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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세계 인구의 6분의 1은 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겨우 연명하는 극단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말라위, 콩고,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캄보디아 같은 최빈국의 국민들이 그들이다. 이 국가들의 빈곤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이 책의 저자 제프리 삭스는 주장한다.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서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고 부채를 탕감받지 않으면 비극의 악순환을 끝낼 수 없다. 그의 주장 중 특이한 건 이 빈국들이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 들어와야만 최빈국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 초국적 자본의 횡포를 극히 경계하는 대다수 NGO와는 많이 다른, 흥미있는 시각임에 분명하다.
제프리 삭스는 볼리비아, 폴란드, 러시아, 인도 등지에서 현지 정부의 경제 자문으로 활동하며 경제를 안정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는 경제학자 답지 않게 이상주의자이다. 그러나 대책없이 희망만 늘어 놓는 보통의 이상주의자들과 달리, 아주 설득력 있는 수치와 방안을 제시하는 독특한 이상주의자다. 이를테면 극단적 빈곤에 시달리는 전 세계 11억 인구(2001년 기준)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비용이 부유한 국가들의 GNP 중 단 0.7% 만으로도 충당된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준다. 사실 선진국들의 GNP 중 0.2% 만이 ODA에 할당되고 있으며, 이를 0.7% 까지 끌어올려 빈곤과 기아를 퇴치하자는 게 ‘밀레니엄발전목표(MDG)‘이다. 이들 빈국의 가난이 지형과 기후, 질병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패가 전세계적인 비용 지출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빈곤은 우리 모두가 손을 맞잡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제프리 삭스는 역설한다. 그러면서 빈곤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국은 이라크 전쟁과 같은 프로파간다에만 몰두할 뿐이고, 세계은행과 IMF는 빈국에 대한 그릇된 처방으로 오히려 빈곤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이상주의자 답게 노예 해방, 흑인 민권 운동, 식민지 해방 등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세계가 충분히 공동의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달성해낼 수 있다고 호소하면서 책을 끝맺는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흔히들 생각하는 국가적 빈곤의 원인(극심한 부패, 민주주의의 부재, 심지어는 국민성까지)이 대부분 근거 없음을 증명해내고, 열린 항구 같은 지리적 요인과 말라리아, AIDS 등의 질병이 빈곤과 경제 발전의 단계를 가르는 주요 요인임을 밝혀내는 게 꽤나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