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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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sns에서 생각노트를 운영하는 저자. 

브랜드 마케팅과 서비스 운영자라는 직업답게 신박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쇼핑몰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가 갑자기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은 이직을 한다는데, 나는 늘 전직을 했다.

매번 제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전 직장에서의 지식과 경험은 다음 직장에서 늘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쇼핑몰 쪽에서 맡게 된 일은 예전에 하던 일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사진 찍는 일이었다.

기계를 다루는 일은 매뉴얼이나 책자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익히면 가능한 일이었는데, 좋은 사진을 찍는 건 달랐다. 그냥 타사의 사진들과 제품들을 봐도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열심히 모니터링을 해봐도 좋은 사진은 찍기 힘들었다.

이때 나의 해결책은 모자라는 지식을 채우는데 치중했었는데, 그건 해결책이 아니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좋은 제품을 많이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효과가 엄청나게 빠르게 나타나진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좋은 사진과 제품들을 보면서, 색감의 사용방법과 제품 사진의 각도를 생각하면서 찍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진을 잘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디테일의 감각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은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프롤로그 PUBLY CEO 박소령

이 책은 저자가 도쿄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노트다.

일반인의 생각과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가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여행, 특히 낯선 곳에 가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건물과 환경,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다르다. 책 표지에 있는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라는 말은 정말 많이 와닿는다. 모든 디자인은 정말 작은 디테일,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배려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품을 고를 때 많은 것을 고려하지만 경험상 디자인이 예쁘고, 사용하기 편한 것을 고르게 된다.

그럼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는 예쁘고 편한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달라지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저자가 남긴 프롤로그, 저자는 자신의 기록 활동을 생각노트라는 블로그에 공유했다.


비행기 안에서 안내 영상도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여행을 가면서 보고 경험한 모든 서비스와 매장, 장소에서의 특이점을 정리했는데, 그냥 정리한 게 아니라 마케터와 기획자, 디자이너에 종사하는 분들을 위해서 영감 포인트도 정리했다.

아마도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종사자분들께 많은 영감을 줄 책이다.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세심한 아이디어 국내 마트에도 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본 기억은 난다.

책을 읽노라면,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도코에서 핫플레이트인 곳들을 차례차례 방문해서, 장소에 대해서 분석하고 생각을 정리한 듯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다. 포인트만 콕콕 집어 정리한 글과 사진들을 보면서 장소가 눈앞에 그려진달까.


단순히 공간만이 아닌 사람을 모이게 하는 공간, 

지역주민과의 조화, 혹은 특정 분야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공간의 힘.

일본에서의 공간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국내에서 오픈한 공간들이 이미 많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경험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아이디어로 구체화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면 이 책을 필히 보도록 하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노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선배 일본의 버스에서 보는 배려.


다양한 연령대나 상황의 사람들을 모두 배려하는 디자인과 공공서비스들.

공간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느껴지는 도시 안의 디자인과 서비스들도 배려가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급속하게 스마트화가 되고 있지만, 특정 연령이나 계층은 소외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 서비스들과 디자인이 많은 편이다. 지하철 손잡이만 해도 그나마 높은 곳과 짧은 곳이 섞여서 있는 곳도 있지만 너무 높은 경우가 많다. 평균키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화장실에 가방 거는 손잡이도 너무 높은 경우가 많다.

동네의 버스정류장에 있는 알림 서비스도 노인들이 보기엔 너무 글씨가 작고 잘 보이지 않게 변경되었다. 버스정류장을 표시하는 새로운 지도도 디자인은 예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젊은 사람들만의 위한 서비스만 존재하는 느낌이다.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서비스와 디자인이 많은 반면, 저런 배려 넘치는 디자인들을 본다면 사회에서 날 배려해준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사회가 배려 없이 삭막하게 돌아가는 것도 공간이나 일상에 깃든 서비스와 디자인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서 아닐까? 공공 시절이나 도시를 디자인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분들이 필독서로 읽으셨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간의 문제와 일상에서의 배려를 더한 곳으로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지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의자나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디자인,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



디테일을 어떻게 전달하고 표현하는가, 

각 직업군을 위한 영감까지 정리해놓은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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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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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의 지혜인 마법을 손녀에게 전수하고자 보낸 할아버지의 편지.


아주 예전에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었었다.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다니는 산티아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 유행하는 소설의 탈을 뒤집어쓴 자기 계발서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름 감명 깊게 읽었던 느낌이 있다.
그 후에 아류작들이 나오면서 자기 계발서가 맞구나라고 확신했지만, 한시대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에는 그 만의 힘이 있다.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은 들어본 느림의 발견의 저자가 새롭게 쓴 신작인 <마틸다의 편지>. 


북극 탐험을 하는 탐험가 존 프랭클린의 삶을 그린 느림의 발견.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준 책이다.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서, 때론 위기에서 탈출할 수도 있었고, 대단한 명성도 얻을 수 있었던 마법사 파흐로크는 106세가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막대한 명성과 부를 비축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소박한 일상을 영위해가는 그의 모습은 요즘 같은 물질 만능 시대에 삶의 지침이 되기에 좋은 책이기도 하다.
삶의 지혜가 농축된 마법에 대한 12통의 비밀 편지를 손녀딸이 성년이 되면 읽을 수 있도록 봉인해놓는다.


모든 마법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려주는 할아버지의 편지.


마법사도 실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보여주는 문장.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삶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손녀딸에게 남기는 106세 할아버지의 편지지만, 그의 생애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법만으로 부자가 된다면 그건 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즐거움의 원천이 되는 마법


결국 파흐로크가 손녀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손녀딸에게 구체적으로 마법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기보단 마음에 달린 것이고,
실은 위대한 지혜의 마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오히려 마법을 믿는 마음과, 잠시 잠깐의 행운을 통해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다는 할아버지의 편지가 이 책의 진실한 메시지가 아닐까?


책의 핵심이 담긴 문장들. 


실은 위대한 지혜의 마법은 존재하지 않고 삶의 행운이 따랐을 뿐이라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에 대한 책, 삶의 지혜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삶에 지쳐서 잠시 멈췄다 가고 싶으신 분께 휴식을 하면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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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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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이 텅 비었을 때 우연히 읽게 된 책.


최근 집안에 큰일을 치러서인지, 계절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무더위가 지나가고 그냥 바쁘게 지나갔던 가을의 끝 무렵쯤인 요즘.
원인모를 공허함에 마음속이 뻥 뚫린 것 같은데, 우울함과는 다른 기분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나도 모르고, 주변인에게도 표현하기 난감한 상태를 만나서 왜 이럴까 고민할 무렵.
우연히 운명처럼 읽게 된 책,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처럼,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울지 말고 견디어야 하는 것이 외로움인 것일지라도, 백영옥 작가님의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의 제목을 읽고 있으면 하루쯤은 실컷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란 안도감이 든다.


프롤로그에서 두 번은 없다는 저 문장들에 쿵 하고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마음속에 스며드는 문장들 가운데서 "두 번은 없다"라는 저 문장이 왜 그렇게 크게 와닿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속상하고, 서운했던 마음속 공허함은 책을 읽으면서 점차 나아질 수 있었다.
읽으면서 공감 가는 문장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차단되고 싶으면서도 완전하게 차단되기 싫은 마음이라니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아리아나 허핑턴이 사용한다는 "폰 베드" 중 "SNS 중독에서 벗어나는 열 가지 방법"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모르는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백영옥 작가님이 수집해놓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노라면 조금씩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는 느낌이다.
아주 예전에 부산에서 회 정식을 먹었을 때, 마지막으로 맑은 생선 국을 먹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평범한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 기본을 지킨 맛 같은 문장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꾸준히 읽고 쓴다는 것.


꾸준히 읽고 쓴다면, 이런 멋진 문장들을 알아보고 저장하고, 창작할 수 있는 것일까.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꾸준히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에 작가님의 인내와 고뇌도 느껴졌다.


좋은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기본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 갔던 문장이라면 역시,

최선을 다해 대충 살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어울리는 말이라며, 과정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는 '아니면 말고~'하는 유연함이 있어야, 이 불확실한 시대에 허우적대지 않고 헤엄치듯 살 수 있을 거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내기보다는 힘을 빼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떤 것이든 기합을 잔뜩 넣고 절대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많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변수는 늘 변화무쌍하기 마련이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
한동안 나는 생기지도 않을 문제를 걱정하고, 돌발 상황을 전전긍긍 고민하느라 아무것도 못했던 시간들이 많았었다.


취향 저격의 일러스트까지, 백영옥 작가님의 글과 잘 어울리는 댄싱 스네일의 일러스트.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고, 공허해진 마음속을 차곡차곡 채워나갈 수 있었다.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천천히 읽고 싶어진다.
아르테의 서평단 책 수집가의 첫 번째 책인데, 이름에 딱 걸맞은 취향 저격의 책이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이 책은 백영옥 작가님이 수집한 문장들을 에세이집으로 엮어놓은 작품이다.
좋은 문장을 쓰고 접하려면, 좋아하는 작가가 읽는 책과 문장을 접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평소 백영옥 작가님의 책이나 문장이 좋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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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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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차 한 잔과 책 읽기는 좋은 힐링 시간이다.


그림일기를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숙제로 썼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무성의하게 쓰기도 했고, 방학기간에는 밀려서 한꺼번에 작성하느라고 기억을 더듬거나 때로는 그냥 반복적으로 썼었었다. 
철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학교에 제출하는 일기에는 점차 본심을 적지 않게 되고, 따로 쓰는 일기장이 생기기도 했다. 그때 썼던 감성이 궁금해서 일기장 내용이 궁금하곤 한데, 이사 다니면서 다 버려서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냥 쓰는 일기 자체도 이제는 SNS로 바뀐 요즘.
어찌 보면 아날로그 정서를 자극하기도 하고 예전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하루 그림 하나>.

하루를 기억하게 위해 쓰기 시작한 일기를 책으로 엮어서 출판하게 된 작가


늘 업무일지는 꼬박꼬박 썼으면서도 내가 뭘 했는지에 대해서 SNS 기록이 아닌 일기장에 손으로 적어본 기억이 없다. 요즘 SNS는 1년 전 내가 뭘 했는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날의 감성 상태를 적절하게 적어놓기에 내밀한 공간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기록이라고 하기에 힘들다.
마치 어린 시절 숙제로 제출하던 일기처럼 남들 보라고 적는 공간에 내 깊은 속 마음까지 털어놓는다는 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작가의 서문을 보면서 많이 공감 갔다.

메시지는 간결하게, 글보다 그림이 전달하는 힘은 크다. 
그렇기에 굳이 메시지를 보지 않아도 그림만으로도 작가의 생각이 확 와닿는다.
1년 365일을 1월 1일부터 12월 마지막 날까지 단순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따뜻해지는 색감과 그림으로 적어내려간 마음속 순간들.
작가의 취향과 내밀한 생각들을 알아가는 게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공감 가는 구절도, 장면도 많았던 책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기에 개인적으로 영화 관련 글과 그림이 가장 맘에 들었다.

짧은 명언과 함께 그림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그때그때의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낸 게 맘에 들었다.


작가의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트인 만큼 문화, 예술 쪽 분야에 관심이 많고, 거기에서 받는 영감이 많은 것도 느껴진다. 같은 걸 봐도 감성이 풍부한 분들은 이런 걸 볼 수 있다고 감탄했다.
굳이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어도 이 책을 보면서 나도 그리고 싶다고 생각되는 건 작가의 단순하지만 사랑스러운 그림체에 이끌려서이다.
물론 그 단순한 그림체 스타일을 찾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이라는 걸 아는 이유는, 한때 그림을 그렸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업적인 것은 아니지만 유년기의 대부분을 놀기보다 그림 그리는데 쏟아부었다.) 몇 번을 그려도 만족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려서 속상하기도, 원하는 색감을 표현할 수 없을 때 절망적이었지만. 그림 그리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혼자여서 좋았었다.

책 속에서 가장 공감 갔던 장면과 구절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가 살쪄도 귀여워서 좋겠다는 말은 너무 공감 갔다.

작가의 내적 고민이 돋보이는 문장들.


책을 읽다 보면,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의 상황을 엿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 보이는 부분이 보인다. 
작업하다가 막혀서 힘들어하거나, 또 금세 반려동물이나 주변의 작은 것들로부터 위안을 얻고 에너지를 얻는 걸 보면서 소확행 이란 무엇인가 잠시 생각하게 한다.

워라벨을 꿈꾸고 싶어도 프리랜서의 경우에 균형 맞추기가 더 힘든 거 같다.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난 부분.


읽다 보면, 따뜻한 작가의 그림이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다.
마치 옥상달빛의 노래처럼 "수고했어 오늘도"의 가사가 떠오르는 그림일기 책이다.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오늘 아침을 시작하면서 나를 위한 한마디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어제는 속상하고 답답했어도 오늘은, 내일은 다를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함께 그림일기 그리고 싶어지는 책이다.
도구는 많이 구비해놨으면서, 쓰지 않고 있기에 이 기회에 시작해볼까 한다.
나만을 위한 그림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시작해보시길.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하는 하루 그림 하나. 마음이 허한 날 읽어보시길 바란다.

집에 그림 그리고 싶어서 샀던 수채색연필, 물통이 딸려서 그러데이션 효과 내기 좋은 붓 펜 등. 도구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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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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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는 42장이 끝이다. 43장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기독교이고, 세례는 받았지만 교회를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사를 하면서 옮긴 동네 교회에서의 노골적인 정치공방, 원치 않는 맞선의 분위기 등등이 원인이었다. 
교회는 엄마 손에 이끌려서 함께 갔던 곳이고, 나의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회를 주말마다 갈 때 마음이 평온해졌던 건 사실이고, 기도를 하고 나면 속 시끄러운 고민들도 사라지곤 했다. 성가를 부르면 감기 때문에 잠겼던 목도 괜찮아지곤 해서 이게 바로 기적인 걸까 생각했던 어린 시절. 한때 언론에서 좋지 않은 질타를 받았던 몇몇 교회들은 유년 시절 맹목적으로 빠졌었던 믿음의 증거이기도 했다. 

늘 열심히 필기하며 듣는 엄마와 달리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도무지 목사님 설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결론이 항상 비슷했고, 상황이 이해가 안 가서였다. 
어릴 때야 시키는 대로 따라 했지만 성인이 되면서 인격이라는 게 생기니 삐딱선만 타게 된다. 
고난 주간이라고 금식하는 기간도 있고, 성경을 읽다 보면 의문만 생겼다.
도대체 왜? 그런데, 기독교에서는 그냥 하나님의 뜻이란다.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상황은 쌓여만 갔다.

어릴 때는 그림 성경으로 성경책을 접했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독파한 적이 없어서 욥기에 대한 내용을 떠올리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접하고 나서야, 아하.
그런데, 욥기는 42장까지만 있다. 43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강한 궁금증이 생겼던 제목이었던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욥기를 읽다 보면 몸 안에 사리가 생길 것 같다. 왜 그런지는 한번 읽어보시라.



욥기의 내용은 단순하다. 늘 겸손하고 믿음이 충만한 욥이 있었다. 
어느 날 하나님 앞에 나타난 사탄의 도발에 하나님은 욥을 시험에 들게 한다.
그의 재산과 자손, 심지어는 그 자신의 몸조차 성하지 않게 병들게 만든다. 하지만 목숨을 빼앗지는 않는다. 욥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으나,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멋대로 해석을 하여 주제넘게 충고, 혹은 참견을 한다. 뭔가 죄를 저질러서일 테니, 용서를 구하라 같은 말들이 오고 간다.
욥은 하나님께 항의를 한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하나님에게 자신의 무지와 약함을 인정한다.
욥은 다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처음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평화롭게 죽었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욥기의 내용을 떠올리다 보면 몸에서 사리가 생길 것 같다.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은 사내가 몸에 병까지 얻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오해만 살 뿐인 최악의 상황에서 하나님을 원망하기 보다 나는 결백하다고 항의할 뿐이라니.
이 어찌 답답하지 아니할 수 있는가. 
오래전 읽은 답이 안 나오는 욥의 상황은 어제 본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등장인물들의 상황들과 왠지 비슷하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기구한 상황이고, 조국의 운명처럼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은 사람들이다. 
그 시절을 살아가던 조상들은 굴욕의 상황 속에서 종교를 믿었다면 한 번쯤은 자문했을 것 같다.
이것이 주의 뜻입니까? 



성경을 모티브로 구성한 방화사건 소설이라는 신박한 설정을 한 이기호 작가. 

마지 욥처럼 모든 것을 잃은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참 특이한 소설이다. 
제목도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차례를 읽고 있노라면 도무지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읽다 보면, 방화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차례로 심문하거나 조사하는 느낌인데, 등장인물들의 말투와 상황을 읽다 보면 그 사람과 대면하는 기분이다. 
동네 고등학생, 소방수, 식당 주인, 교회 관계자, 목사의 부인, 목사의 아버지인 장로 등등이 등장하는데, 각 인물들의 흘러가는 대화를 읽다 보면, 전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사건을 보면 각자의 시선과 자신이 본 것들, 아는 사실들을 말하는데, 모두 다른 입장이다.



등장인물에 따라 확연히 다른 말투와 사투리가 굉장히 생생하게 느껴진다.


사건을 각각 다르게 보는 시선과 관점들. 

이야기는 화재에서 장로의 과거, 장로의 아들 목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상황으로 흘러간다.



처음에 화재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 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점차 장로의 과거, 그리고 화재로 죽은 장로의 아들 목사인 요한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건 조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추리소설 읽듯이 누가 방화한 것인지 추측하게 된다.
주어지는 자료로 추리하면서 추측하던 상황들은 과거 시절 장로의 간증과 함께 등장하는 하나님의 소환으로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목사 최요한의 부인의 이야기는 사건의 중심을 향해 가는 듯했다.


장로의 과거 간증으로 드러난 속마음. 

누군가의 아버지란 존재는 이렇게나 어려운 존재인 것인가.



장로 최근직, 마지 욥처럼 모든 걸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절망 속에서 화장 입어 짓무른 피부를 나뭇가지로 찌르면서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잔혹하신 하나님 아버지 보소서.
이제 다 되었나이까.
굽어서 나를 보소서. 침침한 골짜기와 흙덩이에 무릎 꿇은 나를 보소서.
당신께서 완력으로 핍박하신 내가 이제 여기에서 끝을 보고자 하나이다.
이것이 주의 뜻입니까.
이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그 뜻이 닿기 전에 내가 먼저 의지를 보이리다.
내 의지로 당신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으리다.


과연 장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일까.
주변 인물들이 방화사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시각, 이야기들은 결국 마지막엔 합쳐진다.
그리고 맨 처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이 모든 게 과연 하나님의 뜻인 것일까. 
결국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장난이라면 차라리 낫겠으나, 실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변명이 아닐까.
대물림되듯 놀랍도록 닮은 상황의 연속 부자간의 갈등도, 아버지라는 존재의 어려움과 무거움.
하나님에게 내 목소리가 안 닿은 게 아니라, 당신이 하나님의 소리를 못 드는 건 아닌지.
불통을 마지막으로 소환한 하나님이 이야기한다.

이래도 안 들리냐?

이래도......?

이래도......?

너 혹시...... 너도 혹시 누군가의 아버지이더냐?


종교적인 소설이라 무겁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표현과 묘사, 역설적인 상황의 황당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이 소환되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다니, 이 얼마나 인간적인 상황인가.
두 번 정독하면서, 기억 안 나는 욥기를 다시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집중해서 읽은 소설이다.
소설적 발상에 목마른 분들 한 번 읽어보시라. 
무거운 주제라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감탄하실 수 있을 것이다.


진지 전능한 신을 인간적으로 그려놨던 영화 작품인 브루스 올마이티, 이웃집에 신이 산다. 너무 불평불만을 퍼붓지 말자, 

어느 순간 신이 그럼 너 한번 신 해봐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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