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빌 브라이슨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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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책 대부분이 <빌 브라이슨의 ~>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인기를 방증하는 듯 합니다. 사실 그는 뭐라 딱히 정의하기 힘든 작가인데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처럼 과학사를 알기 쉽게 총정리하거나, <나를 부르는 숲>처럼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횡단기를 쓰거나,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 산책>처럼 미국 영어의 방대한 뿌리를 추적하기도 합니다. 그냥 논픽션 작가라고 해둘까요. 이 중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대한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는 그의 명성에 비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별로 놀랍지도 않은 게, 그 시대는 아직 기록이 명확하게 남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당대에 셰익스피어보다 유명했던 극작가들의 생애도 셰익스피어보다 오히려 덜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집요하게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그의 생애를 감싸고 있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진 것이죠.

이 책의 쪽수가 20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것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추적하지만, 대부분이 학자들의 추측을 소개하는 수준입니다. 사료의 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한계겠지요. 하지만 빌 브라이슨 특유의 경쾌한 문장이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합니다.

이 책을 셰익스피어에 대한 진지한 평전이나 전기로 받아들이기 보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보면 꽤나 재미있습니다. 분량도 적어서 별 부담 없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빌 브라이슨 책 치고는 번역이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문장에 담긴 뉘앙스는 한국어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은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죠. 지금까지 제가 읽어 본 빌 브라이슨 책 중 번역이 제대로 되었다고 느낀 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이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도 추가해야 겠네요.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셰익스피어의 부인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앤 해서웨이`랍니다.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그 헐리웃 여배우의 이름과 같죠. 셰익스피어보다 무려 8살이나 연상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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