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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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의 4부가 출간이 됐다.

 

그동안 3부작에 이르는 소위 우리나라로 치면 망나니란 직업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비슷한 형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퀴슬이란 인물이 주인공으로 3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에 휩싸이면서 열심히 사건 해결을 하던 이야기들에 이어서 4부는 그의 자손들의 번창과 함께 또 다른 사건을 들려준다.

 

 

 

4부에서는 어느덧 퀴슬의 딸 막달레나와 의사 지몬의 결혼으로 인해 두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이 아이들이 역병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회복한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로 안덱스 수도원으로 순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오늘날로 말하면 자동차와 기차, 그 밖에 타 수단들을 사용해가며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할 수도 있었던 수도원의 여정이 말 그대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탓에 그들이 가는 길은 험난하고 멀다.

 

 

 

순례지에서의 기도를 올리고 감사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날씨나 늑대의 출현, 도둑들의 판이치는 과정은 무사히 도착하기까지의 시련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무사히 도착했지만 수련 수도사의 익사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퀴슬 가

 

 

특히 수도사의 죽음이 익사가 아닌 살인이라고 느낀 지몬은 이후 더욱 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뒤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사건, 미스터리 자동인형, 가정 섬뜩했던 수도원의 비밀과 수도사들의 수상한 행동들을 독자들에게 보임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은 중세시대의 느낌을 만끽하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수도사와 수도원이 나온 탓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많이 연상되는 책이기도 하고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 그리고 계급적인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허울만 좋은 귀족들이 생활상, 종교의 힘이 인간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성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그 당시의 모습들을 통해 살인사건이란 소재를 통해 저자는 실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안덱스란 장소를 통해 자세하게 독자들로 하여금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사실 연작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책이기에 3부까지 모두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 데는 무리가 없는 책, 실제 저자 가문이 사형집행인 가문이란 점이 흥미를 끌게 할 만큼 저자는 자신의 조상들이 행해오던 모습들과 그 중심에 선 퀴슬 가의 사람들을 통해 법과 신이란 존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각기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암울했던 중세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책 중반부를 넘어서기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터지는 사건들과 퀴슬의 아내 안나의 아픈 병세까지 곁들여지는 이야기 진행은 중세를 중심으로 역사 속에 살인사건이란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 흥미를 끌만큼 책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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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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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각색한 드라마치고 원작에서 드러낸 만큼의 밀도는 그다지 공감을 크게 불러일

으키지는 않는다.

영화도 그렇고, 아마도 한정된 몇 부작이나 킬링 타임 때문에 여러 부분들을 각색하게

되고 걸러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려니 해도 여전히 원작에서 주는 느낌과 같

은 기대는 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사임당 빛의 일기란 원작을 요즘 방송에서 이영애와 송승헌 주연으로 하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대장금으로 한류 스타의 대열에 오른 이름에 비해 시청률은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위해 드라마를 보지 않고 있었다.

 

 

기존의 경험상 원작이 주는 감동을 먼저 접하고 싶기도 했고, 좋아하는 주인공의 시선

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책에 쓰인 흐름을 놓치게 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

.

 

 

책은 드라마처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슬립(요즘에 방송에서도 인기를 끄는 소

재이 긴 하다.)을 주요 장치로 이용하면서도 당대의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생각했던 우리

들의 생각을 보다 진보적인 생각으로 바꿔놓는 캐릭터로 저자는 창조를 해냈다.

 

 

 

얼마 전 읽은 조선왕조 여인 실록이란 책에서 나오는 신사임당의 이야기는 친정에 있으

 

면서도 시댁과 남편, 아이들의 건사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놓치지 않고 노력을 부단

히 했던 여인으로 그려놓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조선시대에서 여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의 울타리를 벗어나 편견에서 벗어나고 당대의 여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살다 간 모습을 그린다.

 

 

 

고전이나 현대나 로맨스가 없다면 재미는 없을 터, 조선의 신사임당과 이 겸과의 사랑

 

이야기는 조선이란 계급사회 속에서 이룰 수 없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계보를 이어간다

는 점, 여기에 악녀인 휘음당의 존재도 상당히 글의 흐름에 활기를 넣어준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쳐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 사임당과 이 겸의 사랑 이야기

는 현재의 다른 여성인 한국미술사를 전공하고 시간강사를 하는, 그러면서도 전임교수

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지윤이란 여성의 또 다른 자신의 삶 쟁취를 같이 그려 보인다

는 점에서 두 여성들의 각기 다른 삶을 보는 재미를 준다.

 

 

 

아직 하권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차후에 이야기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상상에 그치

고 있지만 타임슬립이란 소재를 이용해 신사임당과 현재의 지윤, 그녀들이 겪는 고난들

이 시대는 달라도 어떤 방향과 결말로 이르게 될지 빨리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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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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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계절과도 딱 들어맞는 책을 읽게 된다면 내 경우에는 느낌이 훨씬 오래간다.

비단 책 속 들어있는 구절구절마다 내 경험과 매치되는 경우를 통해서도 그렇지만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같은 장소 아래 같은 하늘이나 바다, 산, 꽃을 보더라도 느낌이 서로 달리 받아들여진다면 그 각자의 고유 영역 속에서 타인이 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자 여행작가, 사진가인 최갑수 작가가 그려낸 사랑에 관한 문장과 그에 곁들인 유명인들의 짤막한 문구들은 이 책에 대한 소장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전체적인 카테고리 자체도 Ⅰ 그래서, Ⅱ 그리고, Ⅲ 그러나, Ⅳ 그래도....

이처럼 사랑에 대한 단상을 유연한 흐름 속에 간간이 여행을 통해서도, 그냥 길거리 지나치는 자전거 타고 가는 행인을 통해서도, 작가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우리들에게 그 흐름을 이어준다는 점이 가장 깊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초기의 애틋한 감정에서 서서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채취처럼 물들어가는 과정, 그런 연속성 속에서도 시간이 주는 흐름에 묻혀가는 사랑에 대한 농익은 냄새들은 저자의 글로 인해 바로 읽어버리게 하지 않는 희소성을 준다고나 할까?

 

 

 

때문에 책을 처음 받고서는 취침 전에 한 부분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던 탓에 아쉽기도 하고 좀 더 내 가까이에서 그 감정의 연장선을 두고두고 아끼고 싶게 한 책이었다.

 

포스트가 여기저기 붙어버릴 만큼 지저분해지는 책,

과연 너는 어느 글을 내게 권해주겠니? 하고 묻는다면 글쎄, 쉽게 딱 이 부분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과일로 치면 씨까지 모조리 먹게 되고 먹고 난 후의 빈 손만 바라보게 되는 허망함을 지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말 좋다, 좋다, 좋다를 연발하게 만든 책이다.

 

 

 

 

혼자만의 사랑처럼 되뇌는 고백서의 양상을 띤 사랑, 당신과 나의 만남 이후 홀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당신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단상을 느껴가는 글들은 여러 나라를 취재하거나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단조로움 속에 고독과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긴 인생길에 동반되는 사랑, 흔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랑의 느낌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에 이은 또 하나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

정말 넘치도록 아름다운 글과 사진,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에 이 책을 여전히 곁에 끼고 다시 한번 읽어나간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은 없다.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귀찮고 피곤할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지금이 행복하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주름살을 하나둘씩 챙겨가며 죽음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래도 꼭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고르라면 이십 년 전 당신을 만난 날, 그 하루를 선택하겠다.
온 세상이 환한 빛으로 휩싸였던 그날. 우리 아직 젊어서 서로의 살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시절. 몰락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이 삶에서 그래서 기억의 서랍에 아껴두고 꺼내보는 것이라면 당신을 만난 첫날. 어쩌면 그 기억으로 여기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p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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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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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가전제품 고장으로  대리점 수리를 맡기러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내 앞의 두 남자, 성인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자는 자신들의 집에 고장이 난 가전제품 방문 요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남자 어른은 가만히 있고 초등학생이 옆의 어른 얼굴 보고 그 어른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자신의 목소리로 그의 말뜻을 접수원에게 전달해 준다.

 

순간 아!  어른은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고 아이는 아마도 모르건대 자녀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아니나 다를까 아이에게  접수원은 방문을 하게 될 때 어떻게 문을 열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이는 팩스에 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전화가 왔다고 아는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야무진 답을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부자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는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고정된 시선들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으로 모아지고 그 편협한 생각의 편견은 결국 그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들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연신 생각해 보게 되는 책-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코다이다.

사실 코다란 의미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을 뜻하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약자를 칭한다.

 

부모와 형이 모두 선천적인 농아이고 자신만 유일하게 가족 내에서 듣고 말하는 것을 하게 된 아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내내 가족들의 모든 말의 내용을 수화를 통해 통역을 하고 살아가던 사람이다.

 

경찰서 내의 경리 사무직으로 일하던 중 뜻하지 않는 양심선언에 퇴직을 하게 된 후 일자를 얻으려고 알아본 끝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수화를 통해 수화 통역사의 직업을 갖게 된다.

 

이 책은 17년 전에 일어난 농아 시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혐의자로 체포된 몬나라는 사람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이후 17년이 지난 오늘, 그 시설의 원장 아들의 죽음으로 발생한 사건의 연속성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날, ‘펠로십’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젊은 여성 대표가 그에게 접근하면서 자신들의 일에 같이 일을 해 줄 것을 청하게 되고 이는 곧 몬나와의 사건과 연관이 있는 사건으로 뛰어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농아, 우리들은 보통 청각장애로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농아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수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사각지대에 몰린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나이 든 사람들이 겪는 애환들과 우리나라 책 '도가니'를 많이 연상하게 하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힘없는 아이들이 겪는 일을 같이 들여다보게 한다.

 

책은 냉혹한 현실을 기반으로 10대의 딸이 겪었던 상황을 아버지로서 겪게 되는 심정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살인사건과의 연결을 보여주면서 주인공 아라이, 자신 또한 그들의 생활 일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코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를 원치 않았던 정상적인 길로 들어서길 갈망했던 지난날의 삶을 같이 보여준다.

 

보통 이런 책들은 범인의 살인 동기와 그 과정, 그 이후에 밝혀지는 사건의 내막들을 시종 냉혹한 시선과 빠른 전개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읽으면서 찡한 감동과 가족애를 많이 생각나게 한 책이었다.

 

 '그때 몬나의 딸이 자신에게 향한 쏘아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수화.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자신은 어느 쪽일까?

 

그 물음은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신을 옭아매 온,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 p 89~90.


 

17년 전의 한 어린 소녀가 물었던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던 아라이-

여전히 자신의 삶 앞에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픈 성장기와 사건의 연속 추리를 풀어헤쳐 나가는 와중에 깃든 생각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동안 단순히 그들만의 삶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왔던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 다른 관심을 기울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살인사건이란 설정 속에 이런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하는 책을 드물게 접한 만큼 비록 죄를 지은 살인범의 죄는 법의 절차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겠지만 왠지 이들 가족에 얽힌 죄만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잔잔한 메아리를 계속 던져보게 한 책이다.

 

 

책 뒤 말미에 저자의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자신의 생각과 역자의 말도 그렇고,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의 해설을 같이 읽음으로써 그 감동을 더욱 깊게 받을 수 있는 책이기에  책의 크기나 두께에 비해서 그 내용은 진한 여운이 남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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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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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읽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인 '미안하다고 말해'를 접했다.

전작들의 연작도 그렇지만 별개의 작품들도 강한 인상들을 지을 수 없었던 만큼 이번의 작품 또한 아프다는 말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의 단골 메뉴인 어린 소녀들을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행하는 인간말종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설가들이 그리는 내용들은 심히 마음의 불편함을 전달해준다.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로 시작되는 첫 구절은 강렬하다.

죽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의로 가출한 것도 아닌, 이곳이 어느 곳인지도 알지 못한 채 갇혀 있는 소녀 파이퍼는 친구인 태쉬와 같이 붙잡혀 있는 상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인 빙엄 축제에서 홀연히 사라진 두 소녀는 과연 누가, 왜 , 어디로 감금하고 지금까지 이들을 찾던 사람들을 조롱하듯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을까?

 

온 마을과 경찰들이 출동해서 이들을 찾지만 결국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한 소녀가 호수에 빠진 채 발견이 되고 그 근처의 집에선 부부가 화재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조 올로클린은 딸 찰리와 함께 지내기 위해 만나지만 이내  사건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소녀가 죽었단 사실, 부검을 통해 그녀는 태쉬로 밝혀지고 사건은 3년 전 실종 상태로 미결인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려놓는다.

 

책은 파이퍼가 들려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어서 조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경찰과는 달리 파헤치는 경위를 들려주는 것으로 엮어진다.

 

나이에 비해 성숙했던 태쉬와 이와 어울리는 파이퍼의 학교 생활과 그 나이에 부딪치는 질풍노도의 시기들은 한 번쯤는 거쳐가는 반항기를 그리지만 여기서 그리는 두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생활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인간에 의해 서서히 파멸되어가는 과정, 그 가운데서도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던 파이퍼의 피나는 탈출기가 조의 수사력과 맞물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 제목인 '미안하다고 말해'는 책 대화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 과연 누가 누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과 처절함, 긴박함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말인 동시에 정작 이런 일들을 빨리 해결해주지 못했던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정신 속에 빗나가 버린 정상을 넘어선 이상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의 구성을 잘 표현한 저자의 글은 기존 작품의 성향을 느끼게 해 주면서도 조 올로클린의 내면적인 외로움과 아버지로서 느끼는 딸에 대한 생각과 시선들과 행동들, 여기에 실종된 딸 또래의 소녀들을 생각하면서 범인의 프로파일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범인에 대한 확신을 헛발짚 게하는 구성의 과감성이 돋보이는 책, 덧붙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의 실체와의 대결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끝까지 범인을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만큼 파이퍼가 그리는 상황들은 읽는 내내 답답함과 남겨진 가족들의  해체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저질러지는 모든 일들의 상처가 안타까움을 전해주었기에 읽는 내내 분함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책에서는 우연히 들른 화재 장소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가하는 마을 사람들의 악마의 모습들을 표현한 장면들이 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지만 개개인들이 암묵적으로 협동해서 저지른다면 그 죄에 대한 인식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을 수 있게 한다는 심리들, 그 심리는 결국 애꿎은 한 인간을 죽게 만들었다는 설정은 인간이 지닌 또 다른 내면에 숨겨진 본모습들을 표현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모순적인 모습들을 부각함으로써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이 책 또한 결코 시원스러운 해결의 맛을 느낄 순 없었지만 그래도 파이퍼에게만은 적어도 '미안하다'란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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