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윤동희 지음 / 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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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를 자주 봐 왔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모두 각자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꾸준히 보고 있는 프로다.

어떻게 살아도 인생도 위로도 셀프인 시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엔, 상대방의 시간과 에너지를 뺏는 것 같고, 나만 빼고 모두 바쁜 것 같다.

가끔씩 이렇게 살다가 혼자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기에 많이 조급했었던 예전.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만나면 지속 가능한 밥벌이란 무엇일까 와 건강이 언젠가부터 대화의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살기에만 급급했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 일한다는 건 늘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였다.

일을 제대로 알려주는 선임은 존재하지 않았고, 직장은 학원이 아니었기에.

매번 이직 아닌 전직의 선택을 해야만 했던 나는 늘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언젠가 어느 직장에 들어가도 직장인의 마지막은 치킨집이나 택시 운전수라는 이미지가 우스갯소리처럼 돌기도 했다. 당장 택시 한번 타보면 "라테는"으로 시작하는 자신의 화려한 과거와 현재는 욕심을 버리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연으로 끝나는 짧은 이력 소개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나 혼자 일한다'는 선택과 집중이다.

나에게 1인 출판은 '나'에게 가치 있는 책을

'스스로'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다.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혼자 일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함을 느꼈다는 저자.


요즘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창업으로 내몰리는 분들이 많다.

취업이 되지 않아서, 예전보다 짧아진 정년,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의 최후의 선택처럼 내몰리는 1인 기업, 창업, 출판.

저자 또한 대기업에서, 잡지사 미술기자로, 출판사 편집자로, 출판사 대표에서 1인 출판을 꾸리면서 혼자 일하는 걸 선택하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오신 이력이 보인다.

혼자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 관한 책일까 싶어서 선택했던 책은 실은 혼자서 일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때론 넋두리처럼, 고해 성서처럼, 의식의 흐름처럼 써 내려간 책이다.

시적이면서도, 때론 철학적이기도 한 책의 문장은 참 간결하다.



책을 읽는 건 사람들을 멀리하는 일이다.

책을 읽기 위해 '혼자'를 자처한다.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워진다.

나밖에 없다는 비어 있음이 이내 충만해지는 것.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혼자 일한다는 것, 나이가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담담히 이야기하기에, 공감이 가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1인 출판사를 꾸리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전반적으로 반복된다.

혼자 일한다는 건 자기 인생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바쁘게 일만 하면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해야 할 일을 찾기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찾는 것.

계획적으로 살기보다는 무계획으로, 생각과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진행하면서 수정하는 것.

일을 하지만, 일만 하지 않는 것.

욕심내지 않고 선택과 집중에 치중하는 삶에 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요즘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소확행이나 미니멀리즘처럼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나가는 걸 찾아가는 건, 오롯이 혼자 일을 하면서부터 알 수 있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가까이하기도 어렵고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가 낫다.

나이 들며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힘을 쏟지 않는다.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동업으로 인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우선 혼자 일해보라고 말하는 저자.


인생은 짧다. 지혜와 경험으로 채우는 게 낫다.

책을 읽고 사람과 교류하고 세상을 겪는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다.

세상의 속도를 좇기보다 찬찬히 바라보자.


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혼자 일한다는 건 결국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정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들과 해야 할 일을 정해서 나아가는 방향이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시험해가는 상황이 마냥 편한 과정은 아닐 것이다.

혼자가 되어야지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선명해진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는 일단 혼자 일해보라고 권한다.

저성장 시대, 장기 침체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 속에서 일의 스타일과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적당함"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경험이 지식이 되는 사회에서, 온라인 속에서 강한 유대관계보다는 현실 속에서 세상과 직접 이어지는 약하고 느슨한 유대관계를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활동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이어지라고 말한다.



혼자 일한다 것에 대한 지극히 경험적인 통찰이 담겨있는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

이 책은 혼자 일하는 낭만에 대한 책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한 1인 출판사 대표의 넋두리이자, 고해 성서에 가까운 책이다.

모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1인 출판을 꿈꾸거나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에게, 차분히 들려주는 인생 선배의 경험 이야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인생과 위로가 셀프인 시대에,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요즘 같은 때,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해본다는 건 시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집에서 강제격리되어 책만 읽는 최근, 나름 인상 깊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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