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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소설가 김애란의 신작 단편집. 아내의 추천으로 읽어 본 책인데, 별 생각없이 책을 펴들었다가 무척 힘들게 단편 한 꼭지를 읽었다. 어렵다거나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어서.
이 책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은 모두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엄마, 강아지와 헤어진 아이, 연인과의 헤어짐, 사라진 언어, 존경받지 못하고 멀어진 아버지,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사춘기 아들을 키우는 여성,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 ‘바깥은 여름‘이지만 마음 속에선 한겨울의 차디찬 북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사람들.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이 슬프지 않은 게 어디 있겠냐마는 김애란이 그리는 ‘상실‘은 특별히 슬프다. 이는 일상과 너무나 밀착된 그녀의 언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작품 속에선 우리가 흔하게 보고 쓰는 단어들이 중요한 키워드로 작동한다. 터닝 메카드의 ‘에반‘이 나오고, 아이폰의 ‘시리‘와 쓸쓸한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도 있다. 이것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소설을 보며 ‘이것은 만들어진 허구다‘라고 안도할 수 없다. 자연히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실에 자신을 대입시키고 주인공들이 겪는 슬픔과 외로움에 깊이 공감한다. 오래 전 아이들이 가구에 붙여놓은 스티커가 잘 떨어지지 않듯이, 그녀의 밀착된 언어는 우리의 마음에 들러붙어 오래도록 생채기를 낸다.
뉴스 어디선가 본 듯한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들도 이 소설의 핍진성을 뒷받침한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어린이집 버스 사고, 로드킬, 다문화 가정, 음주운전, 노인 폭행 등등 사회면에 등장했던 사건들의 후일담 같은 이야기들이다. 김애란의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진 일곱 개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무척 슬프고 또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