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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ㅣ 이산의 책 8
조너선 스펜스 지음, 정영무 옮김 / 이산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집어든 독자의 기대와 달리, <천안문>은 89년의 천안문 사태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청조 말부터 80년대 초반 까지의 중국 역사에 등장한 혁명가들의 삶을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살피는 저작이다. 캉유웨이, 쑨원, 루쉰, 마오쩌둥 등의 낯익은 위인들부터, 딩링, 취추바이, 쉬즈모, 원이둬 같이 처음 듣는 인물들까지. 이념과 활동 분야를 막론하고 이들의 삶은 치열했고 때로는 숭고했다.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뒤흔든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다 산화하고 만다.
탈출할 수 없는 밀폐된 방에 갇혀 곤히 자고 있는, 곧 죽게 될 사람들(중국 인민에 대한 비유다)을 흔들어 깨우는 게 과연 맞을지 고민하는 루쉰처럼, 이 혁명가들은 수많은 회의와 체념의 유혹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킨다.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은 거개가 문인들이라 차라리 근대 중국 문학사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우리의 일제 치하 문인들도 그러했듯, 낭만주의에 경도된 시인도 있고,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개척한 소설가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우리가 익히 아는 대장정, 국공합작 등의 역사적 사건들은 짤막하게 언급되고, 이들 문인의 인생 역정에 방점이 찍혀 있는 독특한 관점의 역사서다.
우리 늙은이들은 지금 상태가 잘못되었다고 사과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미래로 가는 길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 손을 흔들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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