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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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으로 혼란스러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야 할 책.


인간은 위대한 발견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다음 단계의 시대로 넘어가는 원인에는 물론 인간의 발견만이 기후나 전염병, 발견을 통해 이룬 성장 후 변화가 초래한 결과 생긴 전쟁, 혹은 환경의 영향들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이 컸다.

그래도 인간은 꾸준히 다음 시대로 무사히 넘어갔다.

과도기적인 시대에는 늘 세기말적인 위기감과 도태되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가득했다.

시대가 흘러갈수록 변화는 점차 빨라지고,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피로감은 더해간다.

4차 산업으로 인한 혁명으로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아주 예전부터 서서히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했으며, 반복적인 업무와 인건비의 상승은 재빠르게 기계와 무인화로 변해가고 있다.

직물, 증기력, 제철 3가지 혁신이 가져오면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이제 멈출 수 없는 속도로 진행 중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자연과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고, 현재는 백신이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대다수의 산업들이 셧다운 한 상태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가 두렵다고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사회 서비스와 플랫폼과 교육의 혁신, 의료 서비스와 사회 전반적인 상황들은 마치 유기체처럼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대를 그린 북과 남, 

영국에서 대형 백화점을 선보인 미국인 해리 셀프리지,

2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의복과 신분, 사회적 변화의 물결을 그린 다운튼 애비

사회가 산업 발전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발전이 멈출 때, 우리는 어떤 상태에 놓일까?

존 스튜어트 밀



미래는 불확실함과 위험천만한 위기일 뿐일까? 아니면 위기를 통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회인가?

이런 궁금함을 달래줌과 동시에 예측을 하고 있는 책인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세계화 시대와 신자유주의로 정의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정확히 반대적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세계화 시대와 불평등으로 점차 심화되는 분배의 문제가 대두되는 시기에 정부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

강대국 위주의 질서에서 이제는 각국들의 이익들을 더 중시하고, 생존해야 하는 시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대선 후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한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기술적 실업에 정부, 기업, 개인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알려준다.

시대를 바꿀 기술적 혁신은 경제의 판을 키웠고, 그에 따른 생산물과 생산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농장에서 공장, 그리고 사무실 중심으로 변화해왔고, 그때마다 해당 직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로 옮겨가고 대체되었다.

일자리의 위협은 어느 시기, 어느 세대에나 존재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한 사람들은 쉽게 적응해간다.

교육은 더 이상 어느 시기에만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목적이 아닌 평생교육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신기술은 파이를 확대하기도 했지만 탈바꿈하기도 했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결국엔 대량 실업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하지만,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처할 수없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늘 존재한다.

일자리의 양극단 부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중간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으며 점차 양극화 현상으로 가고 있다. 이로 인한 분배의 불평등이 생기게 된다.

기술의 집약과 발전으로 과거와 달리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된 미래에는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더 이상 일상적으로 알던 일의 의미는 변화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여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일보다는 취미나 부업을 더 알아보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시험해보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늘 존재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고 뛰어넘을 것이라는 위기를 그린 블레이드 러너, 휴먼스

유례없는 실업률로 일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간의 불평등 심화를 그린 트레팔리움


노동의 시간은 점차 단축되어가고 있으며, 업무는 더 이상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의 시대는 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의 양극화는 소득 불균형을 가져오고, 정부는 분배의 문제와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새로운 제시를 해야 한다.

대다수의 4차 산업 관련 책들이 막연한 불안에 대해서 대비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미리 겁부터 주는 느낌이라면, 이 책은 현재까지 진행되고 반복된 상황들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해 준다.

이제는 노동보다 일하지 않는 시간의 중요함,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바꿔가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봐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전 세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고, 선거를 앞둔 요즘 읽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좋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던진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우리가 인간으로서 인류에게 마땅히 져야 하는 의무의 본질은 무엇일까?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뭘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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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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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기가 소용돌이칠 때, 인생의 확신을 얻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한 번 사는 인생 자기 맘대로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참 많이 듣고 보았다.

살아가다 보면 인생을 뜻대로 산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깨닫는다.

당장 유명 인사들의 북토크를 봐도 뭔가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오는 작은 기회부터 시작해서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여서, 너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거나, 일을 딱 필요한 시간에 집중해서 하고 나머지 시간은 다른 자기계발을 하거나 휴식을 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출판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자기계발서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나만의 멘토를 찾기도 힘든 척박한 사회 속에서 답을 준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책들을 읽어보면, 결국 명확한 답을 주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대다수의 책들은 지금까지 모두 다뤄왔었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의 복제이거나, 유행과 키워드를 따르는 책 들일 뿐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반복일 뿐인 자기계발서는 잘 읽게 되지 않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책이나 영화를 고르게 될 때, 지극히 이성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고르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포스터나 마케팅 문구가 맘에 들어서, 어떤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그냥 지나가는데 OST가 맘에 들어서, 예고편을 봤는데 영상미가 좋아서 등등 감성적인 면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도 마케팅 문구와 책 제목을 보고, 뻔한 내용의 자기계발서임을 알면서도 선택하게 되었다.

내 인생 구하기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들을 위한 개입의 기술

헛짓거리는 이제 그만.

당신이 문제다. 그리고 당신이 답이다.

이런 문구를 보고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한 점 찔림이 없었다면,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정말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살고 있는 사람일 테니까.

한때는 혼자 초조해서,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목적 없이 열심히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목적 없는 분주함과 시간이 부족함에 늘 시달리면서 꽉 찬 하루를 사는 것 같았는데, 늘 공허했다.

뭘 배우도, 겉모습에 신경을 써서 더 나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엔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내가 만든 음식의 맛은 느낄 수가 없었고, 쓴 글은 읽어도 재미가 늘 없는 것만 같았다.

곁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해도 나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어서, 뭔가 쓸모가 있어야겠구나 싶어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애정은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 늘 노력해야 얻어지는 것이기에, 어떻게 하면 누군가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언제 떠나갈지 불안함에 시달리곤 했다.

인생을 늘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관망하듯 지켜보면서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진 요즘은 그냥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실은 코로나19는 그냥 핑계일 뿐이고, 인생을 그냥 흐르는 강물처럼 흘려보내고 있는지 어언 몇 년인지.

당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다.

잠재력에 눈뜨고 있지 않다.

당신의 존재를 밝혀줄 무엇을 의식하고 있지 않다.

이 모든 것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인생을 바꿔놓을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


내 인생 구하기 - 개리 비숍



사람들은 대다수, 아마도 작심 삼일,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늘 제대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제대로 끝맺음 못하는 이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의 연속인 이유는 결국 내면 깊은 곳에서 자기 방해와 반복을 하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잠재의식 속 당신이 인생의 목표를 자기 방해와 반복으로 설정한다면?

마음이 만들어놓은 덫을 빠져나오는 사람이 그토록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이 덫이 그냥 괜찮아 보이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 인생 구하기 - 개리 비숍




그렇게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서 점차 지금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무언가를 좇는 인생의 목표는 어떠한가. 다 지금은 가질 수 없는 것들뿐이다.

사람들은 목표를 이룬 다음에 뭘 할 것인지 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은 허비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헛짓거리고, 표류를 끝내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은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고

설명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면 당신이 느끼는 과거가 바뀐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과거가 바뀐다.

적어도 과거가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바뀐다.


내 인생 구하기 - 개리 비숍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 결국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

과거는 당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붙잡아놓는 자기 방해와 반복일 뿐.

영화 <보이후드>를 보면 "우리가 순간을 붙잡는 게 아니라.. 순간이 우릴 붙잡는 거야."라는 대사가 결말에 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한 소년이 주변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보이후드가 떠올랐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루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어떤 행동의 결과로 생각하기 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축소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 갔던 부분이었다.

그냥 그런 식으로 포기하면서, 편하게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과연 이런 상황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없다. 절대.


내 인생 구하기 - 개리 비숍




이 책은 당연하게도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같이 정답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삶이 정말 힘들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답을 알고 있지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 인생 구하기라는 책을 읽은 뒤의 삶이 드라마틱 하게 달라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현재 듣고 싶었던 말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책을 읽은 뒤의 실천이다.

멈춰있는 삶을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사회적 거리 두기로 누군가와 만나기도 어려운 요즘,

인생은 셀프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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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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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 어덜트 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린의 2번째 작품인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재작년 여름에 국내에 출간된 존 그린의 신작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을 소개했었다.

영 어덜트 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문학과 역사학 강의를 메인으로 하는 유튜버이기도 한 존 그린은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7편의 작품 중 4편이 영상화(안녕, 헤이즐/페이퍼타운/렛 잇 스노우/알래스카를 찾아서) 되었고, 국내에도 그의 모든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때론 철학적이면서도 인간관계 속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공감이 갔다.



쓰기만 하면 영상화되는 존 그린의 작품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엄청나게 흥행했고,

올해 인도영화 <딜 베케라(불쌍한 마음)>로 리메이크되어 5월 개봉 예정이다.

<페이퍼 타운>까지 극장 개봉 영화지만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하고,

작년에 훌루에서 드라마로 독점 서비스한 <알래스카를 찾아서>

작년 겨울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 <렛 잇 스노우>


존 그린의 일곱 편의 작품 중 두 번째 작품인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국내에 출간된 작품 중 세 번째로 접하게 되는 작품이지만, 두 번째로 쓰인 작품이기에 최근 작품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존 그린만의 작품의 특징이라면, 단순히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 자전적, 혹은 주변인들의 경험을 작품에 쏟아 넣어 허무맹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 자체는 뭔가 특수한 상황 속에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벌어질 법한 느낌을 받는다.

청소년기, 이제 막 청년기로 접어드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인간관계(사랑을 포함한 친구와 부모님과의 관계)는 실은 현대인이라면 모두 어려워하기에 그들의 내적, 외적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는다.

앞서 말했듯이, 가볍지 않으면서도 때론 묵직한 철학적인 내용이나, 추리소설적 요소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것이 존 그린의 작품이 페이지 터너인 이유이다.


제목만 봐도 뭔가 실연당한 누군가의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만큼, 후기작인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에서의 문장이나 구성의 세련미는 느끼기 힘들다.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였던 두 작품에 비해, 뛰어난 수재지만 천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여서 그런 것인지 살짝 공감하기가 힘들었던 점도 있다. 아니면 수학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래프와 방정식이 너무 싫어서 애써 눈에 넣지 않으려고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남자 주인공인 콜린의 심리묘사가 사실적이었고, 동시에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린지와의 대비가 돋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생후 25개월 때부터 글을 읽고, 언어학적인 재능이 남다른 신동이자 영재인 콜린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실연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뷰티플 마인드,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빅뱅이론 속에서 

천재들의 사랑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실연에 빠지면 누구나 슬픔을 잊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주인공 콜린이 선택한 방법은 절친인 하산과 드라이브 여행을 가는 것이다.

단순히 여행만 가는 게 아니라 남녀 관계, 사랑의 공식을 증명하고 정리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뷰티플 마인드에서 게임 이론으로 유명한 존 내쉬 교수조차 풀지 못한 사랑의 법칙을, 증명한다니 참 영재 다운 발상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첫 번째 연애 상대였던 캐서린과 3분 만에 헤어져서인가.

첫 번째 잘못 끼워진 연애의 단추는 그 이후로도 영향을 미쳐서, 우연히도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과만 연애를 해왔고, 그녀들에게 끊임없이 차였다.

연애를 잘 이어가고 싶어도, 어딘가 싸한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그녀들과 멀어지면서 차였다.

19번째로 차인 순간, 연애를 할 때 데이터를 넣으면 두 사람 간의 연애가 어떻게 갈지를 증명하는 공식을 정리해보리라 맘을 먹는다. 마치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 애쓰는 콜린의 모습은 살짝 안쓰럽다.



뛰어난 천재들 사이에서 무언가 이룬 것 없이 뒤처지기 싫은 콜린과 

현재의 삶을 즐기지 못하는 모습에 지쳐가는 캐서린



언어학적인 재능이 몹시 뛰어나고 애너그램이 특기인 콜린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자신을 증명하듯, 애너그램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실은 이건 콜린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내 곁에 남겨두기 위한 노력을 어릴 때부터 많이 해왔었고, 인간관계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건 물론 어른이 된 현재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어릴 때와 다른 건 그냥 관계가 끝나게 되어도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게 속마음을 감추는 데만 익숙해진다.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될 때 운이 좋으면 계속해서 유지되지만, 거의 대부분은 주기적으로 멀어지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다시 맺게 되는 과정의 반복이다.

민감한 사춘기 시절을 지나면서 인간관계는 점차 힘들어져갔다.

존 그린은 이 작품에서 그런 인간관계에서의 힘듦을 비교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시절의 주인공들을 등장시켜서 그려낸다.



실연을 정리하기 위해서 그 패턴을 분석하는 수식과 그래프로 표현한다는 게 

너무 영재적인 발상이다.

갑자기 이과생과의 연애가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실제로 이과생과 연애했었던 기억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치게 된 황당한 문구를 보고 친구인 하산과 콜린은 테네시의 벽촌인 건샷의 테마파크에 가게 된다. 황당한 문구란 <1차 세계대전의 촉발시킨 시체인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을 보러 오세요>라는 점.

이곳에서 콜린은 자신과 정반대 타입인 린지와 만나게 된다.

콜린이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면, 린지는 구급 대원이자,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셀러브레트 리빙이라는 잡지를 읽고, 평범한 듯, 사람들 사이에서 쿨하게 잘 지내는 듯한 그녀지만, 의외로 두 사람은 뭔가 이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콜린은 캐서린이란 이름을 가진 여러 여성들과 사귀어왔지만 계속해서 차였고, 그와 정반대로 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1명 만을 사귄 린지.



콜린이 가지고 있는 연애에 대한 꼬인 생각(?), 갑자기 생각나는 책 

<요즘 남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아는 한 가지는

세상엔 무조건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 P178


여러 명의 캐서린과 교제했지만, 한결같은 느낌의 콜린과 사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정반대 성격의 린지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서 서로 서서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아간다. 특히 린지가 콜린이 정리하는 사랑의 공식을 남녀관계의 패턴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면 둘을 더더욱 가까워진다. 

사랑은 정반대의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빠지게 된다고 하지만, 결국 알고 보면 알게 모르게 둘은 공통점이 있고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자석처럼 끌리는 것이다.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대화를 하고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난 오래전에 사람들이 날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냈어.

그건 바로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 204


그렇게 전혀 다른 것 같은 두 사람은 서로 만나 가까워지면서 비슷한 면을 접하게 되고, 그걸 공유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존 그린의 소설은 서로 다른 상황에 접해있지만, 이런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해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사랑에 빠지면서 서로 겹쳐지면서 시야와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성장의 느낌이 그의 작품에는 늘 잘 나타나있다.

진학을 앞두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 전, 청소년기의 마지막이자 성년의 중간 지점.

그전까지의 사랑은 실은 상대방보다 콤플렉스에 빠진 나 자신에 무게중심이 쏠려있었다면, 앞으로의 사랑은 상대방을 좀 더 바라보며 배려하는 성숙한 감정으로의 전이를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초기작이지만 인상적이었다.



추억의 기억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미래는 모든 것을 지워버릴 것이다.

제아무리 유명하고 천재라 해도 '잊힘'을 초월할 수는 없다.

무한한 미래는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무가치하게 만든다.

결국 난 잊히겠지만 내 이야기는 영원히 남을 거라고.

우리 모두가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어.

그게 생각처럼 크진 않지만 적어도 그게 있다는 게 어디야?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 296, 297


부록으로 이 방정식에 대한 수학적 설명이 적혀있으니 한번 보시라.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식은 장식이 아니었다.

동료 수학자에게 조언만을 구한 것이 아니라, 그의 개인사도 함께 소설의 소재로 써버린 것에 대한 가벼운 푸념도 덤으로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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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몇명 스토리 1
윤종문 지음,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총몇명 원작 / 아이세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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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싸들은 모두 안다는 핫한 콘텐츠 총몇명.


최근 영화에서는 혼합 장르가 유행이다.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워서 가게 되는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보던 작품들도 처음 영화제를 갔을 때 봤던 실험적이면서, B급 정서로 가득한 작품들이 최근엔 보기 힘들어졌다.

새로운 스토리를 내놓기는 힘들기에, 기존의 스토리를 어떻게 신선하게 조합하느냐가 더 큰 화두다.

그런 의미에서 얼핏 보기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느낌이 드는 총몇명 스토리.

실은 영화 패러디인 반전 시네마를 가끔가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공유 포스팅에서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민모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취미로 그리기 시작한 그림으로 구독자 수 226만 명을 사로잡은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기까지.

그림만 봤을 때는 이것은 흔히 말하는 B급 마이너 정서인가 싶다가도, 대사와 유튜브에 오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끌린다.

특히 모리의 엄마 박진숙의 단골 대사인 "아니, 그게 무슨 쌉소리야?"를 듣고 있노라면, 쌓인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 절로 든다.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이게 뭐야!?'로 보기 시작해서, 다음 스토리가 절로 궁금해진다.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나, 공포영화 링의 TV 화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유승찬을 제외하고 못생김에 가까운 캐릭터들인데, 왠지 정감 간다.

1화~7화까지의 장면을 보면, 모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느낌이 살짝 든다.



평범한 고3 수험생인 민모리는 수능 전날 이상한 악몽을 꾸고, 그 뒤로 미스터리한 상황이 계속해서 겪게 된다.

코믹북으로 봐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코믹북을 보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인 유튜브 영상을 켜놓고 들으면서 감상하면 한층 더 재미있다.

스토리는 1화에서 7화까지 각각 다른 장르를 넘나든다.

호러물에서 SF 물, 오컬트 물, 코미디물, B급물을 번갈아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여러 영화에서의 장면을 오마주한 듯해서, 많은 문화 콘텐츠물을 감상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반전을 가득한 느낌이 어릴 때 보던 TV 시리즈 환상특급, 요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를 코믹북으로 보는 느낌이다.

공포영화와 코미디를 넘나드는 장르 연출


솔로의 싸한 촉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지.


때론 엑소시스트를 연상케 하는 오컬트 영화 속 한 장면 같고.


카니발리즘과 오컬트를 넘나들다가 나천재가 기억에 남을 대사를 읊으면서 

등장하는 것으로 끝난다.

한 수험생의 공부 안 하고 어떻게 하면 100점 맞을 수 있을까로 시작된 스토리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게 흘러간다. 역시 사람은 요행을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

시간 여행 편에서도 요행을 바라다가 결국 큰일을 겪게 되는 민모리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뭔가 미스터리한 느낌이 있는 유승찬의 정체는 과연?

총몇명 스토리를 보면서, 톨스토이의 작품 중 "바보 이반"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바보 이반에서 등장하는 악마의 모습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엄마의 말을 듣는 건 진리라는 다음 대사를 한번 써본다.



머리카락 없는걸 다행으로 여기게 될 줄이야.

엄마, 감사해요!

그리고 손톱깎이 챙겨주신 것도요.


총몇명 스토리 1



모든 것이 팬 서비스 차원의 작품이라고 느껴지는 책이다.

총몇명 덕후를 위한 책.

수능시험지와 유사하게 넣은 총몇명 덕후 능력 평가, 숨은 복선 찾기, 각 에피소드 앞에 있는 작가의 스케치.

책 앞날개에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큐알 코드까지 있으니, 애니메이션 음성과 효과음을 들으면서 코믹북을 감상해보자. 한층 더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웃음이 필요한 요즘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총몇명 덕후 능력 평가 외에 숨은 복선 찾기 같은 팬 서비스 차원의 

깨알재미도 부록으로 넣어뒀다.


작가 총몇명의 캐리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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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윤동희 지음 / 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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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를 자주 봐 왔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모두 각자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꾸준히 보고 있는 프로다.

어떻게 살아도 인생도 위로도 셀프인 시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엔, 상대방의 시간과 에너지를 뺏는 것 같고, 나만 빼고 모두 바쁜 것 같다.

가끔씩 이렇게 살다가 혼자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기에 많이 조급했었던 예전.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만나면 지속 가능한 밥벌이란 무엇일까 와 건강이 언젠가부터 대화의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살기에만 급급했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 일한다는 건 늘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였다.

일을 제대로 알려주는 선임은 존재하지 않았고, 직장은 학원이 아니었기에.

매번 이직 아닌 전직의 선택을 해야만 했던 나는 늘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언젠가 어느 직장에 들어가도 직장인의 마지막은 치킨집이나 택시 운전수라는 이미지가 우스갯소리처럼 돌기도 했다. 당장 택시 한번 타보면 "라테는"으로 시작하는 자신의 화려한 과거와 현재는 욕심을 버리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연으로 끝나는 짧은 이력 소개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나 혼자 일한다'는 선택과 집중이다.

나에게 1인 출판은 '나'에게 가치 있는 책을

'스스로'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다.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혼자 일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함을 느꼈다는 저자.


요즘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창업으로 내몰리는 분들이 많다.

취업이 되지 않아서, 예전보다 짧아진 정년,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의 최후의 선택처럼 내몰리는 1인 기업, 창업, 출판.

저자 또한 대기업에서, 잡지사 미술기자로, 출판사 편집자로, 출판사 대표에서 1인 출판을 꾸리면서 혼자 일하는 걸 선택하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오신 이력이 보인다.

혼자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 관한 책일까 싶어서 선택했던 책은 실은 혼자서 일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때론 넋두리처럼, 고해 성서처럼, 의식의 흐름처럼 써 내려간 책이다.

시적이면서도, 때론 철학적이기도 한 책의 문장은 참 간결하다.



책을 읽는 건 사람들을 멀리하는 일이다.

책을 읽기 위해 '혼자'를 자처한다.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워진다.

나밖에 없다는 비어 있음이 이내 충만해지는 것.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혼자 일한다는 것, 나이가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담담히 이야기하기에, 공감이 가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1인 출판사를 꾸리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전반적으로 반복된다.

혼자 일한다는 건 자기 인생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바쁘게 일만 하면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해야 할 일을 찾기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찾는 것.

계획적으로 살기보다는 무계획으로, 생각과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진행하면서 수정하는 것.

일을 하지만, 일만 하지 않는 것.

욕심내지 않고 선택과 집중에 치중하는 삶에 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요즘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소확행이나 미니멀리즘처럼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나가는 걸 찾아가는 건, 오롯이 혼자 일을 하면서부터 알 수 있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가까이하기도 어렵고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가 낫다.

나이 들며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힘을 쏟지 않는다.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동업으로 인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우선 혼자 일해보라고 말하는 저자.


인생은 짧다. 지혜와 경험으로 채우는 게 낫다.

책을 읽고 사람과 교류하고 세상을 겪는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다.

세상의 속도를 좇기보다 찬찬히 바라보자.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혼자 일한다는 건 결국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정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들과 해야 할 일을 정해서 나아가는 방향이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시험해가는 상황이 마냥 편한 과정은 아닐 것이다.

혼자가 되어야지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선명해진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는 일단 혼자 일해보라고 권한다.

저성장 시대, 장기 침체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 속에서 일의 스타일과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적당함"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경험이 지식이 되는 사회에서, 온라인 속에서 강한 유대관계보다는 현실 속에서 세상과 직접 이어지는 약하고 느슨한 유대관계를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활동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이어지라고 말한다.



혼자 일한다 것에 대한 지극히 경험적인 통찰이 담겨있는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

이 책은 혼자 일하는 낭만에 대한 책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한 1인 출판사 대표의 넋두리이자, 고해 성서에 가까운 책이다.

모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1인 출판을 꿈꾸거나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에게, 차분히 들려주는 인생 선배의 경험 이야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인생과 위로가 셀프인 시대에,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요즘 같은 때,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해본다는 건 시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집에서 강제격리되어 책만 읽는 최근, 나름 인상 깊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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