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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세븐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3월
평점 :

미미여사의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작점을 알리는 작품, 이번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에도시대를 다룬 이야기와는 다른 현대사회 문제점 중 하나인 제도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실제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저자가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두 남녀가 알지 못하는 방에 함께 깨어났고 그들은 기억을 잃은 상태로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살고 무슨 일을 해왔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 두려운 가운데 유일한 흔적이라고는 그들 자신 팔뚝에 새겨진 레벨 7이다.
이들 이웃인 사에구사란 남자가 그들에게 오면서 그들을 도와 진실을 향해가는 한편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신교지 에스코란 여인은 네버랜드란 곳에 취직하면서 사건에 휘말린다.
그녀가 근무하는 곳은 네버랜드로 일식면도 없는 이들이 전화를 걸어와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대화하는 일을 하는 곳,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 누구에게 말할 필요가 있는 이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곳이기에 에스코는 17살의 미사오란 학생과 연결된다.
그러던 미사오가 행방불명된 상태로 이어지자 그녀의 마지막 전화를 근거로 에스코는 아버지와 함께 미사오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이야기가 한데 모아지면서 밝혀지는 내막은 추리물이 선사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사회파 추리물답게 현대사회 제도 중 하나인 치료 하고자 입원한 사람들을 올바르게 치료하지 않는 병원의 그릇된 행정과 실체들, 여기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전기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해 없애는 방식으로 가족들에겐 안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실상을 고발한다.

실제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은 요양원에서의 일이라고 하는데 마치 뉴스에서 접한 일부 그릇된 행동으로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가한 간병인들이나 의료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의 폭력의 실상을 마주 대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두 남녀 오가타 유지와 미요시 아키에의 불행한 가족의 사건의 발단은 범인 스스로 성공한 대가인 부를 지키고자 집착한 이기심과 자신이 스스로 이겨나가지 못한 자괴감에 의해 삐뚤어진 어린 심성이 간직된 마음의 폭발로 드러난다.
이런 점들은 점차 성공가도를 통해 한 지방에 뿌리를 내린 한 개인으로서 부와 권력을 이용해 여러 집단과의 협조 내지는 협박과 강권에 의해 자신만의 작은 왕국으로 유지하려 한 비열한 진실을 폭로한다.
자신의 왕국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생명은 아무렇게나 이용할 수 있고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두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진실의 내막을 밝혀내는 과정이 폐쇄되다시피 한 병동 안에서 울부짖는 환자의 환청마저 들려오는 듯해 그 내막을 알게 되는 가족이라면 어떤 심정일지 분노를 느끼게 한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진료가 통제라는 시스템에 갇혔을 때 이들을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레벨 7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된 순간의 내막은 여전히 인간의 생명을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이기심이란 부분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 팩스나 큰 컴퓨터 모습이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시대적 흐름을 느낄 수 없는 소설로(즉 아직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 두 권을 합쳐 한 권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미미 여사의 사회파 추리물 시작을 알리는 이번 작품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