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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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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쪽도 안 되는 책이지만 읽기에 만만한 책은 아니다. 저자 강금실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했었다. 그 당시 파격 인사였고 검찰과의 갈등으로 많이 시끄러웠던 거 같은데. 서울 시장 선거에도 나갔었다는 저자는 정치에서 발을 뺀 뒤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 문제를 공부했다고 한다. 책은 그 동안 공부를 정리한 ‘노트‘에 가깝다.

책의 많은 부분이 인용이거나 공부한 책의 요약 정리다. 에코 페미니즘, 환경법, 리우 환경회의에서 탄소 중립까지 환경 문제와 관련한 세계의 흐름, 조금은 낯선 개념인 ‘지구법학‘까지. 책의 초반에 나오는 것처럼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에는 한계가 있고 정치와 기업이 적극 나서서 법을 고치고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방향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맥주를 좋아한다. 맥주를 담는 페트병이 재활용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후로 캔맥주만 마신다. 이게 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산업화 초기에 인류는 육지의 14%에만 존재했다고 한다. 지금은 육지의 77%에 사람이 살고 있단다. 인간의 역사는 정복하고 개척하고 개발하여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 기록이다. 그 모든 활동이 ‘생산‘이다. 덜 만들고 덜 써야 할 것 같은데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부의 목표는 ‘성장‘에만 관심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분리 수거와 쓰레기 줍기를 못 벗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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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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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이라는 동네를 배경으로 아파트 살이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연작 소설. 층간 소음, 엄마 모임, 아파트 경비, 님비.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거나 들어는 봤을 얘기들이다.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은 도시 변두리의 낡은 다세대 주택이다. 다 해야 마흔 가구가 안 되지만, 소소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문 닫으면 세상과 차단된 내 집이지만 내 발 아래로, 머리 위로 사람이 살고 있으니 문제가 없을 수가 없다. 정을 나누는 이웃의 개념도 없어졌고 개인의 권리가 가장 중요한 세상이다. 그러한 개인들이 의도치 않게 층층이 모여 살고 있으니 얼굴 붉힐 일 만들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규칙은 지키고 서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잔잔하게 읽어가다가 가슴이 저릿해진 건 ‘난이 언니‘이야기였다. 마지막 얘기는 서영동에 살긴 하지만 아파트 주민도 아니고 그 언저리에 사는 아영의 얘기다. 아영은 전문대 영어과를 나와서 여러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일주일에 하루는 고양이 호텔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는데 주인이 죽은 원룸에서 구조된 고양이가 난이다. 궁지에 몰려 삶을 접어버렸다는 고양이 난이의 언니. 아영도 난이의 언니와 비슷한 처지에 몰린다. 경화의 학원에서 시험지 채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영. 금방 뜯길 재개발 예정 건물에 살면서도 학원 전임 강사 자리를 꿈꾸면서 영어 공부를 계속하는 아영. 정말로 건물에서 나와야 해서 학원에서 며칠을 먹고 자게 된 아영에게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졌다.

잘 되면 좋겠다. 경화가 아영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 기회를 얻지 못 한다 해도 아영이 난이 언니처럼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살아있는 사람만이 삶을 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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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리단 지음, 하주원 감수 / 반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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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양극성 장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읽었다. 이 분야에 도움을 받고 싶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당사자,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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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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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잘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는 데 1년이 걸린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식물의 한 살이에서 한 장면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서 그 장면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식물을 사랑해서 그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신혜우님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어치가 있다.

그림을 그리듯 써 내려간 문장들에서도 그 만큼의 정성이 느껴진다. 공들인 문장을 읽고 있으면 신혜우님의 식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식물에 대한 깊은 사랑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나아간다. 어떤 분야를 깊이 배우고 알게 되면 필연적으로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거 같다. 식물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통찰은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책을 다 읽은 주말에 산에 갔다. 눈에 보이는 모든 식물들이 그저 보이지 않았다. 식물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도 좋았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아지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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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5만 부 기념 봄 에디션, 양장)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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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곁에 두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20대 때,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연필, 볼펜, 각각 다른 색깔의 색연필과 싸인펜들로 수 없이 그었던 밑줄들. 여러 번 밑줄 친 문장들은 버겁고 어려운 20대를 건너는 다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도 어느 날, 오래 된 책장에서 윌 듀란트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게 반가왔습니다. 에릭 와이너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철학자들의 길을 따라 가 보기로 합니다. <철학 이야기>는 노교수님이 들려주는 말 그대로 ‘이야기‘같은 재밌는 ‘철학사‘ ‘철학 강의‘라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여행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여행에 함께 하는 것이 따뜻하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에릭 와이너는 <철학 이야기>에 나온 철학자들을 다 찾아가 보는 대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14명의 철학자들을 정합니다. 그리고 14명의 철학자들이 걷고 살았던 길을 따라가 봅니다. 근면함의 상징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실은 이불을 벗어나는 것 조차도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참 신기했습니다.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하고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극단적으로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시몬 베유의 삶과 철학은 더 많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비폭력의 성자라고 불린 간디의 살짝 괴팍한 이면의 모습. 너무 젊어서 전성기가 오고 그 후 평생을 자신이 이룬 것들이 어떤 엄청난 성과를 가져오는지 모르고 살았던 니체의 삶은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철학자들의 삶은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그리고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 나면 에릭 와이너처럼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바램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다행히 그분들과 제자들이 남긴 많은 기록들을 통해 궁금한 철학자들을 더 잘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관심이 가는 철학자를 집중해서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이런 공부의 여정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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