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4
에밀 졸라 지음, 조성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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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공마카르 총서 제15작인 작품, 먼저 출간된 '패주'의 주인공 장 마르카가 전장에 나서기 전에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당시 작품이 출간될 당시 반도덕적, 폭력적이란 말에  수긍할 정도의 사실적인 묘사 부분들은 그 분위기와 인물들의 행동과 말로 인한 파격적인 압도감에 당하며 읽게 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일궈낸 조제프 카지미르 푸앙이 그의 자녀들에게 땅을 분배해주고 그들의 자식들 중 루이 푸앙의 집안을 중심으로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인간의 탈을 쓴 원시적인 동물 감각만 남은 인간들의 군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루이가 땅을 경작할 힘이 없어 세 남매에게 땅을 분배하면서 시작되는 비극의 첫 발은 제비뽑기를 통해 각자의 땅을 나눠갖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사촌인 리즈를 임신시키고 아들 쥘을 낳게 한 막내 뷔토의 '악'의 행동은 리즈가 재산을 물려받고 그 옆에 도로가 건설된다는 소식과 함께 땅값이 오르자 결혼을 하는 치밀한  술수를 보인다.

 

이어 리즈의 동생 프랑수아즈마저 갖는다면 재산분배는 물론이고 다른 하나의 여인을 취한다는 중혼까지 행하는 그의 모습은 근친상간의 극대치를 이룬다.

 

그런 한편에 목수였던 장 마르카는 솔페리노 전투를 끝내고 고향으로 가던 중 이곳 우르드갱이 소유한 보르드리 농장에 노동자로 일하면서 프랑스와즈에 대한 사랑과 욕망을 갖게 된다.

 

 

 

 

책 속에 담긴 대지는 자연의 시초다.

 

태초에 대지가 만들어지고 그 토대 위에 인간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대지가 주는 혜택과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조화는 이 작품에서는 하나의 쟁취를 하고자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농민들 그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살아가는 근거란 대지, 즉 땅이란 것이 있음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삶이자 목적에 속하는 것으로 푸앙이 자식들에게 분배한 그 땅으로 인한 집안의 불화는 극도로 파행으로 치닫는 매개체로 그려진다.

 

 

노력해도 날씨의 영향을 받으며 행복과 슬픔을 감당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땅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탐욕은 땅 노예가 따로 없음을 처절히 느끼게 한다.

 

 

 

 

 

돈과 땅만 오로지 갖고자 아버지를 구슬려 갈취하고 박대하는 자식들, 그런 자식들 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 푸앙마저도 끝내 땅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하는 인물이란 점은 인간들 삶에 깃든 자연의 이로움이 어떻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그려낸 저자의 글이 감탄을 자아낸다.

 

엄마를 죽이고 형제 사이의 불화, 욕정을 채우고 살인을 저지르며 아버지마저 불에 태워 죽이는 뷔토란 인물은 '악'의 화신 그 자체로서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의 원천임을 표현하지만 그런 가운데 악의 종말은 볼 수 없는 선과 악에 대한 아이러니함마저 보인다.

 

특히 읽으면서 크누트 함순의 '땅의 혜택'과 비교해 보게 되는데, 같은 대지라도 함순의 대지는 자연과의 조화, 감사함에 대한 '월든'의 느낌을 갖게 한다면 에밀 졸라의 대지는 철저하게 당시 농장주,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공화주의자, 나폴레옹 신봉자들에 대한 인물들을 통해 봉건과 자본주의적인 시선까지도 철저하게 파고든다.

 

 

 

 

 

 

자연주의 문학이란 거장답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혜택이 아닌 땅을 갖기 위한 인간의 모든 솔직한 정서적 교감과 신뢰의 배반, 욕망 앞에서 인간이길 포기하는 군상의 표현들은 저자만이 해낼 수 있는 필력이 아닌가 싶다.

 

 

봄날에 파종을 뿌리는 묘사 장면, 하늘과 밀이 자라고 바람에 흐드러지며 쏠리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한편  포도를 따고 포도주를 마시며 즐기면서도 엽기적인 행동을 벌이는 일들은 웃픈 현실이자 실소를 터트리는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는 현실성을 그려낸다.

 

 

특히 리즈와 소의 동시 출산 장면, 욕정에 굶주린 뷔토의 행동들은 너무도 사실적이라 목로주점에서의 목욕탕 장면 다음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지는 그저 한자리, 그곳에 묵묵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단지 인간들만이 서로 죽고 못 살 앙심을 품고 갈취를 하며 상처를 남기뿐, 계절의 순환과 죽음과 삶 사이에 연동으로 이어진 유기 체제는 그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해 준다.

 

 

 

에밀 졸라가 그린 대지의 이미지, 역설적인 모습과 아니러니 한 광기, 그 속에 비열한 웃음을 내포하고 다시 인간으로 하여금 대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유한한 생명의 기원임을 드러낸 흐름들은 장의 시선으로 인해 땅을 일구는 일에서 프랑스라는 땅을 지킨다는 생각의 변화로 또 다른 희망의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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