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죽어도 좋았다 - 오롯이 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곳!
조양곤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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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5년간 은행에서 근무하고 50세에 조기은퇴한 후 100여 개국을 여행했다. 또한 5년간 천여 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이기도 하다. 여행가이자 독서광인 사람이 쓴 여행책은 어떨까 궁금하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버킷리스트 여행, 2장 사랑, 3장 자유, 4장 행복. 이 책에 100여 개국을 다 담지는 못하고 유럽과 남미, 미국과 호주, 아프리카의 여행지를 적었다. '자연'과 '인생'이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아닐까한다. '나'에 집중하며 사색하는 여행자가 진지하다.

이 책은 압도적으로 보기 드문 풍경의 사진들과 그림들이 화보가 아닐까할 정도로 선명하고 예술적이다. 글은 간결하며 '나'에게 집중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철학적이고 깊은 사색으로 운율있는 시처럼 서술되어 있다.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와 관찰자의 눈에만 보이는 모습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버킷 리스트'에 있는 장소들이 예사롭지 않다. 여늬 텔레비젼 여행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처음 듣는 곳인데 내셔날 지오그래픽에나 나올 법하다. 멋지다. 압도적인 자연의 모습에 숨이 막힐 것 같다. 노르웨이의 깍아지른 바위 절벽인 '프레케스톨렌', 상식을 깨는 노르웨이 '노르카프의 백야'가 그렇다.

제목처럼 '거기서 죽어도 좋을' 장소는 의외로 잔잔한 영국 정원들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한 장소인 스타우어헤드, 미로가 인상적인 글렌두르간, 수만평의 초원과 숲이 걷기 좋은 나이트셰이즈,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스> 촬영지인 안토니, 아담한 아 라 론데가 인상적이다. 벌써 가보고 싶어진다.

방문한 곳을 지도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GPS좌표로 알려주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당황스럽다. 좌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만크 오지일까?

가보고 싶어진 곳은 영국의 정원들과 짧게 소개했지만 방문이 가능한지도 몰랐던 로스 차일드 웨데스던 저택이다. 나의 버킷 리스트가 생긴 셈이다. 또한 읽어보고 싶은 책은 버지니아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김찬삼 선생의 여행책이다. 김찬삼님의 책은 10권으로 중고가가 십만원을 넘어간다.

책 속에 좋은 문구가 많아 몇 개 골라 적어 본다.

"게으른 눈보다 부지런한 두 다리를 믿어볼 일이다."(22)

"처음 가보는 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두근거림은 내가 살아 있는 존재임을 실감케 한다. 오직 '나'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되어준다."(31)

"작은 서운함 때문에 커다란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이제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를... 나를 있게 해 준 주변의 손길과 위로를 잊지 않기를..." (124)

"천천히 걷다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분이다(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 (238)

"여행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덕목은 미소다. 미소를 짓는다는 것은 여행자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곧 모든 것의 시작이다." (246)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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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용 설명서 - 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을 찾는 당신을 위한
황세원 지음 / 라온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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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매우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치의 제도가 있는 옆 나라가 부럽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어 동네를 떠날 때까지 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내 모든 과거력을 가지고 있는 그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말이다. 우리는 병이 나면 용한 의사를 찾기 위해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곤 한다. 그러면서 부정확할 수도 있는 정보도 믿게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아프면 바로 의사를 만나라는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저자는 내과 전문의다.

책은 3장으로 되어있다. 1장 똑똑하게 병원 진료받는 방법, 2장 건강검진 결과지를 읽다보면 생기는 궁금증 16가지, 3장 알아두면 좋은 의학 지식 14가지.

의사와의 대면에서 좀더 정확한 진료를 위한 조언이 유익하다. 여러군데가 아프더라도 가장 불편한 곳 위주로 설명하라고 한다. 그래야 집중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병원은 되도록 한 곳을 정해 나의 과거력을 의사가 알 수 있도록 해야 지금의 병 치료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지병이 있다면 복용하는 약의 이름뿐 아니라 용량을 기억하였다가 알려주도록한다.

실제 진료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질문과 반응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설명이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이해가 쉽다. 이를테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당뇨병에 걸리냐거나, 어지러운데 왜 빈혈이 아니냐라는 질문들이 그렇다. 당뇨는 인슐린분비의 문제이며 약만 먹는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고단백질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이 병행되어야한다. 빈혈은 헤모글로빈 농도로 진단하는 것이지 '핑'하고 어지러운것이 모두 빈혈은 아니다. 벌떡 일어날 때 핑도는 것은 기립성저혈압일 수 있다. 흔히 하는 의문이 풀린다.

3대 만성병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다행인것은 이러한 만성병은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음식은 고단백저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숨차고 땀나는 정도의 '중강도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3일 이상한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조언도 유익하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 탈수가 올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비타민 D 합성을 위해서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햇볕을 직접 쪼여야한다. 비타민 D 합성이 가능한 UVB는 창문과 옷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소용이 없다. 악성종양은 암이지만, 양성종양은 반드시 제거해야하는 것과 아닌 것이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한다. 자궁경부암백신은 15세 이전에 맞는 것이 좋지만 그 이후에 맞아도 되고 남자도 맞으면 자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할 수 있다. 특별한 병이 없다해도 국민건강검진은 챙겨 받으라고 조언한다. 검진결과표는 잘 모아두어서 내 몸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도 있고,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의사에게서 상세하게 듣고 싶은 병에 대한 설명을 모아놓았다. 어지간한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거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병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정확한 상식을 높여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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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스시와 사케 이야기 - 문화와 트렌드 7 아로리총서 27
김지연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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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기 위해 먹는 음식을 안주라하고, 음식을 먹기 위해 마시는 술을 반주라한다(4)'

스시와 사케는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닐까한다. 스시는 만드는 게 간단해 보여도 스시 전문조리사는 장인으로 대우하며 '쇼쿠닝'이라고 부른다. 사케는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도대체 어떻게 골라야할 지 모를 정도다. 스시와 사케에 대해 알아보자.

스시는 샤리(밥)과 네타(생선)로 구성된 약 40g의 음식이다. 초밥 위에 생선을 얹었느냐(니기리즈시, 치라시즈시), 올려서 눌렀느냐(오시즈시:간사이즈시), 연어알과 같은 재료를 올렸느냐(오코시즈시), 김으로 말았느냐(마키즈시)로 구분할 수 있다. 상차림은 간단해서 뜨거운 차, 생강, 간장과 와사비를 내는 것이 다이다. 뜨거운 차는 생선의 기름기를 제거해준다.

스시의 원형은 나레즈시(동남아 소금에 절인 민물생선을 밥 속에 넣어 자연발효시킨 것)이다. 발효가 끝나면 밥은 버리고 생선만 먹는 것이었는데,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되며 밥도 함께 먹는것으로 변화되었다. 먼저 간서지방의 '간사이즈시'가 에도로 전해지며 '에도마에즈시'가 발달하게 된다.

1958년 동오사카에 가이텐즈시(회전초밥) 1호를 연 시라이시 요시아키는 아사히 맥주공장 견학 중 컨베이어 시스템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스시 로봇이 밥을 뭉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간사이즈시(간서지방:오사카)=신선한 회감으로 만듬=오시즈시

에도마에즈시(간토지방:도쿄)=숙성되어 감칠맛있는 회감= 니기리즈시

니혼슈는 사케로 통용된다. 일반적으로 쌀과 누룩, 물로 만드는 사케는 물이 좋고 쌀이 좋은 지역인 간사이 지방의 효고현이 유명하다. 사케는 도쿠테이메이쇼슈와 후츠슈로 나뉜다. 시장점유율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후츠슈가 70%이상 차지하고, 도쿠테이메이쇼슈가 30%를 차지한다. 도쿠테이메이쇼슈에는 순수 쌀과 누룩, 물로만 만든 '준마이슈'와 양조 알코올을 10%미만 첨가하는 '혼조조슈'로 나뉜다.

니혼슈(일본주) = 청주(세이슈)=사케()=양조주

사케는 5가지의 맛(단맛, 신맛, 독한맛, 쌉쌀한 맛, 떫은 맛)이 조화를 이루어 술 맛을 결정하는데, 니혼슈도(돗수)뿐 아니라 신맛인 산도를 구분하는 것이 특이하다.

사케는 신문지에 싸서 냉암소에 보관한다. 흔들리면 숙성이 빨라지므로 세워서 보관한다. 사케는 예민하고 보존기간이 짧으므로 선물을 받거나 구매한 후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선물 받고 오래 보관해두면 맛과 향이 변한다.



마실 때는 보통 실온과 같은 온도로 마시는 것이 본래의 맛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술은 데워마시면 감추어진 맛이 나타나 더 맛있어 진다. 사케를 마실 때 예절은 술을 받을 때 꼭 잔을 들고 받아야지 테이블에 놓은 채로 받는 것은 실례다. 또한 술잔을 받으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아야지 바로 테이블에 놓는 것도 실례다. 도쿠리에 술이 남았는지 흔들어보거나 들여다보는 것도 실례다. 첨잔은 관심의 표명이므로 상대 잔이 비지 않도록 채운다.

150여 쪽의 얇은 책이지만 지식총서 시리즈답게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러나 일본어 명칭이 생소해서 자주 나오는 말은 옆에 적어놓고 읽어야한다. 사진을 참고하며 좋아하는 스시와 사케 이름은 표시해두었다가 실제로 먹어보고 평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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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 지리산 둘레길 편 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최병욱.최병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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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책 <제주올레 한 달 완주기 편>에서 이번 지리산 둘레길 편을 예고했었다. 은퇴한 형과 병을 치료한 아우가 함께 떠난 트레킹 여행은 소탈하고 꾸밈이 없어서 은근 즐겁게 읽었고, 후속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편 마지막 장에 형제가 수료증을 들고 활짝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은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책을 받자 얼른 뒷 편을 찾아보니 역시 종주기념 사진이 나온다. 그런데 형제와 두 여자분들이 함께이다. 누구일까 궁금함을 갖고 책을 읽는다.

지리산둘레길은 전북, 전남, 경남의 3개 도, 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도보길이다. 제주도 올레길이 (사)제주올레가 관리하고 있듯이, 지리산 둘레길 역시 (사)숲길이 관리한다. 2007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현재 285km, 21구간을 걸을 수 있다. 각 구간별 거리, 시간, 난이도를 책 초반에 표로 보여주고 있어 어떻게 계획을 짜야할지 감이 잡힌다. 뒷편에는 1인당 소요경비와 식당과 숙소도 정리해 두어 유익하다.

이 둘레길을 걷는데 주의 사항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시간당 2.5km 걷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농작물에 손대지 않는다.' 아무래도 산길이니 무리해서는 안되고, 또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며 함부로 침해하지 않아야함을 일깨워준다. 이번에도 저자들은 스탬프를 찍기 위해 '지리산둘레길 스탬프 포켓북'을 구입하고, 완주 후 순례증을 받았다. 6월27일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9월27일까지 3개월간을 걸었다.

제주올레길이 제주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라면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을 중심에 두고 그 둘레를 걷는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은 깊은 숲과 마을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겠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이 어찌 그리 많은지 처음 들어본 이름들도 많다. 사진으로 소개해주고 있지만, 비슷비슷해보인다. 실제로는 구분하지 못할 듯하다. 식물학자처럼 그 많은 나무와 꽃을 구별하고 심지어 버섯을 채취해서 저녁상에 구워먹는 호사까지 누리다니 산은 아는 이에게만 선물을 주는 것 같다. 전라도 음식은 긴 말이 필요없다. 기사님식당의 아침 식사가 밥국을 제외하고도 12종류의 반찬이고, 지리산 흑돼지와 한상차린 한정식은 푸짐하기가 이를데 없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와 맛이 느껴진다.

각 코스의 특징을 제목으로 알려주므로 미리 알고 시작하면 좋겠다. 예로, 2코스인 운봉-인월에서는 동편제 창시자 송흥록 생가와 국악의 성지를 둘러 볼 수 있고, 10코스인 위태-하동호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지 않아 오지와 같은 느낌으로 걷다가 송이버섯과 영지버섯을 채취하는 행운도 얻고, 15코스인 원부춘-가탄에서는 차밭을 걸을 수도 있다. 후기를 보니 이번 지리산 완주는 코로나가 극성이었던 시기여서 숙박이며 식당 찾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도 완주하였다.

사진 속의 여자 두 분에 대한 이야기는 사진이 실린 뒷 장에 설명이 있다. 10남매의 장남인 최병욱 저자와 아내 진성화님, 의외의 멤버인 셋째 제수씨 노희자님과 일곱째 동생 최병선 저자다. 네 분이 함께 숙박하시기에 불편할 듯한 관계인데, 이미 주말마다 1박2일로 전국의 100대 명산을 함께 한 동지들이라 전혀 그렇지 않았다한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라면 형식적인 관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부럽다.

제주올레길에 이어 지리산둘레길까지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울러 형제의 다음 코스는 어디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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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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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나는 늘 책에 둘러싸여 있는 도서관 사서가 좋아 보인다. 사서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왠지 낭만적이다. 햇볕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추천해 주고, 컨설팅해주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실제로는 생각보다 책 정리가 몸을 많이 쓰는 노동이고, 도서관 행사를 기획하느라 밤낮없이 일해야한다는 소리도 있다. 사서는 무슨 일을 할까?

동두천 사동초등학교에 옆에 붙어 있는 '지혜의 집'은 사서 혼자 꾸려가는 작은 도서관이다. 이 책은 이 작은 도서관의 사서가 되어서 막막했던 시작부터 자원봉사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사서의 일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본어 번역가이자 10년 넘게 사서로 일하고 있다.

처음 먼지 쌓인 작은 도서관을 청소하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교 내에 위치하지만 저자가 관리하는 작은 도서관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소규모 도서관으로 학생과 동네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전임자가 없이 방치되어 있었기에 대청소를 하고 출근을 한다. 방문자도 없고, 간혹 있다해도 대출과 반납의 한정된 업무만을 하며 이 일에 회의를 느낀다. 그러다가 2년 계약이 무제한으로 연장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서관에 관한 모든 전권이 주어진다. 예산을 짜고 그에 맞추어 책을 골라 배가하고,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지속적인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계획하며 성공한다.

몇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사서가 직접 진행하는 '일본어 교실'은 솔깃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매우 의미있어 보인다. '여행회화 습득과 일본 그림책 읽기'라는 목표가 매우 매력적이고 성취가능하게 구체적이다. 외국어를 가르쳐보고 배워본 경험에 의하면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가르치고 배우는 방향과 정도가 명확하고 수월한데, 막연히 기초 중국어, 중급 일본어 식으로 목표없이 교재만 떼는 외국어 교실은 금방 흥미를 잃게 한다. 저자가 얼마나 숙고해서 만든 프로그램인지 알 수 있다.

도서관 방문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소히 재미있다. 대출이 안되는 인기 만화책을 품안에 넣고 나가려고 했던 아이, 비오는 토요일 집잃은 고양이를 데려와 한 켠에 두고 책을 읽던 자매, 자신이 가르치는 일본어를 더 잘하기위해 스터디를 만들어 모여 공부하던 세 멤버들의 이야기들이 모두 그림처럼 그려진다. 글을 참 잘 쓴다.

저자의 낯선 단어 선택에 간혹 사전을 찾아 보기도 한다. 이를테면, '무람없다'라는 말이 예의를 지키지 않고 삼가고 조심함이 없다라는 뜻임을 처음 알았다. 또한 '형제'라는 말도 그렇다. 저자가 언니와 사촌언니를 언급했고, 필체도 상당히 여성스러워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는데 223쪽에서 느닷없이 '우리 삼형제'라는 말에 멘붕이 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남매를 포함해 형제라고 하는 것으로 재 확인하긴 했지만, 보통의 경우 '삼형제'는 남자 형제 세 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사소하지만 혼란스러웠다.

이 책은 굉장히 문학적이고 가독성이 좋은 에세이다. 마치 소설을 읽듯이 유려한 문체를 통해 글쓴이의 세세한 감정상태를 잘 상상해볼 수 있다. 읽으며 저자가 느꼈을 안타까움, 작은 미소, 가슴 답답함, 뿌듯한 성취감을 마치 내가 경험하듯 그렇게 느끼게 하는 필력이다. 요란하지 않지만 조근조근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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