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 경영의 위기에서 그들은 왜 서재로 가는가?
최종훈 지음 / 피톤치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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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들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구글을 검색해서 12명의 CEO들을 선정하고, 그들이 읽은 책 중 3권씩 총 36권을 선정해서 리뷰를 정리한 책이다.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처럼 다독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되도록 문사철 위주의 책을 선정하였다고 밝힌다.

글로벌 CEO에는 피터 틸, 브라이언 체스키, 일론 머스크, 에반 슈피겔,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트래비스 캘러닉, 스튜어트 버터필드처럼 미국 혁신 기술 기업의 CEO가 대거 포진 되어있고, 투자계의 찰리 멍거와 손정의가 포함되어 있다.

간략한 CEO 소개와 책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고, 과연 CEO가 어떤 관점으로 이 책을 읽었을까하는 저자의 의견을 포함하고 있다. 관심있는 CEO가 있다면 어떤 책을 선택했는지 찾아봐도 좋고, 관심있는 책들이 있다면 누구의 서재에 있는지 봐도 좋겠다.

관심있는 CEO는 손정의다. 그는 청년시절 간염으로 3년간 입원한 상태에서 3천여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가 뽑은 손정의 서재의 책 3권은 시바 료타로의 <로마가 간다>, 레이 크록의 <사업을 한다는 것>, 후지다 덴의 <유대인의 상술>이다. 손정의는 료마의 명분보다 이익과 실리를 중시하는 생각과, 맥도날드를 프렌차이즈화한 레이크룩의 사업능력과, 일본에 맥도날드를 들여와 성공시킨 후지다 덴의 '일유동조론(일본인과 유대인은 같은 조상을 가졌다)'을 통해 유대인의 돈에 대한 관념을 배운 것이라고 추측한다.

관심있는 책들은 <이기적 유전자>, <총,균,쇠> <죽음의 수용소에서>인데, 이를 서재에 가지고 있는 CEO는 찰리 멍거(1924-)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찰리 멍거는 워렌 버핏보다 6살 많다. 변호사였던 멍거는 버핏을 만나 투자를 하다가 버크셔 해서웨이에 들어간 후 100세가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함께 일한다. 버핏과 멍거는 다독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CEO에 대한 소개는 좀 간략한 편이라 아쉽다. 그러나 언급한 세 권의 정리와 평가는 핵심을 잘 잡고 있다. 읽은 책이라며 정리가 잘 되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면 호감을 갖게 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일본어가 고대 한반도의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일한양어동계론'을 주장한 사람이지만, 문명이 좌우로 이동하며 발전하게되었다는 관점은 결국 서구적 관점이라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근친성있는 집단을 위한 것이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타적으로 의료자원봉사를 하기로 한 프랭클 역시 살겠다는 이기적 희망을 이루기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한다. 저자는 다른 결론이라고 했지만 내게는 같은 결론으로 여겨진다.

깔끔한 구성과 쉽게 읽히는 글이 읽기에 아주 편하다. 보통의 책 리뷰는 어떤 연관을 찾기 어려운 책들을 나열하는데, 이 책은 CEO와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왜 CEO가 이 책을 읽었을까, 어떤 점에 감동을 받았을까를 추측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책이 궁금하다면 일독하면서 원하는 책 리스트를 적어 두었다가 찾아 읽으면 좋겠다. 같은 책이라도 누구의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책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이미 읽은 책이라도 성공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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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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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서문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 틀이란 특수성과 일반성이다. 낯선 나라에 대해 알고자 하면,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라는 기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 그 나라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교과서처럼 개론적인 내용으로 건조한 반면, 2부에서 4부까지는 세계를 이해하는 특수성, 일반성, 문화와 비즈니스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세계는 자연지리, 인문지리,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선진국 후진국이라는 경제발전단계와 큰 관련이 없다. 지리적으로 고기를 많이 섭취한 국민에게 비만도가 높고 일본과 한국처럼 생선과 채소 섭취가 많은 국민들의 비만도는 그리 높지 않다. 좌측 혹은 우측통행 역시 우연히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지 경제발전과는 상관이 없다. 유럽인들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서 구두로 갈아 신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구두를 신고 출근해서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 역시 경제발전 정도와 관련이 없는 지역의 특수성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반면 언뜻 보기에 특수성으로 인식되는 인도의 카스트와 같은 신분제도는 경제성장이 고도화되면 유능한 인재를 고용해야하므로, 계급에 상관없이 능력별 인재를 활용되므로 일반성을 가진다. 법적으로 인도의 카스트는 존재하지 않지만 관습에 남아 있고, 이러한 신분제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유럽의 봉건 사회가 그랬고, 우리의 조선시대를 비롯해 중국, 일본 어디에도 있었듯이 경제가 발전하면 신분제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세계 특수성과 일반성을 이해하고, 문화와 비즈니스간의 관계를 살펴보니 흥미롭다. 미국에 온 다양한 이민자들의 직업은 왜 나라마다 다른 것일까? 초기 정착민들이 시작한 직종이 이주민들에게 그대로 전수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계는 중식당, 한국계는 세탁소, 인도계는 모텔, 베트남계는 네일살롱, 캄보디아계는 도넛가게다. 한국인이 인도인보다 경제적으로 위에 있었음에도 규모가 작은 비즈니스를 하게 된 이유는 대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의 가족제도와 동업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동업에 대한 생각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고, 혼자하는 성향이 강한 문화적 특성때문에 모텔보다는 작은 규모의 세탁소를 선택하게 되었다니 설득력있다. 문화와 비즈니스도 긴밀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세계 여러나라를 특수성과 일반성의 틀 속에서 이해하는 책이다.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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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단짠단짠 세계사 - 문명과 경제로 읽는 음식 이야기
홍익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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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음식과 식재료에 관련한 이야기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식재료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를 먹여 살려왔다. 빙하기가 끝나고 살아남은 얼마 안되는 호모사피엔스는 갯벌의 홍합 덕택에 살아남았다. 염분과 단백질을 얻었을 것이다. 지금도 쉽게 물만 넣고 끓이면 되는 홍합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식재료라니 새삼 달라보인다.

역사적으로 소금이 중요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시대를 관통하며 소금의 생산과 교역이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인류는 갯벌에서 채취한 것들로 부터 소금을 보충받거나, 동물을 잡아먹으며 보충하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소금무역이 시작된다. 일찍부터 바닷물을 날려보내고 소금을 얻는 방법을 이용할 줄 알았던 로마와 베네치아가 소금무역으로 흥망성쇠를 겪는다.

우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이고, 전세계 개의 조상이 동북아의 회색늑대라는 사실이다. 한반도에 엄청난 종류의 야생콩이 있었고, 우리의 선조는 콩을 채집해서 먹고 살았기 때문에 식물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었다.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늑대를 순화시켜 개가 되었고, 전 세계로 퍼졌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니 믿을 만하다.

종교적으로 신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영적인 음료도 다양하다. 브라만교의 소마는 소마초 즙에 물과 우유를 섞어 발효시키면 소마주가 되는데 강한 환각작용을 일으킨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도 소마가 고통을 잊고 행복하게 해주는 마약같은 존재로 나왔다. 조로아스터교의 하오마는 하오마 풀을 짜서 만드는 것인데 이 역시 환각성 음료이다. 맥주가 수메르 신전의 니나여신에게 바치는 술이었다는 유래도 흥미롭다.

<유대인 이야기> 저자여서인지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포르투갈에서 추방된 유대인이 네덜란드로 가서 동인도 회사를, 카리브 연안으로 가서 서인도 회사를 운영하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되었다. 대항해시대에 향신료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착취한 동인도 회사는 인도, 인도네시아를 주요대상으로 향신료와 커피농장을 만들어 착취하고, 서인도 회사는 서인도제도에서 아프리카 노예를 이용해 사탕수수, 면화, 담배, 커피 농장에서 착취한다. 유대인이 핍박받는 존재였음에도 다른 민족을 철저하게 이용해 살아남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다.

박학다식하다. 음식과 식재료의 유래와 영향을 시대상황과 함께 설명해주니 먹고 살아남으려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도도 함께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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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론 - 자본은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재유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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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모인 철학사상연구회의 책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기 쉽게 썼을 것 같아 선택했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자본론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이해해야할 사상이나 개념 정의를 주로 설명하면서 칼 마르크스의 생애에 출고한 저서에 대해 설명한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영향을 준 것이 프랑스의 사회주의(생시몽, 푸리에)와 영국의 정치 경제학(애덤 스미스)과 독일의 관념론(유물론과 관념론을 종합한 헤겔의 변증법)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심상치 않아 보인다. 2장은 <자본론>을 인용하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쉽지 않다. 따옴표로 표시한 원문과 저자의 설명이 섞여 있는데 복잡하다. 차라리 원문을 싣고, 쉬운 설명을 이어 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장은 마르크스가 영향을 받은 스미스의 <국부론>, 포이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엥겔스와 함께 쓴 <독일 이데올로기>, 후에 영향을 끼친 엥겔스의 <자연변증법>, 레닌의 <철학 노트>를 소개한다. 매우 짧은 소개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에 자본, 토지재산, 임금노동, 국가, 대외정책, 세계시장의 6권을 계획했다고 한다. 앞 세 권만 <자본론>으로 엮여 나왔고 나머지는 쓰여지지 않았다. 미완성의 저서인 셈이다. 그리고 1권만 마르크스가 직접 저술한 것이고, 나머지 두 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후 정리한 것이다.

봉건제의 영주가 책임져주던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오며 개인이 자신을 책임지는 사회로 탈바꿈하였다. 계약에 의해 관계를 맺는데, 장원의 한정된 곳이 아니라 넓은 시장에서 계약이 가능해졌다. 시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 교환장소로서 인간의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변하고 이 상품이 팔릴 때 생존가능한 곳이다.

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은 서로 교환될 때만 가치를 갖는다. 같은 가치여야 교환이 일어나고, 이러한 등가물 금속으로 금이 화폐의 기능을 한다. 상품이 화폐로 유통되는데 교환과정 중에 잉여가치가 발생해 자본이 축적된다. 자본가는 기계나 토지를 이용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려 잉여가치를 얻어 자본을 축적하는데,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자본가와 필요노동시간을 유지하려는 노동자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나아가 자본가는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계화를 가속화하고, 적은 수의 인원으로 일의 강도를 높인다. 자본가는 잉여가치 일부는 개인이 소비하고 나머지를 다시 자본으로 만들고자 한다. 과잉생산되고 시장이 이를 다 소비하지 못하면, 공황이 오는 것이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마르크스는 근대 3대 계급이 임금노동자, 자본가, 토지 소유자로 구분된다고 정의하고 맺는다.

자본은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가?라는 책 제목을 다시 생각해본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축적된 자본은 분배를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르크스 시대보다 훨씬 고도로 기계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생산성은 고도로 높아질 것이고, 필요한 노동자수는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노동하는 사람들은 고강도로 힘들어 질 것이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대로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를 이루기는 어려워보이고 분배의 과정이 재고된다면 자본이 인간을 해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려운 책이다. 관념론과 경험론자들의 철학을 비판하며 실천적 유물론을 확립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부터 내용이해가 쉽지 않다. 좀더 쉬울 수는 없는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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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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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철학 박사인 최진석의 고전 읽기다.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의 일환으로 열 권의 책을 읽고 나눈 대화와 <광주일보>에 실었던 독후감을 모았다.

"대답은 건너가기를 멈춘 상태에서의 소극적 활동이고, 질문은 전에 알던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입니다. (중략) 세계는 대답하는 습관으로 닫히고 질문하는 도전으로 열립니다(서문)."

서문의 이 글귀부터 나를 깨운다. 늘 답을 찾는데 익숙한 우리의 교육과 논리를 따라 질문하는 프랑스 교육의 차이가 연상된다. 남의 문제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에 도달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선정한 열 권의 고전을 통해 호기심으로 용기를 내어 모험을 하고 그 끝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돈키호테, 어린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걸리버여행기, 이솝우화를 통해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행하는 사람들을, 아Q정전을 통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이 없는 사람의 절망적인 결말을, 징비록은 아Q와 같이 생각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어찌되는지를 깨닫게 한다. 틀에 박힌 관념대로 살아가는 무리 속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고 바라는 것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각 작품을 분석하는 방식이 좋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가 살던 시대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고전 속 등장인물들은 무엇을 추구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무엇인지를 질문과 대답식으로 쓴다. 본문을 인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방식이 힘이 있다.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고전을 여러 철학자의 사상과 연결시키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좋다. <어린왕자>를 이렇게 심오하게 읽다니. 두세 번 읽은 이 책을 전혀 다르게 보게 된다. 니체의 인간발달에 따르면, 인간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낙타'에서 자기 뜻대로 하는 '사자'의 시기를 거쳐 호기심이 넘치는 '어린이'의 시기로 발달한다. 따라서 인간의 최종 발달단계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호기심 넘치고 끝까지 질문을 하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인 것이다. 혼자 읽을 때도 철학자같은 여우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여우는 어린왕자가 어른이 되지 않도록 각성시켜주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라는 관점이 매우 신선하다. 아무 생각없이 일을 열심히 하고 숫자를 세고 있는 어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다. 어린왕자는 이런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뱀의 힘을 빌어 어린이의 상태로 남기를 결정한다.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해야한다는 의미가 심장하다.

'맹목적 평화주의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조선 건국 이후 200년간 평화가 이어졌다고 조선이 평화주의는 아니다. 조선은 여러 조짐이 있었음에도 전혀 대비하지 않아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위태해진다. 왜가 침입해서가 아니라 조선 내부의 문제로 자초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임진왜란에 임금이 의주까지 도망가고, 명에 의존하면서 우리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명과 왜의 판단에 달리게 된다. 이는 한일 병합으로 이어지고, 2차대전 후 러시아와 미국의 판결에 따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단상태에 놓인다. 나라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지 못하면 어찌 되는지 다시 깨닫는다.

같은 책을 읽어도 알고 있는 배경지식의 많고 적음과 깊이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해의 폭은 굉장히 크다. 읽고 생각해보고 정리하는데 이 책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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