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 - 선배도, 상사도, 회사도 알려주지 않은
피터(Pete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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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숫자로 설명하는 이 책. 
브런치 250만 조회 수 작가가 쓴 전략기획자 13년 차의 노하우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그냥 하라는 일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 적응하는데도 힘들었었던 점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제대로 된 사수는 만나본 기억이 없었다.

사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알아서 적응이 일상이었다. 대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은 전혀 소용없었다.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일하면서 들었던 폭언 중에 가장 황당했던 말 중 하나는 그렇게 뭘 하는지 모르겠으면 관련 만화책이라도 찾아서 읽어보면서 뭘 해야 하는지 파악해라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프지만, 당시에는 듣고 너무 분해서 화장실에서 혼자 펑펑 울었었다.

매번 이직이 아닌 전직을 했어야 했던 나는 맨땅에 헤딩이 일상이었고, 맨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래서, 나의 사수는 직장 내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협력사, 혹은 갑의 상황에 있는 분들이었다. 자존심 따윈 버리고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 늘 한바탕 깨지고, 버티고, 필요한 기술적 지식은 업무 외 시간에 혼자 배우러 다닐 수밖에 없었다. 실무에 적용시킬 땐 당연히 또 달랐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업무의 틀을 잡아나갔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서, 협력사 직원들이 일 이야기할 때 우선 나를 찾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회사의 상황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고 나서부터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흔히 기획이라면 가장 창조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치밀함이 함께 존재하는 분야인 것을 잘 모른다.

밑바탕으로 어떤 전문적인 지식들이 존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서 버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을 때 이 책의 존재를 알았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기획이라는 것의 중요성, 회사의 판과 틀을 알고 신입 때부터 일하는 건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났을 때 업무의 방향이나 상황을 이끌어 나가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연차 1년 이후부터 보면 꽤 도움이 될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린 건 당연히 이 마법과도 같은 문구 때문이다.


적게 일하고도 탁월한 성과를 만드는 비결, 문제는 프레임이다!

오늘부터 보람 없는 야근은 그만!

- 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


적게 일하고 탁월한 성과, 보람 없는 야근은 그만! 

마법과도 같은 문구이지 않은가.



한때는 보이는 성과보다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그냥 개인 목표를 세우고 일하자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승진이든 성과든 본인이 한 프로젝트나 일들을 수치화시키고 포트폴리오와 시키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들은 타인을 설득시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숫자라는 것이다. 보스가 말도 안 되는 사업에 투자하면서 확장하려고 할 때 필요한 것도 숫자와 자료, 조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나 방향성을 제시할 때도 숫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숫자 없이 불명확하게 말하는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듯 들릴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숫자다.




왕좌의 게임이 떠오르는 회사를 움직이는 판. 

사내에도 그런 흐름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눈에 들어오는 내용들이 정말 많았지만, 3장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모든 내용을 다 내 것으로 만들기엔 살짝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았고, 실제 전략 기획 분야에 있는 분들이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이 다 쉽게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기획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하는 일과 시키는 일만 하면서 적응하느라 힘겨운 초보 직장인들이 보면 좋을 책이기도 하다. 100%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회사에서 어떤 분야의 일을 하건 트렌드를 잘 읽고, 구체적인 숫자로 이야기하는 법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

직원 입장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는지, 상사와 동료나 후배에게 협업을 요청할 때 어떻게 설득해야 합리적인지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05, 08,10, 15 흥미롭게 봤고, 3장을 중점적으로 읽게 되는 책이다.



큰 회사에서 조직 틀 속에서만 일하는 분들에게도, 작은 회사에서 많은 업무를 한꺼번에 해내는 분들에게도,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에게 기획은 밑바탕에 꼭 깔고 가야 할 기본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유용한 책이겠지만, 혼자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혼자 일하면서, 일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 혹은 새로운 일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조직의 틀을 벗어나 일한다는 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도 있는 강점이 있지만, 반대로 방향성을 잘 몰라 쉽게 헤매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장 창조적인 것은 과거에 있었던 것에서의 재창조이다.


기획자의 눈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정의.

기업의 핵심 부서이자, 회사의 전망을 미리 계획할 수 있는 업무란 어떤 것인지 실전의 핵심을 모아놓은 책이기에, 반복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읽으면서 익숙해지는 책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자의 브런치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을 구독하셔도 좋겠다. 최근엔 멘토란 존재가 실제 사수보다, 다른 매체에서 스스로 알아내는 정보로 이뤄진 것이니 말이다. 기획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 실질적인 기획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보시길.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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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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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늘 부모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늘 자신이 최우선이지.

언젠가 미술관에서 근무했을 때 함께 일하시던 70~80대 자원봉사자분들과 나눴던 대화의 한 부분이다.

엄마와 어딘가 나가자고 하면, 오늘은 바빠 거절을 많이 당한다고 하자 하시는 말씀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늘 그랬다. 나의 시간이 여유로울 때에 맞춰서 물어보기 마련이었으니까.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 손잡고 어디론가 많이 놀러 갔는데, 중학생을 마지막으로 모두 함께 어디론가 여행 간 건 손에 꼽을 정도. 특히 오빠 장가가고 뭔가 허전함을 점차 느끼시는 부모님, 2019년 제사를 마치고 오래간만에 아빠의 휴가 기간에 맞춰서, 먼 곳은 불가능하고 농담처럼 "피곤하실 텐데 온양온천이나 오래간만에 가볼까요? 가자고 하면 아빠가 가실까요?"라고 물어봤는데, 그냥 가버리게 되었다.

예전엔 갈까요 물어봤을 때 반응이 시큰둥하셨는데, 이젠 갈까요 물어보면 그것은 가는 것으로 기정사실화.

부모님이 갑자기 거절을 하지 않으신다.

자주는 아니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온양온천을 갔다.

맨 처음엔 엄마가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랑만 같이 갔다. 한번 가보신 엄마가 아빠랑도 가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두 분 다 모시고 가게 되었다.

부모님의 특징은 가본 곳은 가기 싫어하신다는 점, 온천도, 음식점도 갈 때마다 다른 곳으로 가자주의.

한번 가보고 좋으면 계속 거기로 다시 가고 싶어 하는 게으르고 귀찮은 나.

새로운 곳이 좋으면 본인들이 계획 짜셔서 가시면 좋으실 텐데, 길 찾는 것도, 음식점 검색도, 힘없는 수행비서인 막내의 몫인 게 너무나 귀찮았다. (속으론 두덜두덜해도 계획만은 열심히 꼼꼼하게 짜려고 노력했다.)

정확히 20일 뒤에는 유성온천으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갔다.

혼자 가는 여행도 뒤죽박죽이지만, 엄마와 가는 여행은 그러면 힘들다.

블로그에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에 기록된 여행 기록을 읽어보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은 약하게 비도 왔고, 처음 가는 대전 여행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는 엄마와 함께 쉽지 않은 여행을 했던 기억이고, 생리 첫날도 겹쳐서 체력적으로도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노천 족욕탕에서 함께 발 담그면서 좋았던 기억, 상태가 좋지 않아서 평소보다 배로 버벅대고 헤매는 딸 옆에서 눈치 보면서 아픈 다리로 조용히 따라오셨던 엄마. 중간엔 별거 아닌 걸로 대판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여행은 못 가고, 집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온양온천 여행 속에선 뜻하지 않은 벚꽃과 5일장을 만나서 즐거웠고, 유성온천에서는 노천 족욕체험으로 편안해졌던 추억이 떠오른다.

 

2019년도 부모님 맞춤으로 온천여행을 했던 추억들.

노천 족욕체험장에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찍어봤다.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늘 건강하고 내 곁에 있어주실 것 같은 부모님도,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가 유난히 많아지는 요즘.

2019년도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려는 각오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4월 이후로 부모님 중 한 분은 수술을 한번 했고, 한 분은 눈과 혈압 쪽의 문제로 병원을 여행보다 더 많이 가야 해서 그렇게 여행은 멈춰졌고, 나는 많은 후회를 했었다.

2020년은 제주도에 함께 가족 여행을 가야지, 강릉에 엄마와 커피를 마시러 가야지, 일본에 온천여행을 가야지 등등 이제는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편안한 여행을 하자라고 맘먹은 순간 코로나는 터져버렸고. 2020년은 그렇게 금방 지나가버렸다. 2021년도 벌써 4월 9일, 2019년도 4월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런 시점에서 읽게 된 꽃보다 엄마.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2019년도 여행기에 적었던 내용과 어쩜 이렇게 똑같은 내용이 있을 수가라고 느꼈다면 과언일까?

여행을 좋아하고 제주도에서 태어난, 김정미 예능 방송작가.

책 제목처럼 꽃보다 시리즈, 러닝맨,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등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 않는 나조차 다 아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답게, 재미나게 쓴 여행 기록이었다.

책의 시작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20대에 취업할 무렵에 돌아가신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본 적은 없지만, 함께 살고 있어도 바쁜 직장 생활 중엔 잘 돌아보지 못하고 생각보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심을 잘 눈치채지 못해 세월 따라 점차 쇠약해지는 부모님의 모습은 늘 안타깝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 작은 것에도 늘 아이처럼 귀엽게 행복해하시던 엄마, 아주 조그만 부탁도 내 눈치를 보거나, 늘 어딘가 나가려고 할 때 붙잡고 말을 거시는 부모님들을 늘 퉁명스럽게 대하곤 했던 나.

힘겨울 땐, 집에서 쉬고만 싶은데, 자식 얼굴 볼 시간에 맞춰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왜 맨날 기억을 못 하는지 갑갑해했던 나를 저절로 반성하게 되는 책이었다.



아빠를 그렇게 보내고, 엄마의 환갑맞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여행 대신 폐암 수술을 하게 되자 작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결심하게 된다. 엄마와의 해외여행을 하기로.

처음에는 온 가족 가족사진 찍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여행에서 해외여행으로 확장된다.

늘 친구와 여동생과 여행하면서 미뤄왔던 엄마와의 여행.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종영되면서 시간이 넉넉해지자, 엄마와 유럽여행 가기로 한 작가.


 



엄마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실은 늘 너랑 어디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잘 실행 못한 내가 있을 뿐이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도 하는 거라고는 함께 쇼핑하고 어디 가까운 근교에 모시고 가는 게 다일뿐.

국내 여행을 함께 가면서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지만, 환갑 때 정작 암 수술을 해야 했기에, 더는 약속을 미룰 수 없었다는 작가의 글이 많이 공감 갔다.

우리 엄마도 그때쯤 수술을 하셨고, 그 이후 체력은 더 쇠약해지셨지만, 한참 이직 중이었고 인수인계를 하던 중 엄마를 세심히 돌봐드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 후 아버지의 크고 작은 수술을 하고, 오빠가 장가가는 집안의 일대 행사가 끝나자, 이후 여행 가게 되었던 상황이 갑자기 떠올랐다. 더불어 나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졌고.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의 유럽여행.

엄마를 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하면서 의외로 몰랐던 점도 알게 되었던 나날들.

여행지 속에서 딸과 함께 수줍게 웃으시던 엄마의 모습은 점차 뒤로 갈수록 밝고 화사해진다.

포즈도 어색하다가, 점차 다양해진다.

준비하는 과정도 함께 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으리라 예상해본다.

(부모님, 엄마와 함께 하는 당일치기 여행만 해도 늘 피곤해지기 일쑤였기에...)

무엇보다, 아직도 소녀 같고 낭만이 많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는 작가의 심정에 정말 많은 공감이 갔다.

좌충우돌,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를 해도 벌어지는 여러 변수 속에서 그래도 차분하게 참고 딸을 기다려주면서 함께 여행을 하는 인내심 많고 이해심 많은 최고의 여행 메이트 엄마.

물론 언제나 매 순간 그러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늘 여행지에서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건 기본이기에.

그래도 언제나 생각한다. 그 언젠가 어린 나를 늘 데리고 여행이나 외출을 할 때 그렇게나 준비할 거리가 많았음에도 한 번도 피곤한 내색을 비추지 않고 파워풀하게 끌고 다니셨던 엄마.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여행이나 외출했던 때를 기억하면서, 어떻게든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게 된다.

 

 


엄마와 함께한 여행의 기록. 남는 건 사진뿐.

이 책의 백미가 바로 엄마와 여행했던 기록이기에, 책을 직접 읽으시면서 생생하게 느껴보시길 바란다.

꽃보다 시리즈의 참여했던 작가답게, 너무나 맛깔스럽게 기록한 재미난 여행의 기록.

글로 적어놨으니,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지만 너무나 긴박하고 당혹스러웠던 상황들의 기록들도 가득하다.

여행지에 가서만 알 수 있는 핵꿀팁들도 가득하고, 엄마의 페이스에 맞춰서 여행하고, 딸들이 엄마들에게 가장 답답하게 생각하는 간접 화법을 알아듣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도 다른 때는 직설적으로 잘 말씀하시면서,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은 늘 애매하게 말씀하셔서 간접화법에 도가 튼 나도 아직까지 어렵다.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꿈꾸는 딸들이 엄마와 함께 읽어보기를 바라는 책이다.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다.

모녀간의 관계는 늘 그렇듯이 뭔가 애증의 관계이다.

사랑하는 만큼, 쉽게 싸우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다시 이야기하곤 하는 사이.

그래서 더 소중하지만 생각보다 소중함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여행을 가고 싶은 딸과 엄마에게 꿀팁이 되는 책의 부분.

무엇보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의 입장에서 함께 쓴 듯한 별책부록의 이야기는 나도 커뮤니티에 부모님 & 엄마와 함께한 여행기를 기록하면서 적었던 내용과 많이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작가님이 좀 더 세심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셨다는 점이다.

아마 여행 가기 전에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분명히 여행지에서 엄마와 딸은 싸우고 다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다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린아이처럼 방긋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풀리게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분명 내가 먼저 사과하고 달래드릴 것이고, 분명 여행지에서 두 사람은 즐거운 기억과 추억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부모님과의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다.

요즘에서야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과의 여행 미리 잘 계획해뒀다가 꼭 멀지 않아도 부모님이 가고 싶어 하시는 곳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작가의 에필로그와 엄마의 편지를 읽다 보면 왠지 짠해지며 벅차오르는 감정이 있다.

엄마는 지금이 제일 젊다.

엄마가 내 옆에 있을 때 함께하고 싶은 게 참 많다.

꽃보다 엄마


 

15년 전 비록 회사 워크숍이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여행 사진도 함께 올려본다. 나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함께 간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짱이었던 울 엄마

*엄마와의 여행에 가볍게 추천해보는 영화리스트

생각보다 관련영화가 많지 않아서 놀랐다. 엄마와의 여행을 다룬 영화들은 대다수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아졌을 때 마지막을 두고 하는 신파 영화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그래서인지 <윤희에게>는 특별하다.

친정엄마 - 34년 동안 미뤄왔던 그녀들의 생이 첫 2박 3일 데이트...과연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라이드 : 나에게로의 여행 - 캘리포니아에서 서퍼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떠난 아들을 만나러 가서 서핑을 배우게 되는 열혈 엄마의 이야기.

윤희에게 -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한다.

카일리스 가는 길 - 여든넷 할머니와 마흔아홉 아들이 모험에 나선다. 애 최초 해외여행으로 카일라스로의 여정을 선택한 할머니, 할머니의 여정은 사색의 길이자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정보 출처 : 다음영화

딸과 아들과 함께 하는 엄마의 여행. 엄마에게 늘 여행은 새로운 도전이며

모험인 거 같다. 새로운 엄마를 알게 되는 여행.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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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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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뒤로 미뤄웠던 엄마와의 여행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최고의 여행메이트 엄마와 여행 예능 프로그램과 여행을 좋아하는 베테랑 여행 전문가 방송작가 딸의 재미난 추억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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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1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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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와인 코너에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보았다.

할아버지가 OB맥주 회사를 다니셨기에, 상대적으로 술에 별 저항감이 없었던 엄마 쪽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지만, 맨 처음 술을 접한 건 중학교쯤 생일파티 때 마셨던 샴페인 정도였던 것 같다.

대다수 집에서 마셨던 술의 기억은 좋았다.

술에 대한 기억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당시 마셨던 맥주에 대한 추억이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고. 물이 없어서 감기약을 술과 함께 먹고 난 다음날 아침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좋지 않았던 기억은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이후 선배들과 함께 먹었던 술자리였다.

늘 쓰고 맛없는 소주에 두부 김치를 안주로, 숙취가 좋지 않았던 막걸리, 동동주를 마셨는데 당시 마셨던 술은 정말 맛을 모르고 마셨다. 늘 술자리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 존재했다.

내가 안 취하면, 취해서 난동 부리거나 울거나 토하는 친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고, 내가 취한 상태가 되고 필름이 끊기면 다음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랑 주라는 온갖 더러운 것들이 떠다니는 걸 마셔야 했던 날은 마시고 한 달간 고생했고, 폭탄주나 회오리주를 말아서 마시면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술을 마셔도 체력이 받쳐주던 시절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점차 괜찮지 않았다.

이후부터 술은 집에서 소량, 가끔씩 엄마의 술상대, 정말 친한 친구와 함께 가 아니라면 잘 마시지 않았다.

첫 와인을 마셨던 기억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학생이 된 후부터 마셨다.

와인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도 생각이 난다. 학교에서 정말 싫어하는 전공 교양 과목 교수가 수업 마지막 날 와인을 가져와서 마시고, 얼굴이 빨개졌다고 놀렸었다. 그 이후로 바깥에서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많이 마시진 않아도 가끔씩 엄마가 마시고 싶어 하실 땐 기왕이면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었다.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맥주의 종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숙취는 덜하면서 맛있는 술을 찾아다니게 된다. 더 나아가 건강을 위해서(?) 통풍이 온다는 맥주보다 와인이 좋지 않겠냐며, 와인으로 종목을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와인의 세계는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로 느껴졌고, 때론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마트에 가서 찾는 와인은 늘 달달한 모스카토나 캘리포니아 와인, 빌라 M, 빅풋 와인, 씁쓸한 계열보다는 주로 달달한 디저트 와인 쪽을 고른 것 같다.

아니면 팩 와인이나 휴대하기 좋은 캔 와인, 무겁기 보다 가벼운 와인이 좋아서 레드 와인은 피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성비 좋은 오늘, 와인 한 잔에서 가끔 마시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와인 알못이었다.


 

 

나를 와인의 세계로 이끌어준 가성비 좋은 오늘, 와인 한 잔,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책

그랬던 내가 읽으면서 확 빠져든 책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맨땅에 헤딩해 체득한 가장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와인 간증서라니, 뭔가 동병상련이 느껴지면서 끌리는 소개 문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작가 소개 글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었는데, 문장의 표현력이 참 찰지다.

재미있는 책을 읽은 지 오래된 요즘 오래간만에 손에 착 붙는 책이었다.

괜히 바빠서 늦게 읽게 되었을 뿐.

호주머니 사정은 소작농 수준인데,

하필이면 혓바닥의 섬세함과 탐욕스러움은 합스부르크 왕가 뺨친다.

이 부조리한 절망적 간극을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로 간신히 메우고 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작가 임승수 소개 글

자석처럼 착 붙어서 읽게 된 책은 프롤로그부터 이것은 나의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술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마 당시 세대들 대다수가 그렇게 술을 배웠고, 서서히 술자리 뒤풀이는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강도가 점차 낮아져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잔을 돌리는 문화도, 술을 따라야 하는 문화도 다 싫었던 나는 선배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중엔 동기들끼리 따로 모여서 맥주만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진행되는 나는 와인에 어떻게 빠지게 되었는지, 첫 와인을 마셨던 순간에 대해서 매우 생생한 기억을 독자에게 마치 고해성사처럼 이야기한다. 안정적이진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삶의 활력이 넘치게 되었고 술자리의 기쁨은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술이 맛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작가.


 

삶의 활력이 넘치기 시작하니, 술자리의 흥겨움은 발견했지만

술의 맛은 찾을 수 없었던 작가.

사람은 무언가 좋아하게 되거나 사랑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이성의 끈 따윈 놓아버리게 된다. 존재의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고 즐기기 위해서이기에 돈을 버는 거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지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묘하게 빠져들면서, 와인에 진심이 되어버릴까 살짝 두려운 프롤로그.

프롤로그 부분만으로도 이렇게 흥미로운데, 본문부터 읽으면 어떨까? 절로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와인교에 빠지게 된 고해성사와도 같은 프롤로그

그렇게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책은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진행된다.

3장으로 구성된 책은 제목만 봐도 끌리지 아니한가.

1장 가산 탕진형 와인 애호가의 삶이 시작됐다.

2장 맨정신에 어찌 살 수 있겠는가

3장 이토록 무궁무진한 와인의 세계

마치 영화 감상기나 책 서평을 쓰듯, 각 와인에 대한 기록을 적어놨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늘어놓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 언젠가 나도 저질렀던 실수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초보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부터,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세세하고 쉽게 알려준다.

어쩜 궁금해하던 그 모든 것들이 실려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인데, 지루하지도 어렵지도 않고, 쏙쏙 들어온다.

제목부터 글 쓰는 표현력이 정말 시선을 확 끌어 잡기에 배우고 싶은 필력이었다.

집에 아주 예전부터 있는 비즈니스 와인 상식이라는 딱딱한 책과 비교하면 어쩜 이렇게 잘 읽히고 재미난지.

읽다가 이건 분명 와인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인데, 에세이보다 페이지 터너 책 읽는 기분으로 한방에 논스톱으로 읽게 된다.










와인 모르면 살짝 창피하고, 아는 척하기엔 지식이 부족했고, 와인 코너 가도 무슨 와인을 사야 하는 건지 동공 지진으로 갈등했던 지난 시절 이젠 안녕.

앞으로는 와인의 풍미를 느끼면서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처럼 와인의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와린이로 크길 바란다.

이 책은 꼭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책의 느낌을 표현력이 떨어지는 글로 작성하자니 왠지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책을 읽고 와인도 함께 마셔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낮다고, 방금 알게 된 얄팍한 지식이라도 어딘가.

인생이든 와인이든 직접 마셔보고 경험해봐야,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기 쉽지 않겠는가.

와인에 몹시 진심이게 된 한 남자의 와인교 전파 간증서 잘 읽어보았다.

이번 주 경 엄마 모시고 오늘, 와인 한 잔이나 가야 할까 보다.

읽고 나면 와인이 몹시 마시고 싶어지고,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어디든 잘 어울리는 책.

* 책 읽고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

사이드웨이 : 와인 애호가인 영어 교사 마일즈는 이혼의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남자.

와인 미라클 :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신 포도 : 우리 시대 가장 기발한 사기 행각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긴장감 넘치는 조사가 시작된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 10년 만에 재회한 삼 남매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유산, 부르고뉴 와이너리.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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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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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 필름 사진을 찾지 못해서,

작년에 인상 깊게 보았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사진으로 대신한다.


유학을 자유롭게 하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유학이나 여행을 하려던 순간이나 중간에 되돌아오거나 좌절되기도 했던 시기를 살아와서 그런 것인지, 여행의 자유나 기회가 많이 좌절되어서인가.

어느 순간부터는 여행을 자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행을 생각하기 전에 불안했던 청춘 시절엔 좀 안정되면 여행을 가자고 생각했지만, 그런 안정된 시기는 세월이 흘러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확실하고 하루하루가 어찌 될지 모르는 나날들을 살다 보니, 인생 자체가 원래 불안의 연속이고 더 큰 파도가 오는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더 즐겼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이제 와 후회해서 뭐하나 싶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여행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끼어들어서 함께 가곤 했었다.

물론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이나 영화제, 워크숍을 통해서였고, 타인과의 여행은 정말 잘 맞는 사람들과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쉽지 않구나를 느꼈었다.

순수하게 여행을 즐기는 건 혼자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혼자 준비하면서 뭔가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혼자 서서히 여행 가는 횟수를 늘리려던 순간이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순간 하나둘씩 문제가 생기면서 더 이상 자유롭게 다니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싱글이기에 다시 기회가 오겠지 싶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이 오게 되니 아무리 여행을 못하고 집콕하던 사람에게도 답답함과 갑갑함이 다가왔다.

굳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일상 속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국내 속 여러 가지 행사를 즐거웠었기에 너무나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집순이도 이런데, 여행을 자주 다니시던 분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여행을 자주 가지 않던 사람도 랜선 여행이나 여행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데 말이다.

주변 커뮤니티 속 사람들이나 친구들을 봐도 모두 힘들어한다.

특히 여행하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려고 하는 분들인 여행 작가들은 더할 것이다.


없어봐야 안다.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여행도 그렇다. 없어보니 알겠다. 여행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돌아보니 인생의 변곡점마다 피와 살이 된 여행의 순간이 있었다.

오늘의 나는 그 순간이 모여 이루어졌다.


여행은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채지형


<여행, 너를 믿는다>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 여행작가의 여행의 순간들.

가슴 찡했던, 후끈 달아올랐던, 소름 돋을 정도로 오싹했던, 넙죽 엎드려 절하고 싶었던, 무릎을 탁 치게 했던 길 위의 순간을 책에 담았다고 하는 이 책은 작가님의 주옥같은 기록을 읽어보고 있노라면, 많지 않았던 내 여행을 순간들도 저절로 떠올리게 한다.

취향 저격의 무민이 여행 기록 초반부터 눈을 사로잡았다.


영화 라라랜드나 와일드 로즈, 

소울이 떠오르는 뉴올리언스의 재즈클럽의 분위기 속에 나도 취해보고 싶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남의 여행의 기록 읽어봐야, 이 사람이 느낀 감성을 내가 같이 느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여행도 갈 수 없는데, 이런 사진들과 타인의 여행을 기록을 읽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더 속상해지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읽게 된 책은 내가 좋아하는 무민, 느껴보고 싶은 뉴올리언스 재즈클럽의 기억, 천공의 성 라퓨타와 같은 공중도시의 모습, 스위스에서 설경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느린 특급열차, 수로 유람과 미술관의 추억 등등.

내 취향의 여행은 이런 거였구나, 비슷한 추억을 느꼈던 여행의 순간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여행 위시 리스트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미술관 좋아하고, 르누아르, 마티스, 루벤스 좋아하는 사람으로 취향 저격의 기억.


천공의 성 라퓨타의 풍경 같다는 공중도시의 모습

흔히 읽던 어디가 좋더라, 내 여행은 어떠했다는 여행기가 아닌 온전히 작가가 느꼈던 순간들의 기록이어서인가.

작가가 느꼈던 순간이 사진과 함께 간결한 문장으로 잘 전달된다.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날의 분위기, 그곳의 공기까지 느껴지는 기분이랄지.

여기저기 다 계획 세워서 욕심내서 전부 봐야 한다는 게 여행의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아서인지.

솔직히 그럴 체력도 안되고, 쉼표를 찍어가는 듯한 여백이 있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순간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여행의 순간들.



한 번쯤 타보고 싶은 길고 느린 특급열차, 

커피 마시면서 우아하게 설경을 구경하고 싶다.


낭만적인 수로 유람의 기억.

여행의 순간들의 기록도 주옥같았지만, 더 감동적이었던 건 작가의 개인적 기록이 듬뿍 담긴 3장 여행 유전자와 4장 먹고 모으는 재미였다.

화가의 그림을 볼 때, 붓질과 색감을 느끼면서 화가를 느끼듯이, 개인의 취향과 주변인들의 기록을 보면서 작가가 누구인지 느낀다. 타인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순간이었다.

특히 엄마와는 짧은 여행이나 잠시 어딘가 다녀오는 외출을 자주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적었기에 아빠와의 여행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유년기를 지나면서 가족과의 여행은 극히 줄어들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 온 가족 여행은 단 한 번도 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부모님은 나이가 많이 드셨고, 아직도 건강하시지만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실 때가 많다.

작년은 사실 어딘가로 가족 여행을 가야지 맘먹었던 한 해였는데, 아직까지 실행하고 있지 못하다.

자유롭게 여행 갈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실행해야겠다.




아빠와의 여행의 기억.


먹는 기록을 읽으면서 가장 행복했다. 

사실 여행 속에서 소소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기억이 무얼 먹었는가의 기억이 아닐까?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은 먹는 기록을 읽는 순간이었음을 숨기지 않겠다.

여행이건, 일상이건 맛있는 걸 먹는 순간은 소중하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행복하겠지만, 혼자라도 맛있는 걸 먹을 땐 정말 행복하다.

영수증과 사진을 보면서, 여행작가의 일상을 잠시 멈추면서 소중한 여행의 순간들을 추억하고 기록한 나날들.

언젠가 다시 여행을 자유롭게 하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잊지 않다고 다시 소환해서 내 여행 세포를 다시 깨우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해외가 아니라도 좋다. 국내도 못 가본 곳이 많은 사람이기에, 언젠가 자유롭게 여행할 날을 꿈꾸며 인상 깊었던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구를 써본다.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길 위의 빛나던 순간을 소환해 주길 기대한다.

터널을 지나는 우리에게 한 줌의 햇살이 되기를,

어두운 방 안에 걸린 작은 창문이 되기를 소망한다.

여행이 보이진 않지만, 사라진 건 아니다.


여행은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채지형


*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라는 주제에 가장 잘 맞을 듯한 영화 4편을 뽑아봤다.

유럽기차여행에서 만난 두 남녀의 하루동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비포 선라이즈>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다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행 속에서 우연히 만나 캠핑카로 함께 여행하게 된 두 남녀 이야기를 다룬 <에브리타임 룩 앳 유>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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