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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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길을 가게 되면 지도를 통하거나 검색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대에 도달하는 경로를 탐색하게 된다.

당연하게 알려주는 이기 문명의 혜택 앞에서 우리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가장 효율적이고도 합당한 시간을 이용하려는 행동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마련인지라 어쩌면 이런 수단들이 없었다면 힘든 노력이 배가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제25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최단경로'는 그래서 더욱 새로웠다.

 

 

소설적인 장치 위에서 변화되는 현대문명의 발전된 모습 속에 고립되고 외로운 모습의 인간들을 보인 것 자체가 서로 조화롭게 시도된 모습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원체 과학적인 부분과는 친하지 않은 면이 있어 책에서 보인 빅데이터라든가  알고리즘, 코딩 같은 부분들이 나올 때는 이해함에 있어 좀 어렵게 다가온 부분도 있지만 처음부터 시작된 문장을 넘어서면 소설 속에서 주는 인간미가 드러나는 전개 부분들이 급속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라디오 피디인 혜서가 전 책임 피디인 진혁이 남긴 프로그램 안에 숨긴 소리의 행방을 찾아 휴가를 내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부분들은 어떤 사건에 다가서려는 인물의 모험처럼 보였다.

 

진혁이 사표를 낸 뒤 그의 행방을 쫓아간  그곳에는 진혁의 과거이자 결코 멈출 수 없는 현재의 애영이 있었고 그들 사이에 흔적인 아이와 애영의 엄마 교통사고로 벌어진 죽음이란 큰 흐름이 존재한다.

 

이 모든 일들이 서로 공유하는 정보에 의해 맵에 의해 따라갔던 혜서, 애영과의 만남과 주위 인물들의 등장과 대화들은 진혁의 행방을 쫓기 위해 온 혜서와 애영의 최단경로처럼 비친다.

 

누군가의 아픔이 상처가 되고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안락사를 택하기로 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던져보게 되는 책, 혜서와 애영의 만남으로 이어진 그들의 인연과 서로의 삶 자체를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 않게 들리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자신과 아이를 저버린 진혁의 행방을 쫓는 두 사람의 만남은 다미안 교수가 제시했던 과제의 연속성처럼 보인 장치도 실로 저자의 탁월한 영리함이 돋보인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누구나가 걱정이 없겠지만 인생이란 것 자체가 결코 만만하지 않기에 인간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의 방식이 저마다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빠른 속전속결의 최단경로의 삶도 좋지만 우회로를 통해 가는 길목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아가는 기회가 온다면 이 또한 최단경로의 지름길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지도에서 공식적으로 삭제되었다던 샌디 섬의 존재, 그 섬이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이제 또 다른 새로운 섬의 정착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혜서나 애영도 이젠 저마다의 샌디 섬을 찾아가는 최단경로를 선택하는 일만 남았음을, 그래서 더욱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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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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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발전해가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도 가상이란 이름 아래 실현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이면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들도 있기 마련, 실제로 지난해 안타깝게 삶을 저버린 연예인들이 있었다.

 

충성스러운 매니아 팬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계기로 당사자에게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악성 댓글들은 큰 결과 앞에서 심각한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영리하게도 이런 현 세태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용해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여주인공 테사와 연예인 에릭쏜의 불안감은 이런 흐름들을 제대로 활용한다.

 

남자 주인공  팝스타 ‘에릭 쏜’이 겪는 정신적인 방황은 보이밴드  멤버였던 도리안 크롬웰이 여성 팬에게 살해당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자신을 추종하는 광팬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우연하게 가상의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둘의  대화는 로맨스로 흘러가는듯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를 그린 시점을 토대로 그린 것이라 조사 과정 또한 실제를 보는 듯하다.

 

경찰 조서, 트윗, DM 등의 형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그려져 있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 보인 추리의 맛인 반전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리고 있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작년의 안타까운 일들의 영향 탓인지 요즘 인터넷상의 연예인 기사에는 댓글을 못 달게 하는 장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쓴 악성 댓글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충격과 죄책감, 공포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댓글에 대한 신중한 자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10대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흐름들이 실제 저자가 이런 일들에 대한 일들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연스러운 글들의 호흡이 좋은 책이었다.

 

마치 다음 책을 기대해보게 하는 결말 부분들, 만약 차기작이 출간된다면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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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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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이후란 책 소개에 이끌려서 읽은 책이다.

 

이미 이 영화를 본 독자들이라면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후일담을 두고 이야기를 했을 분들도 있었을 텐데 나의 경우엔 퀴어 영화란 점과 영상미 속에서 둘의 감정선을 어떻게 원작에 비교해서 그려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었다.

 

작가도 아마 이런 독자들의 의중을 알아챘는지, 그 후속작으로 이 책을 펴냈다.

 

전작에서 17살의 엘리오와 24살의 올리버는 각자의 삶을 나름대로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책의 구성은 총 4장에 걸맞은 내용과 음악에서 사용되는 말들을 차용했다.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끄는 형식의 이야기라서 처음엔 누구의 이야기인지를 호기심 있게 다가서게 한다.

 

첫 장에서의 인물은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이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엘리오를 만나러 가기 위해 오른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은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혼 후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했던 그는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뜨게 된다.

 

한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엘리오는 과거 자신의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그 또한 여러 감정에 쌓인다.

 

마지막의 인물인 올리버는 대학교수로서 이미 결혼해 아내와 자녀를 둔 가장이다.

새로운 근무지의 대학으로 가기 전에 그는 우연히 접한 연주를 듣게 되면서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호불호가 가릴 것 같은 이 책의 흐름은 어떤 완벽한 결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또 다른 차후의 다른 시간을 통해 다시 그려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게 했다.

 

퀴어영화나 소설이 예전처럼 금기시되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나 사회적인 인식 저변도에서 볼 때 아직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만큼 이성이란 전제하에 다루어지는 '사랑'이 아닌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만 들여다본다면 이 책의 그림은 각기 다른 인물들을 통해 충분히 느끼가며 읽어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연령차이, 이성, 그 어떤 것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느끼고 감동받는 순수한 감성 그 자체를 다룬 책이라, 과거에 이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

 

전작품과 같이 이어서 읽어도 좋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부담 없는 이야기의 흐름이 괜찮았다.

 

이 작품 또한 영화로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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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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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이런 종류의 추리와 스릴을 느끼는 책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신선함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책, 바로 롱 웨이 다운이다.

 

15살의 주인공 윌의 형 숀이 어젯밤 살해당했다.

엄마의 약을 사러 이웃 동네에 갔던 곳에서 형을 죽였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이 동네의 특이한 룰이 있다면 바로 세 가지가 있다.

 

No. 1: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2: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3: 복수하는 것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윌은 위 규칙대로 따르고자 한다.

바로 형의 원수를 죽이는 일, 형의 방에서 감추어둔 총을 꺼내 들고 슬픔에 젖은 엄마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 윌, 7층에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을 연상하게 한다.

 

책은 7층에서 시작되는 숫자를 보인 챕터를 시작으로 벨이 울리고 1층으로 내려가기까지 총 60초가 걸리는 그 시간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이 열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윌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란 사실.

 

형의 친구, 어린 시절 첫 입맞춤 대상이었던 대니, 삼촌, 아빠, 연이어 계속 만나는 사람들 속에 형까지 모두 만나는 윌의 당혹감과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 속에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마치 한층 한층 문이 열릴 때마다 이번엔 누구일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도대체 죽은 사람들이 왜 나타나는 것인지, 윌은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여려 가지 궁금증을 유발한 채 진행이 된다.

 

긴 문장의 호흡이 아닌 짧은 운문 형식을 취하면서 드러내는 장면들은 작가의 영리하고도 이색적인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틀에 박힌 이야기의 범주이되 그 범주를 전혀 다른 뒤틀림의 세계 속으로 던져 넣은 글의 호흡들, 그리고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세계의 돌고도는 복수와 원한의  세계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그려놓은 한정된 엘리베이터란 장소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반전의 한마디는 영화 식스센스를 연상시킬 만큼 소름이 오싹 돋았는데, 아마 이렇게 짧은 두 단어로 인해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온 책도 오랜만이었다.

 

읽으면서 영화를 연상시켰듯 아니나 다를까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좁은 공간의 엘리베이터, 담배 연기가 피어나고 그 속에서 차례차례 만나는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어떤 결말이 이어질까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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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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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반된 단어의 느낌이 강렬하게 와 닿는 두 단어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법의학자 안경환, 영문학자 김성곤, 두 분이 대학에서 다룬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인 만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다.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란 장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옳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이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심이 깃든 체계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들처럼 법이 내린 판결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이 책에서 보인 다양한 문학과 영화의 내용들을 토대로 다룬 내용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특히 재밌게만 봤다고 생각했던 영화의 한 장면, 한대사 부분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들리는지,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대사가 메타포적인 의미로 어떤 부분들을 드러내는지를 보인 글들은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책은 총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의 이면, 정의와 편견 그리고 사회와 사람으로 나누어져 각 파트에 해당되는 영화 이야기나 문학작품을 토대로 미국의 건국 토대부터 시작한 법의 체계서부터 어떤 사건에 이르러 법으로 통과되기까지의 과정, 유머로만 기억됐던 한국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같은 경우도 눈여겨 다시 볼 영화들이었다.

 

특히 그저께 오랜만에 방영된 '프라이멀 피어'란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저자가 다룬 법과 그 법의 토대 안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또 다른 법의 허점과 인간의 마음을 이용하는 범인의 섬뜩한 이면들, 이를 다른 폭력의 형태로 자신의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사의 좌절감을 보인 명장면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물음은 여전히 꾸준한 질문이다.

 

자신의 주장이 정의란 이름으로 주장하고 이에 반한 이견을 낸 사람들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결정지어버리는 세태, 정의 실현을 위해서 가해지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면들을 볼 때 이 책에서 보인 여러 작품들은 예술적인 장르로만 느껴볼 것이 아닌 무엇을 의미하면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뜻을 부여한 책이기도 하다.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을 부제로 달고 있지만 꼭 법에만 국한되지 않은 넓은 의미의 법 이야기를 통해서 작품을 볼 때 시야를 넓혀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딱딱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의외로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편집된 부분도 좋고, 특히 문학과 영화를 다룬 것들이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라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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