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꿈을 꾸며 걷다 나가오카 겐메이 시리즈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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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나가오카 겐메이의 8년간 기록이다. 블로그에 차근차근 기록해 온 글 중 나만의 방식이 드러난 부분만을 뽑아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대단한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맨 처음 시작이 호기심으로 욕실에 쌓아놓은 물건들을 보고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문장이니까. 그럼에도 작은 생각이나 지나치기 쉬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생각의 확장을 해나가기에 이 책은 특별하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을 차분하게 해나가면서, 조용히 커나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게 좋아 보였다. 결과만을 생각하며 과정을 소홀히 여기고, 급성장과 빠른 변화만은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름이 보였다.


각 장의 제목 문장 자체가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다, 지금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서 비슷한 문장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고민만 하다가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만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예전에는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자꾸 미루곤 했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진행하는 동안 온갖 고생을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뭔가 시도해 보는 게 더 낫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무모한 짓을 많이 할수록 인생은 진해진다."이었다. 


그때는 머리가 어떻게 됐던가 싶을 정도로 인생에는 무모한 짓을 하는 시기가 있으며 그 시간만 유독 진하게 남는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나는 '청춘'이라고 바꿔 말하겠다. 그러니 어떤 나이가 되더라도 청춘은 있다. 청춘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무모한 짓을 해야 맛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 -93p






자꾸 멈칫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나이를 나도 모르게 의식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무언가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지만, 내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많이 해보자고 욕심을 부렸다. 내년이 지나고 나면, 나의 기회가 더 줄어들고 설 자리가 사라질 것 같았다. 한동안 불안한 주변 상황과 갈팡질팡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었다. 최근엔, 어느 정도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이 책에는 단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 방향을 향해 꾸준히 나아간 기록이 담겨있다. 할 수 없다는 불안과 완성을 목표로 한 게 아닌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둘씩 시도하면서. 책 안에는 요즘 그렇게나 강조하는 팬, 브랜딩, 조직화에 관한 내용도 나와 있다. 나도 나만의 방식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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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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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가 18년에 걸쳐 완성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마지막 장편소설 <캐드펠 수사의 참회>. 소설의 초반부를 재미나게 읽었던 청춘시기를 한참 지나서 마지막을 읽게 되니 감동이다. 대망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에서는 캐드펠의 오랜 내면적 갈등, 즉 수도사로서의 정체성과 과거의 삶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다.

12세기 중세 잉글랜드,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치열한 내전이 막바지에 이른 시기를 배경으로, 모드 황후 측 기사들이 스티븐 왕 측에 포로로 잡히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때 캐드펠의 십자군 전쟁 시절 연인 사이에서 얻은 숨겨진 아들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가 실종된다.

캐드펠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도원의 서약과 신념을 뛰어넘는 위험한 여정에 나서며, 진정한  참회와 자기희생의 과정을 경험한다. 아들을 찾기 위해 캐드펠은 코번트리 협상 회의에 참여하게 되고,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캐트펠은 이번에도 지혜롭게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아직 불안전한 영국의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치열한 내적 갈등이 비슷한 상황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큰 공감을 준다. 거대한 변혁기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삶의 새로운 전환기를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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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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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19권, <성스러운 도둑>은 종교적 성물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폐허가 된 램지 수도원에서 원조를 요청하러 온 헤를루인 부원장과 투틸로 수사가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방문한다. 폭우가 쏟아지며 귀중한 성물들을 피난시키던 중, 수도원의 가장 신성한 유물인 위니프레드 성녀의 성골함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의 목격자마저 살해당하면서, 수사는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버린다.


캐드펠 수사는 언제나처럼 종교적 광신도와 인간의 욕망이 뒤엉킨 미스터리를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파헤치려 노력한다. 과연 성스러운 유물 뒤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성스러운 도둑>은 성물 도난과 살인이라는 강렬한 사건을 통해 중세 시대 사람들의 신앙심과 세속적인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중세 수도원의 엄숙한 분위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인간적인 갈등이 독자들을 깊이 몰입하게 한다.


습습한 열대야,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밤을 지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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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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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추리 소설 팬이라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외에 또 하나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대학교 시절 절친이 추천해 줘서, 처음 읽었던 그 시리즈를 잊지 못한다.북하우스에서 23년 만에 재출간된 개정판이 나왔다. 

시리즈의 18권인 반란의 여름에서 캐드펠 수사의 고향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다.부제 마크와 함께 오래간만에 귀향한 캐드펠은 웨일스의 오와인 귀네드 왕을 만나러 간다. 평화로운 방문도 잠시, 왕의 동생 카드왈라드르는 덴마크인들과 함께 반란을 꾀하고, 왕국은 피비린내나는 왕좌의 게임 속으로 혼란에 빠진다.거기다가 캐드펠과 참사회원의 딸 헬레드가 덴마크인의 포로가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까지 벌어진다.과연 캐드펠 수사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또다시 사건을 해결하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반란의 여름은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소설을 넘어선다. 두 형제의 갈등 속에서 캐드펠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인간의 욕망과 배신, 그리고 화해의 가능성까지 탐색한다.십자군 전쟁의 참혹함을 겪고 수도사가 된 캐드펠은 항상 이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 그의 지혜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나침반과 같다.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지만, 수도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고 지혜롭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그는 단순한 수도사가 아닌,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복잡한 인간사와 사건들을 풀어내는 인물이다.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현명함, 때로는 과감한 행동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중세 웨일스의 역사적 배경과 잘 짜인 서사, 그리고 캐드펠 수사의 활약이 어우러져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기존 시리즈를 즐겨 읽으셨던 분들에게는 특히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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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세계 -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생각한 것들
신용욱 지음 / 부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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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인 지인과 이런 대화를  적이 있다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때가 있는데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는 과연 어떨까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살아본다는 것은 타인에대한 공감과 관찰 능력이 있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나에 관한 탐구를 평생 해도 모자랄 같은데타인의 삶까지 연구한다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아주 예전엔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하게만 느껴졌다하지만이젠 안다화려함 뒤에 가려진  이면의 것들이고독하고 외로운 직업이구나무명일 때는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해서 힘들고유명해지면 고독감과 불안함책임감에 시달려야 한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면서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지만인생을 표류하듯 방황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 되는 말들이다책을 읽다 보면분명 에세이인데 시나 대사처럼 느껴진다연극에서의 독백 같은 느낌이고낭독하면 명상 시간이   같다책은 인내의 시간발견의 시간배움의 시간채움의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공통으로 시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보면확실히 배우는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지고 구체화하는 직업인가 보다유명해지기 전까지의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여물어가고 단단해진다영화를 보고 그냥 즐기기만 했던 시절엔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감흥을 느낀 적이 없었다너무나 쉽게 평가되고비교되는 대상인 것이 배우라는  요즘에서야 알게 되었다연기까지는 아니지만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낭독한다는  자체가  버거운 과정으로 다가온다는  알게 되었다.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고기억에 남을  장면을 남기기 위해 꾸준히 아이디어를 내는  대단하다대사  줄을 어떻게 해석해서 연기를 것인가 떠올려보면너무나 많은 요소가 있다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얼굴과 몸으로만이아닌 내면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니까거기에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탐구해야 하며감독과 상대 연기자스태프들과 현장의 분위기도함께 신경 써야 한다사람과 공감을 정말 잘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에는 유명 배우나 감독의 명언이 담겨있는데그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특히 이순재 배우님과 윤여정 배우님의 말씀 속에는 오랜 배우 생활 동안의 지혜와 경험이가득 담겨있다스타나 화려함 속에 가득한  아닌 직업이 연기자이고 생활이 연기자라는배우에 대해서  알고 싶을 배우 기획전을 극장에서 보여줄  혹은 필모그래피를따로 파기도 한다보통 배우보다는 감독의 작품들을 그렇게 보곤 했었지만요즘은 마음에드는 배우의 작품들을 초반부터  훑어보기도 한다그럴  배우의 연기 변화가 보이기도우직하게 한길을 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요즘은 유명한 배우보다독립영화나 영화 속에서 특색 있어 보이는 조연 배우들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들의  후로의 성장이  응원하고 싶어지더라.


최근 <엄마친구아들> <베테랑2>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해인 배우가 했던 말이 문득떠오른다.

무명 배우란 없고 알려졌을 이라는 말에 배우들의 자존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계기가 되었다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보다  알아야 하며때론 자신을 감추거나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확고한 무언가가 없다면 어려운 직업이다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과 마주해야 하고증명해야 하는 배우들의 세계 세계에서 거울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배우들의 스승 신용욱 마지막 부분엔 유용한 Q&A 담겨있다배우라는 세계를 꿈꾸는 지망생들과 배우와 함께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혹은 인생을 아직 표류하듯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좋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연기나 인생이나 결국 자신을 탐구하고 완성해 가는 과정이니까

책을  빼고 직접 낭독해 보기를 슬며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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