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는 세계 -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생각한 것들
신용욱 지음 / 부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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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인 지인과 이런 대화를  적이 있다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때가 있는데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는 과연 어떨까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살아본다는 것은 타인에대한 공감과 관찰 능력이 있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나에 관한 탐구를 평생 해도 모자랄 같은데타인의 삶까지 연구한다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아주 예전엔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하게만 느껴졌다하지만이젠 안다화려함 뒤에 가려진  이면의 것들이고독하고 외로운 직업이구나무명일 때는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해서 힘들고유명해지면 고독감과 불안함책임감에 시달려야 한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면서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지만인생을 표류하듯 방황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 되는 말들이다책을 읽다 보면분명 에세이인데 시나 대사처럼 느껴진다연극에서의 독백 같은 느낌이고낭독하면 명상 시간이   같다책은 인내의 시간발견의 시간배움의 시간채움의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공통으로 시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보면확실히 배우는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지고 구체화하는 직업인가 보다유명해지기 전까지의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여물어가고 단단해진다영화를 보고 그냥 즐기기만 했던 시절엔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감흥을 느낀 적이 없었다너무나 쉽게 평가되고비교되는 대상인 것이 배우라는  요즘에서야 알게 되었다연기까지는 아니지만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낭독한다는  자체가  버거운 과정으로 다가온다는  알게 되었다.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고기억에 남을  장면을 남기기 위해 꾸준히 아이디어를 내는  대단하다대사  줄을 어떻게 해석해서 연기를 것인가 떠올려보면너무나 많은 요소가 있다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얼굴과 몸으로만이아닌 내면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니까거기에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탐구해야 하며감독과 상대 연기자스태프들과 현장의 분위기도함께 신경 써야 한다사람과 공감을 정말 잘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에는 유명 배우나 감독의 명언이 담겨있는데그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특히 이순재 배우님과 윤여정 배우님의 말씀 속에는 오랜 배우 생활 동안의 지혜와 경험이가득 담겨있다스타나 화려함 속에 가득한  아닌 직업이 연기자이고 생활이 연기자라는배우에 대해서  알고 싶을 배우 기획전을 극장에서 보여줄  혹은 필모그래피를따로 파기도 한다보통 배우보다는 감독의 작품들을 그렇게 보곤 했었지만요즘은 마음에드는 배우의 작품들을 초반부터  훑어보기도 한다그럴  배우의 연기 변화가 보이기도우직하게 한길을 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요즘은 유명한 배우보다독립영화나 영화 속에서 특색 있어 보이는 조연 배우들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들의  후로의 성장이  응원하고 싶어지더라.


최근 <엄마친구아들> <베테랑2>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해인 배우가 했던 말이 문득떠오른다.

무명 배우란 없고 알려졌을 이라는 말에 배우들의 자존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계기가 되었다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보다  알아야 하며때론 자신을 감추거나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확고한 무언가가 없다면 어려운 직업이다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과 마주해야 하고증명해야 하는 배우들의 세계 세계에서 거울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배우들의 스승 신용욱 마지막 부분엔 유용한 Q&A 담겨있다배우라는 세계를 꿈꾸는 지망생들과 배우와 함께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혹은 인생을 아직 표류하듯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좋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연기나 인생이나 결국 자신을 탐구하고 완성해 가는 과정이니까

책을  빼고 직접 낭독해 보기를 슬며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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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 놀면서 일하는 두 남자 삐까뚱씨, 내일의 목표보단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는 인생로그
브로디.노아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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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영화 중 한 작품인 보이후드에서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등장한다.


순간을 붙잡으라는 말이 있잖아.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거지


보이후드 - 메이슨


 

 동네에서 로컬 에디터 과정을 듣고 난 뒤부터 하고 싶은 것은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전까지 하나둘씩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왔었다. 종종 주변 지인들이나 사람들은 이제 한 가지를 선택해서 올인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를 더 알아가고 싶다. 아직까지 더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좀 더 섬세하게 파악하고 싶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해서 도전해 보고 있다. 처음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나중에 어떤 경험이든 이어져서 기회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가끔씩 나이의 제한이 붙을 때마다 소외감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동네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정보를 나눠주거나 목표를 공유하기도 한다. 혼자서 하는 프리랜서 생활은 자유로워도, 그런 만큼 외롭기도 번아웃이 오기도 쉽다. 그럴 때, 느슨하게 이어져있는 관계들이 곁에서 도움을 준다. 서로의 창작활동과 도전을 응원하고 공존해나간다. 


© 삐까뚱씨 유튜브, 브로디, 노아 인스타그램




 그래서인지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이라는 책의 유튜버 두 사람의 에세이가 끌렸다. 제목부터 취향 저격이었던 이 에세이의 두 주인공인 삐까뚱씨 유튜브 채널은 에세이를 읽고서야 보게 되었다. 유튜브는 필요한 정보만 가끔 보고 열심히 보지 않아서, 중학교 친구들의 취향을 알아보려고 하다가 알게 되었다. 아니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보게 된 삐까뚱씨 여행 채널은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오래된 친구 2명이서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는 걸 바로 옆에서 구경하면서 함께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영상들이었다. 무엇보다 두 진행자인 브로디와 노아의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능숙하고 긍정적인 가이드의 느낌을 주는 브로디와 섬세하고 감각 있는 노아는 각각 다른 포인트로 여행길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온몸으로 표현해 준다. 브이로그 여행 예능처럼 보이는 영상은 잔잔한 재미가 있어서 힐링 포인트가 가득했다. 책 리뷰에 참고하려다가 채널 보고 홀린 듯이 돈다돌아 세계여행을 그만 정주행해버리고 말았다.


 


 

 에세이를 읽고 유튜브 구독을 하고 뒤늦게 뻔쩍이가 되었지만,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지금 당장 재미있는 걸 하자', '내 마음의 주인은 나니까', '놀면서 일합니다', '행복은 바로 여기 이 순간에' 4장의 챕터로 구성된 에세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삐까뚱씨 브로디와 노아의 인생 여정을 다루고 있다. 주책맞은 두 남자를 표방한다는 유튜버라고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읽다 보면 유튜브 영상 속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두 청년이 어떻게 정해진 사회의 틀 속을 벗어나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당장의 재미를 추구하면서 자신이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무책임한 삶이 오히려 책임감 있게 살아가게 해준다는 역설적인 문장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삶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는 신중함까지 있는 두 사람의 지금까지 삶의 기록. 


 



역시 잘하는 자 위에 즐기는 자가 있고, 

즐기는 자 위에는 잘하고 즐기는데 자신감까지 있는 자가 있다.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80p

 

 디자인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의 평범한 듯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 같은 직장에서 만나 동네 친구가 되면서 친해지기까지의 과정들. 브로디와 노아의 과거의 꿈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있다. 아이돌을 꿈꾸기도 했던 노아, 작가를 꿈꾸는 브로디. 결국 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했었던 두 사람이 꿈을 미루지 않고 하고 싶은 걸 어떻게 응원하면서 이뤄왔는지 보여준다. 결국 현재의 재미에 가장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 하고 싶은 건 결국 그 언저리를 맴돌면서 미련이 남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하는 게 좋다. 


4차 산업 혁명의 시기, AI에게 모든 선택을 미루는 시대에 취향과 재미를 추구하는 삶이라니 어딘가 평범하지 않다. 취향이 사라진 시대에 완벽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좌충우돌 인생 여행기는 쉽게 공감하면서 읽게 된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이미 만나왔던 동네 젊은 예술가들이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직업이 여러개이며 자신의 직업도 따로 만들어서 소개하는데 능숙한 이들. 안정된 직장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결정하는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 많이 배우기도 했다.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자면서,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삶을 추구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걷는다는 건 여행자의 숙명이다. 

꿈 위를, 여행길을, 인생이란 긴 여정을 우리는 걷고 또 걷는다. 

그 길 위에 선 우리 둘은 성격부터 시작해 다른 게 너무나도 많지만, 

그럼에도 든든한 동행자로 서로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본질적인 시선이 같기 때문이다.

'딱 한 번뿐인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사는 그 재미를 놓치지 말자.' 

우리 둘 다 각자의 다른 옷을 입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해 살고 있는 것이다.


노아와 내가 새로 내린 꿈이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재미있게 즐기는 여정'이었다.

꿈을 좇는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 길이 꼭 무거운 짐을 지고 찾아 헤매야 하는 고행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그저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꿈 위를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230p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회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르는 삶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면서 재미있게 즐기는 여정". 불투명한 미래를 막연히 고민하고 두려워하기 보다, 지금 현재 하고 싶은 걸 하는 두 사람을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고 싶어진다. 동네에서 조금씩 하고 싶은 즐거움과 하고 싶은 일을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나와 어딘가 겹쳐 보인다. 남들 보기엔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몰라도 나만의 즐거움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건 나름 즐겁다. 하고 싶던 건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하게 된다. 한 가지씩 무언가 해내면서 뻔쩍이는 우리 존재 파이팅! 


정반대 성격의 두 사람이지만 결국 추구하는 바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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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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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홍차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만화가 있었다. <홍차왕자>라는 작품이었는데, 도입부에 나오는 주문을 실제 따라 해볼 정도로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었다. 자정에 홍차를 우려내면, 보름달이 비치는 컵 속에서 홍차왕자가 등장해서 3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동화책 같은 만화책이었다. 책을 읽을 당시엔 티룸이나 디저트 전문 카페가 아직 유행하기 전이었다. 만화책에 나온 포숑의 애플티나 얼그레이를 직접 사서 티포트로 우려낸다던가, 레시피를 따라서 차를 우려내기도 했었다. 기술 부족으로 떫은맛이 나는 홍차에 별 매력을 못 느끼게 되었고, 친구들도 별 관심이 없어 빠르게 흥미를 잃어갔다.

홍차의 나라 영국의, 그다지 미덥지 않은 민화.

밤 12시, 백자 컵의 다즐링.

보름달이 비치는 컵 속을 은 스푼으로 한 번 저으면,

달은 일그러진다.

그리고ㆍㆍㆍ.

홍차왕자 1권



© 株式会社白泉社

홍차는 기호품으로 생소했던 시절을 지나, SNS나 동호회에서 친절한 지인들을 통해서 차와 디저트의 세계에 가까워졌다. 더불어 매년 열리는 카페쇼라는 행사도 알게 되었고, 티룸과 홍차 전문점에도 푹 빠지게 되었다. 관련 책과 예쁜 카페에서 즐기는 우아한 애프터눈 티 세트, 티포트와 찻잔을 하나둘씩 모으면서 행복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티타임이나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는 시간은 소중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나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었다. 하루 중 아침 시간이나 오후 3시경에는 1인용 머그잔에 허브티나 과일차를 우려 마셨다. 바쁘고 피곤할 때, 잠시 휴식엔 늘 차와 케이크나 스콘이 함께 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위해, 혼자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부나 일을 하던 중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문득 멈춰 서고 싶을 때나 뒤돌아보고 싶을 때에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분명 여러 가지 이유로 모여들 것입니다.

도쿄 카페 멋집 - 들어가며 중

여행을 많이 가지 못해서 국내에서만 티룸이나 홍차 전문점 등 예쁜 카페를 많이 갔었다. 그중에서도 디저트의 강국인 일본의 티룸이나 홍차 전문점은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설레었었는지. 그중에서도 <양과자점 코안도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라는 영화와 드라마는 멋진 디저트 카페에 초대받은 기분이 드는 작품들이었다. 한때 디저트 만드는데 관심이 생겨서 제과제빵과 쇼콜라티에 과정도 배웠었다.



© 구글 검색

주변 친구들의 일본 여행 후 카페와 디저트 사진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었다. 다시 여행 가고 싶은 요즘, 나에게 멋진 카페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고, 소개해 주는 지인과 함께 가고픈 카페 리스트가 담긴 책을 보게 되었다. 머물고 싶은 공간 <도쿄 카페 멋집>, 무엇보다 일본의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인 공상찻잔 도라노코쿠의 취향 저격 리스트들로 가득하다. 맛, 멋, 감성을 모두 사로잡은 빈티지 카페 75곳이라니 절로 궁금해지는 리스트다. 아기자기한 동화 속 카페, 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앤티크 카페, 달콤한 위로를 주는 작은 아지트 카페, 색다른 맛과 경험을 즐기는 도쿄 찻집, 시간 여행을 선물하는 클래식 찻집,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레트로 카페 총 6개의 챕터에 나눠진 카페들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그대로 멈춘 기분이다.




전반적으로 레트로, 빈티지 느낌이 드는 색감과 구도의 사진들과 공간의 특징을 잘 살린 문장들.

특색 있는 디저트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중간중간에는 찻집 100배 즐기기라는 꿀팁을 정리해 놓기도 했다. 저자가 인스타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만큼, 간단한 촬영 노하우도 담겨있다. 대다수 자연광을 이용한 사진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러움과 동시에 분위기 있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를 노린다면 한 번쯤 참고해 봐도 좋은 구성과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보면서, 살짝 울컥했다. 동네에 분위기 좋고, 내 타입의 카페가 있어도 코로나를 지나가면서 하나둘씩 사라져있더라. 홍차 전문점이나 티룸은 한때 유행을 지나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카페 쇼를 나가도 늘 확장되는 커피 관련 업체들에 비해서 서서히 축소되는 느낌인 차 관련 부스를 보면 마음 아파질 때가 많다. "오래오래 그곳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쓴 책인 만큼 도쿄 여행 갈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로컬 에디터 과정 들으면서, 사는 지역에 좋은 장소를 많이 접하면서 탐구하게 되었었다.

지역에 숨은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널리 알려서 사라지지 말게 하자.

찻집이라는 장소가 참 좋습니다.

찻집은 오랜 시간 사랑하고 사랑받아 온 하나의 문화로,

무리해서 서로 간섭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감각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공상찻집 도라노코쿠가

이 책을 만들며 바란 점은 찻집이

'오래오래 그곳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도쿄 카페 멋집 - 나오며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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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지금의 안부 - 당신의 한 주를 보듬는 친필 시화 달력
나태주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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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 EBS를 보고 있었을 때였다. 잔잔히 낭송하는 시구가 참 아름다웠다. 한때 시를 좋아했지만, 감정이 무디어진 요즘은 좋아하지 않는다. 밤의 감성에 들었던 단순하지만 정제된 시는 가슴속에 새겨졌다. EBS 초대석에서 봤던 <세상을 향한 연애편지>을 통해서 나태주 시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미 교보문고 현판에 아래 시구로 우리에겐 익숙해져 있는 시인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1 - 나태주


EBS 클래스 e에서 <풀꽃 인생 수업>을 보면서, 힘들었던 시기 갈 곳 없는 마음을 다잡았었다. 첫 강의 시간에 읊어주셨던 신작 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의 낭독을 들으면서, 정체되었던 시간 속에서 울컥 눈물이 났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시를 읽지 않았던 어른은 세상의 아름다운 단어를 다시 줍기 시작했다. 시와 그림은 지친 영혼을 달래는 마음 처방전이다. 번아웃이 오기 쉽고, 스트레스에 그 어느 때보다 노출된 현대인에게 여유를 선사해 주는 시. 낭독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된다. 그림과 캘리그래피로 필사까지 한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이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좀 더 다정해질 수 있다. 바쁜 요즘, 그럴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핸드폰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과부하 된 뇌를 쉬어주는 시화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루 1시간 정도 허락해도 좋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편씩 52주 동안 머리와 가슴속에 품는 시와 그림. 단순히 시만이 아닌 시를 필사할 수 있는 노트도 있고, 달력과 스티커, 엽서도 함께 있다. 무엇보다 미공개 신작 시도 있기에,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글쓰기 수업을 여러 차례 들으면서 알게 된 좋은 노하우가 있다. 좋은 글은 노트에 필사해서 들고 다니면서, 일부러 읽으신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솔직히 책 리뷰나 서평 하면서 읽고 작성하고 사진 찍는 데만 급급했다. 좋아하는 문구나 시구를 필사하면서, 외우는 그런 감각에는 집중하지 못했었다. 일주일에 시 한 편을 가슴에 품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머릿속에 남는다. 시는 원래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었고, 그것들을 모으는 게 시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시를 써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연말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독여 줄 꽃보다 시화집 선물 어떠한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보정해서 보게 된다.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로 시를 적었던 소년은 대상을 세상으로 바꿔서 보내는 시인이 되었다. 내년부터 매주 나태주 시인의 시를 한편씩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상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EBS 클래스 e <풀꽃 인생 수업>을 시작하기 전 오프닝 부분에 나왔던 시구를 적어본다.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는 걸 시인의 시를 통해서 알아간다.


오늘도 너무 충분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애쓰지 말라


삶이 모여

한 줄의 시가 되다


인생이란

그냥 살아보는 것입니다

답이 없으니까요


EBS E 클래스 풀꽃 인생 수업 - 나태주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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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 80대 엄마와 50대 딸의 한 지붕 남남생활
신연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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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이까지 미혼으로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막연히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남들처럼 살 거라 생각했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청춘시절에는 너무 불안해서, 연애에 푹 빠져들 수 없었다. 경제적 상황이 서서히 안정될 때는 건강이 악화되었다. 결혼 시기쯤에는 한꺼번에 인연이 몰려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금세 사라져버렸다. 몰려왔다가 사그러드는 파도나 거품처럼 너무 의미 없었고, 나이 먹을수록 연애의 실패가 큰 상처로 다가왔다. 몇 번의 큰 실패를 겪고 나니, 연애에도 결혼에도 자신이 없어져 버렸다. 한동안 새로운 일에 집중했고, 너무 바빠졌어도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에는 꾸준히 나가곤 했는데, 도무지 이어지는 인연이 없었다. 무엇보다 만났었던 인연들 중 그 누구도 부모님께 소개하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다. 점차 외로움보다 혼자 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해졌고, 현실로 다가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고, 아직 미혼인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나오는 주제다.

그러다가 읽게 된 나보다 앞선 인생 선배의 기록인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50대 비혼 딸과 80대 엄마와의 한 지붕 남남 생활이라니, 결혼하지 않고 산다면 멀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이다. 친구들과도 깊은 속내를 서로 공유하지 않고, 코로나로 또래 친구들과는 연락이 소원해졌다. 그래서 타인의 삶이 궁금했다. 분명히 내 나이 또래 미혼인의 삶도 존재할 텐데,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특히, 노년의 삶에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다. 누구도 미혼, 비혼의 삶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몇 살 이후로는 "왜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이 지겨워서, 뭔가 배우러 다니거나 모임에 나갈 때 최대한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책은 크게 50대 비혼으로 바라본 세상과 80대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때 나도 특정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봤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미혼이나 비혼이 나와 관계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었다. 막상 나 자신이 미혼인 상황이 되니 지금까지 혼자인데는 별 이유가 없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었고, 그 속에서 다른 삶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족의 형태가 정해져있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다른 결을 인정하고, 혐오와 편견을 배제하고 바라보자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함께 일을 하던 동료 워킹맘들을 보면, 늘 아침은 전쟁이었다.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한다고 해도, 돕는 수준에서 조금 더 나아지거나 아닌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당장 아프면, 달려가는 건 아빠 아닌 엄마인 경우가 더 많았다. 남자이고, 가장이니까 임금 인상을 해줘도, 여자에 미혼인 자신의 임금은 동결시켰다는 친구의 말도 갑자기 떠오른다. 미혼의 여성도 가장인 경우가 있음에도 그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함께 일했던 돌싱인 비혼의 팀장님의 말이 떠오른다. 혼자여서, 나이 드신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게 불공평하게 느껴진다며. 혼자면 아파도 돌봐줄 누군가가 없기에, 오히려 가정을 꾸린 동생보다 더 불리하다고 했다. 사실 주변에 미혼인 친구들을 봐도 그네들과 함께 살거나 부모를 돌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딸인 경우 그 돌봄을 사회적 당연시 생각한다. 외출을 나가도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는 건, 늘 딸로 보이는 여성이다. 미혼인 나와 함께인 부모는 또래들 사이에서 고립되기 쉽다. 손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대화하기 어려움을 느끼실 때가 많다. 아이나 청년을 위한 시설이나 정책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노인인 부모님과 함께할 시설이나 정책은 많지 아니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아이와 청년을 위한 직접적인 복지 정책이나 시설 확충이나 프로그램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중년 이후의 과정을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좁다. 다른 지역을 나가거나 정보를 더 찾아봐야 한다.

나이 드셔서 예전 같지 않은 엄마를 모시고 외출을 할 때마다 느꼈던 상황들이 너무나 잘 나와있다. 대중교통수단이나 어딜 가든 모두 급하게 간다. 동네가 아닌 다른 곳에 구경거리가 많아서 모시고 나가도 생각보다 앉아서 쉴만한 곳도 적고, 너무 넓고 미로처럼 되어 있는 공간이 많아서 다니기가 힘들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이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대중교통수단을 탈 때부터 체감할 수 있다. 어디에나 계단이 너무 많다. 특히 오래된 역일수록,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잘 없다. 화장실을 가는 표시도 쉽게 잘 찾기 힘들 때가 많다. 한걸음 한 걸음이 힘드신 엄마와 외출을 한다는 건 정말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일이고, 신경이 모두 엄마에게 쏠려있어서 평소보다 많이 피곤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엄마는 언제나 나와 함께 어딜 나가실 때 절대 귀찮아하지 않으셨고 모든 걸 다 준비해서 나가셨다. 지금 와 내가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힘들고 피곤한 과정이었을 데도 오로지를 나와의 외출을 위해서 힘써주셨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모시고 나가고, 주변에 많은 분들이 나이 드신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늘 결심한다.

책 속에서 공감 가는 구절이 많다. 나이 듦에 대해서 자비 없는 사회 속에서 나이 들면서 점차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들이 생겨난다.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몸을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일정한 수입을 얻고 엄마와 반려견을 함께 돌봐야 한다. 그런 일상을 유지하는 저자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니, 돌봄 압박에 다시 갇히게 된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웃프다.

언젠가 아는 방송 작가 동생에게 들었던 "내 목표는 명랑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 이 작가분의 책에서 등장한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엄마를 보면서 귀여움을 카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귀여움을 뒷모습 촬영하는 것으로 기록한다. 책은 쉽게 읽혔지만, 읽은 뒤에 다가오는 현실적인 무게와 질문은 가볍지만은 않아서 비교적 천천히 읽게 되었다. 몇 년 뒤의 인생 선배가 바라보는 사회와 노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더 이상 사회가 나이 들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좀 더 다정함과 따뜻한 배려가 존재하고,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해서 기회를 거두거나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아이나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서 한마을이 필요하듯이, 한 노인도 같은 돌봄이 필요하다. 적자생존의 사회가 아닌, 함께 돌보는 사회로 가는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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