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걸작 논픽션 23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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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 있어서 전쟁만큼 파괴적이고 역순 환적이며 새로운 가치의 태동이 생성되어  실현되는 것이 있을까?

 

이 책을 접하면서 느끼는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된 생각들은 저저가 다룬 상반적이면서도 동률적인 내용으로 읽은 것도 오랜만이란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인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 작곡, 니진스키 안무, 댜길레프의 공연 계획으로 1913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을 말한다.

 

초연 당시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초연 작품은 기존의 정형화된 발레의 틀에 벗어난 획기적이고 도발적이면서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음악으로 인해 관중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경찰까지 대동되는 사건으로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만들 당시 러시아란 자신의 나라 배경 속에 이교도 제사 의식의 한 장면인 제물로 선택된 처녀가 쓰러져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것에 모티브를 착안, 탄생과 죽음, 그 죽음 뒤에 가려진 원시성과 폭력성을 드러내 보고자 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

 

 

 

                                           (다음에서 발췌)

 

 

여기엔 발레리노로서 무용수란 것을 접고 새로운 창작 안무에 뛰어든 니진스키의 도발적인 춤사위, 예술은 구원과 재생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충격과 도발은 예술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댜길레프의 생각이 함께 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시대의 흐름은 아방가르드에서 말하는 도덕은  추(醜)의 발명품이자 추의 복수(p65)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과 혁신적인 에너지가 있고, 도덕적이나 윤리는 사라지다 피 한 마치 제물의 희생으로 치러진 영광과 열망만이 드러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프랑스나 영국이 자유주의 평등 관념에 치우쳐 있을 때 독일은 모더니즘 국가로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제국주의 후발주자로서 두 나라에 미치지 못한 열세는 인구증가와 독일 통일을 기점으로 맹추격한 끝에 영국을 앞서갈 수 있었던 결과를 낳았고  내면의 자유, 허울이 아닌 진짜와 진실에 대한 것을 추종하는 나라였다.

 

이는 독일에서 당시 금기시됐던 동성애의 성적 해방, 코르셋과 벨트, 브래지어 해방이라는 움직임으로  영, 프랑스의 영향이 포위된 세계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전쟁을 통한 각 나라가 고수했던 생각들의 차이는 전쟁을 통한 평화,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실현, 절멸과 기계는 자유와 시로, 무도덕성은 진리가 되어버렸다.

 

 

 

 

 

 

처음 전장에서의 적대국들 간의 소위 말하는 '무인지대'에서 벌어진 초창기 크리스마스 전야에 벌어진 상호 간의 화합과 따뜻한 분위기는 점차 전쟁이 진행되면서 의무감의 실현 뒤에 드러나는 권태, 개인들마다 갖게 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대규모의 참상의 길이 열린다.

 

 

무엇 때문에 전쟁을 치르는지, 지긋한 악천후의 기후, 모기, 피로감과 함께  죽은 시체들과 함께하는 참호 속 생활, 이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병사들의 초연한 예술적인 감상품처럼 느끼는 생각들은 전쟁의 비애이자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신들의 처절한 전쟁 전투와 후방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생각 단절 괴리, 이러한 모든 것들은 봄의 제전에서 나오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격동적이고 숨 막히는 과정, 정신적인 변화에 대한 흐름을 빠르고도 질주를 향한 현대의 삶을 연상시킨다.

 

 

인류의 안일하고 승리 확신에 대한 희망이 어떻게 보통의 병사들, 아니 전쟁이란 이름으로 행하는 그 모든 방법들에 의해 무너지는지를, 좋게 말하면 끝까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했던 영,프가 독일의 가스 사용(결국 히틀러의 가스 사용이 나중에 다시 실현됐지만 말이다.), 잠수함 사용으로  세계 전쟁사의 판도를 뒤집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은 정신적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하는 독일과 사회적이면서 역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영국 간의 극명한 차이를 통해 보여준다.

 

 

 

 

1917년 독일은 전체주의 국가가 되고 죽음은 창조적 기능을 떠맡고 활기를 불어넣는 원천이 된다.

 

드디어 제물의 희생으로서 재생을 찾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전쟁이 진행될수록 후방에서 선전과 검열이 진실 왜곡을 흐리면서 전쟁의 본질을 흐리고, 과거에서 미래로 찬미에 찬 이동으로 가는 과정 속에 이루어진 변화들은 비단 전쟁만이 아니었다.

 

 

국가적으로는 개인의 통제 강화, 노동과 경제가 엄격하게 조직되고 통제되는 것,  정신적, 도덕적으로 전쟁 전만 해도 희망의 문화였던 모더니즘이 악몽과 부정의 문화로 탈바꿈한 하게 된 것, 역사가들의 저술보다는 시인, 예술가, 소설가들의 글이 더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린드버그 대륙횡단)

 

이후 전쟁이 끝난 후 1914년 순수한 이상주의로 충만해 있던 한 청년이 제16 바이에른 예비 보병 연대에 배속되고 이후 다시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주역이 됐다는 사실은 전쟁의 속성에 대한 의문과 인간 광기에 대한 잣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가 이 전쟁에서 배우고 답습한 나치즘의 발현은 의식과 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히틀러 그에게 선전은 예술로 생각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세계대전이란 전쟁은 이미 과거의 일로 역사 속에 남겨졌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종교와 문화의 대립, 같은 국가 안에서조차도 의견 대립으로 맞서는 사태들을 생각하면 인류에게 가장 해악을 끼치고 상처를 남기는 전쟁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그저 힘없는 희생물로서 희생당하고 그 희생물 위에 새로운 삶의 창조적인 싹이 트길 기다린다는 마음은 히틀러가 행했던 체제를 되새겨보며 경각심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대전쟁'이란 용어로 불린 제1차 세계대전, 정치사적으로나 역사적인 방향에서 다뤄진 관점에서 벗어나 당시 전장의 기운이 돌았던 시대상의 분위기 속에 함께 이루어졌던 전방위 예술 운동을 통해 제1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아방가르드가 공격했던 정의, 존엄성, 예의범절, 법에 대한 존중들의 가치에 대한 전복이 실상은 우리들의 삶에 가장 필요한 부분임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처럼 막과 막장을 이용해 현대 탄생을 알리게 된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직조하는 방식의 서사를 펼친 저자의 탁월한 내용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종 경각심을 울리게 한다.

 

 

 

 

 

- 확고하나 미덕을 갖춘 인간만이 완전히 자유롭다고 진실로 말할 수 있다.- J.S 밀(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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