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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황량하게 폐허처럼 변해버린 곳에 대한 시간은 그대로 묻혀 잊혀질뻔한
기억의 입을 통해, 그리고 나를 통해 다시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나는 과거의 시간속에서 깨어나 현재를 보고,
다시 미래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 곳은 본래 어떤 모습이었는가? 쫓아 올라가는 시간속에서 말라가는
마을처럼 적막한 마을에 새로운 빛이 들어오게 된다. 신신양회라는 이름이
붙어진 시멘트 공장, "어머니"라 불리는 공장의 사장, 그리고 바로 잿빛처럼
암울한 마을사람들의 새로운 희망과 설렌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가
부풀어지고 있었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소설속의 나는은 불운안 인생처럼 눈이 멀게 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찾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어느 순간 공장에 찾아온 위기들, 그리고 원망과 비판의 목소리,
마을 사람들의 달라진 시설과 매정한 돌팔매질까지
상처와 인내의 시간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희망이란 단어가 한순간에 배신처럼 이미 마음을 떠나버렸고,
누군가는 고철덩어리라고 쏘아붙였던 말이 정말 흉물처럼 그리
변하고 만 현실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궁지에 내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 할 수 없는 그 존재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왜 한 순간 소중한 어머니와
동고동락한 식구들, 삼촌은 싸늘한 주검으로 식어가는 죽음을
선택해버렸는지 초반의 이야기로는 여전히 더 깊이 사건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소설 속 내가
그 당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느낀 이유는 무엇하나
구할 수 없는 무기력하고 힘없는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자괴감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광신도들의 집단히스테리의 자발적 타살?
세상은 그렇게 당당하게 힘없이 내몰린 죽은 자들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었던가? 결코 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으려 하지 않은 채 세상의 이목만을 이끌려 하는
이기적인 자신들은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세상에 대해 그렇게 잊혀진 시간은 살아남은 다음 세대에 또 다른
우리의 모습들로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결코 혼자가 아니었고, 모두가 살아남은 소중한 생명의 끈이 함께
이어지고 호흡을 나누고 있었으니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미래의 시간이 걸어오려고 하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소설 속에서 김준과 최영주란 두 인물의 사이속에 서 있는 그녀라는
존재까지, 세 사람의 비밀과 앞으로의 소설전개 속에서
어떤 역할을 비추고 있는지 쉽게 앞을 떠올려 볼 수 없었지만
눈을 뗄 수는 없었다.
김준이란 인물에게 어느날 날아온 편지속에 마치 주홍글씨처럼 여겨진
A속에 담겨진 진실의 메세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그들의 운명에 어떤 다른 길을 선택하게 해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눈빛에 감춰왔던 과거의 시간을 밝혀서 돌일킬 수 없이 세상밖으로
내몰려고 하는지, 모든 이야기를 듣고도 납득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무엇일지 들어볼 수 있다.
기태영이란 인물에선 왜 그가 그렇게 자신의 진짜 아버지를 찾고 했는지,
그리고 모두가 떠나가 버려진 그 곳에서 다시 왜 신신양회를 일으켜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좀 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을까?
불운과 패배, 죽음의 냄새로 썩고 있던 곳을 다시 새로운 곳으로
변모해나갔고 과거의 쓰레기시메트 공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두려울 거 없는 미래를 향해 다시 나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이 무엇인지, 왜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의미가 되는 것인지 느껴볼 수 있다.
그들이 가는 길의 끝에는 지울 수 없는 나의 고향이라는 향기가 일상의
웃음소리와 함께 행복한 시간으로 되돌아오기까지 많은 운명의 시간을
거쳐온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 다시 찾아야할 나의
자리와 남겨진 삶에 대한 의무의 목소리를 공감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에는 미궁속에 빠졌던 사건의 실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그들이라는 존재, 믿을 수 없었지만
돌아온 진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그들이 다시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물어보고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나의 모습엔
오직 진실만을 담아내고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존재, 내가 느낄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가져오는
고마움, A라는 이름이 당신의 삶속에는 무엇으로 들어와 숨쉬고 있는지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위에 펼쳐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