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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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200여 가지의 질병의 검사를 알 수 있다는 혁신적인 기계를 개발한 

젊은 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대 사기 행각을 폭로한 기획 기사를 묶은 책.


4차 산업의 대혁명기 과도기의 상황에서 더 빠르게 혁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과 창업은 어쩌면 필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량실업 사태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의 틈새시장 사이를 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창업 전선에 서고 있다. 가장 많은 기술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 의학 분야의 혁신이라 불리었던 테라노스의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가 있었다.

아무리 뉴스나 언론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캐치프레이즈


테라노스의 대 사기극을 폭로한 월스트리트의 기자 존 캐리루.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와 에디슨 키트


전직 테라노스 직원 60을 포함한 150명이 넘는 사람과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책인 만큼, 굉장히 사실적이다. 처음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건조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어떻게 다 읽을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고민과 달리 꽤나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엘리자베스 홈즈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라왔는지부터 시작해서 흥미진진하게 시작했던 책은 왠지 모르게 그 언젠가 내가 했던 직장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겪었던 최악의 직장들보다 더 끔찍한 테라노스의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 업이 망하는 지름길에 대해서 안내하는 책이기도, 스타트 업이 어떻게 사기를 제대로 치는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기사화 인터뷰를 엮어서 만든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범죄 스릴러를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2015년 포브스지에서 선정한 젊고 부유한 자수성가한 여성 사업가로 선정된 엘리자베스 홈즈. 스타워즈의 명대사를 이런 데다가 쓰지 말란 말이다.(진심으로 분노)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정부기관에서 고위 간부직을 맡은 아버지와 의회에서 일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집안에서 남보다 좋은 기회를 접하기 쉬웠던 환경에서 자랐던 엘리자베스 홈즈.

19살에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하고, 팔로알토에 리얼타임 큐어를 설립해서 테라노스로 개명하기까지 그녀의 이상과 카리스마는 많은 인재들을 감명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스티브 잡스를 맹목적으로 신봉해서, 그를 따라서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금발로 염색하고 낮은 바리톤 목소리로 공식 석상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를 좋아했기에, 애플에서 일하던 제품 디자이너와 주요 인사들도 영입하기도 했다.

그들 뿐인가, 그녀의 카리스마와 혁신적인 이상에 끌린 각 분야의 유명한 인재들이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고, 함께 일했다.


하지만, 이들의 대다수는 빠른 속도로 퇴사하거나, 해고되었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각 부서 간에 정보는 절대 공유하지 않았고, 정보는 차단되었다.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도, 거절당하고 제외되고 배척당하는 건 일상.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야근과 주말 근무를 당연시하며 회사에 헌신하기를 바라는 태도.

도가 지나친 신비주의와 비밀주의는 직원들의 반발과 의구심만 키우기 마련이다.


의심과 거짓말이 만연한 기업 내 문화. 직원들은 대다수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다.


무엇보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비전을 고집하는 CEO의 독선과 CEO의 애인이 모든 의사결정과 조언을 도맡아서 한다면? 직원들의 직언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의구심만 키우면서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과 상대에게 하는 보복적 행태들은 참 보기가 힘들었다.

화풀이성 해고와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 비난과 공격, 나는 언제든지 널 해고할 수 있다는 태도는 CEO의 이상과 비전, 카리스마에 이끌려서 온 직원들의 사기와 의지를 떨어뜨렸다.

그 결과 유능한 인재는 재빠르게 퇴사를 결정하지만, 그 퇴사 과정에서 생기는 충돌과 스트레스가 너무나 심했고.

무능하고 아부를 잘하는 직원들만이 살아남고, 직원들끼리 감시 보고하는 행태는 사내 기업문화를 악화시켰다.

정말인지 읽고 있노라면, 망하는 스타트업의 지름길을 보는 기분이지만, 세상에 이 대 사기극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수많은 환자들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왔으리라.


퇴사를 해도 누가 왜 퇴사되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엘리자베스


퇴사하는 직원의 직언, 스트레스와 소외감에 자살하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냉랭한 태도


테라노스에서 일하면 점차적으로 인류애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선의의 조언을 듣지 않고,

절차나 원칙은 무시하기 시작했다.

홈즈의 야망은 탐욕스러웠고 간섭을 용납하지 않았다.


배드 블러드


이런 회사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다.

생각해보라, 인류의 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기업에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기계는 오작동되기 일쑤고 검사 결과는 거짓으로 만든 데이터들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문제점을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직원은 배제당하고 해고되고, 거짓말이 만연한 기업문화.

무엇보다 전문가도 그 무엇도 아닌 남자친구가 자문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회사에서 그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전 세계의 질병 치료를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미칠 수도 있는 커다란 재앙이다.

처음부터 그녀의 비전이 선했을지라도, 주변 환경이 그녀를 변하게 했으리라.

스타트업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스타트업을 이미 진행하고 계신 분들이 꼭 읽어보셔야 할 필독서 같은 책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이코패스 하나가 눈 깜짝하지 않고, 인류에 큰 재앙을 끼칠 수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범죄스릴러물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끈질기게 추적하여 폭로한 결과 에디슨이 실제로 250가지가 아닌 16가지 질병만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혀지고 그녀의 기업가치는 순식간에 제로가 된다. 미국 최고의 메디컬 기업이자, 기업가치 90억 달러 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던 테라노스의 대대적인 추락이었다.


이미 올해 3월에 HBO에서 <The Inventor: Out for Blood in Silicon Valley>로 선보인 다큐멘터리가 있으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 예정이다. 감독은 바이스와 빅 쇼트로 국내에 알려진 아담 멕케이, 엘리자베스 홈즈역에는 이미 조이에서 젊은 CEO 역을 한 바 있는 젊은 연기파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니 몹시 기대된다.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을 선보이려 했던 발명가는 실은 사기꾼이었다.

그녀와 20살 차이 나는 인도계 남자친구 라메쉬 발와니.


바이스와 빅 쇼트로 알려진 아담 멕케이 감독과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가 각본 작업 중이다. (엘리자베스 홈즈와 꽤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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