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따. 하지만 몇 초가 흐르면 나는 그 좋은 이야기도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초인적으로 노력한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하루 종일 그 생각에 집중한다. - P21

어느 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좋은 것이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살면서 세상에 찌들지 않고, 심하게 훼손되지 않고, 내 삶을 살기 위해서. - P36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 그리고 또 말하고 싶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 P41

우리는 대체로 과거는 짐스러워하고 미래에는 눈을 감는다. 그러나 메모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가장 좋은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고 믿는다. - P41

사회가 힘이 셀수록 개인이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사적 자유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힘이 셀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가만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스스로 멈추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를 붙잡아서 곁에 두기 때문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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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파국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법정으로 오면 된다. - P71

애써 떠올려도 가슴에 남는 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어쩌면 인생은 중요한 순간들의 단속적 모음집이 아닌가 싶다. - P99

인생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무료하고 권태로운 일상일지라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 P100

선례를 남기는 자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자들은 생명을 걸 만큼 무모하지만 환한 대낮에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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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여자들은 죽음의 자연스러운 벗이었다. 여자가 아기를 낳을 때마다 그 여자는 한 생을 창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 죽음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했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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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사랑한 그들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법정이라는 무대에 오른 드라마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 P28

암울한 현실을 애써 잊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고픈 본능은 지뵹하다. 상대가 아무리 숱한 악행을 저질러도 그 사람이 나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쉽게 포기하고 용서한다. 평온한 삶을 지속하고 싶은 관성은 이성이라는 브레이크를 마모시키고 무력화한다. 상처를 얼기설기 봉합하고 활시위처럼 재빨리 일상으로 되돌아오지만, 그 복귀의 탄성에 날아간 화살은 각자의 가슴 깊숙이 박히기 마련이다. - P30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학대하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폭력으로 누군가에게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다면, 그곳에는 더 이상 가정이라 불리며 보호받을 사적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이 난무하는 곳보다 더한 공적 영역은 없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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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맨 앞줄, 벽을 보고 하는 게 좋다.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보고 싶지 않다. 심지어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 P26

회사원들에게 오후 세네 시는 영혼이 이탈하는,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이라지. 프리랜서(요가 강사)가 된 후부터는 이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 - P54

혼밥은 고양이 사료 같다. 어쩌다 타인과 츄르(고양이들이 환장하는 간식) 먹을 날만을 기다리며 꾸역꾸역 사료로 연명할 뿐이다. 끼니마다 번지르르하게 요리를 해서 예쁜 그릇에 오밀조담아 혼자 맛있게 찹찹 먹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그들은 인스타에 허세 샷을 올리려고 그런 수고를 무릅쓴다고 하지만, 너무나 오래 지속된 1인분 생존 방식에 적응해버린 거 아닐까. - P61

문득 요가 수업이 떠올랐다. 비교되는 게 싫어서 요가를 안하는 사람이 있고, 편애받는 게 좋아서 요가를 하는 사람이 있다(나다). 비교되는 게 싫었지만 비교를 동력 삼아, 편애는 커녕 ‘당신은 안 되는 몸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수련을 한 사람이 있다. 지금 그 친구는 대체 불가능한 요가 강사가 되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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