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쥘 베른(1828-1905)은 프랑스 페이도 섬에서 태어났는데, 바다와 다른 나라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알렉상드르 뒤마와 사귀며 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아동도서 출판업자와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베른의 작품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치부된다. 그래서 이렇게 어른 책으로는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세계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카드게임을 하면서 우연히 하게된 내기다. 포그씨가 80일 내에 세계일주를 마치지 못할 경 전 재산의 반인 2만 파운드를 내기로 한다. 이제 막 고용한 프랑스인 하인 파스파투르와 함께 그날 밤으로 바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며칠 전 일어난 5만5천 파운드 은행권 도난 사건의 범인의 인상착의가 포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형사 픽스가 따라 붙는다.

세계일주는 런던을 출발하여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의 봄베이에서 캘커타로 철도횡단을 한다. 인도에서 죽은 남편을 따라 화형당하려는 아우다 부인을 구출하고 홍콩의 친척에게 데려다 주려는데, 친척이 유럽으로 가버린 바람에 유럽까지 동행한다. 홍콩에서 사라진 하인때문에 간신히 배를 구해 상해에서 요코하마로 간다. 요코하마에서 곡예단에 들어가있는 하인이 포그를 발견하고 함께 샌프란시스코행 정기선을 탄다. 뉴욕까지 미국횡단열차를 타고 가며 인디언의 습격을 받고, 다시 어렵게 상선을 탈취하다시피 해서 런던으로 돌아온다. 내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5분 늦어서 내기에 졌다고 생각했지만, 동쪽으로만 이동했기에 계산보다 24시간 일찍 들어온 것을 알아채고 결국 내기에서 이긴다.

"영국인이란 관광조차 하인을 통해 대리체험하는 족속(61)"이기 때문에 포그 씨는 사증을 받기 위해 배에서 내릴 뿐 전혀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않는다. 반면 하인 파스파르투는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한테는 여행만큼 유익한 것도 없다고 했는데, 이제야 깨달았어(76)." 하며 여행을 만끽한다. 거리의 풍경이나 여러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는 사람은 포그가 아닌 하인 파스파르투다. 인도의 서티(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화장시키는 풍습), 홍콩의 아편굴, 이를 검게 물들인 일본 여인들, 열차를 습격하는 미국의 인디언들을 만나며 여행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준비가 돈과 안내책 한 권과 달랑 입을 옷과 담요 정도라는 점이 놀랍다. 하인을 동반하는 시대풍습도 특이하다. 석탄을 때며 움직이는 배와 열차도 1870년대의 시대모습이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자 80일만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삽화가 인상적이다. 판화같은 느낌의 흑백 그림인데 매우 사실적이다.

"그가 여행에서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가?" 라고 마지막에 묻는다. 2만 파운드 내기에서 여행경비로 1만9천파운드를 쓰고 남은 1천 파운드도 하인과 형사에게 나눠주었다. "한 아리따운 여성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러나 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여성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366)." 외로운 포그씨가 남은 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얻었고, 충직한 하인을 얻었고, 함께 이야기나눌 추억을 얻었으니 많은 것을 얻은 것이 아닐까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