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소설 1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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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의 출발점으로 향하는 것들 중에는 결혼이라는 것을 포함시킨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꼭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동거하는 남녀들의 생활이나 독신들의 생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결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책이요, 나의 인생의 삶에서 차지하는 그 어떤 비중에 대해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를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을 접했다.

 

처음 제목 자체가 왜 하필이면 결혼이라는 소설이란 명칭을 부여했을까였다.

결혼이면 결혼이지 굳이 소설이라는 말을 붙여야만 했던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두고 읽고 싶었던 책, 아마도 이 책을 접하는 20~30대의 분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도 있을 이야기들을 저자의 글을 통해 한 번 들여다본다.

 

주인공은 세 명이다.

일명 아이리그에 속한다는 브라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메들린, 아버지가 대학  총장 출신인 중상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그녀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빅토리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류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녀들이 쓴 작품 안에서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특히 롤랑 바르트가 쓴 책을 통해 더욱 결혼과 사랑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둔 학생이다.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들어간 기호학 수업에서 공대생 레너드를 만나고 이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레너드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대학 진학에 따른 여러 가지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실정, 더군다나 조울증과 우울증을 함께 앓고 있다.

여기에 종교학을 전공하는 또 한 사람이  메들린을 향한 사랑을 하고 있으니, 바로 이민자 출신 가정의 자제로 이름은 미첼이다.

 

책은 세 남녀의 졸업식을 앞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세 사람의 동선과 생각들과 행동을 보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각각 어떤 대학 시절들을 생활했으며 이내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에 떨어진 메들린이 졸업 후에 레너드와 함께 레너드가 인턴 자리로 가게 된 곳으로 함께 가게 되고 동거를 하는 생활, 미첼은 자신의 종교적인 의구심과 끊임없는 자신의 실험을 모색하기 위함, 메들린에 대한 사랑을 멈추기 위해 유럽과 인도를 향해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같이 그려낸다.

 

메들린은 결혼에 대한 생각, 즉 자신이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자매가 쓴 소설을 통해 그려진 빅토리아  시대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당찬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쓰는 논문의 주제와 함께 결혼에 대한 생각, 특히 레너드가 더욱 심해진 조울증으로 인해 서로의 힘든 생활과 여건을 이겨내고자 결혼을 감행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에 대한 실체를 더욱 실감있게 느끼게 된다.

 

- 소설이라는 장르는 결혼 플롯과 함께 그 절정에 도달했으며, 결혼 플롯이 사라지면서 다시는 원래의 위치를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 손더스의 견해였다. 인생의 성공이 결혼에 달려 있고 결혼은 돈에 달려 있던 시대에 소설가들은 글을 쓸 만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장대한 서사시는 전쟁을, 소설은 결혼을 찬미했다. 남녀평등은 여성에게는 이롭지만 소설 장르에는 해로웠다. 게다가 이혼은 소설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에마[제인 오스틴의 소설 '에마'의 여주인공]가 법적으로 별거를 신청할 수 있다면 그녀가 누구와 결혼하든 무엇이 문제겠는가? 이저벨 아처와 길버트 오스몬드[헨리 제임스의 소설 '여인의 초상'의 두 주인공]의 결혼은 혼전 합의서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결혼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으며 소설 또한 마찬가지라고 손더스는 우려했다. 오늘날 결혼 플롯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p.61

 

책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의 대목을 통해 기존의 결혼관에서 많이 변화된 결혼의 실체와 이에 근접하는 사람들의 변화는 특히 1980년대라는 시기를 관통하면서 당시에 벌어진 다양한 사회적인 변화들과 같이 메들린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변화를 같이 보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책의 결말, 레너드와 맞지 않는 결혼을 느낀 메들린이 결국엔 자신의 곁에 최후까지 남아준 미첼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다시 재결합을 한다는 통속적인 결말을 기대한 독자라면, 특히 나의 상상력이 그렇기도 했지만 저자는 이에 같은 동조를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결혼이란 단계를 거치기까지의 변화된 세태를 주목하면서 결혼을 최우선시했던 시대를 벗어나 시대의 흐름으로 인한 졸업생들의 취업 난항과 결혼에 대한 부담감, 특히 메들린처럼 레너드를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과연 시간이 흘러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점들, 레너드와 미첼이 생각하는 관점들을 통해 결혼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메들린, 그 품을 벗어나서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생활을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여건의 불리함, 자신의 병이 쉽게 낫지 않으리란 불안한 심리의 기저를 깔고 있는 레너드, 사랑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두고 다른 길을 선택한 미첼의 행보를 보면서 독자들은 깔끔한 결말을 원할 수도 있겠지만 세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 나름대로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과 결말을 통해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를 연신 묻게 되는 책이다.

 

여기에 시대는 1980년대를 통해서 그리고 있지만 실제 여전히 지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일 수도 있기에 저자가 그린 이야기는 소설을 통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결혼이란 제도가 주는 여러 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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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7 - 안녕, 조선 패밀리 조선왕조실톡 7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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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지막 권이라니!

읽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조선 패밀리'란 이름으로 붙여진 조선시대의 마지막을 다룬 이 책, 참 아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던 추억을 떠올려보게 한다.

 

처음 만화로 된 '톡'을 차용한 책이란 점에서 역사를 다루는 분야라면 유행의 흐름도 좋지만 제대로 된 정석의 느낌이 드는 역사서를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했던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게 한 책이란 점에서 쉽게 떠나보낼 수가 없음을 느낀다.

 

사실 조선왕조가 지금의 시대 전인 마지막 왕조이다  보니 여러 가지 역사에 근접한 사실들이 많이 알게 되고, 또 기타 다른 왕조 시대보다는 피부로 느끼는 생활 주변의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볼 때 우리의 아픈 역사를 들여다보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정조부터 시작해 대한제국 말기까지 그려낸 이 책은 여전히 그 매력을 발산한다.

유행의 흐름에 따른 간단한 '톡'을 설치해 그 안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당시의 사정과 행간의 흐름을 통해 전달해주는 역사에 근접한 노력들, 특히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발랄하고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그와 연관된 여러 가지 당시의 모습들을 참작해 볼 수 있는 글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들인  이한의 ‘실록 돋보기’는 역사의 보충 설명식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당시의 각 권력층의 당권 다툼이나 사회적인 상황을 다뤘다는 점에서 역사서를 대하기보다는 간단하지만 요점만 콕 집어 알려주는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사실 조선의 시대를 공부하면서 뒤에 갈수록 힘없이 열강의 세력들에 치이고 끝내는 제국의 말로를 보는 부분들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부담감을 느끼기에 조선 중기까지만 그려낸 부분들을 더 좋아했지만 역사란 과거를 되짚어 봄으로써 또 다른 발전의 가능성을 알아간다는 데에 우리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에 대한 공부를 더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의 마지막 권이자 '조선의 패밀리' 시리즈란 이름으로 출간하면서 나온 전 7세트를 통해 좀 더 우리나라의 근대로 넘어오기까지의 우여곡절들이 곁들인 열녀문이나 효자비, 천한 성(姓)으로 알려진 이야기의 부분들은 잠깐 쉬어갈 수 있는 부분이면서도 다른 관점으로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해 주기에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이끄는 부분들이 아닌가 싶다.

 

 

 

 

역사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아이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취지로 만든 책,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역사공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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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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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촉감이  곱게 만져진다.

푸른 청색의 색감이 다시 책 속에 펼쳐진 이야기와 함께 더욱 빛남을 느끼게 해주는 책, 오랜만에 다시 접해보는 작가의 글이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처음 방송에서 아픈 상태와 그 후에 다시 모습을 보인 방송을 통해 잘 이겨냈구나 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이 책을 통해 그간 저자가 살아온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이외수 하면 같이 따라오는 분, 정태련 님의 그림은 역시 복잡한 마음을 다시 숨 고르게 해 주는 기쁨을 전달해준다.

 

 

 

 

 

 

 

그동안 자신이 아파오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나 다시 시도해서 먹게 됐다는 김치에 대한 애정, 여전히 세태에 대해 쓴 날카로운 시선들은 그만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감성마을의 분위기 또한 다시 느껴볼 수 있는 계절상의 변화와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아닌 것은 아니란 생각을 짧은 글 속에 던지는 글은 여전한 필치를 뿜어낸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불운한 일상들, 정치권이나 일반 세상이나 힘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힘든 세상에 단비처럼 뿌리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는 글들이 그림과 같이 여전히 풍성한 마음을 지니게 해 준다.

 

 

 

 

 

 

아침 10시에 기상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는 자자의 소소한 일들을 엿보는 기분은 작가로서의 글 쓰는 책임감이 어떤 것이며 철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같이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부분들이기도 했다.

 

누구나 체질이 다른 관계로 벌어지는 체중의 늘림과 줄임의 상반된 관계, 저자는 살 찌우기 위해 노력을 하고, 누군가는 과체중이라서 빼야 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수술 후에 가지게 된 긍정 마인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작은 것 하나라도 가볍게 여길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지금도 여전히 활발한 글 쓰기에 대한 창작열과 감성마을이 주는 계절의 만남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때론 응원을, 때론 공감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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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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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출간 소식을 접하고서 소재가 무척 흥미를 이끌었다.

미국의 인종 문제는 항상 들끓고 있는 잠재적인 용광로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미국 내의 소수 인종들에 대한 편견, 특히 흑인 노예제도의 해방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읽었지만 이처럼 절묘한 조합의 구성은 확실히 모든 상을 휩쓸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할머니 때부터 농장의 노예로 살아가는 코라라는 소녀의 탈출기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떤 역동성 있는 극한대의 활발한 활동이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닌 흑인이 살아온 역사, 원하지 않았지만 저마다 다른 부족들 출신들이 모여 그들의 언어와 풍습, 노래를 통해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희석을 섞어 살아가는 묘사 장면들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할머니 우지라가 살아왔고 자신의 어머니 메이블이 살았던 랜들 농장에서 코라는 태어났다.

노예들이 살고 있는 오두막 안에서도 벌어지는 땅이라고 해봐야 땅이란 용어 자체도 불리기 애매한 조그만 텃밭을 지키고 가꾸어 온 할머니의 죽음 뒤에 자신을 버리고 탈출한 엄마, 그런 환경 속에서 코라는 할머니와 엄마가 지킨 텃밭을 지키며 살아가는 노예 소녀다.

 

어느 날 새로 들어온 노예 시저라는 남자 노예로부터 탈출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지만 단칼에 거절한다.

인간의 근본적인 태생 속에 갇혀있는 속박되고 한정 지어진 곳에 살다 보면 그 먼 어느 세상 밖으로 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결국엔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자 시저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자신의 계획을 알고 쫓아온 친구 러비, 그렇지만 숨 막히도록 뛰어 달려온 지점에서 부딪친 백인들의 만남은 러비와 헤어지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둘은 자신들을 도와주려는 사람의 집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진짜 지하철도가 아닌 흑인 노예들을 탈출시키고 자유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돕는 비밀 단체 조직 이름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19세기 노에들의 탈출을 돕는 이런 노선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실제 존재한 단체는 아니고 여기에 착안한 저자의 상상력이 노예의 탈출을  이야기의 설정으로 함께 끌어들임으로써 대단한 하나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방불케 하는 문학작품으로 탄생이 됐다.

 

코라와 시저, 그들을 돕는 노예제도에 대한 반대를 품고 도와주는 백인들과 자유인 신분을 가진 흑인들의 도움은 지하철도의 명칭처럼 역과 역장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비밀의 활동을 개시한다.

 

숨 막힐 듯 추적해오는 노예 사냥꾼 리지웨이의 추적과 함께 책의 공간 이동은 조지아에서 몸담아 살아온 두 사람이 그곳을 떠나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한 때 다른 이름으로 정착할 수도 있겠다는 꿈을 무참히 저버린 리지웨이로 인해 또 다른 역 출발을 향해 가야만 하는 여정을 그린 이 책은 당시 각 주(州)마다 다른 법 적용과 흑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제도적인 방침, 같은 백인이라 할지라도 탈출에 동조한 같은 인종을 색출해 죽이는 장면들과 붙잡힌 노예들의 처형 방법의 묘사들은 흑인 노예제도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느끼기에 아픔을 느끼게 한다..

 

코라는 묻는다.

 

- 자유인 신분이 된 흑인들이 제 주인들을 피해 달아났듯이, 백인들 역시 그들 주인의 폭정을 피해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이 땅에 왔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이상은 다른 이들의 이성을 부정했다. 코라는 마이클이 랜들 대농장 뒤편에서 독립선언문을 암송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중략)

 

코라는 그 말들을 거의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정말로 모든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것을 쓴 백인들 역시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흙처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든 자유처럼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들이 다른 사람의 것을 강탈했다면, 아니었다. 코라가 경작하고 일했던 땅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코라는 백인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여서 그 종족의 미래를 씨앗부터 말살해버리는 대학살의 효율성을 자랑스레 얘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p 136

 

백인들의 머리에 새겨진 흑인들에 대한 각인, 멍청하고 자신들의 터에 또 다른 인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의 뿌리 원천을 저자는 흑인 노예 소녀의 시선과 탈출을 통해 백인 사회가 이루어 놓은 역사의 허점을 비판하고 있다.

 

하류층 백인들의 이주로 인해 또 다른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 흑인들, 자신들의 의지대로 정착하고자 했지만 결국 같은 부류의 인종들이라도 또 다른 생각들의 이견으로 인해 큰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코라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의지는 결코 무너질 수가 없음을, 그래서 여전히 자신이 정착할 또 다른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미 150여 년 전에 해방이 된 흑인들의 이러한 아픔이 있는 제도는 청산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비단 흑인 노예제도뿐만이 아니라 기타 다른 부분들에서도 완벽한 평등과 자유를 누리고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고 그러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코라의 여정은 저자의 탁월한 역사를 관통해나가는 필치로 인해 기존의 다른 흑인 작가의 작품들과는 다른  문학작품을 접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귀중하고 고결한 기쁨, 자신의 진정한 권리를 찾아가는 코라 라면, 아니 그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란 점에서 많은 울림을 주는 책이란 생각을 해 본다.

 

24년 만에 나온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동시 수상작으로 기타 여러 부분에 걸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작품답게 과연 이 책이 맨 부커상 수상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드라마로도 만날 수 있다니 영상을 통한 기대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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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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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미술 책에 당연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그림들, 특히 입체파의 대표 격인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설사 직접 그림들을 보진 못했어도 적어도 책을 통해서 간접으로나마 접해 보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이미 여러 평론가들에 의해, 보통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린 시절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당기는 듯한 빨려 들어가는 색채와 조합들 때문에 미술에 관해서 모르고 봤지만 표현할 길 없는 강한 인상적인 만남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아트 서스펜스를 지향하고 있는 책이지만 생각할 부분들을 건드리는 책, 큐레이터 경험자답게 미술의 세계를 흥미롭게 그린다.

 

게르니카-

 

온갖 군상들, 특히 인간들의 울부짖음과 짐승들 그것을 내려다보듯 하는 눈동자의 색채감, 특히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고는 더욱 그 아픔을 느끼게 되는 몇 안 되는 그림이기에 이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나가게 하는 구성의 흐름이 각인되기 쉽게 한다.

 

왕정 국가인 스페인의 역사에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반대파인 프랑코 장군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얻고서 내전을 일으키게 된다.

 

책은 이 시점의 분위기 시대인 1937~1945년까지를 드러내면서 피카소와 그의 한때 연인이었던 사진작가이자 작가인 도라의 이야기와 현시점인 2001~2003년도의 뉴욕과 마드리드를 주 배경으로 이야기를 다룬다.

 

파리에 머물던 피카소는 당시 1937년도 벌어진 스페인 내전으로 자치주의와 독립국가를 외치는 바스크 지방에 있는 게르니카 지방에 무차별 폭격을 퍼부은 독일의 만행에 대한 그림인 게르니카를 그리게 된다.

 

게르니카란 제목 자체도 피카소가 붙였을 만큼 피카소 자신이 혼혈의 힘을 기울여 그린 이 그림은 전쟁의 잔혹함과 비극, 고뇌를 모두 그려냄으로써 당시 스페인 공화파 정부의 의뢰로 파리 만국박람회 스페인관에 출품하기 위해 그려진 사연이 깊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막상 전시를 하고 보니 분위기는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모든 사람들의 긍정적인 눈길을 받기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이는 곧 유럽의 각국을 전시함과 동시에 이를 끝으로 미국의 현대 미술관 MoMA에 전시되는 것을 기회로 스페인이 민주사회로 돌아오게 되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것을 조건으로 전시하게 된다.

 

한편 어린 시절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본 이후 미술사를 전공하고 MoMA에 근무하고 있는 야가미 요코는 피카소의 전시회를 목적으로 기획하고 있던 중 남편이 9.11 사태의 희생자로 남게 되면서 더욱 게르니카에 대한 전시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스페인으로 간 이후 한 번도 타국에 전시된 적이 없는 게르니카-

당시의 분위기는 이라크 공습을 천명한 미국의 발표가 이뤄진 시점이었고 그 발표는 공교롭게도 UN 본부에서 발표하게 된다.

유엔 본부에도 게르니카 그림을 바탕으로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고 그 자리 뒤에서 발표를 하는 미국 장군, 그러나 그 태피스트리는 암막이 걸쳐진 채 방송이 나가게 되고 이후 세간의 이목은 과연 누가 이 태피스트리에 암막을 걸치게 했는가로 쏠리게 된다.

 

미국 정부일까? 아니면 남편을 잃고 반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르니카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요코의 짓일까? 그렇다면 요코는 정말 이 사건의 주범일까?

 

책은 한 미술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국의 이익과 그에 상응하는 보복과 오래된 전쟁과 역사에 맺힌 한(恨)을 풀어 보고자 하는 세력의 이입을 그리면서 전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미술  고위 관계자와 요코의 주된 활동을 그리고, 과거의 피카소가 그 당시 겪었던 예술인으로서 느끼는 고국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고뇌를 그림을 통해 보이는 과정을 교차하면서 그려나간다.

 

여성편력이 유명했던 피카소, 게르니카가 그려질 당시에 연인으로서 함께 했던 도라의 시선으로 보는 피카소란 인물의 예술적인 영감,  미술에 대한 애정과 피카소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파르도 이그나시오의 활동, 그 이후 노년에 이른 그와 요코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의 아픔을 느껴보게 하는 흐름으로 그려진다.

 

가공할만한 괴력의 무기를 앞세워 지금도 현재의 세계는 서로의 이익 앞에서 한치의 양보를 이루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피카소가 바란 마음을 대변하는 게르니카란 미술 작품을 통해 전쟁의 진정한 피해를 입는 보통 사람들의 애환과 절규, 그리고 이념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고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예술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를 생각한 점을 그린 저자의 시선이 새롭게 다가온다.

 

 

- 이것은 검이 아니다. 그 어떤 병기도 아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어두운 색의 그림물감을 칠한 캔버스. 단순한 그림 한 장일 뿐이다.
하지만 검보다도, 그 어떤 병기보다도 강하게, 예리하게, 깊게 인간의 마음을 도려내는.
세계를 바꿀 힘을 가진 한 장의 그림- p 133

 

 

펜은 무기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책은 예술적인 저항은 실제 이념을 넘어선 진정한 화해의 장으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각인을 심어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아트 서스펜스를 그리는 장치로서 유엔 본부의 태피스트리의 암막 실체를 지시한 주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 뒤에 전쟁의 아픔과 야코의 진실된 바람을 함께 그리면서 게르니카가 과연 미국의 전시회에 걸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중의 설정을 통해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저자의 충실한 미술사에 대한 접근 방식을 결합한 책인 만큼 미술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용어와 피카소가 어떻게 그렸을지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 스페인 내전에 대한 역사를 알고  함께 읽어나가면 미술사 공부와 생생한 역사의 현장도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책이란 이점도 누려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같은 반복적인 내용들이 중복되어 나열된 점이 읽는 흐름이 끊기는 점으로 아쉽지만 바람둥이 피카소에게 이런 면도 있었다는 점, 실제 국내에도 게르니카가 전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작가의 이번 작품은 제155회 「나오키상」 후보작, 2017년 「서점대상」 후보작, 제9회 R40 서점 대상 수상, 슈칸분슌(週刊文春) 「2016 미스터리 베스트 10」, 「다 빈치」 플래티넘 서적 BOOK OF THE YEAR 2016까지 두루 석권한 책인 만큼 읽어보면 미술과 전쟁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두루두루 알아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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