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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떠나지 않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이세진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애틋하면서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이야기의 첫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그 기대와는 달리 한 아이의 쓸쓸한 마지막 독백과 함께 소리없이 세상과의 이별이 먼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니엘,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평범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어가고있어야 할 한 남자에게 어느날 알 수 없는 테러로 자신의 아들 제롬을 잃고마는 비극적인 운명이 찾아오고 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눈 앞의 현실에 세상의 전부를 잃은 듯한 찢어지는 고통과 슬픔으로 자신을 마주하기가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과 영혼의 얼굴은 낮과 밤, 빛과 어둠이 따로 없는 그 곳에서부터 다니엘의 곁을 쉽게 떠나려 하고 있지 않는다. 마음속의 사무치는 분노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때, 그 언제든지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제롬의 자리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때 그 빈자리를 더욱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두 남자, 다니엘과 장의 엇갈린 이야기로 서로 펼쳐지고 있었다. 다니엘은 아들을 잃은 것에 대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원망과 분노를 그대로 씻어내릴 수 없기에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의 치말한 계획을 준비해 갔고, 또 다른 한명 장은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한심한 부랑자였고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죽음의 운명에 저울질을 당하며 삶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만다. 전혀 다른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 두 남자의 삶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니엘은 복수를 위해 남겨진 하나뿐인 아들 피에르와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내 베티를 떠나게 되는 또 하나의 시련도 참을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웠다. 그 사이의 이야기속에 다니엘의 원래의 삶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들어보면서 아내 베티와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로인해 찾을 수 있던 삶의 행복과 가정,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런 아이들, 그리고 삶의 주인, 선생, 벗이 되어준 아내 베티의 존재가 그를 지탱하게 해주는 삶의 귀중한 보물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에게 찾아온 운명을 같이 원망하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을 계속 심어나가게 되었다.
한편 장이란 인물은 인생의 추락하는 지난 세월을 거쳐오면서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는 얼굴을 보는 듯 했다.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에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되어나갈지 궁금해질 수 있을 수 있다. 한편 장과 관련하여 이슬람 과격분자들에 의해 찍힌 장에 대한 납치비디오는 이야기의 또 다른 중심축의 시발점을 담당하면서 두 인물 사이의 관계를 밝혀나가면서 어떤 결말로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게 될지 미리 생각해보면서 읽어볼만하다.
전체적으로 빠른 발걸음으로 인물에 대한 세심하고 치말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고,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자신의 복수를 선택하면서 파멸을 맞게된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한 운명앞에서 과연 그 당사자가 내가 되었을 때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떤 삶을 또 선택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평소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 쌓아온 우정들이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하게 느껴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연해 오던 것이 어느날 한 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리게 된다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알 수 없는 운명을 쉽게 외면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머물 수 밖에 없었다. 난 그 소중함을 얼마나 간직하고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는지 다시 되묻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코 구원받을 수 없을 거 같았던 부모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지, 왜 그런 비극적인 슬픈 운명의 이별이 내 아이에게 찾아올 수 밖에 없었는지 시간의 약으로 넘기기기에는 너무 가혹한 모습들 이었지만 어떻게 본다면 이 순간 살아있을 때 작은 한가지라도 후회가 남을 선택과 삶을 내버려두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한 번 더 품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시련과 고통속에서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남은 인생의 행복과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가족의 품이라는 것이 그 무엇보다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볼 수 있게되었다. 다니엘과 장의 엇갈린 삶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한 번 더 마음속에 심어볼 수 있었고 과연 우리의 삶속에서 진정 소중한 가치와 의미, 존재는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해보고 싶다. 티에리 코엔이 들려주는 이 소중한 삶의 발걸음이 다시 한 번 건조했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