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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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LD)-

요즘 방송에서 흔히 다루는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아이들보다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는 특징을  드러내는 이름들이다.

 

이제는 책에서나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는 일들이 전보다 많아지고 그런 성향을 가진 경우를 통해 익숙한 면도 있지만 이 저자처럼 자신이 이런 병들을 갖고 있었던 30년 전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이해의 부족한 면이 많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코믹 만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읽다 보면 코끝이 찡해오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이런 성향을 지닌 것을 몰랐던 부모들 ,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따돌림, 선생님들로부터의 체벌은 기본이고 홀로 다른 곳에서  선생님에게 당한 학대들은 수치심을 넘어 강한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타인들과 다르다는 점, 이런 성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어린 나이에 유서를 쓰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저자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자신의 삶을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지금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가가 됐다.

 

 

 

 

 

나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꼭 정해진 룰에 끼여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듯 자신의 어떤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아픔을 다른 곳에 승화시켜 또 다른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이 이율배반처럼 들리는 것에는 이런 저자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있기에 만화를 읽고 나면 더욱 저자의 공감을 같이 느낄 수가 있는 책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면 지금도 이런 주위의 시선에 아픔을 느끼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매체를 통해서 보고 느꼈던 것을 다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 저자의 솔직한 내면의 고백이 담긴 글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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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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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가로서, 특히 여성의 삶을 다룬 글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 중 한 편의 이야기가 담긴 티저 북이다.

 

그동안 저자가 다뤄온 여성들의 이야기들은 이번에도 그녀만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움을 준다.

 

착한 여자의 사랑이란 제목 하에 여러 단편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티저 북에 담긴 제목은 그중에 하나인 [자식들은 안 보내]이다.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부분, 시부모와 수학교사인 남편, 그리고 두 딸의 엄마인 폴린은 생각지도 않게 파티에서 만난 제프리 톰이란 사람의 제안으로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연극 제목은 [외리디스]-

에우리디케의 프랑스어 발음인 이 제목은 신화의 이야기를 따온 현대극으로 부활한다.

 

그런 그녀가 휴양지에서 제프리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아니 포기하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떤지는 짐작만으로 해볼 수 있는 짧은 단편의 이야기는 누구나 정해진 인생의 정답은 없다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처럼 저자의 짧은 단편 속에 감추어진 삶에 대한 방향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것에 대한 행동들을 통해 여성들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이끌어낸다.

 

 

단편을 통해 누구나 같은 인생은 없다는 사실, 그러므로 이런 인생, 저런 인생도 있음을, 여성들이 살아가고 있던 그 당시의 시대 속에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이루어나가는지에 대해 그린 이야기인 만큼 독자들이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들도 다양하게 나올 것 같은 이야기였다.

 

하긴 누구나 계획대로 진행되는 삶이라면 그 또한 재미없지 않을까도 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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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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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북으로 만나 보는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제3세계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영미와 북유럽권의 소설만이 지닌 특색을 넘어선 다양한 감정을 품게 한다.

 

알고 있는 이스라엘 작가 중에 아모스와 근간에 읽은 다비드 그로스만이 있다는 사실 외에   단편의 귀재라 불린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본 느낌은 장편 소설을 좋아함에도 단편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줬다.

 

길고 긴 이야기를 짧게 담는 단편이란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고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기간인 7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와 역사, 그 안에서 수시로 다가오는 미사일 공격, 때론 그런 상황임에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역사 안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들이 겪는 삶을 들려준다.

 

그 이야기의 주 소재가 타인이 아닌 작가의 가족 이야기란 점 때문에 특히 이 티저 북 속에 담긴 짧은 이야기는 저자를 중심으로 아들 레브가 탄생한 순간 아버지가 되고 자신 또한 한 아버지의 아들이란 위치 속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낸 시간들을 그린 것이라 감동과 유머, 웃고픈 상황을 연신 느낄 수가 있다.

 

단지 어떤 한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환경과 그에 따라 수긍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본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 안에는 부모로서 느끼는 민감한 군대 이야기, 삶의 마감을 앞두고 낙천적인 생각과 유머를 날리는 아버지, 그런 가운데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저자의 눈물 이야기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그 한순간의 단순함을 넘어 공통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서 이 책은 이런 범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있잖니.”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
 “아빠는?” 레브가 물었다.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레브 앞에서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울었다. - p208, 「아버지의 발자취」 중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책을 모두 읽어보게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저자가 말했듯이 비행기나 열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사람에게 하는 편이 더 좋은 이야기라고 한 대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칠 년간의 여정에서 무엇이든 한 가지는 당신의 마음속에 남길 바란다는 저자의 인사는 티저 북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고이 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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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탄의 문 1~2 세트 - 전2권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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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미 여사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다.

아마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에 접한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새로움을 접했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전작에 대한 느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판타지가 섞인 스릴이라 좀 당황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19세의 대학생인 미시마 고타로는  돈도 벌고 즐거움도 찾던 중 선배 마키 세이고의 추천으로 그가 있는 사이버 패트롤 회사인 '쿠마'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말들을 찾아 이상한 것들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이상한 것들을 잡아내는 회사로서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한다.

 

신체절단을 행한 살인사건,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발가락 수집가 버펄로 빌'로 불린다는데 무려 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여기엔 쿠마 회사 사장마저 포함이 된다.

 

 

한편 같은 아르바이트생인 모리가나 겐지는 실종된 노숙자들의 행방을 쫓다 자신이 행방불명 상태가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고타로는 선배의 향방을 추적한다.

 

 

 

다른 장소인 또 다른 곳인 차통 빌딩에는 이상한 소문들이 나돈다.

옥상에 설치된 가고일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소문,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는 소문에 전직 형사인 쓰쯔키 시게노리는 이 사실을 알기 위해 빌딩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선배를 찾던 고타로와 마주치게 되는데....

 

현실적인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말들 속에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일파만파 커지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학원폭력에서도 여전한 힘을 발휘한다.

 

 

 

 

고타로의 이웃인 여학생이 당하는 왕따의 현실적인 위협적인 말들, 옥상에 설치된 가고일의 실체는 인간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저편의 세상에서 온 '가라'란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란 설정이 이 책의 전반전인 흐름을 이어나간다.

 

 

 

 

선배와 살인범을 찾기 위해 가라와 계약을 체결하는 고타로는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된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고 사건의 해결은 현실의 감각과 판타지의 요소가 결합된 사회파 미스터리를 갖춘다.

 

사람들의 갈망을 모아서 자신의 아들이 있는 곳, 비탄의 문을 넘어가야 만날 수 있는 그곳에 가기 위해 고타로를 이용하는 가라와 그런 가라의 '말'을 보는 능력을 받게 된 고타로의 범인 추적을 그린 이야기는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 학원 안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폭력, 노숙자들의 문제들을 드러낸 저자의 사회파 미스터리가 드러난 작품이다.

 

악인도 정해진 바가 없고 그렇다고 선함도 뚜렷하게 경계를 지어질 수 없는 인물들의 설정은 고타로가 사건의 해결함에 있어 양쪽의 모든 면을 드러낸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과연 고타로는 가라와 함께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그려본 작품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판타지가 섞여 있어 기존의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를 즐겨 본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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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무라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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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겨봤던  드라마 중에 '미스터 선샤인'이란  작품이  있다.

암울한 시대였던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강인함과 그 여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인 하지 무라트를 생각하면서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톨스토이가 인생 말년에 자신이 보았고 들었고 상상하는 대로 썼다는 이 책의 주인공인 하지 무라트는 실존 인물로서 북캅카스  체첸 일대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용맹을 떨친 아바르인 전사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 샤밀을 물리치고 가족을 무사히 데려오면서 진정한 이슬람 국가의 신성한 체제를 이루길 원한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기다림 속에 결국 자신은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매가 같은 동족인 매들로부터 쫓겨난다는 사실처럼 자신 또한 러시아의 손에 죽게 될 운명임을 깨달은 과정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결국 택할 수밖에 없었던 오직 한 가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그려지며 탈주  와중에 쫓아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장렬히 싸우다 전사하는 내용을 그린다.

책은 톨스토이가 천착해 온 주장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스며든다.

한 개인의 삶이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역사라는 굴레에서 어떻게 좌절이 되고 무너지는가를 그리며   하지 무라트란 인물을 통해 그가  속했던  산민들의 삶, 온건하고 평화로운 얼굴, 때론 야만성과 순수성을 동시에 보인 하지 무라트라는 인물을 통해 전제국가의 권위주의와 냉철함의 계산적인 생각들의 오만함을 비교해 보임으로써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선택한 모습이 그려진다.

 

 

 


- '타타르 풀'덤불은 세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줄기 하나는 잘려나간 팔처럼 뜯겨 남은 곳이 튀어나와있었다. 다른 두 줄기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줄기 하나는 가운데가 부러져 그 끝에 매달린 꽃은 더러워진 채 아래로 축 늘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흙이 묻어 더러웠지만 여전히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마치 몸의 한 부분이 찢겨나가고, 내장이 터지고, 팔이 잘리고, 눈알이 뽑힌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형체를 짓밟아버린 인간에게 굴하지 않은 듯 여전히 꼿꼿이 서 있었다.-p 9

 

 

 


결코 타협에 불굴하지 않았던 하지 무라트란 전사의 용기와 실천,  그 자체는 책 첫 장에 나오는 엉겅퀴란 풀의 생명의 끈질김과 고귀한 모습과 동일함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희망과 불굴의 의지를 보인다.

전쟁이란 참혹함이 주는 야만과 허위에 찬 야망들, 러시아 황제와 샤말 사이를 오고 가는 줄타기 속에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행동으로 보인 하지 무라트의 삶을 통해 저자가 그려온 정신을 집대성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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