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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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공부법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데, "통역사에게 배우는 영어의 추월차선!"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 통역에 단련된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추월차선'의 비법을 알려줄 것 같아서다.

내용은 의외로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통역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어떤 자세로 영어공부를 해왔는지 이야기한다. 통역사가 되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기대했는데, 이미 통역사가 된 후의 영어 공부에 대해 더 비중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겉멋보다 기본에 충실한 영어공부를 강조한다. 빠르고 유창한 것보다 정확한 뜻을, 발음을 할 때도 모음을 잘 구분하고, 한 단어 안에서의 강세를 구분할 것을 당부한다. 독해는 문단을 읽고 요약한 다음 세 번 소리내어 읽는 연습을 제안한다. 최근에 읽은 영어교수법에서 다섯 번 읽고 녹음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유사한 내용이라 반갑다. 롬브 커토가 <언어 공부>에서 언급한 대로 낱말의 짝을 같이 외우는 방법도 효율적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시신-구-인양은 함께 쓰일 일이 많기 때문에 한번에 외운다.

작문에 대해서는 필사보다는 내 머리에서 나오는 글을 직접 써보고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추천한다. 남이 써놓은 글을 베껴 쓴다고 내 것이 되진 않는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다르니 참고할 일이다. 또한 다독보다 책 1-2권을 천천히 내 것으로 만드는 편을 선호한다.

통역을 할 일은 없지만 외국인에게 우리문화를 소개할 때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This is Korea>와 같은 책이 담고 있다니 한 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우리말로는 상황에 맞는 단어의 차이를 구별해주는 <영어단어의 결정적 뉘앙스들>이라는 책도 단어의 뉘앙스 구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주제와 관련된 명언을 하나씩 제시하는데 이를 읽는 재미가 있다. 볼프강 리베의 Nobody's perfect, that's why pencils have erasers(33)!"라는 말이 위트가 넘쳐 기억에 남는다.

영어공부법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떤 언어를 배우더라도 참고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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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 민주주의 윤리의 미완성
윤화영 지음 / 성안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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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일까?

저자는 우리나라가 서구가 개발한 계약론을 충분히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서구처럼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17세기 영국의 홉스와 로크의 계약론에서 시작한다. 국가나 정부가 개인의 자유, 평등, 인권을 보장해주는 계약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이론은 각 나라마다 처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이 다른 상태에서 발전되기 마련이다. 저자가 언급한 '선진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다르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장은 의아하다.

저자가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는 유교적 전통윤리와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아 위기라고 비판한다. 왕이 알아서 백성을 보살펴 주는 '민본주의'와 혼돈해서 우리는 정부나 국가가 알아서 국민을 보살펴야한다고 믿는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또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따랐던 소련의 붕괴가 공산주의의 문제점 때문인데 우리가 이러한 사상에 영향을 받아 재분배 문제를 사회주의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소련의 붕괴가 공산주의 문제점 때문도 있었겠지만, 미국이 환율을 무기로 일본을 2인자 자리에서 몰아냈듯이, 소련도 유가 하락을 무기로 붕괴시킨 것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공산주의 문제점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저자는 경제적 불평등과 재분배에 있어서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차혁명이 도래하면서 점차 평등한 기회를 박탈당하며 글로벌 빅5가 전세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일자리도 줄어가고 있다.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한 소수의 집단에게 부가 집중되고, 점차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므로 부의 재분배에 대해 논의하고자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존 로크시대의 정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본주의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특정계층에만 적용하는 인권이 아주 많다며 '인권과잉국(98)'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언급대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특정계층이 특혜를 받는 것의 문제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외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 노동자, 학생, 여성인권을 언급했는데 여성인권을 예로 들자면,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체제 속에서 여성인권을 부르짖는 단체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 약자와 강자의 구분이 마르크스에서 왔고,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인간은 능력이 있어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엄연히 현실에서 약자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차별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여성인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자유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17세기의 홉스와 로크의 계약론을 정리하고, 유교중심의 전통 윤리와 사고에 대한 비판은 김태길 교수의 <변혁시대의 사회철학>에 저자의 논의를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이론은 19세기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와 레닌의 혁명전술을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홉스와 로크 편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그런데 논리적 흐름이 좋아 잘 이해되다가 간혹 공산당을 '악마(168)'로 공산주의자를 '괴물(169)로 표현하여서 흐름이 끊긴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기술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일까? 민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혼동한다고해서 위기인가? 마르크스의 공평분배를 바탕으로한 복지사회를 추구한다고 해서 위기일까? 의문이다.

어떠한 참고문헌도 없다는 것이 설득력을 약하게한다. 예민하고 논쟁거리가 될 만한 인권, 재분배, 평등에 관한 이슈를 근거를 가지고 설득했어야하지 않나싶다. 비판적으로 읽기를 조언한다.

반대의 의견을 표하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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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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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1828-1905)은 프랑스 페이도 섬에서 태어났는데, 바다와 다른 나라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알렉상드르 뒤마와 사귀며 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아동도서 출판업자와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베른의 작품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치부된다. 그래서 이렇게 어른 책으로는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세계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카드게임을 하면서 우연히 하게된 내기다. 포그씨가 80일 내에 세계일주를 마치지 못할 경 전 재산의 반인 2만 파운드를 내기로 한다. 이제 막 고용한 프랑스인 하인 파스파투르와 함께 그날 밤으로 바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며칠 전 일어난 5만5천 파운드 은행권 도난 사건의 범인의 인상착의가 포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형사 픽스가 따라 붙는다.

세계일주는 런던을 출발하여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의 봄베이에서 캘커타로 철도횡단을 한다. 인도에서 죽은 남편을 따라 화형당하려는 아우다 부인을 구출하고 홍콩의 친척에게 데려다 주려는데, 친척이 유럽으로 가버린 바람에 유럽까지 동행한다. 홍콩에서 사라진 하인때문에 간신히 배를 구해 상해에서 요코하마로 간다. 요코하마에서 곡예단에 들어가있는 하인이 포그를 발견하고 함께 샌프란시스코행 정기선을 탄다. 뉴욕까지 미국횡단열차를 타고 가며 인디언의 습격을 받고, 다시 어렵게 상선을 탈취하다시피 해서 런던으로 돌아온다. 내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5분 늦어서 내기에 졌다고 생각했지만, 동쪽으로만 이동했기에 계산보다 24시간 일찍 들어온 것을 알아채고 결국 내기에서 이긴다.

"영국인이란 관광조차 하인을 통해 대리체험하는 족속(61)"이기 때문에 포그 씨는 사증을 받기 위해 배에서 내릴 뿐 전혀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않는다. 반면 하인 파스파르투는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한테는 여행만큼 유익한 것도 없다고 했는데, 이제야 깨달았어(76)." 하며 여행을 만끽한다. 거리의 풍경이나 여러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는 사람은 포그가 아닌 하인 파스파르투다. 인도의 서티(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화장시키는 풍습), 홍콩의 아편굴, 이를 검게 물들인 일본 여인들, 열차를 습격하는 미국의 인디언들을 만나며 여행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준비가 돈과 안내책 한 권과 달랑 입을 옷과 담요 정도라는 점이 놀랍다. 하인을 동반하는 시대풍습도 특이하다. 석탄을 때며 움직이는 배와 열차도 1870년대의 시대모습이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자 80일만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삽화가 인상적이다. 판화같은 느낌의 흑백 그림인데 매우 사실적이다.

"그가 여행에서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가?" 라고 마지막에 묻는다. 2만 파운드 내기에서 여행경비로 1만9천파운드를 쓰고 남은 1천 파운드도 하인과 형사에게 나눠주었다. "한 아리따운 여성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러나 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여성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366)." 외로운 포그씨가 남은 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얻었고, 충직한 하인을 얻었고, 함께 이야기나눌 추억을 얻었으니 많은 것을 얻은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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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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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스페인 왼쪽에 길게 있는 나라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 세계 여러 곳에 식민지를 두고 잘 나갔지만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딱 한번 출장으로 다녀온 포르투갈은 맛있는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었던 간단한 에피타이저가 인상적인 나라다.

포르투갈이 블루라는 것을 책 전체가 표현하고있다. 표지부터 후루룩 책장을 넘겨보면 푸르다. 아줄레주(장식 타일)가 건축물 외벽이며 내부에서 푸름을 발산하고, 카톨릭 조각과 회화에서도 파란색이 넘쳐난다. '파두'는 포르투갈 대표 노래인데 역시 블루스의 우울함을 표현한다. 이 노래는 바다로 떠나간 남편이나 애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우다지'라는 정서를 담고 있는데, 우리의 한과 같다고 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포르투갈 사람들의 우울한 삶을 자초한 살라자르 독재의 시기(1932-1968)도 블루하다. 첫장부터 블루에 빠져 들듯 읽게 되는 여행기다.

책은 11장으로 되어있다. 포르투, 코르테가사와 발레가, 아베이루/일랴부/코스타 노바, 혁명의 파두, 오비두스, 신트라와 호카곶, 세투발, 에보라, 베자, 알가르브(무어인), 리스본을 소개한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며 하나씩 소개하는데 포르투갈 전도가 없는 것이 아쉽다.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포투 와인이 다른 와인과 다른 점이 브랜디를 섞은 '주정강화와인'이라는 점이다. 내가 경험했던 식전 와인이 아이스 와인 못지 않게 달착지근하고 끈적임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성당이 화려한 것은 빈 공간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빈틈없이 꽉차게 그림을 그리고 문양을 채워넣기 때문이라는 것도 새롭다. 무엇보다 그릇을 좋아한다면 하나쯤은 갖고 싶은 푸른 색의 '비스타 알레그레'의 자기 세트가 탐날 정도로 아름답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자유여행을 하면 꼭 가보는 곳이 현지의 대학인데, 그런 의미에서 코임브라가 매력적이다. 코임브라 대학은 구석구석 아줄레주로 아름다울 뿐아니라, 금빛 찬란한 주아니나 도서관은 궁을 방불케한다. 특이하게도 고서가 많은 이 도서관에서는 박쥐를 그냥 둔다는데, 박쥐가 책벌레를 잡아 먹기 때문이다. 약품은 훼손 가능성이 있어서 대신 박쥐와 공존한다니 특이하다. 움베르토 에코가 이 곳을 다녀간 후 자기 서재에 박쥐를 키우려고 고민했다니 에코답다.

아줄레주가 포르투갈의 것인 줄 알았는데 원래 스페인에서 왔다고 한다. 신트라 왕궁의 일부 방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16세기 타일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데 이 타일을 스페인 세비야에서 수입했다. 마누엘 1세가 스페인 알함브라 왕궁의 화려함에 반해 스페인 아줄레주로 장식을 흉내낸 것이란다. 신트라 왕궁에는 레콩키스타(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려는 노력)를 해온 포르투갈 입장과 다르게 이슬람 양식이 발견되는데, 방 중앙에 샘을 둔다든지, 무데하르 양식으로 꾸며진 카톨릭 예배실이 그렇다. 17-18세기에 포르투갈 자체제작 타일을 사용하면서, 다른 방들은 파란색의 포르투갈식 아줄레주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랜 세월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이 궁이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대항해시대(15~16세기)의 중심도시로 세계 최고의 부자도시였다. 동양의 향신료, 자기, 비단, 아라비아의 말, 페르시아의 양탄자를 들여와 유럽에 파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무역이 국왕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이고, 개인무역을 금했기에 시들어져가고 17세기는 그 파워가 네덜란드에게 넘어간다. 리스본에 관한 설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알파마'의 파두 이야기다. 파두의 고향 알파마는 가난한 어촌인데, 선원인 남편을 이별해야하는 아픔이 있고, 알파마에 모여든 흑인 노예의 후손과 브라질 원주민들, 아랍인의 감성이 더해진 노래이다. 파두는 빠른 춤곡에 단조를 주음으로 느린 박자로 노래하는 애절한 가요라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검은 옷을 입고 부르는 파두 가수의 표정을 통해 깊은 슬픔이 전해진다.

시원시원하게 구성한 사진이 책을 아름답게 만든다. 해상도 좋은 사진과 해박한 설명을 따라 읽으면 포르투갈을 사랑하게 된다. 내용만큼 편집과 구성도 멋진 책이다.

일년 365일 중 320일이 화창한 날씨인데다 물가가 동남아시아보다 싸다고 하는 포르투갈에서 한달 살기를 하려면 곁에 두고 자주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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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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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가 화성탐사선을 탄다면? 엄청 놀랄까? 아니면 이미 굉장히 경험을 해봤기에 그러려니 할까? 왜 걸리버이며 왜 화성탐사선일까? 고전 <걸리버여행기>와 화성탐사선을 쏘아 올린 인도의 과학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섞은 제목이라는 것을 책을 읽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문학 고전과 과학기술을 함께 버무려 쓴 책이다. 시대 순으로 고전작품 13편을 소개하며 과학 기술과 접목시켜 설명하고, 그 진보를 살펴본다. 각각의 제목이 참신하다못해 매우 의아하다. <천일야화와 알고리즘>, <수호전과 시계>. 아라비안나이트로 불리는 천일야화와 알고리즘이 무슨 관계이고, 수호전과 시계는 무슨 관계일까?

<천일야화>는 셰에라자드가 페르시아 왕에게 1001일간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 중 신드바드의 이야기가 일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536일째부터 566째 이야기라고 한다. 신드바드의 모험 중 로크(새)에게 끌려가 다이아몬드를 얻고 부자가 된 이야기와 조선시대 김종서가 세종대왕에게 들려준 만인사를 먹는 '여이조의 이야기'가 서로 비슷하고, 하나의 원류가 아닐까 찾아가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래저래 동서양에 공통적으로 있었다는 것은 서로 아주 오래 전부터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다. 아라비아 이야기를 하다가 아라비아 숫자에 대해 언급하며, 알콰리즈미라는 사람이 숫자를 퍼뜨리려 노력한 학자이고, 그 이름에서 알고리즘이 유래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계산하는 방법을 적은 책 '알자브르'가 영어로 대수학을 의미하는 '알지브라'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꽤 오래 전부터 아랍인들과 교역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증거로 허균의 <병한잡술>에 나오는 '파사의 상인'들에서 파사가 페르시아인을 의미하고, 천일야화의 주무대인 바그다드가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표기된 '팔합타'라 한다. 게다가 조선의 세종이 그리스 천문학책을 접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장이다. 다른 장도 마찬가지여서 이 책이 가벼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호전과 시계>에서 수호전을 그저 108인의 도둑들이 모여드는 이야기로 읽어왔는데, 송나라 당시에 떠돌던 유명 범죄 이야기거리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설명하니 왜 마무리가 그리 허술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야기는 송나라 뿐 아니라 우리나라로 넘어와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의 별자리, 물시계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며 케플러와 뉴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108개의 별이 천강성 36개, 지살성 72개이며, 수호전의 인물을 대비하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금이 공격해 오자 곽경이 육갑신병을 뽑는데, 죽지 않을 사주팔자를 타고 태어난 병사만 뽑았다는 이야기도 신기하다. 이런 자료는 어디서 얻을까해서 참고자료를 보니 그리 많지 않은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보아 대부분 저자가 이미 아는 것을 바탕으로 쓴 것이 아닐까한다. 재미있는 책이다.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화성탐사선>은 인도 출신 여성 입자물리학자인 반다나 싱의 소설이다. 인도를 배경으로한 미래, 현재, 과거가 충돌하는 소설이라고 하는데 읽어보고 싶다. 무엇보다 인도가 저렴하게 화성탐사선을 비롯한 로켓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인도가 보유한 우주기술이 세계수준이라는데 최첨단 로켓 부품을 옮길 때에는 소달구지를 이용하였다는데 아이러니하다. 미국 영화 <그래비티>에 들인 돈이 천 억인데 인도의 화성탐사에 소용된 금액이 7백억이라니 이해된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고전에 관심이 많아서 선택한 책인데, 오히려 과학에 큰 관심이 생겼다. 저자의 고전과 과학에 대한 광대한 지식과 이 둘을 엮는 솜씨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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