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카시러와 벌린의 책들을 읽고 있다.

   그들의 사유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읽을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언제 이 많은 책들을 다 읽었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이다.

 

    지금처럼

    정보의 유통이 자유로운 시대도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책을 읽고 소화해야 하는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고전에 바탕을 둔 '박식함'이란 정말 입이 딱 벌어지게 되는 수준이다.

 

   전에 '희랍비극' 강의를 들을 때 김상봉 선생님이 카시러의 '계몽주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그야말로 박학함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저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잠깐 일별할 때는 '뭐...그다지'라는 느낌이 들었으나

   최근에 읽어봤을 때의 생각은 '죽었다 깨나도 이런 정도의...'라는 약간의 절망감이다.

 

    이사야 벌린의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책들에서 잠깐씩 언급되는 사상가들의 숫자와 그들에 대한 이해정도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에서의 서양철학의 수용의 역사와 그 발전정도는

    아직까지 썩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될 뿐더러

    더 깊은 역사와 우리에게 얼마정도 더 유리한

    중국철학이나 한국철학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할 때 서양학자들의 실력이란 단지 그들의 외교적 국제적 지위의 우월성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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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 21의 어느 기자가

    '화려한 휴가'를 두고

     '영화에서 소재의 힘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영화의 만듦새'

     라는 요지를 가진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이 영화가 가진 또 다른 단점은

    5-18이라는 훌륭한 '영화적' 소재를  어이없게 소진해버렸다는 것이다.

    광주항쟁을 가지고 '볼품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다시 보는 일은 먼 훗날의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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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57)은 세계 와인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사람을 꼽을 때 가장 먼저 꼽히거나, 아니면 미국의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에 이어 적어도 두 번째로는 언급되는 영국 와인평론가다. 
  그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와인 기사를 쓰고 있으며,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성경처럼 인용하는 ‘옥스퍼드 컴패니언 투 와인(Oxford Companion to Wine)’을 책임지고 있다. 로빈슨은 지난달 현대카드가 마련한 고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로빈슨 같은 유명 인사가 서울을 찾는 건, 한국 와인시장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평론가의 와인 취향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음식 먹어본 적 있나요.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예요. 그래서 현대카드에 어제 저녁 식사를 꼭 한식으로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 한식 맛보니 어떻던가요. 어떤 와인과 어울릴까요.

 “김치는 참 흥미로운(interesting) 맛이예요. 예상보단 훨씬 덜 고약(nasty) 하던데요?(웃음) 평소 제가 먹는 음식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난 맛이었어요. 김치에는 어떤 와인이 맞을 지 모르겠지만, 한국음식 전반적으론 과일 맛이 풍부하면서(fruity)하면서 강건한 와인이 어울릴 듯합니다. 부르고뉴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한식과 곁들여 마셨는데, 화이트와인이 더 어울리는 듯합니다.”

 로빈슨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모든 음식에는 어울리는 와인이 적어도 셋은 세상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걸 찾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을까요. 저 같으면 어떤 음식이 어떤 와인과 어울리는지 알아내려고 난리 떨지 않겠어요.”

 

- 평소 어떤 와인을 즐겨 마시나요.

 “매일 마시는 와인이 바뀝니다. 시음해야 할 와인이 하도 많으니까요. 하루에 많게는 150까지, 보통 30 종류는 시음해요. 그러다 보면 ‘이건 집에 가져가서 마셔볼까’ 싶은 와인이 하나씩은 있어요. 그런 와인을 집에서 저녁에 가족들과 마셔요.”

 - 시음용 와인과 평소 마시는 와인은 다른가요.

 “시음은 와인잔, 와인의 온도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이상적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맛만 보고 뱉어내죠. 분석의 대상입니다. 현실에서 와인이란 음식과 마시고, 취하죠.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가 되어야지, 대화의 주제는 아닙니다. 시음할 때 높은 점수를 얻는 와인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많은 와인을 시음하는데 건강은 문제 없나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취하면 일하는데 지장이 많으니까 맛만 보고 모두 뱉어내죠. 하지만 아무리 뱉어도 알코올을 완전하게 섭취하지 않을 수는 없죠. 시음을 마치고 나면 아무래도 시음 전처럼 상쾌한 컨디션은 아니에요. 얼마 전부터 엉겅퀴(thistle)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약을 먹고 있어요. 간 해독작용을 돕는답니다. 진짜 ‘세게’ 시음한 날은 꼭 먹어요.”

 - 당신이 맛본 최고의 와인은 무엇입니까.

  “1947년산 프랑스 보르도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 1947년산입니다. 와인도 훌륭했지만, 와인을 마시는 상황이 좋았어요. 늦은 밤이었고,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며 긴장했다가 마침내 쉬게 된 시점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죠. 와인 맛이란 절대 객관적일 수 없어요.”

 - 처음 마셔본 와인은 무엇인가요.

 “어릴 적 크리스마스 때 마시던 형편 없는 동유럽 와인이지만, 진짜 ‘첫 경험’은 대학 때였어요(로빈슨은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부르고뉴 1959년산 ‘샹볼 뮤지니(Chambolle-Musigny)’를 맛보고 와인의 세계를 발견했어요.”

- 와인 컨설팅은 하지 않지만, 영국항공(British Air)와 영국 왕실은 예외적으로 해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업과의 이해 관계에 얽힐 수 있는 컨설팅은 와인 평론이란 본업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항공이나 왕실은 영국의 상징이라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컨설팅 하고 있어요.”

  - 여왕께는 어떤 와인을 추천했나요.

  “여왕이 마시는 와인이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놀라요. 여왕의 와인은 영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구입합니다. 그래서 너무 비싼 와인은 구매하지 않아요. 게다가 왕실에서 비싼 와인을 내놨다간 당장 다음날 신문들이 비난 기사를 쏟아낼 걸요? 리셉션에 대량으로 사용하는 와인은 뉴질랜드 소비뇽블랑(sauvignon blanc)이나 프랑스 보졸레(beaujolais)처럼 저렴하면서도 마실 만한 와인을 냅니다. 만찬에서 귀빈들에게 낼 와인은 고급이지만 가격이 합리적인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을 추천하죠.”

 - 당신의 와인셀러에는 어떤 와인이 들어있나요.

“집에 셀러가 두 개 있어요. 와인이 몇 병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시간을 두고 숙성할만한 가치를 지닌 와인으로만 채워요. 클래식한 보르도 레드와인, 독일 리슬링을 아주 좋아합니다. 뉴월드(미국, 호주, 칠레 등 유럽 외 신흥 와인산지) 와인은 조금 있어요. 뉴월드 와인은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서 그리 많이 쟁여두진 않아요. 샴페인도 물론 상당히 가지고 있구요.”

 - 와인이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와인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에요. 경제지(파이낸셜 타임스)에 와인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보다 우호적이라야 하겠지만요.(웃음) 투자자들이 와인에 투자하면서 최상층 유명 와인은 마시기 힘들어졌어요. 하지만 비싸지 않으면서 맛이 훌륭한 와인은 얼마든지 있어요. 2005년산 보르도 와인은 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바겐(bargain·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와인이 널렸어요. 투자자들은 유명한 와인에만 관심을 가지니까요.”

 
  와인셀러에 보관하는 와인에서 알 수 있듯, 로빈슨은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달고 진한 뉴월드 와인보다는 전통적인 유럽 와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뉴월드 와인을 선호하는 미국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와는 충돌하기도 한다. 로빈슨과 파커가 2003년산 프랑스 생테밀리옹 샤토 파비(Chateau Pavie) 와인을 놓고 벌인 공개 논쟁은 여전히 와인업계에서 회자된다. 로빈슨은 “나는 대립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서도 이 와인에 대해선 여전히 파커와 큰 견해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직도 2003년산 파비가 좋은 와인이라고 납득하지 못하겠어요. (파커가 극찬한 이후 마련된) 여러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 형편 없는 결과가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파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적대적이진 않아요. 특히 2001년산 파비는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2003년은 엄청나게 더운 해였고, 포도가 제대로 익지 않았고, 와인은 거칠었어요. (오래 보관하지 말고) 당장 마셔 없애야 할 와인입니다.”

-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을 좋아합니까.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으면 음식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봐요. 와인은 얼마나 음식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14도 이하로 도수가 낮은 와인이 음식과 매치하기 쉽죠.”

  -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많이 하시죠.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십자말 퍼즐 같아요. 풀 때는 재미있고, 풀고 나면 대단한 성취감을 느껴요. 하지만 인류 역사와 세계 진보에 기여하는 건 없어요.”

  -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와인을 알아맞추기가 좀 쉬워졌나요.

  “알수록 어려워지네요. 집에서 남편과 종종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는데, 저보다 남편이 훨씬 잘 맞춰요. 남편은 마셔보고 ‘이거다’ 싶은 와인을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저는 ‘이 와인 같기는 한데, 지난 번에 저런 와인을 마셔봤는데 이런 맛이 나기도 했거든’ 하면서 주저하거든요.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예전엔 제가 맞춘 것만 기억하더니, 요즘은 틀린 것만 기억하더라구요.”

  - 왜 사람들이 당신의 와인평론을 좋아할까요. 왜 당신의 평가가 권위를 갖게 됐다고 보나요.

  “길고 복잡하게 쓰지 않아서 아닐까요. 과거 와인평론가들은 애매한 표현으로 알아듣기 어려운 와인평론을 썼어요. 저는 가능한 쉽고 직설적으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와인평론가이지만,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미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와인에 있어서 옳고 그른 건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마시는 사람마다 맛과 느낌이 다르죠. 음악이나 영화처럼, 좋은지 나쁜지 자신만의 평가를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의 카페에서 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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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전속력으로 달린다는 것,

   영화에서나 문학작품에선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오기 쉽지만

   막상 삶에서 실천하기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소위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첫째 둘째에 오기에 쉬운 항목인데

  나에게는 아직 요원한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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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필립 로스Philip Roth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권 작가이다.

   내용story과 문체style 모두가 훌륭한 소설가중의 하나인데

   쉽게 쓴 듯한 글처럼 보이면서도

   면밀히 살펴보면

   그 노력의 두께가 역력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대표작으로는  속죄Atonement가 꼽히는데

   나역시 그에 대하여 이견이 없다.

 

   한마디로 정말 잘 쓴다.

   어느 언어든 간에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봐야만 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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