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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법칙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5
러셀 뱅크스 지음, 안명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나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가? 어둠과 방황속에 멤돌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를 거쳐간 적이 있는지 떠올려본다면 나는 너무나도
평온하게 보호를 받으면서 그 성장의 시간을 그럭저럭하게 보낼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아마도 내가 직접 겪지 못한 어려움과 문제들이
주변에 널려있었을테지만 그 때 당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은
아직 깨어있지 않았음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거 같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열네 살, 아직은 부모의 보살핌과 울타리속에서 더
성장해야할 중요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 채피의 삶은 그 어느 우리의
어린시절 모습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집이라는 공간은 누구나 생각하는
안락과 휴식,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고 평범한 인생의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는 오히려 무감각해보이는 두 부모의 밑에서 자라는
채피의 인생은 끊이지 않는 학대와 무관심, 무시로 일관되어지는 폭력속에서
앞으로를 향해 살아갈 수 있을지 비틀려버린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일어서게될 수 있을지 쭉 그 시선을 따라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의식의 한 부분에서 무엇이 지라나고 있는지는 몰랐으나 채피는 마리화나라는
마약에도 취해있었다. 지금의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유일하게 그 자신의
마음과 수많은 고민들, 힘든 모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존재,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그의 존재는 불투명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낙오자, 부모조차에게도 성가시고 수치스러운 인간으로 내몰리고
깔려버리는 시간들은 결코 홀로 버텨내기 어려운 암담하고 얼룩진 시간들로
채워나간다.
결국 인생의 내버려진 시간을 견대지 못한 소년 채피는 자신을 그 고독한
어둠속에서 스스로 꺼내보려고 한다. 지난날의 끔찍한 상처와 비밀을 묻어놓고
자신이 걸어가는 모든 길이 절망적일 수 밖에 없을거라는 어둠속에 홀로 서
있어야 하는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채피의 눈에는 여전히 자신은
성장하는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했고 가정이라는 따뜻한 사랑에 대한
기대와 작은 기억조차도 이미 지워진지 오래였기때문이다. 그래도 모든 절망과
마주치기 싫은 현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반겨주는 행복의 공간이
처음 자신을 맞아주고 있음을 채피는 느끼게 된다. 아직은 나이어린 소년이라
불릴 수도 있지만 자신을 마주하며 만나는 인생을 향한 깨달음과 소중한
배움의 경험들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거리 위에는 그가 느껴보지 못했던
삶의 소중한 자산들이 함께하고 있음도 잊을 수 없는 현재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떠나갔다고 느꼈지만 자신을 인생의
소중한 사람으로 느끼게해준 이들에 대한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과 깊은
깨달음은 앞으로를 또 살아가는 중요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것으로
믿어진다.
성장의 고통이란게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직접 발견하는 시간들로 떠나는 채피의 여정은 앞으로
그 인생의 무대를 더 멀리 활짝 펼치게 해줄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결고 멈추지 않는 낯설기만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앞으로도 무수하게
자신의 앞을 찾아온다해도 말이다.
이 소설은 그 동안의 자신을 잠시 쉬게해주고 채피와 동화되어가는 시간으로
떠나보는 또 하나의 인생을 새롭게 맞이해볼 수 있다. 현실속의 내가
다 성장했다고 느껴졌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자신의 방황과 고민속에
멤돌고 있음을 깨닫게 될때 채피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그 길 위에
서있는 것이 어떤 의미로 되살아나는지를 살펴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속에 모두 드러나 보이지는 않아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현대사회의 불협화음의 목소리와 아픔, 슬픔, 상처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회라는 커다란 틀 속에 우리에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한 가정속에
함께하는 가족임을 기억하는가?
내가 이 다음에 부모란 위치에 놓여진다면 내 아이를 향한 어떤 보살핌과
사랑을 줄 수 있을지, 스스로를 중요한 하나의 자신으로 깨닫고 성장해나갈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줄지 물음을 던져보게 된다.
어떤 환경과 상황속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커다랗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고있으니 말이다.
가족간에도 함께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고 모든 고민과 마음을 마주하며
대할 수 있는 믿음과 사랑이 더없이 절실해지는 시대의 한 가운데 우리가
서있는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이런 것을 잘 지키고 행복을 쌓아가는
사람들도 있겠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내몰리는 그 어떤 이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채피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과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살펴보게된 기회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으면
바람을 가져보면서 그 성장의 시간속에서 우리 어른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과
생각들로 서 있는지, 잃어버렸던 희망과 용기, 사랑을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