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대담 시리즈 1
도정일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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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때 ‘통섭’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통섭은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학자가 만든 말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연결하는 지식의 통합입니다.

원래 중세까지만 해도 학문은 지금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다방면의 천재가 가능했던 것이구요.

그러다 근대가 되면서 학문이 점차 분화되고 갈라지면서 학문 간의 장벽이 높이 쌓이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가 복잡해지면서 한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정 학문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통섭이라는 개념이 대두됩니다.

이를 테면, 인지과학은 인간의 뇌를 설명하는 뇌과학과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등의 인문학이 결합된 학문입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통섭’이라는 개념을 만든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가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최재천 교수입니다.

최재천 교수는 개미의 생태를 전공한 생물학자로,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과학저술가이기도 합니다.

또 한 사람, 도정일 교수는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역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문학자입니다.

2001년부터 2004년 사이 이 두 사람이 만나 ‘생명공학 시대의 인간의 운명’에 대해 10여 회의 대담과 4회의 인터뷰를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 이 책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인해 지적 황홀감마저 느껴집니다.

두 사람 다 원숙한 학자인만큼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설명하는 내공이 대단합니다.

학문에 대한 이야기 못지 않게 두 사람의 삶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고, 대담 형식의 책이라 두 사람의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잡지 인터뷰 보듯 가볍게도 읽을 수 있고, 골똘히 생각하며 읽을 수도 있는 책입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두 학자가 접근하는 각자의 관점(최재천 교수는 주로 생물학의 관점에서, 도정일 교수는 신화와 인류학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도 재미있고, 어느 지점에서 두 사람의 관점이 일치하게 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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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통섭’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통섭은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학자가 만든 말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연결하는 지식의 통합입니다.

원래 중세까지만 해도 학문은 지금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다방면의 천재가 가능했던 것이구요.

그러다 근대가 되면서 학문이 점차 분화되고 갈라지면서 학문 간의 장벽이 높이 쌓이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가 복잡해지면서 한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정 학문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통섭이라는 개념이 대두됩니다.

이를 테면, 인지과학은 인간의 뇌를 설명하는 뇌과학과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등의 인문학이 결합된 학문입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통섭’이라는 개념을 만든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가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최재천 교수입니다.

최재천 교수는 개미의 생태를 전공한 생물학자로,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과학저술가이기도 합니다.

또 한 사람, 도정일 교수는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역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문학자입니다.

2001년부터 2004년 사이 이 두 사람이 만나 ‘생명공학 시대의 인간의 운명’에 대해 10여 회의 대담과 4회의 인터뷰를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 이 책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인해 지적 황홀감마저 느껴집니다.

두 사람 다 원숙한 학자인만큼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설명하는 내공이 대단합니다.

학문에 대한 이야기 못지 않게 두 사람의 삶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고, 대담 형식의 책이라 두 사람의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잡지 인터뷰 보듯 가볍게도 읽을 수 있고, 골똘히 생각하며 읽을 수도 있는 책입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두 학자가 접근하는 각자의 관점(최재천 교수는 주로 생물학의 관점에서, 도정일 교수는 신화와 인류학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도 재미있고, 어느 지점에서 두 사람의 관점이 일치하게 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서양근대사가 더럽다고는 하지만 거기에도 아름다운 부분이 있어요. 내가 보기엔 그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인간 존재의 품위를 높이기 위한 계획들을 사회의 집단적 목표로 정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버둥거려왔다는 점일 겁니다.

한국인은 두 개의 시계를 차고 있다, 하나는 전근대의 시간에 멈추어선 왕조의 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무섭게 내달리는 현대의 시계다, 어떤 때는 왕조의 시계에 맞춰 행동하고 어떤 때는 현대의 시계에 맞춰 행동한다.

어떤 신화가 다른 신화들을 압도하고 지배적 이야기로 올라서는 데는 정치적 이유 외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기독교 서사가 서양을 지배하게된 것도 그래요. 그 이야기 틀 안에는 인간을 유한성, 어둠, 타락으로부터 이끌어내어 구원의 희망을 갖게 하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사론 강의를 할 때 저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 플롯들 중에서 히브리 신화 플롯이 가장 강력한 기본 플롯의 하나라고 말합니다. 인간 존재의 모순과 수난, 고통과 해방, 성찰과 희망 같은 걸 풀어내는 이야기 모델로는 히브리-기독교 서사가 엄청 강력한 플롯이죠.

`인간은 어째서 인간인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인문학의 핵심 질문이죠.

"인간이 만물의 척도다"라는 말은 후대 사람들이 앞뒤 문맥을 빼고 사용하는 바람에 인간중심주의적 발언처럼 되고 말았는데, 사실 그 말은 인간이 만사를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신들의 모습까지도 인간의 형상으로 그려내는 걸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신화가 신인동형(神人同型)으로 신들을 만들어내는데 대한 조롱이죠. "인간은 자기를 척도로 해서 신을 그려낸다. 그러나 만약 당나귀가 신을 그린다면 당나귀의 모습으로 그릴 것이고 코끼리는 코끼리의 모습으로 신을 그릴 것이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자연철학자 크세노폰이 신화를 비판하면서 한 말이에요.

이 관점에서 말하면 영혼은 시간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욕망의 산물이면서 그 욕망의 상상적 충족방식이 됩니다. 혹독한 소리 같지만, 죽음이라는 현실원칙 앞에서 인간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고안해낸 일종의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영혼이라는 얘기가 되죠. 이 위대한 기만이 우리를 다독거리고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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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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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60년대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초제와 살충제 등의 화학물질이 인간과 자연에 끼치는 폐해의 사례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너무나도 비슷비슷한 사례들이 300여 페이지에 걸쳐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어 참으로 읽기 힘들었다. 그러나 레이첼 카슨이 이 책을 쓴 1960년대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던 때였고, 살충제의 유해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점을 이해한다면 이 책이 미국 사회와 생태주의 운동에 미친 영향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지금 읽기엔 쉽지 않은 고전인 것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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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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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때만해도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구충제를 나눠줘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아재 인증?). 기생충이라고 하면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을 떠올리는 분들께 권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기생충이 지구 생태계의 주인이다’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던집니다. ‘기생충은 개체 수가 많은 종을 숙주로 삼기 때문에 개체 수가 적은 종이 피해를 적게 입는다, 그래서 기생충은 다양한 종이 등장하는 원인이 되었다’라고 주장하죠. 암수가 만나 일어나는 유성생식도 기생충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기생충에 대항하기 위한 숙주들의 노력으로 생긴 다양한 독과 항생물질의 진화도 보여줍니다. 기생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많이 퍼져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려주죠(북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바닷가재의 80%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결국 기생충은 숙주와의 진화적 경쟁을 통해 전지구적 생태계의 다양성을 이끌어가는 주된 동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에 비해 인간은 지구 생태계를 착취하여 전방위적이고 괴멸적인 피해를 입히는 진정한 기생충(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모피어스에게 이런 대사를 하죠?)이라고 비판합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롭고 도발적인 책입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기생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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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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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입니다.

저자가 신화학 박사이며 꿈 분석가인 만큼, 이 책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들(심청전, 콩쥐팥쥐, 해님달님 등)에서 보여지는 상징과 이미지를 신화적/심리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옛이야기들에 숨어 있는 태곳적 여성성을 회복하려고 시도합니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여성성이라고 해서 여성들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남성성을 아니무스, 여성성을 아니마라고 하는데, 칼 융에 따르면 인간의 내적 인격은 아니무스와 아니마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남자든 여자든 아니무스와 아니마를 전부 갖고 있죠. 어느 정도의 비율이냐가 문제지만요.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아와 외면을 동일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한국과 같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남성적인 남성이 되려고, 남성적인 여성이 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이로 인해 내적 인격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이는 개인의 심리상태나 대인관계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남성적인 것만 인정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여성성은 상처받고 내면에 꼭꼭 숨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여성성의 복원을 통해 우리의 내면 심리를 건강하게 복원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옛날 이야기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책입니다.

직장 생활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남성성을 투사받고 있는 여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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