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철학 공부 EBS 30일 인문학 1
윤주연 지음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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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면 늘 만나는 수많은 서양 철학자들 이름 앞에서 '누구였드라?'하고 고민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나마 열심히 들여다본 덕에 누가 무엇을 주장했는지 알지만, 중세 이후 근현대로 넘어 오면 머릿 속에 너무 많은 서양철학자들이 서로 혼돈의 상태로 섞여 있다. <처음하는 철학공부>는 이런 나의 혼돈을 조금 잡아 주지 않을까해서 선택한 책이다.

책은 고대 이전부터 고대, 중세, 근대, 과도기, 현대로 구분하여 각 시대의 대표적 철학자들을 키워드로 설명한다.

서양 철학사를 기본으로 목차를 짰지만 '쉬어가기' 고대편에서 동양의 철학자에 대해서 소개한 것이 마음에 든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한 시기에 공자와 맹자가 활동했는데, 플라톤과 공자가 이상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아리스토텔레스와 맹자는 좀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점이 유사하다. 나아가 소피스트들의 등장과 제자백가의 활약이 뒤따랐다고 지적한 점도 흥미롭다.

"철학은 시대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물어왔다."(198)

철학이라는 것이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준다. 시대에 따라 혹은 사회적 배경에 따라 고대에는 실천 중심의 철학이, 중세에는 신(종교) 중심의 철학이, 근대에는 이성중심의 철학이, 현대에는 다름이 공존하는 철학이 큰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모두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책은 시대 별로 많은 철학자를 소화하려고 시도하지 않아서 좋다. 시대 당 대여섯 명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각 철학자 소개의 도입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철학자의 사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결말까지 이르는데 이러한 설명방식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의 사상이 이해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영화<기생충>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계급에 대해 설명한다든가, 저자의 반항적인 중2의 아이를 보면서 레비나스의 '타인은 절대 나와 동일한 관점을 가질 수 없는 존재다. 나의 의견에 타인의 동조를 바라는 것은 폭력이다(172)'는 말로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그러하다.

철학을 처음 배우고자하는 사람이나 흩어진 철학사상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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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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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면 일장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원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친일파 이름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들어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박시백이 글과 그림으로 친일파 150명의 친일 동기와 행적, 말년을 밝힌다. 이 책은 강화도 조약부터 해방직후까지의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에서 친일파 인물들만 따로 모아 만든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분개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분개에 동조하는 듯이 보이는 이 기묘한 장면을 보다 보면 다시금 친일 청산 문제로 눈길이 간다." (작가의 말)

해방 후 친일파가 청산되기는 커녕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로 활동하고, 그 후손들은 선조가 그랬듯 식민주의 사고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노동자의 권익을 함께 외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일본의 비위를 맞춰야하는가? 친일이 청산되어야하는 이유다.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친일의 조짐은 시작되었다. 조선의 벼슬을 하며 갑신정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일본의 도움을 얻고자 친일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이들이 친일하였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나오며 전향한 사람, 일본에 유학하며 돌아와 친일한 사람, 연이은 전승으로 일본의 힘이 강력하다고 판단하여 전향한 사람, 경찰이나 관리와 같은 집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친일하였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일본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독립군을 잡아 고문하고 죽여 승진을 하고, 창씨개명에 앞장서서 강연을 하고 연설을 하고, 교회를 팔아 비행기 3대를 살 자금을 모아 주고, 남학생들을 독려하여 일본군에 참전시키고, 여학생들을 여자근로정신대로 차출해 일본 군수공장에 보내기도 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은 일제가 친일파에게 부여한 귀족칭호이다.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과 같은 프랑스 귀족 호칭을 부여하고, 부부동반 관광도 시켜주며 권력을 부여하는 듯 하였으나, 실상 이들은 참정권도 부여받지 못한 허수아비들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친일파는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과 같은 이름으로 기억하지만,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사회분야의 지도자들이 친일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고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립대학 초대 총장들이 친일하였고, 재계, 언론계, 문인들, 예능계와 종교계 등 사회전반에서 친일 세력이 주도하였다.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도 숱하게 나오는데 그들의 자기최면은 해방이후에도 풀리지 않아 반성하는 자세가 없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군과 정치 분야에서 면면히 대를 이어 부와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반민특위의 실패가 가장 안타까운 일이고, 이승만 정권의 친일세력 등용 역시 지금까지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는 이유다.

묵직한 주제이다. 학교 교육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야할 부분이다. 또한 친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의 재산을 면밀히 조사해서 독립 유공자들의 후손에게 분배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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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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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학교 교장을 외국인에서 조선인으로 바꾸는 게 우리의 뜻이지. 물론 말 잘 듣는 조선인으로." 1939년 총독부는 김활란을 아펜젤러에 이어 이화여전, 이화보육학교 교장에 앉혔다."(236)


고대, 연대, 이대, 숙대, 서울여대, 덕대, 상명여자사범대 등 사립 대학교 초대 총장들이 모두 친일 이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들은 학생들을 향해 징병제를 찬양하고, 추계학원 이사장 황신덕은 학생들을 여자근로정신대로 차출해 일본 군수공장에 보내기도 하였다. 씻을 수 없는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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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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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문학자의 영국문학 기행기다. 저자는 40년을 영문학 연구로 보냈고 영국에서 8년간 유학한 영문과 교수다. 2000년간 축적된 영국문학과 문화를 영국 여행길을 가며 소개한다. 영국의 런던에서 옥스포드 및 케임브리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를 거쳐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5지역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런던의 빅벤을 보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이야기한다. 울프는 동갑내기 조이스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쓴 <댈러웨이부인>에서 댈러웨이 부인이 무의식에 세계에 있다가 빅벤 소리를 들으면 의식 세계로 나온다고 설명한다. 영국의 상징 중의 하나인 빅벤이 소설 속에서 이렇게 나타나는 것을 들으니 책도 읽고 빅벤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다.

각기 따로 알고 있었던 아동문학가 세 명이 모두 옥스포드 대 교수라는 공통점을 새삼 알게 되었다. J.R.R. 톨킨, C.S. 루이스와 루이스 캐럴이 그들이다. J.R.R. 톨킨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으로 유명하고, C.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로, 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J.R.R. 톨킨과 C.S. 루이스가 서로 문학토론 모임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톨킨의 작품이 신화적이라면 루이스의 작품은 기독교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인생친구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D.H. 로렌스(1885-1930)의 유럽사 이야기를 읽으며 유려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는데, 마침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잉글랜드 노팅엄 소개에 나온다. 로렌스는 일이 고된 광부 아버지와 가정적이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며 분노하는 엄마 사이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가 획일적인 교육에 반대하여 지구촌을 여행을 시작하였고, 44세에 결핵으로 사망한다. 그의 소년시절을 알고 나니 단편소설 <국화냄새>, <피아노>, <아들과 연인>의 해설이 금방 이해된다. 금기시되던 성을 공론화하게 된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읽을 도서로 적어둔다.

영문학을 전공하지도 아직 영국에 가보지도 않은 내게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걸어가며 보이는 것을 문득 작가와 작품으로 바로 연결하거나 문학적인 표현과 인용이 빈번히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저자가 정말 문학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읽으면서 여행을 간다면 이렇게 걸으면서 불쑥 불쑥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가고 싶다. 영문학 기행을 하고 싶다면, 영국 작가의 간단한 삶과 작품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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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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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개명에 앞장섰고 숱한 단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각종 강연과 글을 통해 일제의 전쟁방침에 적극 협조했다. 해방이 되고 나서비난에 직면했지만 숨지도 않았다." (146-147)


'명망가들' 편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역사에서는 그들의 화려한 업적만을 소개하는데 이 책은 말년까지 소개한다. 윤치호의 경우, '신사유람단 일원으로 일본에 간 사람 중하나'로만 알고 있었는데, 일본과 상하이, 미국에서 유학한 엘리트다. 그 당시 드물게도 여러나라에 머문 덕에 각 나라에 대한 생각을 굳히게 되었는데 105인사건으로 투옥된 후 특사로 석방되며 친일한다. 창씨개명에 앞장서고 여러 단체에서 최남선, 이광수 못지 않게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해방후에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아 스스로 최면을 걸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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