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로 일하는 것이 너무도 좋았지만, 이 정도 일을 했으면 쉬워졋어야 할 일들이 여전히 어려운 일들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지쳤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 P51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로 자란 큰 나무들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발자국 하나마다 수백 개의 씨앗이 살아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 P59

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은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입을 다물고 도와야 한다. 25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그 시각이 잘못된 세계관이라고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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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도 하고, 조금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니?"
"할 일 없이 빈둥거려보니까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젠 너무 지겨워요. 아무래도 사람은 뭔가 보람 있는 일ㅇㄹ 하며 살아야 하나 봐요." - P299

"그럼 너희들의 작은 지을 다시 짊어지도록 하렴. 때로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란다. 그리고 나중에 짐 나르는 법을 배우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가벼워질 거야. 일을 하면 좋은 점이 아주 많단다. 권태와 나쁜 유혹에서 지켜주지, 육체와 정신을 위해서도 좋지, 돈이나 겉모습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자신감과 독립심을 제공해 주지, 얼마나 조히." - P301

"하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노예처럼 일만 하진 말거라.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중요하단다.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렴. 그렇게 일과 놀이를 잘 조화시키면서 살면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야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후회를 덜하게 되지. 난 너희들이 가난하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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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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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스치고 부딪친 수많은 누군가의 사유와 언어에 빚졌다. 세상의 모든글은 콜라보이자 타인의 흔적이다. 사랑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건 운명적인상대를 만나는 것만큼, 때론 그보다 더 큰 기쁨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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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중요하다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할까. 가해자의 범죄로 인해 잿빛으로 일그러져 버린 피해자와 그 피해자의 가족들의 삶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닌 걸까? 계속 이렇게 숨죽여 웅크린 채로 살아야 하는 걸까? - P181

내게도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들이 너무 벅차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난 괜찮지 않았다. 무죄가 나왔을 때도, 유죄가 나왔을 때도 나는 그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치무중력 상태에서 멍하니 진공 공간 안에 갇혀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앞으로 걷지도 뒤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발을 땅에 딛지도 하늘에 닿지도 못하고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았다. - P213

가끔은 나의 삶이 너무 끈질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작은 숨결만 있으면 되었다. 메마른 겨울나무처럼 소리 없이 죽어가다가도, 아주 작은 봄의 기운만 느끼면 새순을 피워내는 그런 삶. 손톱만큼의 희망만 있으면 되었다. 미투를 하기까지, 거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그 작은 희망을 보고 말할 수 있었다. - P311

성폭력 피해자는 당신과 다르지 않다. 그저 잠깐 교통사고를 당했을 뿐, 그 사고가 깊어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뿐, 결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겪지 말아야 할 끔찍한 경험을 했을 뿐이고, 보통의 사람으로 보통의 일상을 살아간다. - P317

완결을 바랐다. 기록을 모두 마치면 책이 끝나듯 이 힘겨운 싸움도 끝이 나길 소망했다.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미결이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이 문장의 마침표가 그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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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렘도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밤이 끝나는 시점과 해가 뜨는 시점은 이어져 있으니까. 지금 이렇게 설레는 감정이 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완벽히 끝날 때가 되어간다는 의미겠지.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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