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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단짠단짠 세계사 - 문명과 경제로 읽는 음식 이야기
홍익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7월
평점 :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음식과 식재료에 관련한 이야기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식재료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를 먹여 살려왔다. 빙하기가 끝나고 살아남은 얼마 안되는 호모사피엔스는 갯벌의 홍합 덕택에 살아남았다. 염분과 단백질을 얻었을 것이다. 지금도 쉽게 물만 넣고 끓이면 되는 홍합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식재료라니 새삼 달라보인다.
역사적으로 소금이 중요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시대를 관통하며 소금의 생산과 교역이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인류는 갯벌에서 채취한 것들로 부터 소금을 보충받거나, 동물을 잡아먹으며 보충하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소금무역이 시작된다. 일찍부터 바닷물을 날려보내고 소금을 얻는 방법을 이용할 줄 알았던 로마와 베네치아가 소금무역으로 흥망성쇠를 겪는다.
우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이고, 전세계 개의 조상이 동북아의 회색늑대라는 사실이다. 한반도에 엄청난 종류의 야생콩이 있었고, 우리의 선조는 콩을 채집해서 먹고 살았기 때문에 식물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었다.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늑대를 순화시켜 개가 되었고, 전 세계로 퍼졌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니 믿을 만하다.
종교적으로 신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영적인 음료도 다양하다. 브라만교의 소마는 소마초 즙에 물과 우유를 섞어 발효시키면 소마주가 되는데 강한 환각작용을 일으킨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도 소마가 고통을 잊고 행복하게 해주는 마약같은 존재로 나왔다. 조로아스터교의 하오마는 하오마 풀을 짜서 만드는 것인데 이 역시 환각성 음료이다. 맥주가 수메르 신전의 니나여신에게 바치는 술이었다는 유래도 흥미롭다.
<유대인 이야기> 저자여서인지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포르투갈에서 추방된 유대인이 네덜란드로 가서 동인도 회사를, 카리브 연안으로 가서 서인도 회사를 운영하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되었다. 대항해시대에 향신료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착취한 동인도 회사는 인도, 인도네시아를 주요대상으로 향신료와 커피농장을 만들어 착취하고, 서인도 회사는 서인도제도에서 아프리카 노예를 이용해 사탕수수, 면화, 담배, 커피 농장에서 착취한다. 유대인이 핍박받는 존재였음에도 다른 민족을 철저하게 이용해 살아남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다.
박학다식하다. 음식과 식재료의 유래와 영향을 시대상황과 함께 설명해주니 먹고 살아남으려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도도 함께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