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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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철학 박사인 최진석의 고전 읽기다.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의 일환으로 열 권의 책을 읽고 나눈 대화와 <광주일보>에 실었던 독후감을 모았다.

"대답은 건너가기를 멈춘 상태에서의 소극적 활동이고, 질문은 전에 알던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입니다. (중략) 세계는 대답하는 습관으로 닫히고 질문하는 도전으로 열립니다(서문)."

서문의 이 글귀부터 나를 깨운다. 늘 답을 찾는데 익숙한 우리의 교육과 논리를 따라 질문하는 프랑스 교육의 차이가 연상된다. 남의 문제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에 도달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선정한 열 권의 고전을 통해 호기심으로 용기를 내어 모험을 하고 그 끝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돈키호테, 어린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걸리버여행기, 이솝우화를 통해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행하는 사람들을, 아Q정전을 통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이 없는 사람의 절망적인 결말을, 징비록은 아Q와 같이 생각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어찌되는지를 깨닫게 한다. 틀에 박힌 관념대로 살아가는 무리 속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고 바라는 것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각 작품을 분석하는 방식이 좋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가 살던 시대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고전 속 등장인물들은 무엇을 추구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무엇인지를 질문과 대답식으로 쓴다. 본문을 인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방식이 힘이 있다.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고전을 여러 철학자의 사상과 연결시키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좋다. <어린왕자>를 이렇게 심오하게 읽다니. 두세 번 읽은 이 책을 전혀 다르게 보게 된다. 니체의 인간발달에 따르면, 인간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낙타'에서 자기 뜻대로 하는 '사자'의 시기를 거쳐 호기심이 넘치는 '어린이'의 시기로 발달한다. 따라서 인간의 최종 발달단계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호기심 넘치고 끝까지 질문을 하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인 것이다. 혼자 읽을 때도 철학자같은 여우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여우는 어린왕자가 어른이 되지 않도록 각성시켜주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라는 관점이 매우 신선하다. 아무 생각없이 일을 열심히 하고 숫자를 세고 있는 어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다. 어린왕자는 이런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뱀의 힘을 빌어 어린이의 상태로 남기를 결정한다.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해야한다는 의미가 심장하다.

'맹목적 평화주의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조선 건국 이후 200년간 평화가 이어졌다고 조선이 평화주의는 아니다. 조선은 여러 조짐이 있었음에도 전혀 대비하지 않아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위태해진다. 왜가 침입해서가 아니라 조선 내부의 문제로 자초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임진왜란에 임금이 의주까지 도망가고, 명에 의존하면서 우리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명과 왜의 판단에 달리게 된다. 이는 한일 병합으로 이어지고, 2차대전 후 러시아와 미국의 판결에 따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단상태에 놓인다. 나라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지 못하면 어찌 되는지 다시 깨닫는다.

같은 책을 읽어도 알고 있는 배경지식의 많고 적음과 깊이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해의 폭은 굉장히 크다. 읽고 생각해보고 정리하는데 이 책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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