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지음, 이다희 옮김 / 뮤진트리 / 2026년 2월
평점 :

화자인 알리야는 70대로 50여 년 간 서점에서 일한 여성이자 번역가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난 그녀는 16세에 결혼하고 곧이어 이혼한다.(이혼을 당했다.)
그녀의 엄마 또한 16세에 결혼해 18세에 과부가 됐고 그녀를 낳은 후 다시 재혼한 상대가 남편의 동생이자 시동생인 남자에게 의탁하는 어찌 보면 아랍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의 한 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 알리야가 엄마와 같은 이른 결혼과 이혼으로 얻게 된 집은 그녀의 평생 집이 되는 과정 또한 만만찮은 친정 식구들의 요구에 대립을 하는 가운데 그녀가 오로지 의지하던 삶은 서점에서 일하고 음악, 미술, 번역을 하는 것에 거의 모든 일생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는 모든 일상의 문학이란 범주에서 그녀 스스로 자신의 삶과 함께 했으며 한나와의 교류가 그나마 유일한 친밀한 사이였지만 그녀가 떠난 후 나라의 급박한 정세와 그런 영향 하에 일반인들, 특히 여성들이 겪는 불안감들은 일종의 친하지는 않지만 위급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연대하는 이웃 여성들의 삶과 함께 한다.
- "나는 이미 오래전에 글에 대한 맹목적인 갈망에 나를 맡겼다. 문학은 내 모래 놀이터이다. 나는 그 안에서 놀고 요새와 성을 쌓고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 날 힘들게 하는 것은 놀이터 바깥의 세상이다(...) 문학은 내게 삶을 주고 삶은 나를 죽인다"-p16
사회에서 여성이란 이름으로, 한 인간의 존재로서 구성원이 갖춘 역할에 대해 사회적인 관습과 불암감들로 인한 불필요한 여자라는 인식은 작품 속에서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설 같으면서도 소설 같지 않은 에세이 형태의 문장들은 그녀가 지닌 깊은 사색과 인생을 살아온 깊이를 끌어올린다.
번역을 했으되 세상에 내놓지 않은 채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작품들, 그녀가 지닌 음반에 담긴 이야기와 기타 예술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일부 남성들이 지닌 지식보다 훨씬 깊다는 생각과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들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이슬람권에서 여성의 존재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 알리야처럼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삶에 대해 생각들을 하게 된다.
염색약을 잘못 사용해 푸른(파란색)으로 변해버린 알리야의 머리, 전쟁이 일상사에서 하나의 패턴처럼 이어지는 그녀가 살고 있는 터전에서 여성들은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갈까?
빠르게 읽힌 작품은 아니지만 저자가 여성일 것이란 생각으로 빠져들게끔 문체가 느껴진 점이 이색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