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잘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는 데 1년이 걸린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식물의 한 살이에서 한 장면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서 그 장면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식물을 사랑해서 그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신혜우님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어치가 있다. 그림을 그리듯 써 내려간 문장들에서도 그 만큼의 정성이 느껴진다. 공들인 문장을 읽고 있으면 신혜우님의 식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식물에 대한 깊은 사랑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나아간다. 어떤 분야를 깊이 배우고 알게 되면 필연적으로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거 같다. 식물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통찰은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책을 다 읽은 주말에 산에 갔다. 눈에 보이는 모든 식물들이 그저 보이지 않았다. 식물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도 좋았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아지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