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카시러와 벌린의 책들을 읽고 있다.

   그들의 사유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읽을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언제 이 많은 책들을 다 읽었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이다.

 

    지금처럼

    정보의 유통이 자유로운 시대도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책을 읽고 소화해야 하는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고전에 바탕을 둔 '박식함'이란 정말 입이 딱 벌어지게 되는 수준이다.

 

   전에 '희랍비극' 강의를 들을 때 김상봉 선생님이 카시러의 '계몽주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그야말로 박학함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저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잠깐 일별할 때는 '뭐...그다지'라는 느낌이 들었으나

   최근에 읽어봤을 때의 생각은 '죽었다 깨나도 이런 정도의...'라는 약간의 절망감이다.

 

    이사야 벌린의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책들에서 잠깐씩 언급되는 사상가들의 숫자와 그들에 대한 이해정도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에서의 서양철학의 수용의 역사와 그 발전정도는

    아직까지 썩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될 뿐더러

    더 깊은 역사와 우리에게 얼마정도 더 유리한

    중국철학이나 한국철학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할 때 서양학자들의 실력이란 단지 그들의 외교적 국제적 지위의 우월성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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