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 하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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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소개해드린 미야베 미유키의 <얼간이>의 후속작입니다. <얼간이>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거의 그대로 다시 나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용을 언급하면 <얼간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스토리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전작의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애증과 원한이 이 작품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채로 계속 등장합니다. 본작의 주요 사건인 여인의 살인 사건도 그 애증과 원한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계속 의심됩니다.

팽팽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던 이야기는 뜻밖의 범인이 등장하면서 맥이 탁 풀리게 됩니다. 추리소설의 기본이 범인이 누군가인지를 추리하는 것인데,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고 밝혀지게 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때까지 읽은 700페이지에 대한 배신감마저 들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추리소설로서가 아니라 시대극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 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개성있고 매력적인 인물들, 뛰어난 심리 묘사, 세세한 시대상 등 쉽게 손을 놓기 힘든 매력이 있는 소설입니다. 결말이 아쉽지만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묘한 마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제를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사람의 마음 속 귀신은 과거를 먹고 자란다`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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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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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극 <얼간이>의 후속편. 전편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가 이번엔 제대로 끝맺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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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빌 브라이슨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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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책 대부분이 <빌 브라이슨의 ~>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인기를 방증하는 듯 합니다. 사실 그는 뭐라 딱히 정의하기 힘든 작가인데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처럼 과학사를 알기 쉽게 총정리하거나, <나를 부르는 숲>처럼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횡단기를 쓰거나,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 산책>처럼 미국 영어의 방대한 뿌리를 추적하기도 합니다. 그냥 논픽션 작가라고 해둘까요. 이 중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대한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는 그의 명성에 비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별로 놀랍지도 않은 게, 그 시대는 아직 기록이 명확하게 남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당대에 셰익스피어보다 유명했던 극작가들의 생애도 셰익스피어보다 오히려 덜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집요하게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그의 생애를 감싸고 있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진 것이죠.

이 책의 쪽수가 20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것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추적하지만, 대부분이 학자들의 추측을 소개하는 수준입니다. 사료의 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한계겠지요. 하지만 빌 브라이슨 특유의 경쾌한 문장이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합니다.

이 책을 셰익스피어에 대한 진지한 평전이나 전기로 받아들이기 보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보면 꽤나 재미있습니다. 분량도 적어서 별 부담 없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빌 브라이슨 책 치고는 번역이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문장에 담긴 뉘앙스는 한국어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은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죠. 지금까지 제가 읽어 본 빌 브라이슨 책 중 번역이 제대로 되었다고 느낀 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이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도 추가해야 겠네요.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셰익스피어의 부인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앤 해서웨이`랍니다.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그 헐리웃 여배우의 이름과 같죠. 셰익스피어보다 무려 8살이나 연상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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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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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보다 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우는 미야베 미유키는 <화차>, <모방범>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화차>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된 바 있었죠. 우리와 달리 추리소설 장르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에서 미미여사는 사회파 작가로 분류됩니다. 추리소설의 장르적 특성상 트릭이나 반전을 작품의 핵심으로 잡는 작가가 많은데 반해, 사회파 작가는 작품에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화차>도 신용불량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한 여자를 추적하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저는 재미있어야할 추리소설에서까지 노골적인 교훈적 메시지를 읽는 게 탐탁치 않았고, 미미여사의 작품들이 대체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향이 있어 이 양반의 작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 <얼간이>는 좀 다릅니다. 이 작품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파 추리소설 장르 외에 미미여사는 이런 에도 시대물을 꾸준히 써왔다고 합니다. 사실 미미여사의 시대물은 저도 이번에 처음 읽어 봤는데요. 근데 이게 참 재미있습니다. 일단 에도 시대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당시의 문물, 복식, 인물들의 감정 등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소설이라기 보다 한 권의 에도 시대 미시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잘 정제된 문장이 마치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는 듯 합니다. 추리소설인데도 참으로 담담하고 넘치지 않으면서도 개개인의 심리묘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한 것도 마음에 들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추리소설 답지 않게 굉장히 따뜻합니다. `전원일기`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배경
- 텟핀 나가야
: 나가야는 에도 시대의 연립 주택입니다. 보통 돈많은 상인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십수 가구의 세입자들이 살고 있죠. 대체로 나이많은 관리인이 한 명 상주하면서 세입자들을 관리합니다. 텟핀 나가야는 그러한 나가야 중 하나인 거죠. 텟핀은 철병(鐵甁), 즉 쇠로 된 병으로 이 나가야를 지을 때 우물에서 녹슨 쇳병 두 개가 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주요 등장 인물
- 헤이시로
: 주인공. 에도 시대의 하급 무사로 텟핀 나가야가 속한 지역의 치안 및 순찰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동네 파출소장? 느긋하고 매사 적당히 사는 만만디형 인물.

- 오토쿠
: 텟핀 나가야의 고참 세입자 과부. 맛있기로 소문난 조림 가게를 운영합니다. 괄괄하지만 속정 깊은 인물.

- 규베
: 10년 동안 텟핀 나가야를 관리해온 관리인. 주인 소에몬에게 지극한 충성심을 갖고 있죠.

- 사키치
: 규베의 후임으로 온 젊은 관리인. 소에몬의 먼 친척. 나가야의 관리인은 꽤 중요한 직책이라 보통 50대 후반 이상의 남자가 맡는 게 관례인데, 20대의 젊은 사키치가 파격적으로 관리인이 되었기에 주민들이 동요하게 됩니다. 지극히 성실한 남자.

- 소에몬
: 지역의 거부(巨富). 미나토 상회를 운영하며 텟핀 나가야의 소유자. 지역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 유미노스케
: 주인공 헤이시로의 처조카. 빼어난 외모를 가진 미소년...이라기 보다 꼬마. 사물을 측량하는데 천재적인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 줄거리

어느 깊은 밤, 텟핀 나가야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채소가게 남매 중 오빠 다스케가 살해된 것입니다. 관리인 규베는 자기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이 경고삼아 다스케를 해친 것이라며, 자신이 있으면 다른 주민들에게도 해가 되니 떠나겠다고 합니다. 규베가 떠난 후, 소에몬은 그 후임으로 자신의 먼 친척 사키치를 보냅니다. 텟핀 나가야의 주민들, 특히 과부 오토쿠는 젊은 관리인을 믿을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합니다. 하지만 이 살인 사건 이후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는 듯 보입니다. 주인공 헤이시로는 매일 텟핀 나가야가 있는 혼조 후카가와 지역을 순시하지만, 자잘한 사건 외에는 큰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주민들 간의 사소한 다툼이라던가, 미아가 발생했다던가, 노름빚 때문에 고생한다던가, 괴상한 신앙에 빠진 가족이 나타난다던가 하는 등의 일이죠. 그래서 여기까지 읽다보면 그냥 자잘한 에피소드를 모아둔 연작소설집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피소드를 다룬 챕터마다 2~30페이지 밖에 안 되니까요.

그러다 갑자기 이 책의 80% 가량의 분량을 차지하는 챕터가 등장합니다. 앞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깔아둔 떡밥이 본격적으로 작동되는 것이죠. 자잘한 에피소드들이지만, 에피소드의 끝엔 반드시 텟핀 나가야의 세입자들이 그 사건 때문에 한 집, 두 집씩 이사를 나가게 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요. 사키치는 자기가 관리인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고 자책하지만, 주인공 헤이시로는 이 모습을 보고 문득 의문을 갖게 됩니다. 에도 시대엔 평민들의 이주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가야로 이사가려고 해도 원래 살던 나가야 관리인의 추천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다들 이사를 쉽게 나갈까. 뒤에 뭔가 큰 손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게 아닐까.

의문을 가진 헤이시로는 똑똑한 꼬마 미소년 유미노스케와 함께 실마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유미노스케는 후사가 없는 헤이시로 부부가 양자로 들일 생각을 갖고 있는, 헤이시로의 처조카입니다. 그들은 앞에서 벌어진 사건사건마다 텟핀 나가야의 주인, 소에몬과 그가 운영하는 미나토 상회가 연관되어 있을 거라 짐작하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추리를 해나갑니다. 이 과정의 끝에서 그들은 수십년의 질투와 치정이 얽힌 뜻밖의 진실을 만나게 됩니다.


추리 소설이니 만큼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이 정도로 마치려 합니다. 살짝 귀뜸을 해드리자면 결말이 생각보다 싱겁다는 건데요. 이건 미미여사의 약점 같아요. 제가 읽어본 다른 작품들도 그런 경향이 좀 있거든요. 그리고 이 작품에 바로 이어지는 후속작이 있다고 하니 아마 거기서 이야기가 더 진행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얼간이>를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어제 바로 후속작을 주문했으니, 다 읽고 서평을 올리겠습니다.

이 책의 제목 <얼간이>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실없고 느긋한 주인공 헤이시로를 지칭하는 것인지,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모른 채 평온히 살아가는 주민들을 일컫는 것인지. 다만 작품 중간에 이런 식의 말이 나오기는 합니다. `바보같아 보이지만 사물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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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혼돈 - 중국 명대의 상업과 문화
티모시 브룩 지음, 이정.강인황 옮김 / 이산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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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출판사 이산의 책이라 낼름 구매한 <쾌락의 혼돈>. 이산 출판사는 중국 역사 전문 출판사로 꽤 양질의 번역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이 책도 제 구매 리스트에 올라 한꺼번에 산 책 중 하나죠.

제목이 `쾌락의 혼돈`이라 뭔가 관능적인 내용을 기대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런 거랑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부제 그대로 명나라의 상업과 문화에 대해 고찰하는 책입니다. 엄청나게 지루합니다. 제가 웬만하면 역사책은 재미있게 읽는데도 이 책은 꽤나 읽기 힘들더라구요. 명나라에서 상업이 꽃피게 되는 과정, 그에 대한 신사층의 혐오에 가까운 부정적인 반응, 하지만 상업의 번창으로 인해 오히려 신사층의 지배력이 공고해지는 아이러니를 저자는 이 책에서 풀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조그만 지방의 현지(우리로 치면 구청연감 정도 될 자료)가 등장하고, 그 지방의 관리가 등장하고, 또 그 지방의 유학자가 등장하고, 상인이 등장하고... 너무나 소소한 내용이 지리하게 그리고 방대하게 펼쳐져서 `대체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이 뭔가`라는 생각과 함께 이리저리 표류하게 됩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역사서라기 보다 `조금 쉽게 쓴 학술논문`에 가까운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읽는데도 한참 걸렸고, 읽고 나서도 별다르게 남는 게 없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가치관에 충격을 주는 책을 가장 높이 치고, 그 다음으로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 그도 아니면 재미라도 있는 책을 가치있게 여깁니다. 근래에 제 가치관에 충격을 줬던 책으로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정도가 있겠네요. 하지만 이 <쾌락의 혼돈>은 얻을 것도 없고 재미도 없으면서 읽는데 오래 걸린,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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