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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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 말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에는 다음과 같은 싯구가 있다.


그대들이 서로의 몸과 마음을 함께 하더라도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사랑이나, 우정이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당한 거리를 둬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는 말이지만,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사람은 여러 개의 가면을 지니고 있고,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가면을 쓰는데 익숙해져야 할 때가 많다.

그런 상황 속에서 때론 타인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다를 때도, 나조차도 내 진정한 모습이 뭔지 헷갈리게 될 때도 많다. 척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툭 터놓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내 인생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세월 흐를수록 시시하고 재미없는 내 이야기는 잘 안 하게 된다.


아주 예전에 나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잘 걸기도 하고, 침묵을 견디질 못했다.

통학 버스를 같이 타고 갈 때, 약 한 시간 반가량 별말 없는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가 그 당시 아침의 최대 고민거리였다면, 믿어지시겠는가.

아무튼 그랬다. 지금은 어딜 가든 분위기를 파악한 뒤에 말문을 열고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을 무리해서 하지 않는 성향으로 변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관계의 거리를 가늠하거나 유지하는 건 참 어렵다.

특히 상대방과 가까워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점차 면대 면 소통이 줄어들고 있어서일까.

누군가와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고 가까워진다는 건 거의 극한에 가까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관계를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화술에 도움을 주는 이 책의 제목이 가슴에 확 와닿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달성한 일보다 달성하지 못했거나 중단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인 

자이가르닉 효과가 이 책의 주된 핵심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싶다면 질문을 내고 잠시 침묵하십시오.

그러면 상대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능수능란한 화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말은 상대방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실수를 하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건, 말을 많이 할수록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갔을 때,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혼자서만 쉴 새 없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본 기억이 있다.

얼어서 한마디도 못했던 예전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혼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과연 대화일까?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

자신의 이야기만 쉴 새 없이 해대는 강연은 왠지 재미가 없다.

오히려, 중간중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거나,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질문을 유도할 때가 집중되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침묵은 상대방에게 들었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하도록 여유를 준다.


침묵은 상대방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때론 자신의 심리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쓸 수 있다.

다혈질이라서 금세 욱하는 면이 있는지라, 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화났을 때는 잠시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산책을 하거나, 상대방과 금방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상황을 좀 더 세련되고 스무드하게 넘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자신이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잘 안될 때가 많겠지만, 차분히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나 순간적 화가 살짝 가라앉을 것이다.


상대방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필요한 침묵의 중요성

이 법칙은 텔레마케팅에도 적용된다.

물론 제한된 시간 내에, 고객이 전화를 끊기 전 자신의 할 말만 열심히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신입에 가까울 것이다.

좀 더 고수는 잠시 기다렸다가 말할 기회를 엿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이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설득과 세뇌, 협박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둘 중 어느 경우가 낫다고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물건을 구입한 후 만족도는 전자처럼 자신이 직접 결정을 내릴 시간을 가지는 편이 아마 변심이나 반품의 경우가 적을 것 같다.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은 멘트는 나와 상대방이 가깝고 특별하다는 느낌이 준다.

이런 멘트 뒤에 듣는 이야기는 더 집중해서 들었던 경험이 많지 않은가?

주로 직장 내 험담의 경우가 이랬던 기억이 나지만, 강연에서도 이런 경험이 많았다.


상대방이 대화에 집중하게 하는 비법과 영업할 때 가장 필요한 침묵.


영화 엘리엇은 외계 생명체인 E.T 와 어떻게 신뢰관계를 쌓았을까. 

말 아닌 행동으로 상대를 신뢰한다는 걸 보여줬다. 

이처럼 상대방에게는 말로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침묵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잘못된 공백이 사용될 때를 이야기한다.


1. 타이밍이 좋지 않다.

2. 군더더기를 붙인다.

3. 자기중심적으로 대화한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상황일 것이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꾹 참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말할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기다림이 필요하다.

침묵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다시 엿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 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화 중 효과적인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하지 않는다.

대화 상대로부터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상대가 대답할 때까지 침묵하는 QAS(퀘스천 앤 사일런스)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1. 정보를 이끌어낸다.

2. 호감을 얻는다.

3. 사람을 움직인다.

4. 사람을 키운다.

5. 논쟁에서 승리한다.

6. 자신을 컨트롤한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서 생긴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려면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들으려면 침묵해야 한다. 상대에게 질문을 하고 상대가 대답할 수 있도록 침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존심 덩어리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는 따르고 싶어 하지 않지만,

스스로 떠올려 자각한 생각에는 기꺼이 따른다.

그러니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명령하지 말고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글만 읽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걸 글로 배웠지만, 뭐든지 실전이 힘들지 않던가.

책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 예로 들어놨는데, 말이 쉽지 정말 이렇게 행동하기가 쉽나 싶지만, 포인트는 상대방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계획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언제가 편한지 미리 정보를 파악한 뒤에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좋아할 만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대답할 때까지 잠시 침묵하고 다시 YES를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 것.

상대방에게 선택권과 주도권을 주면서, YES로 이끌어내는 유도질문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 같으니, 데이트를 앞둔 남녀분들 읽어보고 잘 써먹으시길.


'어떤 생각을 하도록 해야 Yes를 받아낼 수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생각을 유도해야 행동으로 옮길까?'

를 고민하여 상대의 사고를 유도해야 합니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제는 상대방에게 크로스 카운터를 우아하게 날릴 시간.


침묵은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커다란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 대화 도중 침묵이 길어지만, 대부분 우리는 초초해진다.

내가 상대방과 제대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지, 재미가 없어서 상대방이 조용해진 것인지 걱정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절한 침묵은 인간관계나 대화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고, 다른 화제로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때론 상대방과 얼마나 친밀한지를 알게 해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침묵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말은 적절한 때만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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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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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창업하고 싶은 분들이 꼭 봐야 할 현실 조언이 가득한 책.



작년에 영화제 겸 강릉 여행을 갔을 때, 굉장히 예쁜 공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안목항 주변의 커피 거리에는 멋진 카페들이 가득했고, 예상하지 않고 거닐었던 임당동 성당 주변은 문화의 거리로 각각의 개성을 가진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이 띄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가게 하나하나 둘러보고 싶었을 만큼 좋았던 공간들이었지만, 일정이 빠듯했기에 늘 쫓기 들 급하게 사진만 찍고 지나쳐야 했다.

그런 공간들을 보면 절로 가슴속에 묻어놨던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꿈을 맨 처음 품었던 때는, 막연하게 제과제빵과 쇼콜라티에 자격증도 따보려고 했다.

허황되게도, 내가 제과제빵을 책임지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해야지라는 망상을 꿈꿨던 때가 잠시 있었다.

하나둘씩 알아보면서 부딪치는 현실적인 벽과 자격증을 따는데 실패하자 막연한 꿈은 접어두게 되었다.


강릉 임당동 주변 문화의 거리 근처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카페나 공간들.


안목항 주변 커피 거리에서 단연 눈에 띄는 롱 브레드라는 카페.



결정적으로 자영업을 꿈꾸지 않는 이유는 동네에 새로 열린 가게들이 몇 달도 못 버티고 빠르게 망하고 있어서다.

신도시와 구도시 사이에서 그런 체감 온도를 확 느낄 수 있는데, 불경기에 창업을 꿈꾸고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대다수의 가게 중에 살아남는 가게는 정말 몇 안 된다.

굉장히 오랫동안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가게들도 10년이 안되어서 다른 가게로 바뀌었다.

고된 직장 생활, 정년은 빨라지고 나이 들면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자꾸만 창업을 꿈꾸게 한다.

그것만이 아니어도, 현대 사회에서 취향이 비슷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꿈꾸고, 그런 사람들과 닿기 위해 만들고 싶어 하기도 한다.

막연하게 창업을 꿈꾸거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카페나 하나 차려볼까?

독립서점이나 한 번 꾸려볼까 하는 분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부드럽게 알려주는 책.

공간 디자이너 김란이 알려주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가이드>

공간 창업자는

'내가 일할 공간'을 직접 만드는 사람입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이 책은 공간 창업에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그럼 이 책은 창업을 말리는 책일까?



"(창업을) 안 하는 게 돈 버는 거라고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가이드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이 책은 <공간 창업에 반대합니다>로 시작한다.

그 언젠가 출판사 강연 들었을 때 편집자 출신의 대표가 자신에게 속상하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너무 지쳐서 편집자 입장에서 출판 관련 책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연처럼 저자 또한 막연한 공간 창업을 꿈꾸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라는 책의 부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친구인 직장인 A가 공간 창업을 하려 하고 그걸 저자가 도와주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매우 친근하게 잘 읽을 수 있다.

가까운 친구라서 더 말리고 싶어 하는 심정이 느껴지고, 답답해하는 저자의 내면 독백은 덤이다.






목차를 읽어보면, 결국 창업을 응원하는 책이다.

하지만 낭만적 퇴사 후 적당히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팩트 폭행하는 책이기도 하다.


창업을 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목록을 크게 6가지로 나눠서, 공간 창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만 모아놓았다.

아이템 선정의 경우, 저자가 직접 참여했던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의 중간 상황 발표를 직접 소개하고 있다.

분야도 느낌도 다른 각각의 공간 창업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고, 진행해왔는지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가 있다.

불안한 나머지 덜컥 부동산 계약부터 하고 온 친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돕게 되는 저자의 조언은 살짝 눈물겹기도 하다. 책을 보면,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맨땅에 헤딩하려고 했었구나가 바로 느껴진다.

디자인, 공사는 오히려 쉽다. 홍보와 공간 운영이 어렵다.



제 관심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특정한 공간에서 창업자의 매력을

더욱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공간 창업은 시간과 경험을 파는 사업이니까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독립서점을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들. 친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내면 독백일 듯한 저 질문들을 보면서 혹시 뜨끔했었다면 창업을 다시 생각해보자.


동네에 독립 서점 같은 공간이 없어서, 다시 한번 허황된 생각을 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슬그머니 다시 접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명확한 청사진이 없다면 이 책을 보면서, 차근차근 체크해보길 바란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직접 진행하다가 더 힘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자영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회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더군다나 독립 서점이라는 공간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책 외에 이 다른 것도 함께 팔아야 생존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느 공간에 올 때 한 가지만 원하고 오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경험을 얻고 싶어 한다. 책 외에 다른 것들, 카페, 북토크, 다양한 강연, 사람들을 이어주는 협업공간으로 존재하기도, 공간 자체를 대여하기도 한다.






작은 공간은 아니지만, 강릉에서 봤던 고래 서점은 지역주민의 문화 공간이자 빵집과 카페, 그리고 책을 파는 공간이었다.



사업 관련 경험, 사업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 같이 일하는 사람, 예상되는 비용 항목과 원가 구조, 고객을 찾고 만나는 방법, 목표 고객, 영업과 판매 방법, 예상 수입, 우리만의 특별한 서비스 등 차곡차곡 체크해 오라고 숙제를 던져주기도 하고 같이 고민하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인스타그램 하면 되지 않아?'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분들이 많으셨는지, 홍보를 구체적으로 확실한 대상에게 할 것을 당부하는 저자.

운영자의 눈으로도 소비자의 눈으로도 경쟁업체의 타 공간을 꼼꼼하게 체크해보고, 나아가서 자신이 만들 공간에도 적용하라고 강조한다.





공간 창업도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독립서점이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동아서점과 문우당 서림.



작은 공간이지만, 창업할 때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진심으로 공간 창업을 하고 싶은 것인지,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을 벌이고 싶은 것인지 분명히 결심을 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결정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단순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면, 사치스럽게 꾸밀 필요도 없이 공간을 빌려서 하면 그만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책에서는 다음 단계로 나갈수록 명확하고 날카롭게 질문을 던진다.

한 달 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어떻게 나오는지, 그러려면 매출을 어느 정도나 올려야 하는지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위치 선정에 있어서도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지에 대해서 꼼꼼히 적혀있다.

특히 서점에 대해서는 완벽한 조건의 위치를 선점할 수 없다면, 자신만이 원하는 조건으로 선별하는 걸 추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있어야 할 조건이라면, 최소한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영업이익과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지극히 차분하게 현실적인 것들을 따져서 이야기해준다.

서점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요. 꼭 하셔야 하겠어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서점을 내기 위해서 독립서점 주인들을 붙잡고 물으면 한결같이 저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세심하게 디자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개인 작업실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이 드나들면서, 그들을 위한 경험을 기획하고, 자신이 일하기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 혼자 운영하는 작은 공간이라면 더욱 자신의 편의를 생각해서 디자인해야 한다.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더욱 필요하다.



홍보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나 강조했던 SNS 홍보는 공간을 오픈하기 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희미하게 알고 있는 홍보는 과연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지인이나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기보다는 꾸준히 관심을 표해왔던 동네 인근 주민들이나 사람들, SNS 팔로워들을 초대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공간을 새롭게 오픈할 때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기에.



공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모임은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사람들이 모임에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면 해답은 나온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모임에 참여한다. 강연과 강의가 아닌 이상 무료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한다면, 특정인만이 독점해서 이야기하는 모임의 경우엔 다시 참여하기가 꺼려진다.

시간에 따라서 약간의 간식이나 음료는 모임의 분위기를 밝아지게 하기도 한다.



'한 번도 안 해봤고 잘 모르는 일"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결국 이렇게 이야기한다.

'언젠가 만들 내 공간'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책이 공간 창업을 막연하게 꿈꾸던 분들이 작게라도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나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청사진을 살짝 보여주는 저자는 자신이 디자인했던 공간들과 프로젝트를 예로 보여줬었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그녀가 참여했던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공간들과 서울, 춘천, 제주 등 목록이 나와있다. 책을 가지고 그 장소들을 방문해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작년 강릉 갔을 때 봤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임당동쪽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를 갔을 때, 개성 있는 공간들이 많았기에.

다음 여행에서 한 번쯤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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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출판이라고 - 여성 코미디언에 빠진 너드걸의 출판 프로젝트
김민희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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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별칭이 Mintry여서 민트 필터로 보정한 사진.

몇 년 전의 어느 날. 그림책 만들기 과정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출판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나름 무료과정에, 아마도 일주일에 두 번 듣는 두 달 정도의 과정이었다.

정말 기초적으로 필요한 인디자인 활용과 출판에 필요한 모든 것은 다 배웠었고, 한 번은 이론 수업, 다음은 과제를 해와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는 수업이었는데, 몹시 빡셌지만 나는 샘플북 1권만 지원받아서 제작할 수 있었다.

잘 만든 책으로 뽑혀서, 전시 명목으로 가져간 책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책을 출판하려던 나의 의욕은 그 이후, 흐지부지되었다.

맘먹었을 때 이리저리 알아보던 기회는 물 건너갔고, 샘플북 한 권 제작하는데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나왔기에(칼라 책으로 제작하려던 나) 덜컥 겁이 나기도 했던 그때.

과거의 내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 출판되어 반가운 마음에 소개해본다.

 


굿즈의 문구가 더 의미심장하다. 정말 출판이란 좋지 않으면 못할 정교한 종합예술에 가깝다.

밥은 먹고 다니냐의 문구를 보면 프리랜서인 1인 출판자의 상황이 잘 느껴지는 대사다.

이제는 책을 출판하는 채널이 참 다양해졌고, 글을 쓰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독립출판이나, 나만의 책을 만들어서 소소하게 출판하는 경우도 많지만, 수많은 출판, 글쓰기 강의 중에서 나한테 맞는 강좌를 찾기도 힘들고, 강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시대에 혼자 책을 출판할 때, 참고하면 좋을 책인 <이것도 출판이라고>.

개인적으로는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편이었다. 일을 할 때, 누군가에게 맡기기보단 혼자 모든 걸 다 헤쳐나가는 성격이었기에, 출판 수업을 들을 때도 혼자 정보를 다 찾아서 몰아닥치듯 과제를 해내곤 했다.

출판을 온전히 혼자 하기란 쉽지 않음을 그 수업에서 깨달았다.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과제를 발표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듣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이 책은 실은 번역자 겸 편집자인 작가가 영국 드라마 미란다에 푹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드라마에 빠지자, 주인공인 미란다 하트가 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번역을 하고 출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던 한 편집자인 작가가 미란다라는 영국 드라마에 푹 빠지면서, 여주인공인 미란다 하트가 쓴 책을 보고, 국내에 출간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미드 폐인이 되었다던 작가는 편집자 생활 3년 차에 운명적인 영국 시트콤 미란다를 보게 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책을 대형서점 매대에서 우연히 보게 된다.

'책을 번역해볼까?'라는 생각이 서서히 발전되고, 구체화되는지에 대한 과정이 그 후로 상세하게 적혀있다.

그 과정을 굉장히 차분하게 재미있게 풀어놨지만, 현실을 직시하면서 쓴 글들이기 때문에 사실적이기도 하다.

출판 문외한이고 할 줄 아는 건 포토샵 정도밖에 없었고, 출판 과정을 겪으면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서 결국 포기했던 나와 달리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진행하고 있었다.

 

목차를 읽어봐도 한눈에 재미있겠구나의 생각이 가득하다. 책 한 권 내도 망해도 좋다의 심정으로 도전했던 출판은

결국 코믹 릴리프 시리즈 4권이나 출판했다!

 


번역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확인한 건 국내 판권이었고, 직접 번역하고 출판하려니, 1인 출판사를 차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3년 차 안정된 직장의 편집자 일을 그만두고,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과정 속에 작가의 내적 갈등이 느껴진다.

책을 직접 번역해서 국내에 출판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국내 판권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직접 번역해서 책을 출판하자니, 경력이 없기에 프로젝트를 맡기려면 1인 출판사를 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출판을 쉽게 하라는 말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그것이 오히려 반발심으로 작용해서 어차피 안 팔릴 책 내 맘대로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차근차근 진행해간다.

출판 수업에서도 들었었다. 강의를 진행하셨던 여행 저자였던 선생님도 하겠다고 결심했으면 꼭 해보라고.

물론 출판이 쉽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좋은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만 하고 싶다면 꼭 해보라고 했다.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책이라지만, 책 속에 깨알 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작가의 정체성은 편집자, 1인 출판사를 처음 내면서 독립 일꾼 책덕은 자유 일꾼 책덕으로 성장했다.

혼자 일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할 자유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단순히 출판 과정에 대해서만 적은 책이 아닌,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방법으로 진행해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만들어진 책을 어떻게 홍보하고, 유통하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이어지는지, 나아가서 작가가 결국 원했던 것에 대해서 적혀있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결국 작가는 이 책을 출판하면서,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고 독자와 이어지길 바랐다.

독자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독립서점, 동네 책방에서 직접 만나는 행사로 이어지고,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불합리한 출판 유통구조 속에서의 흐름을 바꾸고자 자신만의 노력을 했다.

한마디로 방구석에서 혼자 작업하던 작가가 세상 밖으로 이리저리 다니면서 인간적인 성장을 한 과정이 고스란히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속으로 작가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출판을 하려면 정말 피 말리는 노오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혼자 힘만으로는 힘들다.

  

독자와 직접 닿기 위한 책덕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지도와 책방과의 인연.

"책을 만들던 당시에 저자 미란다 하트의 국내 인지도는 그야말로 한 줌"이었지만, 그랬던 책은 결국 중쇄를 찍었다.

모든 출판인의 꿈인 중쇄를 찍자!

그 무렵, 그 사실을 SNS에서 알게 되어 <미란다처럼>을 중쇄판으로 구입하고, 그 이후 코믹 릴리프 시리즈도 차근차근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 미란다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어줬다.

이 모든 건 결국 영국 드라마 미란다로부터 시작되었다.

웃기는 여자들이 세상을 뒤집는 그날까지, 너드 걸을 응원하는 작가의 코믹 릴리프 시리즈 출판은 계속될 것 같다.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책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책을 한 번쯤이라도 만들어봤다면, 마음을 다해 만든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리뷰는 마음을 담아 대충 써보았다.

출판을 하고 싶다면, 책을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영국드라마 미란다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내 생김새를 어떤 기준에 맞추어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살고 있다. (중략)

세상의 기준을 따라가기보단 내 기준에 맞춰 사는 게 재미있다고

몸소 보여 주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정말 웃기는 여자들이 세상을 뒤집고 있다고 믿는다.

나와 코믹 릴리프 시리즈의 존재가 그 증거다.

- 이것도 출판이라고 205p

  

미란다처럼, 예스 플리즈, 보시 팬츠, 민디 프로젝트 코믹 릴리프 시리즈는 계속된다.

 

작가가 전달하고 싶어 출판하는 코믹 릴리프 시리즈의 궁극적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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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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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당신을 심쿵 하게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 고양이와 할머니.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갔을 때, 마지막 날 감천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부산 여행할 때마다 늘 가지 못했기에, 보수동 헌책방 거리와 감천마을을 꼭 돌고 싶었다.

멀리서 보기엔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그 마을 속에서 사는 분들의 삶에 대해선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감천마을에서 송도 해수욕장 가기 전에 우연히 보게 된 할머니와 고양이 모형이 있었는데, 그 의미를 몰랐다.

  

감천마을을 내려오며서 봤던 고양이 모형들.

  

감천 마을의 핫한 포토 스폿인 감천 달빛 도너츠, 고양이들이 유난히 많다.

부산이 상대적으로 따뜻해서인지, 아니면 부산 사람들이 더 따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부산엔 유난히 길고양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던 것 같다.

사람 많은 관광지에서 갓 낳은 새끼들로 경계하는 게 아니라면, 사람들을 그리 겁내지 않고 거리낌 없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먹을 걸 달라고 하는 아이들. 동네에서 사람들을 견제하면서 무서워하는 고양이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때론 정말 배가 고파서 먹을 걸 달라고 오는 아이들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사진들의 의미를 알게 된 건 <고양이와 할머니>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였다.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이라니.

그리고 꽃과 고양이를 찍은 사진이 너무 심쿵 해서 받자마자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재개발 지역에 사는 할머니와 고양이들, 길냥이들을 찍은 사진들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부산, 제천, 강릉을 영화제를 통해서 방문하면서 느낀 건 젊은이들이 정말 보기 힘들고,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았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감천 마을은 강릉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감쪽같은 그녀>의 촬영지이기도 해서, 영화를 감상하면서 짠해지기도 했다.

멀리서 봤을 땐 몰랐던 마을 안쪽에서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서.

수많은 재개발 현장에서 길고양이들을 만났다.

마을의 생이 마감하는 순간을 함께하는 건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고양이들이었다.

할머니와 고양이

 

재개발 현장에 사는 길냥이들과 할머니들의 공존.

 

이런 사진들이 마구 등장하는데 정말 사진 속 고양이에게 푹 빠져버릴 것 같다.

아무리 길고양이라도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는다.

집사는 선택받는 거라고, 동네 고양이들도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나보다 먹이를 꾸준히 잘 줄 것 같은 우리 엄마만 쳐다보고 애교를 부린다. (덕분에 길냥이 먹이는 엄마가 아주 가끔 챙겨주신다.)

각 고양이와의 만남과 추억이 가득 담겨있어서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임보하다가 보내기도 하는 고양이.

병에 걸려있다가 치료받고 사랑을 듬뿍 받은, 고양이들의 변신은 눈부시다.

 

사랑받고 있는 존재의 눈부심이란 영롱하다.

아슬아슬한 냥이 점프 +_+

읽다 보면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모습에 심쿵 하다가도, 고양이가 어떤 상태로 구조되었는지.

인간들에게 어떻게 버려졌는지의 모습도 생생하게 보여줘서 안타깝다.

할머니들도 대다수 서울 간 자식들과 떨어져서 재개발 지역에 살고 계신 것이고.

고양이들도 결국 인간이 떠난 자리에 남아서,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따뜻하지만, 슬퍼진다.

 

할머니의 소원 부분에서 짠해지는 마음

겨울이라 그런지, 할머니와 함께한 고양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얼어붙은 체온도, 퍽퍽한 마음도 녹아내리고 촉촉해질 것 같다.

서로 맹목적으로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어디 흔한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내 옆이 당연한 그런 관계가 묻어나는 사진들이어서 한층 더 사랑스럽다.

추억도,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리겠지만, 그래도 함께 했던 순간만은 따뜻했을 것이다.

  

고양이도 할머니도 함께 의지하고 정을 주고받는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할머니와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 경험, 아기 옷 입은 냥이, 모두 소중한 추억이다.

고양이는 사랑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미 난 고양이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누가 감히 고양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저렇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면 말이다.

 

슬플 때 조용히 위로해주고 꾹꾹 눌러주고 골골송을 불러주는 사랑스러운 존재. 고양이.

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 자세가 문뜩 생각난다.

많은 분들이 길냥이에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아니, 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싫어하지는 마셨으면 좋겠다.

길냥이와 함께 공존하는 삶을 생각하고, 길 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부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추운 날이면 늘, 동네 어딘가에서 괜찮을까 걱정되는 아이들에게 작은 관심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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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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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어느 카페에서 여행 중 읽은 책 <리얼:하다>, 

내 멋대로 간 나 홀로 여행 중 읽기에 적절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난 혼자서 시간을 보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늘 누군가와 함께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늘 주변엔 가족이나 친구들, 아는 사람들, 직장 동료들 등이 있었다.

여행을 가도 혼자 여행이 좋아하면서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반대로 그 흔한 MT나 OT 한번 가는데도 애를 먹었고,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여행을 못 갔고, 사회 나와서는 직장인일 때는 시간이 부족했고, 백수일 때는 돈이 부족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나는 여행을 피해왔다. 그냥 혼자 어딘가 가는 게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영화제를 핑계로 나 홀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나는 마음속이 텅 빈 상태였다.

혼자 어디론가 가지 않으면 다년간 쌓여온 뭔가가 펑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과도 마주치지 않을 날짜를 골라서 갔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싶었다.


많이 가지 않는 여행이지만, 여행 때는 나도 모르게 책 하나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 챙겨간 책은 조승연 작가의 <리얼:하다>.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가게 된 나 홀로 여행에 어울릴 것 같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한 뉴요커 라이프 에세이", "내 멋대로 사는 삶 속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하다"같은 문구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나 자신이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더 눈에 들어오는 책이었달까.

지금까지 내 맘대로, 나 편한 대로 살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늘 타인의 상황과 눈치를 봤고, 누군가와 함께, 특히 낯선 누군가와 함께라면 분위기를 살피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때론 간만의 약속이라 무리해서 나가기도 했고,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타인의 상황만을 우선시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내 템포대로, 내 맘대로 하는 여행 속에서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두하고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줬던 책, <리얼:하다>.


조승연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뇌섹남, 프렌치 시크가 잘 어울리는 사람, 7개국어가 가능한 재원, 비밀 독서단, 책과 문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언젠가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 론칭 관련 토크를 했을 때, 얼마나 재치 있게 이야기를 했었는지 그 입담에 반했었던 기억이 있다.

주로 JTBC와 TVN의 TV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하시던 이분의 고향이 강원도일 줄이야.

강릉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읽은 게 거의 운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정상회담, 비밀 독서단에서 진행하실 때 열심히 TV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있다.

삶이 리얼해서 행복하다니, 뉴요커는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인 걸까?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정말 많고,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 것이다.

볼 때마다 새롭고 다채로운 곳이기도 하고, 페이스북 이웃 중 뉴욕에서 한 달 살기에 도전하고 오신 분이 있기에 더욱 궁금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웃분이 경험하고 온 뉴욕의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는 참 신선했었는지 국내에도 빨리 도입하고 싶다고 하셨던 것 같다. 현재는 강연을 하시면서 바쁘게 지내고 계신데, 원하시던 바를 잘 이루고 계신 거 같다.

질리지도 않고 모두 예찬하는 뉴욕만의 매력은 과연 뭘까?

그리고 그곳에서 사는 뉴요커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리얼:하다>.




고전부터 최근까지, 뉴욕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들.

여기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에 뉴욕이 배경이 아닌 영화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뉴욕은 영화 속에서 단골 소재로 다뤄졌다.



굉장히 합리적이면서도, 다양함을 인정하는 곳.

그렇기에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만, 상대방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 곳.

뉴욕에 대해서 가장 표현한 문장은 아마도 프롤로그에 있었던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런던은 만족하고 있다.

파리는 자포자기한다.

뉴욕은 계속 희망한다.

도로시 파커


아름다운 진창, 한 번쯤 빠져서 굴러보고 싶은 공간이지 않은가.



체면이나 가식 없이, 오로지 자신이 지닌 능력과 돈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공간.

그냥 늘어놓고 보면, 삭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능력이 있으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빠르게 판단 가능하기에, 불필요하거나 복잡한 절차는 간소화할 수 있어서, 일하는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일 하나 작성하는데도 예의를 챙겨야 하는 국내의 상황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직종에 따라서 많이 다르겠지만)



그 사람이 지닌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장소.


세계 각지의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이 공존하다 보니, 그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서 창의성이 폭발하기도 한다.

예술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는 인식이 당연하다.

국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듯이, 예술과 돈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상업성을 추구하는 예술은 변질된 것이라는 건 이젠 예전 사고방식.



예술과 상업성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살인적인 물가와 집값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뉴욕으로 모인다.

왜일까? 바로 여기서 지금 고생을 하고 있어도 언젠가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 때문이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와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희망과 꿈이 가득한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희망과 꿈이 없는 우리나라 사회와 대조적인 공간 뉴욕.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한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곳 뉴욕.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출신도 상관없이 새 출발이 가능한다는 건 중요하다.

그렇기에 뉴욕은 늘 역동적이다.

우리 사회가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사람들은 쉽게 도전하기를 꺼린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개인이 도전을 하고 실패했을 때 재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제도와 정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함이 느껴진다.



늘 새로운 도전이 언제든지 가능한 공간 뉴욕.


이 책의 백미는 바로 마지막 장의 이 문장이었다.

지나치게 타인의 상황만 살피며, 신경 써 오면서 받았던 수많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문장이었다.


뉴요커들은 인생에 '정답이 없다'를 인정하기 때문에 수많은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좋은 것이 서로 다르다.

굳이 타인의 호불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

내 일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리얼:하다 - 조승연 P191


굳이 왜 그랬을까. 혼자 여행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

앞으로는 철저하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나 자신을 최선으로 한 선택을 하려 한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걸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 다양성이 아닐까?


강릉 여행 중 읽은 강원도 출신 작가의 책인 <리얼:하다>가 날 자유롭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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