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6 - 너구리 잠든 체하기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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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에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기가 만만찮다.

더군다나 옛날부터 앙숙이라 불리는 두 동물인 고양이와 개라니...

 

그런데 콩 고양이 시리즈에 나오는 고양이와 개는 좀 다른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살아간다고 할까?

 

콩알이 와 팥알이 가 살고 있는 집에 같이 살게 된 두식이라는 개는 그야말로 순진하다.

고양이들이 아무리 괴롭혀도 같은 동물류인 양 합석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은 때론 웃음이, 때론 어처구니가 없는 식의 문제들을 연쇄반응처럼 일으킨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집에 들어왔다 나가는 너구리를 보게 된 세 마리의 동물들은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

 

하지만 역시 너구리만 한 동물이 있을까 하는, 동물의 생존법칙에 충실한 너구리 잠든 체하기를 통해 제대로 처신을 취하는 모습이 귀엽게 다가온다.

 

 

 

이런 포즈들은 놀러 온 아이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면서 제때 이용하게 되는데, 어찌 이런 동물들이 있다면 입가에 웃음이 번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다.

 

 

 

사람과 동물들의 교류는 비단 이에 그치지 않는, 같은 모양을 취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경찰까지 소환하는 일들은 그야말로 작가가 제대로 포착한 에피소드를 제대로 그려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때론 털 때문에 깨끗한 옷이나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게도 하지만 서서히 새롭게 식구를 맞아들이고 살아가는 콩고양이네 가족들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한다.

 

첫 시리즈부터 서서히 식구들을 불려 나가는 고양이 집사네 집에 과연 다음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콩알이 와 팥알이 네의 아기자기한 생활밀착형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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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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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때와 장소, 그리고 나가 겪은 당시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소위 말하는 책과의 궁합이 맞는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시기적절한 때에 내가 읽은 책으로 인해 잊을 수없는 감동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책을 접하면서 때로는 한 구절에 꽂혀 내내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긴 문장 속에 이런 글들을 접할 때면 마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했다는데서 위안을 받게 되는, 그런 범주에서 책이 주는 감동과 위안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가 있겠다.

 

반려동물을 통해서, 또는 내 취미를 발전해 나가면서 교류를 통한 자신감의 충만함을 이루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 책에서의 에이바처럼 책을 통해 자신의 앞날과 위로를 심어준 책이란 존재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될 만큼 상심에 찬 여인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잘 나가는 대학 종신교수로서 프랑스어 강의를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못하다.

남편 짐의 배신으로 인해 이혼 수속 절차를 밟고 있고, 남편은 다른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집을 떠났다.

장성한 두 남매들은 각기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 아프리카로, 이탈리아로 미술공부를 하러 떠나보낸 에이바, 정작 자신은 외로움과 배신감,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막막함 뿐이다.

 

절친인 도서관 사서 케이트의 도움으로 북클럽 회원으로 들어간 에이바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개와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서서히 변화의 감정을 겪는다.

 

우리나라도 이런 독서모임들을 하는 분들이 있으니 당연히 책의 제목에서부터 관심을 갖게 할 것 같은 책이다.

특히 책에 관한 한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과연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들은 무엇일까에 대해, 특히 내가 뽑는 내 생애 최고의 책을 고른다면 어떤 책을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북클럽의 회원들답게 이 책에서 보이는 회원들이 각 달에 추천인 회원의 작품을 통해 같이 읽고 책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감정과 토론을 나누는 이야기 장면들, 그 책에 나오는 시대적인 배경과 작가가 그린 당시의 분위기에 맞춰 다과회나 의상 차림을 해보려는 노력들은 인상적이다.

 

특히 에이바의 경우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여동생 릴리에 대한 아픈 상처와 그 뒤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엄마로 인한 불우했던 자신의 성장과 맞물리고, 딸 매기마저 어릴 때부터 시작한 마약과 무분별한 섹스를 통한 돌발적인 행동들, 더군다나 어느 날 자취를 감춰버리는 일들까지 겪게 되면서 책을 매개로 하여 에이바를 중심으로 그리는 회상과 현재의 일, 매기 또한  유명 책방에 안주하면서 스스로를 다져가는 모습들, 행크 형사와 엄마와의 사랑들이 책과 함께 엮이면서 추리물로 흘러가는 듯한 양상과 함께 이들이 가슴속에 꽁꽁 묻어둔 이야기를 해체하는 동시에 현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따뜻함과 반전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한다.

 

책 속에는 이미 고전이 되다시피 한 책들을 통해 그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선택하게 된 이유와 책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자신이 느낀 대로 토론하는 과정은 에이바로 하여금 딸 매기에 대한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과 잠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해 주는 동기로 작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뿜어내는 북클럽 회원들의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에이바가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받았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란 책을 선택하고 그 작가를  토론회에 오게 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일들의 과정 속애 전혀 예기치 못했던 비밀들이 드러나는 과정 또한 인생과 책이 주는 감동, 그 안에서 고이 숨겨져 있었던 사연들의 봉인된 아픔을 고스란히 같이 느낄 수가 있게 한다.

 

남편이 떠나버림으로써 같은 북 클럽 회원인 젊은 남자 루크와의 짧은 정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뭣보다 아내를 잃고 아내가 좋아했던 책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삶에 적응해보려는 존이란 인물은 정말 따뜻한 이웃 아저씨를 연상하게 한다.

 

-  책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오늘 밤 독서 모임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는데 시간 여행이니 뭐니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저도 이제 뭔가를 좀 이해했나 보죠?"  -p 436

 

누구에게는 위로를, 누구에게는 소통의 창구로, 누구에게는 과거와의 화해와 현재의 소중함, 그리고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 주는 의미, 그 뜻을 충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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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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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서 여성들의 진취적인 활동과 역량이 크게 부각되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기는 쉽지가 않은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타인의 눈에 인식된 여자란 종족이 가진 한계성과 대대로 내려온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된 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인식을 깨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에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시원스러움을 드러낸다.

 

기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삶이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20세기 초의 여성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기존의 여성은 일정한 나이가 차면 가정 내에서 안주해야 하고 충실한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 남편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그 나름대로의 역할에 맡은 바 본보기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마치 한 인간이 태어나 숙명처럼 짊어지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면 그럭저럭 살아가겠지만 여기 콥 자매들만큼은 확실히 시대를 거스른 당찬 여인들이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에  24살이 넘어가면 노처녀란 취급을 받던 시절, 35살이 되도록 결혼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은 180이 넘는 신장을 갖고 있는 첫째 콘스턴스 콥, 그 밑에 비둘기와 닭, 말들을 좋아하는 노마, 터울이 큰 16살이 되는 플러렛, 이렇게 세 자매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결혼한 오빠 밑에서 사는 것을 박차고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그녀들이 타고 있던 마차를 지역 유지이자 그 지역의 사업권을 쥐고 있는 영향력 있는 신사 코프먼이 술에 취한 채 자동차를 몰던 중 충돌로 번진 것이 계기가 된다.

 

온몸의 타박상과 막내의 발 부상에도 끄덕 않는 그, 오히려 여자들이 이런 복잡한 거리에서 마차를 몰았다고 비난한다.

그녀들은 집에서 당한 응분의 마차 수리 비용을 코프만 앞으로 청구서를 보내게 되고 이후 이 사건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불안과 공포에 젖게 만든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없는 그녀들, 유일한 응원자이자 그녀들의 집 주위 순찰을 도와주고 있는 보안관 로버트 히스의 도움으로 리볼버를 손에 쥐게 되면서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사실 현대적인 해석으로 페미니즘이니, 여성 해방 주의란 말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시대는 1914년도이다.

당시의 분위기상 당연히 주부란 인식이 강하게 와 닿는 시점에 이른 콘스턴스란 인물은 오빠의 종용과 분위기에 내몰려 원치 않는 결혼이나 오빠 밑에서 의탁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장받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자신 또한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뿌리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숨겨져 있는 아픈 과거와 함께 제일 큰 언니로서 불시에 닥치는 코프만의 비양심적인 행동과 편지 공세, 이어지는 코프만이 저지른  자신의 자식을 버린 행동들까지 추적하는 콘스턴스의 행동들은 오지랖이 넓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으나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을 마주 보는 듯한 일들을 뿌리칠 수 없었던 강인함과 여성만이 가진 모성애를 보인 여성으로 비친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그녀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취업이란 것에 도전하는 자세, 동생들을 지키려는 마음은 시대를 뛰어넘은 혈육과 엄마로서의 모든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 "동생들에게는 나밖에, 내게는 동생들밖에 없습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동생들은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총을 들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될 거예요."-p 310

 

리볼버를 곁에 두고 지킬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으로 인식되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생각하는 비하적인 발언과 여성들만 사는 집이라 해서 불안에 떨게 하는 행위들은 그때나 현재나 여전히 힘없고 나약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꼬집는다.

 

책 속에서 그리는 풍경들은 마치 초원의 집을 연상시키면서도 한창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모습들이 점차 편리 위주로 흘러가는 모습, 대화 속에 흐르는 캐릭터들의 독창적인 출현은 이후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대들이 그렇다면 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여기, 자매들은 총을 집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법정 진술을 통해 코프먼을 법의 심판대로 받게 하는 용감성까지, 저자는 실제 최초의 여성 보안관이었던 콘스턴스란 실존 인물을 조사하면서 나름대로 당시의 구성과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통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법정 진술에서 코프만은 말한다.

 

- "저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p 481

 

하긴 그렇지, 누가 남자의 어깨를 잡고 벽 쪽으로 몰아 머리를 벽에 콩! 하고 박게 한다고 믿을 것인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웃음이 났지만 아마도 당시의 법정 안에 그 누구도 감히 콘스턴스의 막강한 위력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진실은 코프만과 콘스턴스만이 알고 있을 뿐~~

 

앞으로 계속 나올 시리즈물로 출간이 된다고 하는 만큼 멋지고 힘센 남성 보안관만이 세상의 그릇된 잘못을 잡아나가는 것이 아닌 여성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여성의 캐릭터로서 콥 자매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히스 보안관이 유부남이란 사실이 조금, 조금....

나름대로 콘스턴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이후 시리즈에서는 사랑도 다룰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살짝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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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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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 어릴 적 사촌 오빠의 유학길이었다.

지금이야 가보고자 한다면 여행이든, 학업이든, 취업이든 비행기만 뜨면 갈 수 있는 나라가 됐지만 사촌 오빠가 가던 그 시절엔 (워낙 터울이 커서 무척 커 보였다.)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유학 결정을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민자들이라면 고국도 아닌 타국에서 자신의 나라처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과 대단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쉽게 적응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총 5편이 수록된 중편으로 각각의 이야기들은 방송에서 접하는 성공한 이민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여러 가지 사연들을 간직한 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묻혀 살아가는 사연들을 다룬다.

 

책의 첫 제목인 드림랜드-

말 그대로 드림랜드는 미국에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 내용이다.

뜻하는 말과는 달리 시카고 우범지대에 있는 곳으로 폭동이 일어나고 한국인들 대부분이 이 자리를 떠나갔지만 "나"는 교도소에서 도넛을 팔며 살아가는 사연을 그린다.

 

두 번째인 폭우-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몸이 부서져라 학업 뒷바라지를 하지만 임신한 상태에서 버림을 받는다.

두번째 남자는 밀입국자인 멕시코인, 자신에게 다가와 부부로서 살아가지만 차 사고로 중상을 입게 되고 공교롭게도 보험회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보험금 지급을 받기 위한 오해로 몰리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세 번째인 선택-

10년 전 결혼해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해오던 중 엄마의 위독 소식을 듣던 '나'는 엄마의 임종을 가까스로 보게 되고, 이후 엄마가 남긴 수의를 보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번째인 살아나는 박제-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통역일을 하던 '나'는 알고 있던 형기 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우상처럼 여기던 형기 형에 대한 이미지와  형이 나병에 걸렸던 사실을 통해 종교와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다섯 번째인 나마호의 노래-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어느 한 중년의 남자가 관광안내를 하는  '나'에게 가이드를 부탁해 오면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여정을 원하는 남자, 그에겐 과연 어떤 사연들이 들어있을까?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은 가볍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이민 세대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이민 가서 뼈 빠지게 일하다 보면 미국이란 나라는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오는 나라란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각각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도 게으른 사람도 없을뿐더러 남보다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원치도 않은 제도적인 굴레, 환경에서 오는 불합리성에 따른 삶의 고난을 그려낸 각각의 삶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여기가 진정 자신들이 꿈꾸는 드림랜드인지를 물어보게 한다.

특히 각 사연들 중에  남녀 간의 한국식의 차별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식으로 고국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란 내용은 참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던 부분이라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모든 이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미국이란 나라, 그 선망의 대상인 미국이란 드림랜드는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서 모든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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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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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나라의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그 의미가 그대로 전달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그 나라 고유의 언어 그 자체만으로도 훨씬  뉘앙스가 강하게 와 닿을 때가 있다.

 

이 책의 제목 또한 그렇게 받아들여져야 할 만큼 뭔가가 한국 말로는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100여 만에 나타난 지극한 가뭄, 그 안에서 농장들의 작물들, 동물들은 이미 말라가고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으며, 사람들 또한 날카로운 신경으로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곳, 호주 안에서도 도시에서 떨어진 키와라가 바로  그런 곳이다.

 

가족단위의 생활을 영위해가는 사람들, 그 안에서 어느 집안사람이라면 바로 연상이 되고 탄생과 죽음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20년 전 엘리 디컨이라는 소녀의 죽음에 대해 살인범으로 몰리다시피 한 포크와 그의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게 되었고 이후 포크는 연방경찰로서 금융에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이다.

 

그의 오랜 죽마고우인 루크가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그 자신은 집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머리의 형체는 날아간 채 총을 입에 물고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루크의 아버지로부터 전해받은 편지의 내용은 포크를 다시 어린 시절의 아픈 곳으로 데려가게 되고 장례식에 오라는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고향에 발을 내딛는다.

 

그가 과거에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건, 엘리가 죽었던 그 시간에 포크는 루크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진짜 범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마을 사람들의 증오에 찬 의심의 눈길, 엘리의 아버지인 멜 디컨의 집요한 행동과 말들은 결국 다시 루크의 죽음과 함께 원점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루크의 아버지가 결코 자신의 아들은 스스로 그렇게 가족들을 몰살시킬 만큼은 아니었다는 사실, 다시 수사를 해줄 것을 부탁받게 된 포크는 마을 경찰인 라코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조그마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마을이라면?

멜 디컨을 싫어하면서도 그가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섣불리 어떤 행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그의 딸 엘리가 죽었을 때 네 명의 친구들인 루크, 포크, 엘리, 그레천의 서로 얽힌 관계는 청소년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그 나이에 느끼는 사랑의 느낌, 친구로서 감싸주지 못했던 회한들이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면서 동시에 진행이 되고 각자가 품고 있었던 비밀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현재의 살인사건과 과거의 살인사건을 모두 해결해보려는 포크의 행동은 그가 내내 지니고 있었던 엘리에 관한 생각과 누가 범인인지를 알아가는 과정들, 루크에 얽힌 사건의 본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설정들이 메마름 그 자체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함께 물을 흠뻑 들이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가 묘사하는 풍경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은 시종 건조하다.

 

- 거대한 강은 땅 위로 난 먼지투성이 흉터에 불과했다. 척박하고 텅 빈 강바닥이 길게 양쪽으로 이어졌는데, 구불구불한  강의 곡선은 물이 흐르던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년 넘게 깎여나간 빈 공간은 이제 찢어진 조각보 위를 바위와 바랭이가 덮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둑을 따라 울퉁불퉁한 회색 나무뿌리들이 거미줄처럼 드러나 있었다._p152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이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는 과연 자연의 기후와 맞물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활활 불타 오르는 듯한 뜨거운 뙤약볕의 느낌은 턱턱 막히는 설정과 함께 사건의 진상과 그 뒤에 밝혀지는 인간사의 쓸쓸한 죄의 형벌에 대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준다.

 

 

호주의 삭막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그린 이 책은 가족 간의 사랑, 오해, 두려움, 억울함, 진실이란 감정을 모두 드러내 놓는 작품으로써 이미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고 할 만큼 삭막한 영상미가 어떻게 조화롭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유발한 책이다.

 

네가 알고 있는 비밀, 내가 알고 있었던 비밀, 왜 그 시절에 밝히질 못했었는지, 봉인된 기억 속에서 살아는 것이 차라리 편안한 삶인지, 아니면 진실을 알아버린 후에 남은 삶에 대한 또 다른 희망을 기약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여전히 포크에게는 고향인 키와라를 향해 던지는 질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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