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답답할 때 자주 가는 인근 해안 공원 앞 커플 그네 뒤에서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있다.

태어난 집과 장소, 친구들과 어린 시절 놀던 장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데이트했던 장소와 공간, 공부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장소, 아르바이트를 했던 장소 등등, 공간에 대한 기억을 풀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웬일인지 우리는 기록할 때 그때의 기분에 대해서는 잘 적지만, 공간의 느낌에 대해서는 잘 기록하지 않는다.

그날 먹은 것과 만난 사람과 무언가를 했다가 기록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엔, SNS가 활발하기에 공간의 기억도 남기기는 하지만, 말로 공간이 어떤 느낌이었다고 적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기에 꽤나 낭만적인 에세이로 다가온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알쓸신잡 시즌 2에 나와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던 유현석 교수는 

이미 2편의 인문학 책을 쓴 바 있다.


제목만 보면, 건축과 별자리가 무슨 상관인 것인가 의문이 드는 에세이집이었다.

목차를 읽어보고는 단번에 이해가 갔다.

크게 나를 만드는 공간들 (유년시절, 청년 시절)과 보물 찾기(내겐 너무 특별한 도시의 요소들,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로 나누어져 있는 책은 결국 유현준 교수가 공유하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있는 공간의 리스트다.



시간을 보낸 공간도 그 사람을 만든다.

이 책은 나를 만든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입니까 - 유현준



책 속에서 비슷한 기억의 공감이 살짝 느껴진다. 

비슷한 지역과 시간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매우 멋진 일이다.


나를 만드는 공간들을 읽으면서, 비슷한 지역과 세대였던 사람들은 아마 더 큰 공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유년시절의 공간들은 대다수 향수를 자극하는 기억의 회상들의 공간 리스트였다면, 청년 시절의 공간들은 서서히 공간의 취향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공간의 의미와 느낌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분위기의 에세이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기 위한 여행이나 유학 속에서 보고 시간을 보낸 공간들의 이야기는 몹시 인상 깊다.


석사 시절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던 공간을 꾸미는데, 많은 공을 들인 유현준 교수


이름이 누군가에게 불렸을 때 의미가 생기듯, 공간도 그러하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건물도 실은 예측하지 못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서 놀랍다던가.

계획 없이 갔던 어느 곳에서 본 것들이 눈과 가슴에 각인될 때가 있다.

그렇게 그 공간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도 실은 예측하지 못한 반전적 측면이 있고, 

계획 없이 우연히 들어간 곳의 벽화가 눈에 각인될 때가 있다.



공간에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배운다면

이 도시는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다.

이 도시에서 여러분만의 공간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를 안고 있는 이 도시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입니까 - 유현준



실은 이 책에서 가장 공감 가고 와닿은 부분은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부분이었다. 

특히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을 읽으면서,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들과 함께했던 공간들도 떠올라서 좋았다. 사실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애정행각을 할 때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을 항상 찾았던 것 같은데, "연인과 키스할 때는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하라고 권하고 싶다."라는 문장을 보니 재미있다.

하긴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늘 키스신 때 등장하는 가로등, 둘만의 공간이 되기 위한 장치인 이어폰을 통해 같은 음악 듣기 같은 상황만 봐도 쉽게 수긍이 간다.

막상 실제 연애를 할 때는 생각보다 순간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참 로맨틱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 오는 날 돔 형태의 우산 속에서 더 가까워지는 연인 관계에 대한 언급으로 하실 때도, 실제로 그런 추억이 있어서 공감 갔다.


라라랜드의 연인은 가로등 앞에서 키스하고, 

라붐과 건축학개론에서의 두 남녀는

 같은 음악을 듣는 것으로 둘만의 공간을 공유한다.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부분은 나 자신을 위해서 남겨두고 싶다.

책 속에 있는 장소들은 이미 가본 곳도 많지만, 못 가본 장소도 많았다.

사실 특정 공간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냥 어느 공간의 느낌을 이야기한 것들도 많아서 개인의 경험을 되살려서 근방의 비슷한 공간으로 가봐도 좋겠다.

특히 남대문 교회는 한 번도 못 가본 장소인데, 공원이 뭔가 도심 속 휴식 공간처럼 느껴져서 미세먼지 없는 날 한 번쯤 가보고 싶다.

가까운 동네나 어딘가쯤 자신만을 위한 공간 하나쯤은 힐링 공간으로 간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여러분 주변에 이런 '등잔 밑' 공간을 찾아두면 좋다.

집은 작을지라도 이 도시 속에 그런 공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 것이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유현준



자신만의 등잔 밑 공간을 찾아보자.


결국 이 책을 읽으면 나만의 공간 리스트는 과연 어떤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기분 전환을 할 때 혼자만의 공간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집 아닌 다른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해진다고.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자신만의 공간 리스트를 책을 읽은 후 작성해보고 한 번씩 가보고 싶어지는 도시와 공간에 대한 건축가 유현준의 에세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아직도 어릴 때 태어났던 고향 여행은 가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태어났던 공간은 지금 현재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진다.

미뤄왔던 어릴 때 고향 여행을 시도해봐야겠다.


우리에게는 공간 리스트가 필요하다.


어제의 하늘이 너무 파랗고 예뻐서 공간과 함께 담아봤다. 양해철 사진가의 사진들이 책의 감성을 더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들은 자연과 공간의 조화를 잘 그린 작품이라, 

책을 읽고 나면 떠오르기에 감상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