서 배움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음 하는 바람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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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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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시작으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통해 거침없는 유머와 세상 풍자에 대한 비판을 그려낸 저자의 신작이다.

 

아마도 위의 두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그의 취향에서 과연 이번 이야기는 어떻게 그려질까를 무척 궁금해하고도 남는 것이 북유럽의 이런 유머가 독자들에게도 일말 시원스러운 해소를 날려 버릴 수 있게 도와준다는 데서 더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목부터가 킬러다.

그는 무슨 죄목으로 킬러란 이름을 붙여가며 자신의 본명보다 이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을까?

힘을 쓰는 일이라면 천하장사도 당해내지 못할,  폭행과 살인을 주무기한  안데르스-

 

덕분에 도합 30년을 감옥에서 지내고  이제야 자유인의 몸으로 풀려나 '땅끝 하숙텔'이라 불린,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찜찜한 장소로 기억되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곳엔 할아버지 때부터 부를 이루고 살았지만 할아버지의 세월의 흐름을 파악하지 투자에 실패한 결과로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던 리셉셔니스트 페르 페르손이 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오직 자신의 이러한 생활에 불만을 갖고 있던 청년, 어느 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며 접근한 여자 목사를 만나게 되니, 그녀의 이름은 요한나 셸란데르다.

 

그녀의 집안 내력?

대대로 목사로서 일하던 집안인 관계로 남자아이가 생산되지 못하고 딸만 줄줄이 출산이 이어지나 냉철한 아버지는 딸들 중에 요한나에게 목사로서 승계직을 이어 주기 위해 억지로 신학대학을 보내게 되며 이런 불만은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항상 목마른 갈증이 된다.

 

자신이 근무하던 교회에서 뜻하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쫓겨나게 되면서 떠돌이 목사로 전락하고 페르와 이내 의기투합, 두 사람은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바로 안데르스를 이용해서 돈을 벌어보자는 것- 

 

온갖 음지의 청탁을 받아주고 돈을 받게 된 후 안데르스로 하여금 행동 개시를 부탁하게 되면 안데르스는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일정 금액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런 사업은 매체를 이용해서 안데르스를 더 없는 악랄한 악당으로 몰아가게 되고 이들의 사업은 번창하게 되지만 여기서 일이 꼬이고 만다.

바로 여 목사의 설교를 듣던 안데르스가 더 이상 패는 일도 없이 ,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단 말씀을 따르기로 한 것-

두 사람은 안데르스가 청탁할 일을 미리 선금을 받고 안데르스를 떼어놓고 도망칠 계획을 세우게 되지만 엉뚱하게도 여전히 안데르스를 데리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익명의 돈으로 돈을 뿌린 안데르스는 졸지에 유명 인사가 되고 이  두 남녀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바로 교회를 세우고 안데르스를 설교자로 내세우면서 헌금을 거둬들이는 돈을 또다시 갈취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가 있을까?

 

종교에 얽힌 이야기를 시의 적절하게 각 대화마다 그럴듯한 포장으로 그려놓은 저자의 풍자와 유며는 여전하다.

시종 낄낄거림과 웃음을 유발하는 가운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선의적인 태도와 헌금을 어떻게 이용하고 유익하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비판, 더군다나 선한 일반 보통 사람들이 아닌 특이하게도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제목 자체만으로는 무거움을 줄 수도 있었을 문제들을 저자는 부드럽게 진행시킨다.

 

세상 사에 불만이 많았던 두 남녀, 그들이 미워해야 하고 제거해야 할 사람들의 목록은 어느 순간 돈이 쌓이고 일정기간 호화스러운 호텔의 생활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통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가난하고 종교에 대한 불만에 싸였던 두 사람은 어쩌면 킬러 안데르스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이를 이용하려다 오히려 자신들이 한발 더 나아가 세상과 타협하고 마음의 부자가 되려는 행동으로 변해가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킬러 안데르스가 아닌 행복의 길을 전도하는 안데르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패고 부러뜨리는 일을 다반사로 했지만 유독 어린아이만은 손을 대지 않는다는 안데르스의 주장에서 폭소를 터트리게 되고 이는 곧 그가 차후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변수를 제공한다.

 

「내가 소싯적에 우리 엄마가 가르쳐 줬던 어떤 기도가 생각나. 전에 얘기했잖아. 그 이빨 빠진 늙은 멍청이 말이야. 술독에 빠지기 전에는 그렇게 형편없진 않았어. 그 기도가 뭐였더라? 그래,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여기 엎드려 있는 저를 굽어살피소서······.」

?

「그래서요?」

?

「<그래서요>라니! 전에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하나님께서는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그런데 우리 모두가 어린 아이들이란 말이야! 이건 내가 바로 어제 변기에 앉아서 읽은 건데······.」? - p.111

 

저자의 성경말씀을 어리숙하게 해석하는듯한 안데르스란 인물의 묘사도 웃기지만 그 안에서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믿음이란 실체에 대한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사람들의 행동, 킬러를 죽이려는 백작과 백작부인, 킬러가 밉지만 킬러가 죽음으로써 자신들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질까 봐 오히려 백작과 백작부인을 죽이려는 암흑가의 사람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들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전히 웃긴다.

 

웃음 가운데 또 다른 깨달음인 인생의 진정한 행복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에 대한 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도 깨닫게 해 주는 저자의 이번 책은 또 하나의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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