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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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의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작가들 중 심리를 뛰어나게 그린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다.

출간된지는 오래됐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옷을 갈아입고 출간이 됐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대한 작품은 아니었고 이 책 또한 처음 접한다.

하고많은 작품 중에 유독 이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개정판을 통해 접한 기분이 남다르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여러 가지 느낌을 그리는 작가,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패턴이 아닌 정상에서 벗어난 사랑을 그렸음에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어색함을 못 느끼는 작가의 글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을 보더라도 헤어진 남자 친구의 연인과 동거생활, 유부남을 사랑하는 불륜의 사랑, 세상의 잣대로 보면 결코 정상의 사랑법이 아님에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비관적인 모습이거나 다른 감정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 또한 정상의 범주에서 생각하는 사랑을 하지 않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사랑이 상대방을 어떤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사랑 형태가 온전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사랑'이란 말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가도 어느샌가 그들의 사랑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저자의 사랑이야기는 읽을수록 새롭다.

 

주된 내용인 마흔 살 여인과 스무 살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책은 아들뻘에 해당되는 연하의 남자와의 사랑이야기지만 두 남자의 사랑 방식이 다르다는 데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차이점이 재미를 준다.

 

 토오루와 코우지라는 이름을 가진 두 청년, 이들의 사랑은 정반대, 즉 토오루는 사랑을 기다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 함께 있고 싶고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방식이라면, 코우지는 양다리 걸치는 식의 사랑법을 취한다.

 

어느 쪽이 진정한 사랑의 형태라고 말할 순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사랑법이 특정 인물들에 한한 것이 아닌 그저 평범한 그 누군가의 사랑법도 될 수 있다는 설득력 있게 그린 점이 저자의 글솜씨로 발휘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작품, 다시 한번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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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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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을 아니지만 대체로 출간된 책들은 거의 읽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군다나 개정판으로 새롭게 만나는 책이란 것에 궁금증이 더욱 생긴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의 백야행을 접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또다시 그의 진가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배경은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의 그 후를 다룬다.

대지진이란 재해 속에 부모를 잃은 여자 주인공 미휴유는 계획된 살인이 아닌 우연한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건물 더미에 깔린 고모부를 죽인 마샤야를 보게 되고 마사야의 사연은  오로지 아버지 생명보험금을 노린 고모부의 존재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저지른 살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운명을 함께하는데...

 

사건을 두고 모든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그녀, 가녀린 외모에 위험함을 느끼게 하는 여자, 이런 여인에게 빠져드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긴박함을 유지한 채 진행된다.

 

자신들이 위험을 알아주고 함께하며 풀어나가려는 그녀를 어찌 마다할 사람들이 있을까?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그녀의 교묘한 계획은 역시 마사야를 이용했음이 드러난 장면들이 기막히게 다가온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뿌리치지 못한 남자 마사유, 그렇다면 그녀는 진정 자신의 계획 때문에 그를 이용한 하려 했을까? 아니면 마사유처럼 어느 정도 그에 대한 감정이 있었을까?

 

유일하게 그녀를 의심했던 형사 가토는 그녀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후반부에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내용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 아니 마사유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몰려오는 것은 팜프파탈인 줄 알면서도 그녀를 놓지 못했던 순정남에 대한 사랑이 내내 안타깝게 느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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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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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심금을 울렸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죽음 뒤에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비록 육신은 이승을 떠나가지만 영혼만은 그 사람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믿고 싶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날 통고를 하지 않는 불청객이다.

그런 만큼 이런 죽음, 특히 가까운 지인이나 부모님의 죽음을 실제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책 제목이 주는 울림 성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듯하다.

 

이 책은 실제 저자가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기자이자 작가로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언젠가 맞을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 관을 짜기로 계획하면서 느낀 여러 감정을 쓴 에세이다.

 

은퇴한 이후에도 꾸준히 당신에 대한 몸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던 아버지는 집 안 곳곳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했고 그런 가정의 분위기는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우연찮게 자신의 관 짜기 돌입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발상은 일률적인 관의 형태나 소재를 떠나 온전히 자신만의 영혼이 들어갈 관을 생각했기에 가능했고 이는 총 1095일 동안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의 변화를 담담히 풀어놓는다.

 

암의 재발에도 불구하고 거뜬히 이겨낸 아버지, 그런 아버지였지만, 엄마의 친한 친구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연이어 세 번째 암이 발생한 이후 아들이자 한 남자, 한가정의 가장인 저자가 아버지를 통해 느낀 삶에 대한 사랑, 용서, 후회를 진솔하게 풀어낸 부분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내 곁에 항상 계셔줄 것만 같았던 부모님의 존재,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이란 말이 서툴게 받아들이기도 전에 갑자기 돌아가신다면 그 당황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자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저가가 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을 구했을 때 자신의 노하우와 곳곳에 인생의 지혜를 담아낸 모습들이 저자의 섬세한 기록을 통해 보인점이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게 한다.

 

동양인의 시선으로는 선뜻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지만 이를 떠나 관을 만들기 위해 설계를 하고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점들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 나 자신의 관을 만든다는 것은 한 때는 매우 매혹적인 은유처럼 보였지만, 다 만들어진 관의 모습은 자신의 진실을 가식 없이 드러내 보였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상자일 뿐이었다.- P335

 

 

차근히 풀어낸 글의 감정도 좋았고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뭉클함이 가시질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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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신작을 만났다.

보통 신작이 나오면 인터넷 서점에 검색이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어디에도 검색이 되질 않아 처음엔 당황이 됐었다.

알고 보니 밀리의 서재에서 밀리 오리지널 에디션으로 출간된 자체 작품이라 검색이 안됐던 것-

 

 

다양한 인간의 삶과 모습들, 에세이를 통해 작가의 글을 접한 독자로서 이번에 접한 이 작품을 SF라는 장르에 도전한 작가의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 속에서 그린 장면들처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면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닿게 한 책이다.

 

과학자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철이는 어느 날 어디론가 잡혀간다.

 

자신이 인간으로 알고 살았지만 그를 붙잡아간 사람들은 그를 인간이 아닌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로 알고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자신의 정체는 과학자가 만들어낸 휴머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그는 진짜 인간인 '선', 휴머노이드인 '민'과의 만남을 통해 휴머노이드 연옥이란 곳을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에서 보면 먼 미래 뇌 부분만 있는 형태가 전시실 안에 올려져 있고 그 뇌와의 상호 대화를 통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장면들을 볼 때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서 본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에 있어서 무한의 생명을 가지고 있지만 육체는 없는 경우, 이와 반대되는 경우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삶이 온전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들은 저자가 그려낸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을 보인다.

 

문학작품 속에서 만났던 인물들이 연상될 만큼 비슷한 것들이 느껴졌고 SF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연상되기도 해서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저자가 도전한 SF문학의 첫 발로서 가벼움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시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SF계열 책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특히 김영하 님의 노트가 별도로 부록으로 들어있어 그 안에 책의 내용과 부합된 일러스트는 또 다른 이해력과 감성을 느끼게 한다.

 

 

 

 

 

 

 

 

 

 

두껍지 않은 책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과, 군더더기 없이 부드럽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 돋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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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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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코지 미스터리 작가로 알려진 덴마크의 아나 그루에 작품이다.

 

덴마크 지방도시인 크리스티안순이란 곳에서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단 소르메달은 고교 동창이자 수사관인 플레밍 토르프, 아내 마리아네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잠시 회사를 쉬고 있던 바로 자신의 직장에서 청소부 업체에서 파견된 릴리아나란 여성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단은 사건 현장으로 플레밍을 돕기 위해 함께 간다.

 

죽은 그녀에 대한 정확한 신원과 거처를 알지 못하던 그들은 그녀와 함께 파트너로 일하던 벤야민을 추궁하게 되고 이후 사건은 릴리아나와 함께 동거하던 또 다른 나이지리아 여성 샐리가 참혹하게 죽은 모습으로 발견이 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이들을 죽인 것일까?

 

책의 내용은 사회복지국가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북유럽의 속살들을 파헤쳐 그 안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정당한 절차대로 이민자의 자격이 아닌 불법체류자 출신들, 그것도 자신들이 꿈꾸던 직업을 갖게 해 주겠다며 접근한 사람들이나 가족들의 몰염치한 행동의 결과물로 성매매를 전전하는 여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실상을 드러낸다.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하나 이 역시도 법망의 테두리에 걸려 다시 고국으로 소환되는 악순환, 고국에서조차 관습이란 형태로 돌팔매나 또 다른 제3 국으로 다시 팔려가는 악순환의 고리는 불법체류자로서의 생활이 차라리 낫다는 희망마저 갖게 되는 모순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의 일부를 가로채는 복지국가의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진실되게 그들을 돕는가?

 

일부이긴 하겠지만 이 책에서 보인 그들의 모습은  불법체류자들의 상호 묵인하에 법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  겉에서 보는 빛나는 이면 뒤에 감춰진 어둠을 보이는 글이라 씁쓸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안위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비정함과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냉정함,  반대로 그들로 인해  죽은 여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실명조차 불릴 수없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여실히 보인 작품이다.

 

'단 소메르달' 시리즈로 불리는 첫 신호탄이라는 이 작품을 통해 복지국가의 감춰진 우울한 진실을 드러낸 점, 그 안에서 전문 수사관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인 단의 활약이 돋보였던 책인 만큼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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