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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평점 :
걸리버가 화성탐사선을 탄다면? 엄청 놀랄까? 아니면 이미 굉장히 경험을 해봤기에 그러려니 할까? 왜 걸리버이며 왜 화성탐사선일까? 고전 <걸리버여행기>와 화성탐사선을 쏘아 올린 인도의 과학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섞은 제목이라는 것을 책을 읽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문학 고전과 과학기술을 함께 버무려 쓴 책이다. 시대 순으로 고전작품 13편을 소개하며 과학 기술과 접목시켜 설명하고, 그 진보를 살펴본다. 각각의 제목이 참신하다못해 매우 의아하다. <천일야화와 알고리즘>, <수호전과 시계>. 아라비안나이트로 불리는 천일야화와 알고리즘이 무슨 관계이고, 수호전과 시계는 무슨 관계일까?
<천일야화>는 셰에라자드가 페르시아 왕에게 1001일간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 중 신드바드의 이야기가 일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536일째부터 566째 이야기라고 한다. 신드바드의 모험 중 로크(새)에게 끌려가 다이아몬드를 얻고 부자가 된 이야기와 조선시대 김종서가 세종대왕에게 들려준 만인사를 먹는 '여이조의 이야기'가 서로 비슷하고, 하나의 원류가 아닐까 찾아가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래저래 동서양에 공통적으로 있었다는 것은 서로 아주 오래 전부터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다. 아라비아 이야기를 하다가 아라비아 숫자에 대해 언급하며, 알콰리즈미라는 사람이 숫자를 퍼뜨리려 노력한 학자이고, 그 이름에서 알고리즘이 유래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계산하는 방법을 적은 책 '알자브르'가 영어로 대수학을 의미하는 '알지브라'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꽤 오래 전부터 아랍인들과 교역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증거로 허균의 <병한잡술>에 나오는 '파사의 상인'들에서 파사가 페르시아인을 의미하고, 천일야화의 주무대인 바그다드가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표기된 '팔합타'라 한다. 게다가 조선의 세종이 그리스 천문학책을 접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장이다. 다른 장도 마찬가지여서 이 책이 가벼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호전과 시계>에서 수호전을 그저 108인의 도둑들이 모여드는 이야기로 읽어왔는데, 송나라 당시에 떠돌던 유명 범죄 이야기거리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설명하니 왜 마무리가 그리 허술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야기는 송나라 뿐 아니라 우리나라로 넘어와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의 별자리, 물시계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며 케플러와 뉴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108개의 별이 천강성 36개, 지살성 72개이며, 수호전의 인물을 대비하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금이 공격해 오자 곽경이 육갑신병을 뽑는데, 죽지 않을 사주팔자를 타고 태어난 병사만 뽑았다는 이야기도 신기하다. 이런 자료는 어디서 얻을까해서 참고자료를 보니 그리 많지 않은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보아 대부분 저자가 이미 아는 것을 바탕으로 쓴 것이 아닐까한다. 재미있는 책이다.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화성탐사선>은 인도 출신 여성 입자물리학자인 반다나 싱의 소설이다. 인도를 배경으로한 미래, 현재, 과거가 충돌하는 소설이라고 하는데 읽어보고 싶다. 무엇보다 인도가 저렴하게 화성탐사선을 비롯한 로켓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인도가 보유한 우주기술이 세계수준이라는데 최첨단 로켓 부품을 옮길 때에는 소달구지를 이용하였다는데 아이러니하다. 미국 영화 <그래비티>에 들인 돈이 천 억인데 인도의 화성탐사에 소용된 금액이 7백억이라니 이해된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고전에 관심이 많아서 선택한 책인데, 오히려 과학에 큰 관심이 생겼다. 저자의 고전과 과학에 대한 광대한 지식과 이 둘을 엮는 솜씨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