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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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자체가 눈길을 끌지 않는가?

반복적인 린다란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무엇일까?

특히 저자의 이력에서 오는 것 때문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북유럽권의 소설이니 만큼 다양한 이야기의 토대는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해서 접했다.

 

저자는 스웨덴의 범죄학자로서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낸 이력,  이후 위의  책에 나오는 에베르트 벡스트룀이라는 독특한(?) 형사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는 첫 편으로 위의 제목을 달고 출간을 했다고 한다.

 

경찰대 재학생이자 수습 경찰관인 스무 살 여성 린다란 여성이 자신의 엄마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주택조합장이자 이웃인 개를 기르는 여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된 경찰은 목이 졸리고 양손이 묵인 상태로 침대에서 발견된 여인의 사망 모습은 물론이고 범인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속옷, 운동화, DNA 채취까지 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용의자를 밝혀내지 못한다.

 

이혼 후 아버지 집과 엄마 집을 오고 가며 살았던 린다, 사망한 날에 나이트클럽에서 같은 동료들과 어울리고 집으로 간다고 나선 후 과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여기엔 휴가철이 끼여있는 상태라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면서 범죄수사국 소속 형사인 벡스트룀이 도움 요청으로 오게 된다.

 

책은 지금의 스릴과 미스터리를 다룬 책들과는 다르게 총 2권에 이르기까지 늘어지는 진행상태를 보인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나머지, 아니면 이런 류들의 책들의 속도전이 생명인 듯 저자들의 필치가 속도전 자랑을 한 것인지, 독자들이 이 속성에 물들어간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볼 정도로 이 사건을 두고 펼치는 경찰들의 주된 이야기들은 시트콤처럼 이어지기도 하고  단막극처럼 보인다.

 

용의자를 잡기 위해 그 지역의 천 명 가까운 남성의 DNA를 채취하는 과정, 여기엔 같은 동료로서 한때 가깝게 지냈던 아프리카계 입양아 출신인 경찰 동료와 린다의 이웃인 범죄 전력이 있는 남성까지 의심하고 심문하는 과정 속에 스웨덴이 갖는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행동과 말들을 보게 된다.

 

사건이 발생하고도 한 달이 넘어가면서 방송이나 신문들에 연일 터져 나오는 경찰들의 무능함의 질타 속에 경찰들 각 개인들의 활동은 주도 격인 벡스트룀에 의해 한층 그 인간미를 보게 되는데, 저자는 이 주인공의 행동과 말들을 통해 정형화된 형사의 타입을 거부한다.

 

흔히 말하는 판공비로 나온 금액을 자신의 세탁할 옷이나 식사비로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외모로 볼 때 어느 여성이나 반할 것이란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남자, 그렇다고 잘난 배우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신체적인 조건은 차치하고서라도 각 경찰들 앞에서는 비난의 말을 삼가는 듯한 친절한 칭찬과 격려 뒤에 나오는 그들에 대해 내쏟는 비열한 말들의 잔치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다가서게 하기보다는 혐오에 가까운 인물로 비친다.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빠져나가는 데에 선수인 듯한 말솜씨, 결국엔 사건의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있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캐릭터인데, 이 사건의 본질인 린다란 여성의 살해 사건을 두고 그리는 이 책의 전개 과정에 비하면 사건의 본질을 다루는 부분과 경찰들의 이야기가 반반씩 섞여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되면 여인들의 이름이 붙는다.

책 2 뒤편에 나오는 한 경찰관의 논문이 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이름을 붙였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저자는 '왜 여성이 피해자면 사건 앞에 피해자의 이름이 붙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 하면 여성들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쉽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붙인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남성의 이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히 범죄를 연구했던 저자의 관점은 새롭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는 이야기의 주도 격인 린다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 경찰들의 세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갖고 있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생각들,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들이 너무 느리다 보니 읽는 동안 이야기의 핵심을 제대로 이어나가는 흐름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구성들이 보이기도 한 작품이다.

 

책 첫머리에 저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쓴 마이 셰발과 셰발 발뢰에게 헌사를 바친다. 라고 썼다.

현대의 새로운 인물 창조라고 할 수 있는 형사 시리즈의 첫 주자로 발을 내디딘 두 사람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두 작가의 흐름처럼 템포 또한 늘어지게 그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여성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이를 연계시켜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오는 사회적인 질타와 경찰 스스로의 위축감과 생활 태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책에서 보았던 시리즈들보다는 신선하게 다가오게 한 작품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추적 과정과 잡힌 범인을 두고 형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들은 현재의 법의학의 발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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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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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의 형태는 가히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들로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에게 전화로 보이스피싱을 사칭한 범죄의 행태들은 날로 변형되고 주도적인 계획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볼 때면 나이를 막론하고 쉽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립맨이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쓴 저자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 취직할 꿈을 꾸었던 도모키는 이 계획이 좌절되면서 동생과 함께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합류를 하게 된다.

여기서 일사불란하게 분업화되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개인정보를 사들이는 것은 기본으로 한 사람을 타깃을 삼고 그의 주변에 있는 회사 동료나 변호사 신문기자로 나서면서 보이스 피싱에 걸맞은 사기를 치는 장면들은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 해도 깜박 넘어갈 수밖에 없는 치밀함을 보인다.

 

 

 

 

이렇듯 철저하게 잘 이어가던 보이스피싱 사기는 rest in peace : 편히 잠드소서' ( R.I.P)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끊은 아와노란 사람을 이상히 여긴 도모키가 동생과 함께 경찰의 급습을 피하면서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 이어서 아와노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부르는 말 그대로 립맨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바로 유괴 사업을 하자는 것-

제과회사의 사장과 그의 어린 아들을 같은 날 유괴를 하고 사장만 풀어주면서 자신들의 말만 듣고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아들은 무사히 집에 올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운 그들은 실제로 결행하게 되고 사장은 이후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수사관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사는 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 후반부에 이르러서 좀체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자식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있어 경찰의 말을 들으면 아들이 위험에 처할 것 같고 그렇다고 유괴범들의 말만 믿고서 원하는 대로 한다면 무사히 아들이 돌아올 보장이 없는 상태의 아버지로서 갖게 되는 딜레마, 이런 사정들은 경찰과 아버지, 유괴범들의 밀고 당기는 촘촘한 사각지대를 연상시키는 듯한 상황으로 몰고 가 전반부와 중반부,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유괴범들의 주도자격인 아와노란 인물이 저지르는 이러한 행태들은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나 연관도 없으면서 범죄를 행했다는데서 점차 범죄의 원인이나 이유들은 이제 아무런 소용조차 없다는 식의, 바로 묻지마 범죄를 연상시키며, 이러한 전개 과정은 냉정하고 철저한 계획하에 조련해나가는 이와노란 설정 인물의 비열함에 주목을 하게든다.

 

 

 

세상 속에 한 평범한 사람들로서 살아가길 원하는 소박한 도모키 형제의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방향도 그렇지만 정의에 목숨을 걸로 이 사건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는 수사관의 노력이 어떤 결말로 다다를 수 있을지, 책을 읽고 나서 다음 작품에도 여전히 아와노는 출현을 하게 될지를 알고 싶게 만든 작품이다.

 

저자가 그린 이러한  사회성 짙은 문제를 소재로 삼아 인물들 간의 속고 속이고 밀고 당기는 심리전의 변화를 통해 범죄의 양상과 인간으로서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양심마저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전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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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나 스토리콜렉터 56
마리사 마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북로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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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이야기는 거의가 대부분 해피엔딩이다.

연령의 대상이 어린이들이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런 류의 동화를 어른들도 읽다 보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는데 가끔 외전 시리즈란 식으로 해서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나온 책들을 보게 되면 상상력의 무한대를 느끼는 맛 또한 짜릿하다.

 

 SF 로맨스 판타지 '루나 크로니클(Lunar Chronicle)' 시리즈의 외전 격으로 나온 이 책은 주인공이 책 제목과 같은 레바나다,

이미 시리즈로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내세운 전작 시리즈인 윈터나 신더, 스칼렛, 크레스 시리즈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드라마에서 보는 프리퀄처럼 여기며 읽어도 무방할 만큼 매력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 동화 속의 다른 세계를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레바나는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여왕을 모티브로 그려나간 책인 만큼 이 책에서 레바나가 왜 그토록 나쁜 갈로 들어서게 되는지에 대한 배경이 다른 시선으로 그려진다.

 

15살의 레바나는 루나 왕국을 다스리던 부모가 살해당하고 그 승계를 사악함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언니 채너리가 승계를 받는 과정 속에 사랑의 감정을 가진 소녀로 등장한다.

 

사랑의 대상인 유부남 근위병인 에브렛 헤일에 대한 짝사랑은 다른 욕망으로 번지게 되고 이는 16번째 생일을 맞은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기 위해 하나씩 계획을 성사시켜 나간다.

 

이 책의 두께는 비교적 얇아서 금방 읽히지만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순수하고 예쁠 나이인 15살에 느낀 사랑의 감정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욕망과 권력승계의 욕심, 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지만 그 뒤에는 큰 상처도 같이 동반됐다는 사실, 결국엔 눈을 지구 정복이란 것에 돌리고 악의 화신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프리퀄의 특성상 기존의 이미 나왔던 책의 이야기의 독립된 개체로서의 활약한 주인공들 뒤에 이러한 레바나란 존재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루나 왕국의 슬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을 이 루나 시리즈를 통해 동화 속의 이야기 마무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사실 외에 관점을 다르게 본다면  이렇게 무섭고 끔찍한 세계 또한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비교해 가는 재미도 한층 느끼면서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새롭게 바라보고 쓴 루나 시리즈. 한 번 읽게 되면 그 재미에 푹 빠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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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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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선호도는 대단한 것 같다.

이번의 작품 출시와 맞물려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을 하고 판매량에서도 좋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냄새가 묻어나지 않는 느낌 때문인지 매년 노벨 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연일 오르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그의 7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란 점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끌지 않았나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특징인 현실과 비현실적인 경계를 무리수 두지 않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무난히 넘어가게 하는 글의 힘은 여전하단 생각이다.

 

총 2권으로 이뤄진 책의 분량은 대단하지만 술술 읽힌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독자들이 빠져드는 매력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지만 역시나 글 속에서 다분하게 여기저기 장치적인 묘사라든가 글의 매력적인 요소로서의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구성은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를 조절하는 완급의 효과마저 느끼게 해 준다.

 

이야기의 구성은 36살의 초상화를 생계의 목적으로 그리며 살아가는 '나'이다.

어느 날 6년간의 결혼 생활에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이미 불륜을 저지른 남자가 있고 그 이후 '나'는 집을 나와 배회하다 동창의 아버지인 유명한 일본화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별장으로 옮겨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아마다 도모히코가 그린 '기사단장 죽이기'란 제목의 미 발표작을 천장에서 발견하게 되고 그 그림을 감상한 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화에 맞게 그려놓은 듯한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 중에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기사단장은 실제로 집 옆에 있었던 구덩이 안에 있었던 방울을 가져오게 됨으로써 그곳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현신하는 모습으로 나의 곁으로 오게 되고 이후 '나'가 겪게 되는 기이한 일들은 현실에서 벌어진 것인지 비현실적인 어떤 가상의 일들에 의해 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하루키의 글에 의해 서로가 교차하듯 보인다.

 

책은 곳곳에 하루키가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꾸준히 발표해왔던 흐름을 유지하되 한층 완숙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의 특허인 음악과 와인, 요리를 통한 글의 설정은 여전한 매력을 뿜어낸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돈 조반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일본화라는 격식에 맞춰 그린 그림을 통해 유명한 클래식의 음악은 기본이고 '나'가 창작활동을 하는 가운데 틈틈이 듣는 음악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눈길을 돌리게 만들기 충분한 여력을 발휘한다.

 

책은 빈에 유학해 서양 화가로서의 자질을 갖춘 아마다 도모히코의 감춰진 당시의 시대적인 역사 사건들 속에 예술인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인 양심의 고통과 개인적인 아픔을 저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느끼게 하고 있으며 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가 여행하면서 스치듯 만났던 스바루 타는 남자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일, 이후 묘한 존재인 이웃인 멘시키를 만나면서 그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웃 소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들이 때로는 스릴처럼 추적해나가는 과정, 그 안에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얼굴 긴 남자를 따라 어둠을 걷혀 모험을 감행하는 일들까지,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비현실인지를 연속적으로 그려나가는 설정이 책 속으로 빨려 들게 한다.

 

여기에 기사단장의 모습을 나타난 이데아와 2권에서 다뤄지는 메타포의 출현은 현실 세상과 비현실 세상의 구분은 어떻게 느끼고 다뤄지는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을 골똘히 하게 만들어 놓는다.

 

-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 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P.94~95

 

 

화가로서의 그림을 대하는 자세, 농도의 짙음과 창작활동에서 오는 다양한 기분과 중압감을 하루키 방식만으로 그려낸 이 책은 틈틈이 '나'가 듣는 클래식 음악과 음식의 조리 과정을 통해 여전히 하루키 만의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자연의 경관과 더불어 그림에 몰두해나가는 '나'가 겪는 일장춘몽의 일처럼 그려지기도 하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의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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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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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레스토랑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분위기 있고 비싼 음식을 먹는 곳, 특별한 이벤트나 기념일을 추억하기 위한 장소로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흔히 칼로 썰었다는 식의 말로 표현되던 공간이 바로 레스토랑-

어감도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했지만 알고 보면 레스토랑이란 말 자체가 식당을 의미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는 사실, 다만 왠지 식당이란 말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기에 분위기 면에서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이 레스토랑을 통해서 하나의 축소된 사회를 보는 듯한 책을 접했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문학 및 문화학과 교수로서 이 책에서 보듯 레스토랑이란 공간 안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서 다뤄졌던 시대의 흐름, 그 안에서 모임을 통한 대화 ,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시대의 반영을 다룬 점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글을 썼다.

 

레스토랑의 출현과 오늘날의 프랑스 음식이 유명하게 된 원인이 된  프랑스의 제정이 무너지면서 궁 안에서 요리를 담당했던 요리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잃어버리자 그동안 갈고닦았던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생계유지 방편으로 거리로 나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발생했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프랑스혁명 이후에 전국의 국민 의회 대표들이 파리에 모이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보편적으로 더욱 알려지게 된 계기를 알려준다.

 

카페와는 달리 계급적인 층이 달라도 서로 어울리며 모일 수 있는 곳, 주문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음식의 요구들이 늘어나면서 발달하게 된 음식 메뉴판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주방과 식당의 분리된 공간이 생김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묘사는 비록 조그만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치열함, 고단함, 다른 나라들마다 벌어졌던 인종 간의 차별이 이루어졌단 사실을 통해 그동안  고정된 이미지로써의 레스토랑을 달리 바라보게 한다.

 

초기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시대의 변천사와도 맞물리는 레스토랑의 변화는 다른 나라인 영국으로 건너가서 외식에 익숙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는 사실, 일본의 회전식 초밥 발명에 대한 이야기, 특히 오늘날 유명 별 표시로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소문을 믿게 하는 미슐랭 가이드의 원조가 된 유래, 그 밖에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과 이름들은 낯설지만 맛의 감각을 상상할 수 있는 느낌을 부여해 준 책이기도 하다.

 

초기의 레스토랑에서 지금의 패스트푸드의 발전까지의 변천사를 통해 책의 소 제목에서 다룬 맛, 공간, 사랑의 의미를 충분히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레스토랑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들을 찬찬히 비교해 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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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mi 2017-07-2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관련 언론 매체 기사 모음을 알려 드리는데 혹시 불편을 끼쳐 드린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미쉐린 식당들 줄줄이 구설 (시사인 2016.12.13.자 제482호)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308&aid=0000020001 한국에 요란하게 상륙한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에 의구심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점을 부여받은 한 유명 셰프가 미르재단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혹은 네이버 [미쉐린 미르] 검색 후 뉴스섹션 보세요

[미쉐린 가이드]에 나랏돈 4억원 썼다”(시사인 2016.11.23.자 제479호)
http://m.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7604 혹은 네이버 [미쉐린 4억원] 검색 후 뉴스섹션 보세요

한식 세계화에도 미르재단 검은손이 (시사인 2016.11.30.자 제480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308&aid=0000019922&sid1=001 혹은 네이버 [미르 검은손] 검색 후 뉴스섹션 보세요

‘미슐랭 화제‘ ***의 비밀(2016.11.14.자, 일요시사)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872 혹은 네이버 [미슐랭 조세회피] 검색 후 뉴스섹션 보세요.

이 외에도 여러 건의 관련 기사가 여러 매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