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감각 - 세바시 PD가 발견한,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지키는 법
구범준 지음 /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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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 가까이 살면 모든 게 명확할 줄 알았다. 아무리 방황하고 고생해도 반평생쯤 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20대 때의 나에게 중년 이후의 인생은 대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눈앞의 세상이 너무 막막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명확하고 안정된 삶은 세월이 지나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한 채, 제삼자의 인생을 바라보듯 살아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때의 즐거움들을 미래의 담보로 맡긴 채 지금에 이르렀지만,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한 걸까? 인생 전반에 걸친 회의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거라 애써 마음을 달래보지만, 아쉬움만 가득하다. 어른의 사춘기는 호되게 지나가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여전히 방황 중이다. 이제는 미루기 싫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모두 도전해 봤지만, 체력의 한계만 뼈저리게 느꼈을 뿐이다. 하고 싶어도 나이 제한과 주변 환경이 가로막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결과물을 얻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었나 후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2월까지 마음이 심하게 가라앉았던 나는 책을 통해 정답을 얻고 싶었나 보다. 물론 책이든 영화든 본다고 정답을 얻을 순 없다. 내가 지금 이러는 게 괜찮은 건지, 확신을 얻고 싶었을 뿐이다. 

<마음을 읽는 감각>이라는 제목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삶의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마음부터 읽어보라며 조용히 건네는 책”이라니. 정말 삶의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내 마음의 불안부터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답게, 1장부터 마음속 불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2장은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 3장은 관계, 4장은 이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상태를, 5장은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안에서 출발해 행복에 닿는 구조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읽으며 생각해 봤다. 모르는 이야기나 생소한 문장도 아닌데, 연휴 기간에 왜 굳이 이 책을 선택해 읽게 되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현재 내 마음 상태가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무의식적인 방어막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읽는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속독하기보다는 내 마음속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1장을 꽤 오랜 시간 정독했다. 그러다 독감에 걸려 고생하는 시간을 보내며 2장을 건너뛰고 3장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의 불안은 평생 잠재우기 어려운 감정이다. 어쩌면 평생을 함께해야 할 감정이고, 때로는 내가 잘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많은 어른이 ‘불안‘이라는 감정에 주목하고 공감했듯이, 적절한 불안은 때론 무언가에 몰입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이 책이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마음의 울림을 주는 책. 세바시 영상들이 그랬듯, 당장의 시원한 해결책을 주기보다 언젠가 싹을 틔울 ‘희망‘이라는 씨앗을 가슴속에 남겨주는 책이다. 온 세상이 불안에 빠져 있다. 불안은 때로 의지를 잠식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우리는 그 정서에서 빠르게 벗어나려고만 한다. 그럴 때 이 책을 통해 내면을 찬찬히 읽어본다면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가독성 높은 폰트와 책의 구조가 더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책의 여백조차 여유를 찾게 해주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가려나? 빽빽하지 않은 적절한 구성이 차분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세바시는 15년 동안 귀에 좋은 말보다 마음에 닿는 말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 책도 당신 마음에 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읽으면 더 잘 알게 됩니다.”

PD님의 자필 편지처럼 나의 마음을 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자꾸만 불안해질 때마다 다시 자신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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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꿈을 꾸며 걷다 나가오카 겐메이 시리즈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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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나가오카 겐메이의 8년간 기록이다. 블로그에 차근차근 기록해 온 글 중 나만의 방식이 드러난 부분만을 뽑아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대단한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맨 처음 시작이 호기심으로 욕실에 쌓아놓은 물건들을 보고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문장이니까. 그럼에도 작은 생각이나 지나치기 쉬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생각의 확장을 해나가기에 이 책은 특별하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을 차분하게 해나가면서, 조용히 커나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게 좋아 보였다. 결과만을 생각하며 과정을 소홀히 여기고, 급성장과 빠른 변화만은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름이 보였다.


각 장의 제목 문장 자체가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다, 지금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서 비슷한 문장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고민만 하다가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만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예전에는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자꾸 미루곤 했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진행하는 동안 온갖 고생을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뭔가 시도해 보는 게 더 낫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무모한 짓을 많이 할수록 인생은 진해진다."이었다. 


그때는 머리가 어떻게 됐던가 싶을 정도로 인생에는 무모한 짓을 하는 시기가 있으며 그 시간만 유독 진하게 남는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나는 '청춘'이라고 바꿔 말하겠다. 그러니 어떤 나이가 되더라도 청춘은 있다. 청춘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무모한 짓을 해야 맛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 -93p






자꾸 멈칫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나이를 나도 모르게 의식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무언가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지만, 내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많이 해보자고 욕심을 부렸다. 내년이 지나고 나면, 나의 기회가 더 줄어들고 설 자리가 사라질 것 같았다. 한동안 불안한 주변 상황과 갈팡질팡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었다. 최근엔, 어느 정도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이 책에는 단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 방향을 향해 꾸준히 나아간 기록이 담겨있다. 할 수 없다는 불안과 완성을 목표로 한 게 아닌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둘씩 시도하면서. 책 안에는 요즘 그렇게나 강조하는 팬, 브랜딩, 조직화에 관한 내용도 나와 있다. 나도 나만의 방식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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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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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가 18년에 걸쳐 완성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마지막 장편소설 <캐드펠 수사의 참회>. 소설의 초반부를 재미나게 읽었던 청춘시기를 한참 지나서 마지막을 읽게 되니 감동이다. 대망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에서는 캐드펠의 오랜 내면적 갈등, 즉 수도사로서의 정체성과 과거의 삶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다.

12세기 중세 잉글랜드,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치열한 내전이 막바지에 이른 시기를 배경으로, 모드 황후 측 기사들이 스티븐 왕 측에 포로로 잡히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때 캐드펠의 십자군 전쟁 시절 연인 사이에서 얻은 숨겨진 아들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가 실종된다.

캐드펠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도원의 서약과 신념을 뛰어넘는 위험한 여정에 나서며, 진정한  참회와 자기희생의 과정을 경험한다. 아들을 찾기 위해 캐드펠은 코번트리 협상 회의에 참여하게 되고,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캐트펠은 이번에도 지혜롭게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아직 불안전한 영국의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치열한 내적 갈등이 비슷한 상황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큰 공감을 준다. 거대한 변혁기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삶의 새로운 전환기를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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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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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19권, <성스러운 도둑>은 종교적 성물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폐허가 된 램지 수도원에서 원조를 요청하러 온 헤를루인 부원장과 투틸로 수사가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방문한다. 폭우가 쏟아지며 귀중한 성물들을 피난시키던 중, 수도원의 가장 신성한 유물인 위니프레드 성녀의 성골함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의 목격자마저 살해당하면서, 수사는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버린다.


캐드펠 수사는 언제나처럼 종교적 광신도와 인간의 욕망이 뒤엉킨 미스터리를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파헤치려 노력한다. 과연 성스러운 유물 뒤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성스러운 도둑>은 성물 도난과 살인이라는 강렬한 사건을 통해 중세 시대 사람들의 신앙심과 세속적인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중세 수도원의 엄숙한 분위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인간적인 갈등이 독자들을 깊이 몰입하게 한다.


습습한 열대야,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밤을 지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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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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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추리 소설 팬이라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외에 또 하나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대학교 시절 절친이 추천해 줘서, 처음 읽었던 그 시리즈를 잊지 못한다.북하우스에서 23년 만에 재출간된 개정판이 나왔다. 

시리즈의 18권인 반란의 여름에서 캐드펠 수사의 고향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다.부제 마크와 함께 오래간만에 귀향한 캐드펠은 웨일스의 오와인 귀네드 왕을 만나러 간다. 평화로운 방문도 잠시, 왕의 동생 카드왈라드르는 덴마크인들과 함께 반란을 꾀하고, 왕국은 피비린내나는 왕좌의 게임 속으로 혼란에 빠진다.거기다가 캐드펠과 참사회원의 딸 헬레드가 덴마크인의 포로가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까지 벌어진다.과연 캐드펠 수사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또다시 사건을 해결하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반란의 여름은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소설을 넘어선다. 두 형제의 갈등 속에서 캐드펠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인간의 욕망과 배신, 그리고 화해의 가능성까지 탐색한다.십자군 전쟁의 참혹함을 겪고 수도사가 된 캐드펠은 항상 이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 그의 지혜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나침반과 같다.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지만, 수도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고 지혜롭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그는 단순한 수도사가 아닌,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복잡한 인간사와 사건들을 풀어내는 인물이다.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현명함, 때로는 과감한 행동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중세 웨일스의 역사적 배경과 잘 짜인 서사, 그리고 캐드펠 수사의 활약이 어우러져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기존 시리즈를 즐겨 읽으셨던 분들에게는 특히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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