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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영문학자의 영국문학 기행기다. 저자는 40년을 영문학 연구로 보냈고 영국에서 8년간 유학한 영문과 교수다. 2000년간 축적된 영국문학과 문화를 영국 여행길을 가며 소개한다. 영국의 런던에서 옥스포드 및 케임브리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를 거쳐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5지역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런던의 빅벤을 보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이야기한다. 울프는 동갑내기 조이스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쓴 <댈러웨이부인>에서 댈러웨이 부인이 무의식에 세계에 있다가 빅벤 소리를 들으면 의식 세계로 나온다고 설명한다. 영국의 상징 중의 하나인 빅벤이 소설 속에서 이렇게 나타나는 것을 들으니 책도 읽고 빅벤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다.
각기 따로 알고 있었던 아동문학가 세 명이 모두 옥스포드 대 교수라는 공통점을 새삼 알게 되었다. J.R.R. 톨킨, C.S. 루이스와 루이스 캐럴이 그들이다. J.R.R. 톨킨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으로 유명하고, C.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로, 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J.R.R. 톨킨과 C.S. 루이스가 서로 문학토론 모임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톨킨의 작품이 신화적이라면 루이스의 작품은 기독교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인생친구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D.H. 로렌스(1885-1930)의 유럽사 이야기를 읽으며 유려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는데, 마침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잉글랜드 노팅엄 소개에 나온다. 로렌스는 일이 고된 광부 아버지와 가정적이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며 분노하는 엄마 사이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가 획일적인 교육에 반대하여 지구촌을 여행을 시작하였고, 44세에 결핵으로 사망한다. 그의 소년시절을 알고 나니 단편소설 <국화냄새>, <피아노>, <아들과 연인>의 해설이 금방 이해된다. 금기시되던 성을 공론화하게 된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읽을 도서로 적어둔다.
영문학을 전공하지도 아직 영국에 가보지도 않은 내게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걸어가며 보이는 것을 문득 작가와 작품으로 바로 연결하거나 문학적인 표현과 인용이 빈번히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저자가 정말 문학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읽으면서 여행을 간다면 이렇게 걸으면서 불쑥 불쑥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가고 싶다. 영문학 기행을 하고 싶다면, 영국 작가의 간단한 삶과 작품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