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리라이팅 클래식 15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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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태과는 불급만 못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무시하고 `더 많이, 더 크게` 만을 드높이 외치는 이 시대를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읽어보아야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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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기는 먹지 마라? - 육식 터부의 문화사
프레데릭 J. 시문스 지음, 김병화 옮김 / 돌베개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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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은 꼭 채식주의자가 쓴 육식 반대 운동 서적 같습니다만, 실상 이 책은 채식주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세계 각 지역의 특정 육류에 대한 터부를 다루는 책이지요. 이를테면,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기피하고,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는 것은 천인공노할 범죄로 취급받는 것 같은 현상 말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저자가 인류학자가 아닌가 싶지만, 재밌게도 이 책의 저자 프레데릭 시문스는 지리학자입니다.

예전에 널리 읽혔던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아시는지요? 지금도 꽤 인기있는 문화인류학 서적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자 마빈 해리스가 이 책에서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를 싫어하는 이유, 힌두 문화권에서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대학생 때 읽고 그 명쾌한 논리에 감탄한 적이 있었더랬죠.

마빈 해리스에 따르면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를 싫어하는 것은 덥고 습한 아랍의 지리적 환경 하에서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 섭취를 자연적으로 멀리 하게 되었고, 이것이 종교적 관습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합니다. 힌두교의 암소 숭배는 인도에서 중요한 노동력인 소를 함부로 도살하고 잡아 먹지 못하게끔 강력한 금기를 걸어 둔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물론에 기반한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설명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논리는 헛점이 많습니다. 덥고 습해서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지만, 아랍보다 훨씬 덥고 습한 하와이 등 폴리네시아 군도에선 돼지를 잘만 먹습니다. 소가 중요한 노동력이라 못 잡아 먹게 한다지만, 몽골 등 초원 지역의 유목민들은 자기 삶에 가장 중요한 재산인 말을 잘도 잡아 먹습니다. 마빈 해리스의 논리로는 이런 문화적 현상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프레데릭 J. 시문스는 이런 현상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합니다.

시문스는 이 책 <이 고기는 먹지 마라>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에 대해 한 챕터 씩 할애하여 각각의 터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문스가 제시하는 예시가 너무나 자세하고 방대하여 읽다 보면 굉장히 지칩니다. 옮긴이의 말대로 전 세계, 특히 아프리카에 이렇게나 부족이 많은 줄은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네요. 각 챕터마다 금기의 예시를 몇 십 페이지 씩 줄줄이 나열하고 그러한 금기가 만들어진 이유를 짧게 설명하는 방식이라, 나중엔 그 수많은 예시를 왜 다 읽어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 됩니다. 물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확고히 하고 싶은 건 어느 학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이건 좀 과하다 싶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 - 하지만 각주 및 찾아보기가 200페이지가 넘으니 사실은 450페이지 정도 됩니다 - 을 통해 시문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특정 육류의 종교적 금기의 원인을 경제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으로만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인도의 소고기에 대한 금기는 힌두교가 타 종교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수단, 즉 제례적 순수성을 확보하여 다른 종교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힌두교 초기엔 암소 숭배 사상과 쇠고기 금지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통해 입증됩니다. 반면 아랍에서의 돼지고기 기피는 이슬람교가 발흥하기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종교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육식 금기의 원인은 종교적, 도덕적, 위생학적, 생태학적,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게 시문스의 결론입니다. 마빈 해리스처럼 육식 금기를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책을 읽다 중간에 그만두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거진 한 달 동안 읽었습니다만, 투자한 시간에 비해 얻은 게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아내가 이 책을 사 놓고 안 읽은 이유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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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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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소개해드린 미야베 미유키의 <얼간이>의 후속작입니다. <얼간이>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거의 그대로 다시 나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용을 언급하면 <얼간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스토리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전작의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애증과 원한이 이 작품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채로 계속 등장합니다. 본작의 주요 사건인 여인의 살인 사건도 그 애증과 원한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계속 의심됩니다.

팽팽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던 이야기는 뜻밖의 범인이 등장하면서 맥이 탁 풀리게 됩니다. 추리소설의 기본이 범인이 누군가인지를 추리하는 것인데,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고 밝혀지게 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때까지 읽은 700페이지에 대한 배신감마저 들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추리소설로서가 아니라 시대극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 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개성있고 매력적인 인물들, 뛰어난 심리 묘사, 세세한 시대상 등 쉽게 손을 놓기 힘든 매력이 있는 소설입니다. 결말이 아쉽지만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묘한 마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제를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사람의 마음 속 귀신은 과거를 먹고 자란다`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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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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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극 <얼간이>의 후속편. 전편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가 이번엔 제대로 끝맺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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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빌 브라이슨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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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책 대부분이 <빌 브라이슨의 ~>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인기를 방증하는 듯 합니다. 사실 그는 뭐라 딱히 정의하기 힘든 작가인데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처럼 과학사를 알기 쉽게 총정리하거나, <나를 부르는 숲>처럼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횡단기를 쓰거나,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 산책>처럼 미국 영어의 방대한 뿌리를 추적하기도 합니다. 그냥 논픽션 작가라고 해둘까요. 이 중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대한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는 그의 명성에 비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별로 놀랍지도 않은 게, 그 시대는 아직 기록이 명확하게 남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당대에 셰익스피어보다 유명했던 극작가들의 생애도 셰익스피어보다 오히려 덜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집요하게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그의 생애를 감싸고 있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진 것이죠.

이 책의 쪽수가 20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것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추적하지만, 대부분이 학자들의 추측을 소개하는 수준입니다. 사료의 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한계겠지요. 하지만 빌 브라이슨 특유의 경쾌한 문장이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합니다.

이 책을 셰익스피어에 대한 진지한 평전이나 전기로 받아들이기 보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보면 꽤나 재미있습니다. 분량도 적어서 별 부담 없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빌 브라이슨 책 치고는 번역이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문장에 담긴 뉘앙스는 한국어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은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죠. 지금까지 제가 읽어 본 빌 브라이슨 책 중 번역이 제대로 되었다고 느낀 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이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도 추가해야 겠네요.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셰익스피어의 부인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앤 해서웨이`랍니다.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그 헐리웃 여배우의 이름과 같죠. 셰익스피어보다 무려 8살이나 연상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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