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사랑한다 세트 - 전3권 - 개정판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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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신간 소식을 접한지도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타의 로맨스 소설에서 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 외에도 역사라는 실제 공간에서 살다 간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를 다룬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 바로 흔한 시대의 소재를 다룬 이야기가 아닌 고려의 시대를 다룬 책이다.

 

요즘은 드라마의 소재가 워낙 다양한 곳에서 발굴해 나름대로 대중의 입맛에 맞게 소하를 해내는 트렌드가 많은지라 이 작품에 대한 방영 소식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 준 책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된 겉표지만 봐도 무척 공을 들였단 생각이 들만큼 당시의 문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정도로 기존에 나왔던 책 표지 못지않게 단아한 느낌마저 받게 한다.

 

사실 이 책을 접하게 된  목적은 올 상반기 방송국에서 드라마화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부터였다.

당시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드라마로 만나다면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란 기억, 더군다나 세 인물들의 각기 다른 개성이 워낙에 돋보였던 작품이었던지라 과연 누가 이 인물에 적합한 사람으로 탄생이 될까를 상상했었던, 나름대로 내가 드라마 제작자라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꿈도 가지고 있었던 책이었기에 더욱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역사라는 실제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실들 곁에 약간의 살을 붙이되,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알면서 읽어도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고려의 역사를 그린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신라, 백제도 그렇지만 고려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조선만큼 넓고도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는 현실 속에 이 책은 고려의 최초의 혼혈 왕이었던 세자 원, 즉 충렬왕과 안평 공주(후에 원성 공주, 제국 대장 공주)사이에 태어난,  후에 충선왕으로 불린 실존 인물의 인생 일대기와 맞물려 그려나간 역사 로맨스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절친인 종실 수사공(종친에게 주는 정 일품의 명예직) 왕연의 삼남인 왕린과 막역한 사이였던 원은 밀행식으로 거리에 나서던 어느 날,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미소년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구해주던 중,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다.

물론 당시에는 그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자신과 린이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 금과정에 초대를 하게 되고, 이후 그 셋은 찰떡궁합처럼 모이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 미소년의 실체는 여자, 왕족 영인 백의 외동딸로서 공녀로 차출될 것을 염려한 거부 상답게 딸을 보호하고자 얼굴에 사고가 난 것처럼 소문을 퍼뜨려 별채에 감금을 당하고 지내던 상태다.

그렇지만 활달한 그녀의 성격은 여자로서 보다는 남자에 가까운 활기 넘치는 행동에 힘입어 자신의 단짝인 시녀 비연으로 하여금 자신으로 대신하게 하고 밖으로 나간 결과, 결국 세자 원의 눈에 들게 된 것-

 

 

책은 총 3권으로 장장 십 대 초반의 세 사람의 인생이 역사의 기류와 흔들림 속에 '사랑'이란 감정을 두고 왕과 린, 그리고 산이란 이름의 여인의 기구하고도 각박한, 그러면서도 린과 산의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역경이 당시 몽골제국의 대도, 타클라마 사막과 토번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을 보여준다.

 

왕이란 존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이용해서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일들을 이루는 권력자는 아님을, 이 책은 더군다나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왕이란 존재를 허물고 오로지 산이란 여인에 대한 깊은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린과의 사랑을 허락지 못했던 원이란 남자의 집요하고도 광기어린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내 곁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린이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한 '산'을 사랑한다는 사실, 아니 그 둘이 서로 사랑함으로써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단  그 배신감에 젖어 린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광기는 곁에 믿을 수 있는 부하란 존재를 떠나서 차후 왕에 오를 위치와 세자란 위치에 갇혀서 지낸 원이란 남자의  극도로 변해버린  분노로 인한 행동을  표출해 낸 사건으로 그린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인물, 당시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의 실정에 맞물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치열한 선위 경쟁의 다툼 속에 이를 이용하고 자신의 독보적인 권세를 누리고자 했던 송인이란 인물의 고도의 이간질 전략은 사뭇 다른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독자들을 쥐락펴락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세 사람의 주된 감정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또 다른 '사랑'이란 방식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다.

 

공녀로 차출될 뻔한 자신을 구해주고 정비로 삼은 원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지만 실제 사랑을 받지 못했던 '단'의 슬픈 인생 항로, '산'의 시녀 비연과 무석의 안타까운 사랑, 목적을 위해 아내를 둔 몸으로 비연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비연을 대하는 감정 속에 사랑이 움트는 과정과 고뇌, 무석의 아내인 송화가 그리는 해바라기 사랑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필도의 해바라기 사랑, 송인의 무차별적인 계획 속에 하나의 소모품인 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을 포기하지 못해 그가 원하는 대로 왕의 곁으로 간 옥부용이란 여인, 결국엔 송인도 그런 무비의 죽음 때문에 철저히 자신을 파괴해가면서 변해가는 복수의 화신으로 바뀌는 모습, 변함없는 린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자신이 사랑을 쟁취할 것이란 확신 아래 8년 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베키란 여인의 사랑은 세 권의 책 속에 들어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사랑법을 모두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세월이 흘러 옛 일을 회상하는 원의 현재의 모습과 그런 원을 뒤로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린과 산의 모습들이  그래서 더욱 안쓰럽고 안타깝고 서럽게 느껴진다.

특히 모든 권력투쟁 속에 고려란 나라의 위치와 간당간당 위태로웠던 날들을 견디며 살아왔던 원이  결국 눈을 돌려 보니 자신의 주위에 남은 자라곤 호위무사 진관뿐이란 사실~

 

헤어질 당시의 모습만을 기억하길 바라는 원의 회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린의 자식을 우연히 상봉하는 장면은 더욱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아련함을 전해준다.

 

고국인 고려에서조차도 진정한 고려인으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반은 고려인, 반은 몽골인으로서 고국의 미래를 위해 애를 썼던 충선왕, 실제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니 책 속에서의 인생을 표현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실존과 허구를 적절히 그려낸 작가의 설정은 그렇게 우리들 곁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있다.


 

'사랑'이란 이름 앞에 10년 이상을 떨어져 다시 만나게 된 린과 산의 운명 같은 해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왕이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다시 번복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간 그들이 정착하려고 한 세계가 어쩌면 최후의 보루였음을, 다시 만나고 싶지만 볼 수 없고, 봐서도 안 되는 현실 속에 갇힌 세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참으로 잊을 수가 없게 한다.

 

임시완과 윤아가 주인공으로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임시완의 모습이 책에서 그려지는 린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든다.

다만 여자 역의 '산'이란 역할은 책에서 묘사한 생김만을 보자면 임시완만큼은 아니라서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드라마가 책에서 그려지는 대로 나오지는 않는 법이라, 차후 방영될 예정인 여주인공의 활약이 기대된다.

 

총 세 권에 이르는 책을 읽는 동안 다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설렘을 전해 준 책, 이 책의 드라마를 보면서 책과 비교해 보는 시간이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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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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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에 이은 후편의 이야기를 기다린 끝에 읽는다.

신사임당이란 이름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머니 상으로 인식된 바, 이 책에서의 신사임당의 모습들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진 않지만 좀 더 당시의 시대에 살아갔던 여인들의 전형적인 삶을 벗어나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보임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 능력을 펼칠 기회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뛰어난 능력들은 여전히 그녀의 작품을 통해 느껴지게 만든다.

 

부부로서 살아감에 있어 남편보다 더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던 여인, 남편에 대한 사랑도 애틋하지만 자식들 건사에 좀 더 힘을 쓰는 과정이 하권에서는 상권에 이어서 이어지고 사임당의 이겸에 대한 사랑의 느낌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남편도 좋았지만 의롭고 정의로운 인물로 표현이 되는 이겸과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은 그래서 더욱 미련이 남게 되고, 이는 곧 현실의 지윤과의 만남이 성사되는 것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중의 모습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겸을 사랑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선택한 사임당, 현재의 지윤 또한 민 교수의 방해를 물리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를 그린 이 소설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여전히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내치면서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모습들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

 

특히 또 다른 여인, 휘음당의 등장은 사임당과는 또 다른 이겸에 대한 사랑과 질투, 그로 인한 악녀로서 행할 수밖에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를 드러냈기에 삼각관계에 얽힌 모든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재미도 준다.

 

시대를 넘어선 두 여인의 활약과 등장인물로 내세운 것은 기존의 실존 여성을 내세운 타 작품들보다 확실히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점, 드라마를 통해서 보인 영상미를 생각하며 그에 맞는 장면들을 회상해 읽어가는 재미도 주는 책이다.

 

저자의 상상력을 토대로 그려진 이 소설 안에서의 두 여인들의 만남이 비록 시대는 달리했지만 저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었던 재능을 통해 현실에서 안주하지 않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 그래서일까? 새삼 오만 원 지폐에서 우러나오는 신사임당의 아우라가 새롭게 보인다.

 

 

새롭게 태어난 신사임당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된 책이기에 드라마와 비교해 읽어도 좋은 듯 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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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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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무한한 창작의 열의와 욕구의 발산은 그대로 그 자신의 몫으로도 남지만 그 이후의 후세대들에 의한 평가에 의해서 결정적으로 오래도록 인간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게 마련이다.

혹독한 평가이거나 아니면 당 시대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더라도 후대에 이르서 평단의 결과가 바뀌어 오히려 좋은 결과물로 남게 될 경우는 더욱 그렇기도 하지만 이미 유명 인사로서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을 소설 속에서 다룬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독자들은 내리게 될까?

 

줄리언 반스의 신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흥분감, 더군다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실존 인물의 인생을 역사 속에서 녹여냈다는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전작들 못지않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쇼스타고비치-

익히 알려진 소련의 유명 음악가라고, 특히 그의 작품은 연주하기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에 비교된다는  사실만 알뿐 클래식에 관해선 크로스오버와 귀에 익은 음악 정도만 알고 있었던 내겐 흥미로운 인물로 다가왔다.

 

사실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낼 때만큼 창작자들의 고뇌도 만만찮게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상상이 가는바, 줄리언 반스의 글은 역시 실존 인물의 창작과 예술의 세계와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한 한 개인의 고뇌를 역사라는 이름 속에 작지만 큰  빅의 그림자의 대립을 통해 적절히 잘 녹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기 한 남자가 승강기 옆에 내내 서 있다.

담배만도 벌써 다섯 대를 피웠고 그의 이런 불안은 차라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눈에 낯선 미지의 인물들이 자신을 어서 데려가 주길, 그래서 얼른 죽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편한 잠옷? 하긴 이런 옷을 입고 자길 원하는 부인의 말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정장을 갖추고 침대에 누워 있고 옆에 가방을 가지런히, 언제라도 나갈 준비태세로 잠을 취하는 이 사람, 바로 쇼스타고비치다.

 

그의 탁월한 음악적인 해석과 작곡 능력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촉망받았으나  윤년마다 세 번의 결정적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만 했던 암울한 시기를 보낸 음악가이다.

 

세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그의 음악적인 활동은 두 번째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Ledi Makbet Mtsenskovo uyezda>이 스탈린에 의해 분노를 사게 되면서 당국의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되고 이후 이 작품은 올릴 수가 없게 된다.

 

이 시기에 같이 활동했던 음악 동료들이 끌려가 죽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 또한 그런 날이 멀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만큼 삶에 대한 생각,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생각은 이후 죽음을 비켜가게 되면서 당국의 비판을 수용하게 되고, 당국이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된다.

 

 

 

 

당시 소련에서 일어났던 형식주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자신의 작품에 비하면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여겨지는, 음악가의 삶은 점차 모순적인 것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수긍하되 내면적으로는 창작에 대한 괴로움을 동시에 안고 가는, 아이러니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그의 삶은 스탈린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철저히 소련 문화 자체가 통제받는 시기를 거쳐 세계 2차 대전과 후르시쵸프 시대를 맞이하면서 또 다른 음악 창작활동에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저자의 조사와 그 당시 쇼스타코비치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지에 대한 상상을 근거로 내세운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주는 시대의 소음으로 인한 창작자의 작품 활동을 통해 어떻게 당국의 검열과 교육, 통제를 받고 서방에 날아가서까지 당국이 원하는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그의 인생 전편에 흐르는 여러 가지 고심에 찬 모습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어느 시대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시대가 있는가 하면 위의 시대, 특히 세 시기를 걸쳐서 살아갔던 많은 예술인들이라면 자신의 원대한 창작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고 그들이 원하는 초점에 맞추어 작품을 생산해내야만 한다면, 그것을 거절했을 경우에 어떤 보복과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 친지들, 관계자들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뻔히 하는 상태에서라면 과연 우리들은 쇼스타고비치가 해왔던 행동들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역시 이러한 부조리한 시대에서 오는 통제와 간섭, 폭력이 난무하고 가난과 고통이 사방에 널려있던 그 시대에 자신보다는 그 자신의 가족들과 주의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이를 행해야만 했다는 현실성, 그렇기에 작품 속에 당국의 심경을 거슬리지 않고 자신의 창작의 뜻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수단으로 아이러니를 매개로 했다는 점은 무엇이 옳은 행동이고 그른 행동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예술의 진위성, 진정한 예술인으로서의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살아오는 내내 끝없이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차라리 미리 죽은 동료들을 부러워해야만 했던 당시의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데서 체제의 불합리에서 오는 한 나약한 예술가의 그 나름대로의 치열했던 삶을 통해 진정한 용기와 비겁함의 차이는 결국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체제의 통제에서 그 자신 스스로가 당국에 협조를 하되 자신만의 예술적 신념과 창작만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그래서 오늘날에도 곳곳에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시대의 소음을 연일 들으면서 살아가 는 우리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예술과 창작에 대한 열의는 소음마저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의 생 전 연대를 통틀어 본다면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되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타 작가들처럼 망명이란 것을 하지 않고 자신의 나라에서 예술이란 것에 온 생애를 바치며 줄 타는 심정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한 예술가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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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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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책 띠지의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파스텔톤의 책 표지 그림도 그렇지만 책을 읽기 전에 두루두루 살펴보며 첫 페이지를 열기 전의 강렬함이 다가오기는 모처럼 느끼게 되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그렇다고 책 속의 이런 경험을 해본 적도, 상상한 적도 극히 일부의 책을 통해서나 느꼈을 뿐인 이 책의 내용들은 얼마 전에 읽은 책과는 또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신문에서도 나온 적이 있지만 마티네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시청 근처로 기억이 되는데,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직장인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즉 프랑스어 마탱(아침)에서 온 단어인 마티네란 용어를 이용한 이런 종류의 음악을 낮에 들려줌으로써 음악을 쉽게 접해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는데,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그것이 마음 한편의 구석 속에 꼭꼭 숨어 감추어버린 하나의 추억거리로 자리 잡았다 할지라도 첫사랑이란  단어가 내뿜는 지속성은 아련한 기억이란 이미지 속에 또 하나의 사랑의 형성 형태로 남기가 쉽다는 것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해보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떠올랐던 것은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 하나, 차인표, 이영애 주연의 '불꽃'이란 드라마가 연상이 됐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순간에 사랑에 빠져 격정적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감행하는 여정과 힘든 다른 생활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책은 이런 두 남녀가 처한 공통된 소재를 갖는다.

 

당시엔  정말 이렇게 짧은 순간에 말 그대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적이 있던 만큼 이 책 속의 두 주인공의 만남도 그렇다.

 

이미 천재적인 클래식 기타계에서는 독보적인 천재로 불리는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마지막 날 프랑스 RFP 통신에 근무하는 기자 고미네 요코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어떤 첫인상의 강렬함을 느낀 두 사람은 그 짧은 대화를 통해 좀 더 이 시간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지만 이내 아쉬운 작별을 고하게 된다.

 

 유고슬라비아였던 크로아티아인 영화감독 아버지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요코는 이미 미국인 약혼자가 있는 상태였고 두 사람은 각자가 지닌 감정을 지닌 채, 서로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마키노는 때마침 자신이 그동안 걸어왔던 연주자로서의 한계와 요코에 대한 감정이 겹치면서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요코는 요코 나름대로 바그다드 취재로 인한 파견 근무에서 폭탄 테러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두 사람의 멀고도 먼 사랑의 감정은 우연찮게 한 나라에서 다시 재회를 하게 되는데....

 

철 모를 때의 10대의 사랑과는 확연히 다른, 이제는 세상의 흐름 속에 나 자신을 어느 정도의 타협과 현실에 입각한 이해를 하면서 살아가는 중년들의 사랑은 어떻게 표현이 될까?

그 흔하다고 하는 사랑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감정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사람이 사랑을 간직하고 표현하는 감정 표현에는 확실히 신중함을 보인다.

그것이 두 사람이 처한 환경 때문이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을 넘어서 두 사람만의 미래를 약속하기로 한 그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험난한 앞길이 생겼다면, 인생 속에 사랑이 들어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두 사람의 오해와 당시의 여건은 나이 때에 따른 선택의 신중함을 보인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쾌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고독감을, 일이나 취미 같은 장점은 그럴 리 없다고 간단히 위로해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p98

 

오로지 연주에만 몰두해온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최대 위기인 슬럼프는 요코만 곁에 있다면 서로의 감정을 통해 알아주고 위로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마키노의 사랑의 흔적은 나이라는 연식으로 인해 머뭇거리게 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해 자제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단 세 번을 만났을 뿐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통틀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요코의 생각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미 알았지만 맺어지지 못한 사랑의 원점에 대한 이야기 흐름으로 인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우연이 필연인 듯, 필연이 우연인듯한 설정을 해가면서 두 사람 간의 만남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 책 속의 장면들은 많지만 이 두사람 간의 만남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것이 마키노의 사정이 급박하게 변해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필연이 우연처럼 제삼자가 등장함으로써, 그 당시의 상황이 이미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 후의 결정으로 인한 각자의 삶은 또 다른 의미를 낳는다.

 

결혼이란 제도에서 사랑으로 맺어졌다고는 하나 이미 마음속의 또 다른 사랑을 간직하고 살았던 두 사람의 삶의 지속성은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면서도 또 한편에서는 여전히 만나고 싶다는 해후에 대한 기대치, 그러면서도 결혼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려 노력하는 마키노의 세뇌는 또 다른 아버지로서, 연주자로서, 남편으로서의 책임성을 보인단 점에서 이 책은 한순간에 불타오른 사랑이란 감정을 두고 사랑의 선택을 감행하기보다는 각자가 속한 인생의 길 속에 조그만 사랑의 불씨로 남겨놓은 중년들의 사랑법을 그렸다는 점에서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 나는 결코 요코를 잃고 그 대신 어쩔 수 없이 사나에와 결혼한 게 아니다. 그녀라는 한 인간을 분명하게 사랑해서 오늘날까지 생활을 함께해왔다.....  잠시라도 마음을 풀면 금세라도 바뀌어버릴 듯한 그 위태로운 과거를 그렇게 애써 원래 모습대로 붙잡아두는 것이었다.-p456

 

 

책 속에는 일본인의 느낌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국적인 문제들, 인종, 전쟁, 예술을 다루고 그 다방면에서 마키노의 직업인 클래식의 연주를 듣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해 준다.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첫 만남 이후 5년 간의 시간 경과를 두고 다시 만난 두 사람, 예전의 감정은 갖고 있으되 또 다른 감정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해후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마키노와 요코의 선택이 결코 두 사람 만의 문제만은 아님을, 사랑의 지속성은 또 다른 행보를 통해 느낄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하고 저자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폭넓은 지식, 사랑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커다란 인생의 자리에 사랑이 차지한 비중을 색다르게 접근함으로써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성을 남겨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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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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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이름을 알린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이다.

처음 제목을 대했을 때의 상상은 만엔이라 해서 당시의 환율로 생각해도 어떤 가치, 즉 축구공의 가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일본의 연대를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알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는데, 바로 만엔은 에도 막부 말기의 연호이고, 만엔 원년은 1860년을 의미한다고 한다.

 

소설은 무척 두껍게 세 연대의 기록으로 보일 만큼 인간의 일대기를 통해서, 아니 거의 100여 년의 한 가문의 일대기를 통해서 당시 일본인들의 생활상과 시대적인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는 과정 속에 인간의 내면의 고찰을 심층 있게 다룬 것이라고 느껴지게 된다.

 

주인공 마쓰사부로의 고향인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즉 만엔 원년),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그리고 혼돈시대인 1960년의 시대를 그린 대작인 만큼 일본의 역사를 한 가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쓰사부로다.

추한 외모와 기형의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의 아이를 다른 곳에 양육을 맡긴 채 그 상실감에 쌓여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는 아내가 있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 또한 상실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학생 운동을 하다 미국으로  갔던 동생 다카시의 귀국과 다카시의 의견으로 조상의 고향이자 자신들의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곳은 100년 전 증조부 형제가 연관된 농민 봉기의 역사와 패전 직후 조선인 부락 습격으로 S 형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두 형제는 각기 달리 이 사건들에 대해 기억을 하고 동생 다카시는 동네 청년들을 모아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를 가르친다.

 

풋볼팀을 만든 이유는 마을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선인 ‘슈퍼마켓 천황’에 대항하기 위한 것. 때문에 이로 인한 다카시의 행동으로 인해 두 형제간의 갈등은 심해지는데 이 책은 이러한 여러 갈래의 길을 통해서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본인 내부의 심폐 한 상실감 속에 '수치감'을 들어내 보임으로써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불만과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모든 관심의 초점이 그나마 마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살아가는 조선인에게 향하는 불안성의 조장을 숨 막히는 듯한 광경으로 그려낸다.

 

농민 반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게 된 후의 비밀들과 그 비밀들이 탄로남과 동시에 일본인들이 당시에 조선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풍요로운 생활 속에 또 다른 삶의 행태를 기대하는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어떤 대상을 지목해 분풀이 식의 행동을 하며, 이 두 형제간에 벌어진 가족사의 슬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동생 강간 사건과 형수에게 아이를 임신케 한 행동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작가가 그려내는 일말의 인간 구원의 길,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구원의 길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책은 일본의 역사 연대를 알려주는 칭호도 익숙지 않고 일본의 역사에 대한 큰 줄기는 대강 알았어도 이렇게 자세한 부분들까지의  지식은 없었기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부를 넘어가면서 급속도로 진전되어 가는 두 형제의 이야기 속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글의 구성 흐름이 동생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의 무기력함과 비양심적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동생 다카시란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심리 속에는 과연 얼마만큼의 '악'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읽는 내내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의 삶을 쉽게 동화하면서 읽어나가기는 어려웠던 작품인 만큼 일본인 작가가 그려내는 일본인 자신들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그려냈다는 점, 인간의 수치심과 방관적인 태도를 통해 또 다른 제 삶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려는 의지를 엿보이는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을 솔직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문학적인 면에서 바라보는 생각을 또 달리 받아들여 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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