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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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 좀  독특한 책을 만났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처럼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들은 같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남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는 초인들의 집단인 칼라차크라(우로보란)다.

 

그는 처음에 1919년 1월 1일에 태어나 1989년 70세의 나이로 외롭게 죽을 때의 삶까지 모조리 기억한 채 계속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원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그의 생은 이러한 반복 작업을 통해 초인 집단들 가운데서 기억술사란 더욱 특이한 점을 지닌 삶을 살아간다.

 

한번 죽었고 다시 태어나게 되면 그 이전의 삶은 모두 망각이란 것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해리는 오히려 이러한 몇 번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다음 생애에서 일어날 일들의 경험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용해 보려고 노력한다.

 

이들의 특징은 미래를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연대 조직인 ‘크로노스 클럽’을 창설하여 유지하게 되지만 현재에 개입해 미래를 조작할 수 있다는 능력은 역사에 대한 그 어떤 것에도 개입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운다. 

 

하지만 그런 일부들 중 해리의 환생하던 삶 중에서 교수의 신분으로서 맞게 된  제자이자 친구처럼 여긴 빈센트 렌키스와의 의견 충돌은 해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미래를 알지만 개입을 꺼리는 해리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선 이에 개입을 함으로써 더  나은 지향을 해도 괜찮다는 빈센트의 충돌, 그들은 그렇게 만나고 죽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드디어 빈센트가 계획한 거대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책 속에는 이러한 반복적인 패턴과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해리의 인생들, 그 안에서 저자의 해박한 세계사와 양자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인생의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반복적인 삶은 과연 행복할까?

 

책을 읽다 보면 태어남과 죽음은 그렇게 긴 격차가 아님을,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리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그가 말한 진실에 대해 정신병자로 오해를 했으니, 죽고 태어나고 다시 만남을 거듭하면서도 해리의 삶은 오히려 외로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선형적인 역사 속에서 해리처럼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역사 속의 한 부분에 개입을 하게 되었고 빈센트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그의 욕망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교차의 시. 공간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장면들로 인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말미에 빈센트의 계획은 과연 저지할 수 있을까?

해리가 남긴 편지는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의 허를 찌른 대미의 장식을 했다는 점, 해리는 과연 다음 생애에서 다시 태어나 또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의 진행은 결코 끝이 아님을 느끼게 해 준 저자의 글은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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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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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아픈 기억들, 특히 한 시대를 드러내는 사건들은 여전히 그때의 날이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가슴 한편이 아프다.

 

한반도란 땅에서 떨어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읽으면서 역사의 한 부분을 관통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었다.

 

 2013년 제1회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검은 모래>란 이 작품이 다시 출간이 되면서 접한 기분은 여전히  당시의 삶을 이어간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평생을 해녀로 살아간 제주도의 해녀들의 삶, 거친 자연환경도 그녀들의 삶을 같이 부여잡고 살아갔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일제의 강제 점령기는 결코 그녀들에게 평온한 삶을 주지 못했다.

 

제주 여인인 구월과 해금의 삶을 통해 본 그녀들의 삶과 그 삶 안에서 살아가려 했던 모진 세월의 극한을 그들의 자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일본 속에 재일 한국인이란 신분의 세계를 같이 이어가면서 더욱 먹먹함을 지니게 한다.

 

세계 속의 각 나라들이 처했던 이러한 상황들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한 나라의 국민이 어떻게 자신의 고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 그 안에서 한국인의 뿌리가 점차 일본이란 나라에 살면서 어쩔 수없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려야만 했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실적인 고통, 고뇌,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생각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책은 4대에 걸친 제주 여인의 삶과 그 자손들의 삶까지 포함시키면서 육지에 극한 됐던 한국의 아픈 역사가 제주도라는 섬에까지 넓혀 그 역사의 현장으로 오게 만들었고 일본까지 그 범위를 펼친 저자의 필력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의 한 부분을 보다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다뤘다.

 

일본 내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도 조총련, 북송 귀국 민, 재일 조선일들에 대한 처우 개선들은 알고 있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그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책 제목처럼 한 손에 모을 수는 있지만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모래, 특히 제주 여인들의 한 많은 삶을 토대로 그린 개인의 삶과 역사가 검은 모래 그 자체를 연상시켰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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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하이스트
요나스 본니에르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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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강도가 아닌 확실하게 각인되는 강도사건을 심층 취재해서 소설화한 작품이다.

실제  2009년 9월 23일에 벌어진 강도사건의 실화를 다룬 이 책은 스톡홀름의 한 건물, 그것도 보안 업체이자 현금 수송업체를 겸하고 있는 G4S란 회사의 현금 보관소를 강탈한 사건을 재 구성한다.

 

전혀 다른 국적을 가진 강도들, 그들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평범한 가장도 있고, 뛰어난 전기 수리공도 있으며, 침착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인성을 지닌 사람, 이 모든 재정을 담당하는 사람, 결정적으로 헬리콥터를 이용해 조종사까지 구해 이 사건에 뛰어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사건이 전개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다뤘다.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는 회사, 그것도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돈을 강탈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그들이 모의를 도모하고 설계도와 경찰들을 따돌리기 위해 펼친 행동들은 철저한 시간 계산 아래 이루어진 일사불란한 특공대를 연상시킨다.

 

차단 경보를 해제하는 방법이 아닌 지붕을 뚫고 현금이 보관된 6층까지 가기까지의 시간을 다투는 계산, 그 안에서 다뤄지는 심리적인 압박감들은 비록 나쁜 범인들의 행동이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의 맛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경찰들의 심리를 이용한 압박작전, 이를 허용한 나머지  이들의 사전 강탈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허탈하게 당하고 마는 경찰들의 판단력 저하는 오히려 이들의 강도 사건을 더욱 부각하는 도움을 주는 장면이 마치 진짜 영화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강도 사건 중 탑으로 꼽히는 사건인 만큼 저자가 이 사건에 관계 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설정한 작품 속의 장면 장면들은 영화도 이런 영화는 없을 것이란, 그렇지만 실제 이런 사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믿을 수가 없게 만든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실제 사건이 정말 그렇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갖는 식의 결말이 그들이 그렇게 애쓴 노력(?)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나 하는 반전의 맛이 기막히게 다루어 그려졌다는 점이다.

 

 

서스펜스와 재미를 모두 갖춘 실제 이야기의 구성은 제이크 질렌할 주연으로 영화화 제작 확정이라고 한다.

어떤 인물을 맡을지도 궁금해지는 만큼 책 표지에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맞춰보는 것도 재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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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섬광 - 김은주 미스터리 소설
김은주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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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드라마를 보면 소재의 유행이란 것이 있긴 있나 보다.

특히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에서도 단골처럼 등장하는 메디컬 소재 드라마는 때론 로맨스적인 면도 들어있지만 거대한 조직 앞에서 힘없는 인간의 진실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에 대한 다각도의 이야기들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한국적인 메디컬 스릴러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를 궁금하게 한 책,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이런 류의 작품성 소재는 더욱 활발하게 다루어졌음 하는 바람이 든다.

 

이야기는 15살 소녀 수인이 5년 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던 날, 같은 동갑내기 소년 고윤이 투신자살하면서 시작이 된다.

 

단순한 자살이라고 결정된 이 사건은 수인이 진실은 그것이 아님을 말함으로써 본격적인 진행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 모두 코마 상태에서 빠진 상태였다가 고윤이 먼저 1년 만에 깨어났고 고윤은 자신과 같은 처지로 누워있는 수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뜻 보면 코마 상태에서 타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의학이란 사람의 관점에서 확실히 보이는 면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발생하기에 이 부분은 확실히 모르는 나로선 패스~

 

 한편 고윤의 죽음의 원인은 수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자살이 아님을 짐작하고 있는 간호사 희정과 기타 경찰과는 다른  의문을 갖고 있는 형사 무원까지 합세하면서 이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어떤 확실한 결정적인 쾌감을 선사하진 못했다는 아쉬움을 준다.

 

왜 증거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간호사나 형사는 의지박약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했을까?

백지장도 만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이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보다 적극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이 과감하게 펼쳐졌다면 한국형 메디컬 스릴러의 새로운 장르를 보인 작품으로써  확실한 느낌이 들었을 텐데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흔한 거대한 대학병원의 감춰진 비밀과 거대 알력들의 보이지 않는 힘,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이 그저 아픈 속만 끓여야만 하는 유족들의 심리들까지를 두루두루 선보인 작품답게 현실성 있는 고발을 드러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소설 장르에서도 점차 다양한 소재의 패턴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는 점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만일 드라마로도 나오게 된다면 다를 차원의 메디컬 소재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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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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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문화가 발달해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엔 특히 아주 추운 계절이나 요즘처럼 푹푹 찌는 폭염이 있는 계절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이웃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정도로 서로가 터놓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조차 하지 못할,  서로 이웃 간의 서먹한 정도는 이제는 당연한 듯이 지내는 시대가 됐다.

 

이 작품은  2011년 <크리피>로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마에카와 유타카 교수의 화제작으로 현대인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 허점을 파고든 스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빌라에 28세 여성과 다섯 살짜리 딸이 시신을 발견이 된다.

 

요금 체납으로 인해 수도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나선 56세의 저널리스트이자 대학 시간강사인 다지마는 공기관의 처사에 울분을 느낀다.

 

다행히 지식인을 위한 월간지 <시야>에 이 기사를 실릴 원고를 쓰게 되는데, 우연찮게 이웃에 살고 있는 두 자매에게 도움 요청을 받게 된다.

 

정수기 판매를 목적으로 들이닥친 두 사람의 강압적인 말과 행동에 두려움을 느낀 것인데 이 일은 먼 15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연관이 되면서 두 모녀의 아사 사건은 급기야 정수기 판매 사건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자신의 문 앞에서 친절하고 정갈한 입성의 바른 자세의 남자들이 수질 검사를 무료로 한 번 해주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출. 퇴근 시간이 아닌 한가한 시간대를 노린 범행이라면 누구라도 당황해하며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 속에 살인 현장의 정황 묘사가 무섭게 다가오고 이런 일들을 서슴지 않게 벌이고 내빼는 진짜 범인의 뻔뻔한 행동과 말들이 법의 체계와 그 안에서 법망을 피할 수 있게  법의 허점을 노린 장면들이 저자의 전공분야답게 잘 표현이 되어 있다.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결말의 뜻하지 않는 또 다른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은 통쾌하기보단 왠지 씁쓸하고 허망한 인생의 말로를 보는 것 같은 회한을 지니게도 한 작품이다.

 

어떤 사건의 발생 시점에서 나타난 시신의 형태를 통해 살인인지, 자연사인지를 판단하는 검시의 단계에도 여러 절차가 잇고 이를 토대로  한 인간의 죽음을 두고 어떤 방향으로 결말을 나타내야 하는지에 대한 상황들이 들어 있어 기타 다른 스릴 장르에서 보인 것보다는 훨씬 체감 있게 다가오게 한다.

 

현대인들의 홀로 살아가는 삶, 그 안에서의 고독과 더불어 이웃과의 교류마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생활 패턴의 부정적인 면을 살인이란 사건을 통해 보인 책이라 인상이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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